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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자

중세 성직자가 마법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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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자
작품등록일 :
2024.07.21 22:59
최근연재일 :
2024.09.13 20: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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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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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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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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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16쪽

이치를 벗어난

DUMMY

다 타고 남은 재와 숯이 남겨진 화형대,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체더미, 길가에 널브러진 오물과 분변.

우울하고 침울한 사람들의 표정, 마차를 바라보며 두려운 듯이 내리까는 그들의 시선.


여정에 오른지 두 번째 마을에 다다랐을 때, 미켈은 오히려 그리운 추억마저 느꼈을 정도였다.


불과 5년 전에 자신이 살아온 마을의 정경이 지금과 다르지 않았기에.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내가 마을 안에서 너무 고생을 하긴 했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진짜 중세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광경이었다.


고작해야 보름 정도 거리에 놓인 마을이었는데 이토록 차이가 크다니.

마을에 머무르는 농노들 대부분 이주의 자유를 박탈당한 상황이었기에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토록 극심한 격차를 느끼며 미켈은 탄식을 흘렸다.



“제가 이제껏 징수관으로서 여러 마을을 돌아다녔지만 사제님의 마을만큼이나 평화로운 마을이 따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르지오는 괜스레 미켈을 칭찬할 구석이 떠오른 것처럼 그리 말을 건넸다.



“그래요? 보통 다 이런가요?”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반년 농사를 지어 나머지 반년을 더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요.”



미켈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현 중세시대 생활상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어쩌면 영주의 장원도 다르지 않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이 퍼뜩 치밀었다.



“조르지오, 이제 어쩌겠는가? 마을에서 하루를 머무를 건지, 아니면 필요한 것만 챙겨서 떠날 건지 결정하게.”

“오랫동안 마차 생활을 했으니 마을에서 하루 지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병사들도 오래 걸었으니 하루 정도는 다리를 쉬어줘야 할 겁니다.”

“그러면 내가 촌장의 집이 어딘지를 먼저 살피고 오지.”



아겔론이 나서서 마차에서 내렸다.

그는 갑작스러운 기사의 등장에 후다닥 달아나는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느라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말을 몰아 나아가는 아겔론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미켈은 재차 마을의 정경을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외곽마을을 종교적 개척지로 삼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곳도 어쩌면 제2의 개척지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망이 슬그머니 치솟았다.



“로이밴더 성까지는 아마 열흘 정도 더 걸릴 겁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니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됩니다.”



조르지오의 속삭임에 미켈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바깥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미켈은 자기도 모르게 마차 바깥으로 몸을 빼내었다.



“사제님?”



미켈은 메마른 땅 위에 발을 디디며 섰다.

줄곧 흔들리던 마차 위에서 함께 흔들리느라 지면이 울렁거렸지만 금세 멀쩡해졌다.



“사제님! 마차 위로 올라오시지요!”



마을의 그늘진 곳곳, 수많은 장소에서부터 사람들이 스멀스멀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은 한껏 굶주린 표정으로 겁도 없이 마차를 향해 가까워졌다.


병사들이 당황해하며 칼을 뽑아들었지만, 그들은 차라리 칼에 베여 죽는 것이 낫겠다 싶은 표정으로 체념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호, 혹시 사제님이십니까?”

“사제님! 제발, 제발 먹을만한 걸 조금만이라도···.”

“물러나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저희를 살려주십시오, 사제님!”



미켈의 눈이 그들 중 가장 낮은 곳을 향했다.

정말 빼빼 마른 몸을 차마 가누지도 못하고,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가까스로 걸음을 옮기는 아이들.


미켈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사제님. 이 마을에서는 더 볼 것도 없겠습니다. 그냥 바로 출발하시지요.”



잠시 생각을 마친 미켈이 조르지오를 돌아 보았다.


냉정하게 말하는 조르지오의 표정은 지나치게 단호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분명 중세시대의 사람으로서 당연한 선택이었다.


조르지오의 역할은 미켈을 안전하게 보호하여 롤랜드 남작에게 데려가는 것이니, 눈앞의 하잘것없는 영지민들에게 할애할 여념이 따로 없는 것이다.



“징수관님. 마차 안에 다 먹지 못하고 남은 감자들이 제법 많지 않나요?”

“네? 하지만 사제님···.”

“저희가 보름 정도 먹을 것만 남기고 전부 꺼내주셨으면 합니다.”



미켈은 조르지오가 무언으로 보내는 애원을 무시했다.


그 또한 이십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지새우는 동안 어느덧 완숙한 중세시대 사람이 되었다.


그가 보기에도 사람이 죽는 것은 참으로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것이 중세시대라고 한다면 더더욱 당연한 일이었다.


굶어서 죽고, 전염병에 걸려서 죽고, 심지어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시대.


이제껏 얼굴도 본 적 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당장 그의 마음 안에서 어떤 숭고한 마음이나 신실한 결심이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신앙이라는 건 써먹기 나름이야.’



애초에 미켈은 자신의 손길이 더해지는 것으로 그리 큰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행하는 일이 당장 굶어 죽으려는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명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신앙이 가장 잘 먹혀들어가는 순간은 두려움과 공포, 죽음의 절망이 눈앞으로 드리워지는 때이지 않은가.


미켈은 신앙이라는 것이 이처럼 암담한 현실에 얼마나 잘 먹혀들어가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다른 마을에서도 신앙이 잘 먹혀들어갈지, 그걸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사제님···. 꼭 그러셔야겠습니까?”

“오는 길에 물려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방치해두었던 감자였잖아요? 몇 개는 싹이 나기도 했고.”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 감자는 저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챙겨준 물건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서 어떤 식으로든 사용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으으으음···.”



실제로 존재하는 영주에 대한 충성심은 그의 실물을 흔히 볼 수 없는 이상 희미하게만 느껴지는 법.

그러니 눈앞에서 은총처럼 내려오는 구원이 어쨌든 더 따스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영주의 통치가 모두를 서늘하게 내려다보며 충성을 요구하는 달빛과 같다면, 신앙은 그들이 몸을 움츠리는 순간 따스히 주변을 감싸주는 태양이 되어야만 했다.


말하지면 정치인과 연예인의 관계이지 않을까.



‘그래. 나는 이 빌어먹을 중세시대의 아이돌이 되어야겠어.’



맥케인에게 맡긴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마을을 하나하나 신앙의 이름 하에 집어삼켜야겠다는 욕망이 어느새 미켈의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자리잡았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감자를 넉넉히 내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여러분은 저의 미니언이 되는 겁니다?’

“아, 아아아···. 감사합니다, 사제님···!”

“그나저나 이 마을의 밭은 어디에 있나요?”



그는 마을 하나로 만족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



마을의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심각했다.

이미 몇 차례 흉작을 반복하느라 무슨 짓이든 저질러야겠다고 판단한 것인지 밭을 여러 번 불태운 흔적이 보였다.


검게 죽은 흙 사이로 잔뿌리만이 남아있었고, 곳곳에는 타다 만 풀쪼가리가 굴러다녔다.



“아겔론 경. 지금 사제님께서 무얼 하시는 겁니까?”

“밭에서 작물이 잘 자라도록 기도를 하시는 게지.”



아겔론은 마을의 촌장이었던 자가 이미 다른 마을로 도망치고 없다는 소식을 들고 되돌아온 상태였다.


마을 안에서 머무를 수 없다는 게 명확해진 이상, 당장에라도 마차를 옮겨 여정을 재개해도 모자를 상황이었다.



“···그런다고 이 마을의 밭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겁니까?”

“모를 일이지. 하지만 사제님께서는 마을 안에서 지금과 같은 일을 반복하셨네. 참으로 한결같으신 분이야.”



그러나 미켈이 당장 밭을 돌아다니며 기도를 올리는 탓에, 두 사람은 마차에 걸터앉은 채로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조르지오는 난해한 표정으로 입을 벙긋거리다 다물기를 반복했다.

밭고랑의 옆에서 몇 걸음을 옮기다 기도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했다.



“사제님께서 참으로 신실하시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만···, 크흠.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저렇게 기도하는 것만으로 밭의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면 이제껏 어느 누가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허나 사제님의 기도는 확연히 다르다네.”



아겔론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감자를 집어들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감자가 아니라 갓난아기 머리인 줄 알고 기겁을 할 만큼, 손아귀에 꽉 차도록 한가득 들어오는 크기의 감자.



“자네 이 감자의 크기를 좀 보게. 이렇게나 알이 굵은 감자를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었는가?”

“흐음. 큼직하긴 하지요. 처음 봤을 때에는 기겁을 했습니다.”

“맛도 제법 충실하지 않던가?”

“이걸로 만든 감자부침이 아직도 생각이 나더랍니다.”

“정말로 하늘 위의 높으신 분께서 사제님의 기도를 직접 들어주시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사제님께서 기도를 올리는 밭마다 심상치 않은 작물들이 자라나는 건 사실이라네.”

“그 마을의 포도주마저도 과연 훌륭하기 그지없긴 했습니다만···.”

“일단은 가만히 두고 보게. 아무렴 먼 길을 떠나는 중에 사제님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야지 않겠는가?”

“흐으으음.”

“낮은 곳에서 본인의 사명을 수행하시는 분이니 우리는 가만 지켜보며 기다리는 수밖에.”



아겔론과 조르지오가 멀찍이 앉아서 관망하는 반면, 열 명의 병사들이 미켈을 뒤따르며 화전을 치르고 남겨진 밭에 고랑을 내고 있었다.



“끄응. 대장. 저희가 이 짬에 이런 일을 하는 게 맞습니까?”

“그러면 기사님이나 징수관님께 이걸 시키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만 하고 감자나 심어.”

“아으. 젠장···. 이런 일 더 이상 안 하려고 병사로 취직한 건데.”

“누가 할 소리라냐.”



그들은 자신들이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투덜거리면서도, 어쨌든 자그맣게 낸 고랑에 씨감자를 심었다.


감자의 크기가 워낙 커서 열 개로 나눈 조각 전부를 씨감자로 심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병사들은 씨감자를 다 심지도 못하고 금세 밭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그래서 그들은 남은 씨감자를 군데군데 아무렇게나 처박아 심어버리고는, 흙으로 더러워진 손을 아무렇게나 툭툭 털어내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물 좀 드시겠어요?”



한데 모인 그들은 병사 신분에 흙이나 만질 줄 몰랐다는 표정으로 떨떠름하게 미켈을 흘겨보았다.


그러다 눈앞의 사제가 두 상관들에게 어찌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인지를 새삼 떠올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았다.


그들이 어떤 심정인지를 잘 알고 있었지만, 미켈은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 사제님. 솔직히 헛수고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병사들 중 고참으로 보이는 사내가 그나마 공손한 투로 미켈을 타박했다.


그는 미켈이 내민 물주머니를 아무렇게나 들이키다가도, 그 청량한 맛에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며 몇 모금을 더 들이켰다.


우두머리를 바라보는 다른 병사들의 시선이 한층 더 찌뿌둥해졌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물주머니였기에 열 명이 목을 다 축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어휴. 사제님. 저 감자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려면 족히 세 달은 걸릴 겁니다.”

“맞습니다. 하물며 한껏 굶주린 저치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습니까? 조만간 땅에 묻어둔 씨감자라도 파먹으려고 들 겁니다.”



병사들이 그리 꿍얼거리며 물주머니를 주고받는 동안 미켈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모를 일이지. 거의 질산암모늄에 가까운 수준으로 때려넣었으니.’



그리 넓지 않은 규모의 밭이었다.

그럼에도 심어둔 씨감자가 다 자라면 이처럼 작은 마을의 경우에는 한 해 버틸 수 있는 작황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이후의 일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었다.



“저는 그저 가능성 하나를 열어두었을 뿐입니다. 저들이 멀지 않은 미래를 기다리며 희망을 품을지, 당장의 허기에 급급하여 희망의 씨앗을 집어삼킬지는 결국 그들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거참, 희망이라니···.”



마지막으로 물주머니를 받아든 병사가 울상으로 물을 들이켰다.


그는 그나마 남은 바닥을 훑어내려 끝까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안에서 벌컥 쏟아지는 물줄기가 도저히 그치려 하질 않자 휘둥그레 뜬 눈으로 헛숨을 토했다.



“다 드신 거 맞죠?”



열 명이나 되는 사내들이 만족스럽게 목을 축이고도 물주머니는 본래 모습 그대로 출렁거렸다.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며 자기들이 잠시 헛것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끔뻑거렸다.



*****



곧장 출발하기로 결정한 미켈 일행이 마을을 떠나고 사흘째가 되었을 때.



“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제까지 싹이었던 게 하룻밤만에 이렇게 자라났다고?”



밭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심어준 씨감자가 싹을 틔운 것도 빠르다 싶었는데 사흘째가 되고서는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줄기가 뻗어나왔다.


본래의 거뭇거뭇한 모습을 도저히 연상시킬 수 없을 정도로 언덕 한구석이 푸르게 물들어있었다.



“이건 또 뭐야? 못 보던 샘물이 솟고 있어!”

“미친. 어제 먹고 버렸던 양배추에서 싹이 왜···.”

“이 줄기는···, 포도인가? 지금 포도씨에서 싹이 난 거야?”



심지어는 사람들이 먹고 버렸던 양배추 심지에서조차 싹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기겁한 표정으로 밭을 헤아리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도, 도대체가···.”



그러고도 하루가 더 지났을 때에는 가느다란 나무처럼 줄기가 굵어졌다.

또 하루가 더 지났을 때에는 자라난 감자의 몽우리가 느껴질 정도로 흙이 부풀었다.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감자를 캐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허기진 표정으로 서로를 추궁했다.



“지, 지금이라도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았겠어요?”



그러나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사제가 베풀어주고 간 그 감자!


알알이 굵은 그 감자를, 하나를 통째로 구워먹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던 그 감자를 보며 실로 하늘신의 은총을 느끼지 않았던가.



“···혹시 모르니까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조금만.”

“그, 그래요. 혹시 모르니 조금만.”



본디 굶주림이 길어질수록 절망이 더 커지는 법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굶주림을 버틸 수 있을 만큼 희망이랄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점차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희망, 살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힘내서 참아봅시다, 우리.”



또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 하루가 지났다.

굶주림은 더욱 커져갔지만, 그러나 그 굶주림 이상으로 다가오는 만족감이 그들을 충만하게 만들었다.



“아아아아···. 신이시여···.”



사제가 떠난지 일주일이 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은 흙을 퍼낼 때마다 손바닥 사이로 굴러드는 감자알을 느끼며 흐느꼈다.


그들은 사제가 내어주었던 것만큼이나 큼직하게 자라난 감자를 파내리며 자기도 모르게 기도를 올렸다.


일주일 만에 자라난 감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크기였다.

이치를 벗어난, 실로 신의 은총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희망을 찬미했다.



“그분의 성함이라도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엿들었어! 미켈! 미켈이라는 이름이셨다고!”

“아아, 미켈 사제님···! 분명 하늘신께서 내려보내주신 그분의 사자이신 거야!”



무너져내리던 마을에 기둥이 하나 생기고, 그 기둥이 신앙으로 변모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켈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희망의 효과는 아주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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