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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자

중세 성직자가 마법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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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자
작품등록일 :
2024.07.21 22:59
최근연재일 :
2024.09.13 20: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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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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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3,045

작성
24.08.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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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6쪽

겸손

DUMMY

“아, 이제야!”



머잖아 말에 오른 기사가 언덕 지평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가 느릿한 속도로 말을 몰아 내리막을 가로지르는 사이, 촌장은 발을 동동 굴려가며 해벌쭉 미소를 지었다.


손아귀에 들려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사제의 수급이 보이질 않았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기사를 융숭하게 대접한 다음날 곧장 윗마을로 쳐들어가 몰수할 작물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토지를 떠올리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기사님! 고생 많으셨.”



아겔론의 표정은 차갑게 일그러져있었다.

말을 몰아 촌장의 지척까지 다가간 그는 마저 환영인사를 듣지도 않고 제 허리춤을 훑었다.


그가 칼자루를 거머쥐어 크게 뽑아내는 광경을 촌장은 볼 수도 없었다.

뼈를 동강내는 소리와 함께 촌장의 모가지가 땅을 굴렀다.



“···아, 아아?”



촌장의 곁에서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촌장부인이 그 광경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모가지가 잘려나가고 남은 빈 자리를 보며 휘둥그레 눈을 뜨고, 샘물처럼 솟은 뜨거운 핏물이 그녀의 얼굴을 왈칵 적셨다.



“이 빌어먹을 촌부가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아?”



아겔론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칼을 털어내었다.



“그토록 신실한 사제님을 내 손으로 죽일 뻔하게 만들다니, 이 죄는 네깟 촌부가 죽어서도 갚지 못할 무례였다.”

“아, 여···, 여보?”

“본래 일가족을 전부 참살해도 모자를 잘못일 터. 허나 사제님의 신실한 성심을 봐서 이 정도로 용서해주겠다.”



롱소드를 칼집에 도로 집어넣은 후, 아겔론은 마찬가지로 차가운 시선으로 촌장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벌벌 떨며 주저앉아있었다.



“거기 여자.”

“네, 네?”

“이 촌부에게 형제나 자식이 있나?”

“아, 아아, 아···.”

“내 칼은 무례함을 참지 않는다.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마라.”

“이, 있습니다! 혀, 형제가 하나···.”

“이제부터는 그자가 이 마을의 촌장이다. 롤랜드 남작님을 대신하여, 그분의 기사로서 그리 명령하겠다.”

“으, 그, 그건, 그으···.”

“대답해라.”

“네, 네에!”



아겔론은 일그러뜨린 표정으로 다시금 말을 몰아 언덕 위로 향했다.

촌장에게 부탁한 맥주며 술상은 기대하지도 않는 듯, 망설임 없는 움직임이었다.



“여, 여보. 도, 도대체가···.”



촌장부인의 눈에는 그 기사마저도 마귀에 현혹되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참으로 기가 막힌 광경이었다.



*****



“사제님. 혹시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앗. 아니에요. 별일 아니었습니다.”

“안쪽에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셔서 목소리가 좀 커졌나 봅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갖은 자재들을 성실하게 치우는 동안 소란을 느꼈던 몇몇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찾아왔다.


미켈은 소란이 더 커지지 않기를 바랐고, 그들을 정중히 돌려보내며 마저 청소를 이어갔다.


가구들 중 몇 가지는 그저 쓰러진 것에 불과했기에 일으켜 세우면 그만이었지만, 기사의 호쾌한 칼질에 모가지가 잘린 몇 가지는 수도원 구석진 자리에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수선을 하든, 아니면 땔감으로 쓰든 처분해야 할 처지였다.



‘씨잉. 이건 아끼던 건데···.’



개중에서도 윤기가 반들반들한 나무촛대만큼은 나름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물건이었다.


뎅겅 잘려나간 그 모습에 입맛이 씁쓰래해질 쯤.

어느새 말을 몰아 아겔론이 돌아왔다.



“신께서 거하시는 자리를 멋대로 흐트러뜨린 것이 죄스럽군요. 위로가 되시기를 바라며 약소하게나마 봉헌을 드리고 싶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겸손하게 거절했겠지만 아겔론이 꺼낸 것은 제법 큼직한 크기의 은화였다.


근방에서 주로 쓰이는 왕국은화가 아니라 멀찍이 떨어진 북부 공국의 물건이었다.

딱 보기에도 일반 은화보다 은 함량이 높아 보였다.



“···하늘신께서도 분명 기사님의 고해를 기쁘게 받아주실 겁니다.”



미켈은 소중히 매만지던 나무촛대를 수도원 구석진 자리에 곧장 내팽개쳤다.

은화를 주머니에 챙겨넣자 입고있던 사제복이 한순간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합의가 맞아떨어졌으니 그 이상 죄를 거론할 필요도 없었다.


미켈은 구석진 자리에 처박한 촛대는 더 이상 안중에도 없이, 그의 칼날이 닿지 않은 안쪽 자리로 기사를 안내했다.


잠시 다녀올 곳이 어디였는지, 뭘 하고 온 것인지는 몰라도 아겔론의 표정은 한결 가뿐하기만 했다.



*****



인터넷은 당연히 언감생심이고 우편조차 생소한 시대.

정보라는 것은 어디서든 항상 귀중한 취급을 받았다.



“저는 본디 켈빈 백작님을 모시던 가문의 자제였습니다만, 집안 안에서 둘째며 셋째의 입지라는 것이 항상 얄궂은 법이지 않겠습니까?”

“그럼요. 마음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아겔론은 자신의 무례를 갈음하려는 것처럼 물어보지도 않은 자신의 역사를 투명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언뜻 역사수업을 받는 것처럼 지루한 구석이 있었지만, 도파민 자극을 갈구하는 미켈에게 있어서는 이마저도 재미난 이야기처럼 들렸다.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방랑하며 떠돌게 되었는데, 어느날 셰이드 백작님의 로이밴더 영지를 탈환하는 분쟁에 잠시 몸을 담게 되었지요. 당시에는 늘상 있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봉신들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백작에게 계약을 들이밀며 그의 의무를 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습니다.”

“의무라 하시면···.”

“봉급이 밀렸습니다.”



아하.

참으로 분명한 이유였다.



“본래는 셰이드 백작님 아래에서 일하신 건가요?”

“당시에는 봉신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고용된 관계였을 뿐이지요.”

“그러셨군요.”



서임을 받아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기 전까지,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방랑하는 기사들은 그들 각자가 나름대로의 역사를 쌓아올린 그들 자신의 서기이자 이야기꾼이었다.


켈빈 백작령이며 셰이드 백작령.

미켈은 머릿속에 지도를 구성하여 거기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보았다.



“그 당시, 같은 전장에서 롤랜드 남작님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왕국의 대변인으로 나서서 기사들을 이끌어주신 용맹한 기사셨지요. 우리는 서로 등을 맞대어 전장을 누비어가며 우애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셨군요.”

“탈환이 마무리되어 삯을 거둔 이후로, 저는 롤랜드 남작님께 봉신할 것을 맹세하고 제 주군으로 모시게 되었지요.”

“아으. 기사님의 무용담에 제 마음이 다 떨릴 지경입니다.”

“···이럴 수가. 사제님께서 저의 마음을 이해해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말주변이 없는 기사는 말 한마디 꺼내게 만드는 것도 어렵고, 허풍이 많은 기사는 내뱉는 말 한 마디에서 진위를 걸러내기도 번잡스러웠다.


그럼에도 그들 모두가 귀중한 정보원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겔론의 이야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따져 보자면 어쨌든 셰이드 백작으로부터 로이밴더 영지를 탈환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롤랜드 남작과 봉신계약을 맺었다는 것.


미켈은 잡스러운 가지를 쳐내며 그리 정리했다.



“사실 그분의 영지에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롤랜드 남작님의 무용담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장원 바깥으로 나서는 경우가 잘 없으시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으음. 그러셨군요. 그러실만합니다.”



수도원을 찾아오는 기사들은 봉신할만한 주군을 찾으러 방랑하는 이들이 대부분인지라,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가만 들어보아도 별 쓸모가 없는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아겔론은 서임받은 기사, 하물며 롤랜드 남작에게 봉신하는 기사였으니 이 주변 지역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기대하는 마음을 애써 숨기며, 미켈은 궁금한 것이 잔뜩 있는 소년처럼 눈을 빛내었다.



“아마 사제님도 아시겠지만···, 롤랜드 남작님은 현재 신앙에 그리 충실하지 않으십니다.”

“그러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낙후된 지역에 수도원을 놓은 것에는 숨길 수 없는 의도가 심어져 있었다.

수도원이 영주의 장원도 아니고 영지 외곽 끄트머리, 하물며 자그마한 마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만 보아도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차근차근 마을 안에서의 입지를 공고하게 다지고 있는 미켈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으음.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아. 따로 이유가 있었나요?”

“다만 그 이유를 말씀드리기 전에, 이를 다른 사람 앞에서는 밝히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사제님께서 제 신실한 마음을 알아주십사 말씀드리는 것이니···.”

“아! 그럼요. 오늘 제 귀로 전해진 이야기가 입밖으로 새어나올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

“하늘신에 맹세코, 그러겠습니다.”



실로 만능공수표가 아닐 수 없었다.


미켈은 엄중한 표정으로 자신의 음습한 속내를 숨기고, 아겔론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롤랜드 남작님을 모시는 여러 관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만, 그분은 본래 하늘신의 독실한 신자셨습니다. 성심껏 본인의 소득을 봉헌하고 끊임없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셨군요?”

“당혹스러우실 것을 잘 압니다. 그토록 신실하신 분이 어째서 지금은 더 이상 본인의 영광을 신께 먼저 돌리지 않게 되었는지.”



불길한 조짐이 느껴지는 서두였다.



“롤랜드 남작님께는 병약한 부인이 있었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가 어찌나 낭만적인 로맨스였는지를, 너무도 길고 간절한 이야기다 보니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군요.”

‘이 아저씨 의외로 감수성이 풍부하네.’

“로이밴더 영지를 탈환한 이후로 우리가 그 영광을 서로 나누기도 전에 말을 몰아 전장을 벗어나시더군요. 세잔느 부인을 만나러 사흘밤낮을 말을 몰아 내달려 본인의 영지로 복귀하셨던 겁니다.”

“그토록 애정이 깊으셨던 거군요.”

“맞습니다.”



이야기를 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 성심을 다해 기도하고 신앙을 바친 기사.

그토록 신앙이 깊었던 사람이 자신의 믿음을 저버렸다는 의미는, 스스로 신앙에 배신당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신앙에 배신당했다는 것은, 곧 신앙을 다 바치던 이유를 잃게 되었다는 것.



“세잔느 부인을 잃은 후, 롤랜드 남작님은 더 이상 하늘신께 본인의 영광을 돌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분의 마음 안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영혼 중 일부는 하늘신께 영원토록 봉헌하셨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 본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잖습니까? 가끔은 지엄한 아버지 앞에서 투정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지요.”

“이해합니다. 저 또한 남작님께서 신앙을 아예 저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여튼 세잔느 부인을 잃은 후에 하나뿐인 아드님 또한 불손한 자들의 꼬임에 속아넘어가서는···, 불행하게도 저주를 받아 목소리를 잃게 되셨습니다.”

“으음.”

“남작님께서는 소중한 아드님이라도 예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 장원에 놓인 수도원을 찾아가 몇날 며칠을 봉헌해가며 기도했습니다만···. 그토록 신실하신 분 앞에서 사제라는 놈들이···, 쯧.”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참으로 방자하게도···. 남작님의 마음에 더 이상 신께 영광스러운 신실함이 아닌, 미련한 불신이 가득하여 저주가 내려진 것이라 말을 했다더군요.”

“저런.”



미켈의 머릿속에 오즈 사제로부터 언뜻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본래 영지 내에 지어져있던 수도원은 이렇게 자그마한 마을에 덩그러니 놓인 것이 아니었다.

장원의 중심지에 떡하니 놓여 열 명 정도 거주할 수 있는 크기로 거창하게 지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극진한 대접을 받던 사제들이 말발굽에 걷어차이듯 거하게 추방을 당한 이후, 왕국과 교단이 서로 중재한 끝에 아주 약소한 크기로나마 지어진 수도원이 바로 이곳이었다.


그 자리에 오즈 사제가 홀로 파견된 것이다.



‘배짱장사도 타이밍을 봐가면서 했어야지.’



안 그래도 부인을 잃고 마음이 오락가락 위태로운 상황에, 사제들이 멋모르고 지껄인 관습적인 충고가 롤랜드 남작에게 어떤 충격으로 다가왔을지는 뻔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었을 것이다.



“흠흠. 제가 사제님 앞에서 너무 모독스러운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그럴 리가요. 저는 아직 견습사제인지라 자세한 정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 보니···. 진실되게 말씀해주시어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쨌든 롤랜드 남작이 그리 독실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정도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불신에 가깝다는 것.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소득이었다.


장원으로부터 멀찍이 동떨어진 마을 어귀에 터를 잡고 지내며 앞으로도 롤랜드 남작을 만날 일이 영영 없겠지만,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허나 아무리 지금의 남작님이라도 사제님을 만나고 나면 분명 달라지실 겁니다. 새로운 차원의 깨달음을 얻고 개안하게 되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뇨? 나는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데요.’



아겔론은 미켈의 생각이 어떤지도 모르고 그리 호언장담을 했다.

그는 눈앞의 기사가 어쩐지 주변 곳곳으로 자신의 행적을 고스란히 떠벌리고 다닐까 걱정스러웠다.



“그으, 기사님?”

“네. 왜 그러십니까, 사제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뭐든 말씀하십시오. 경청하겠습니다.”

“신께서는 본인의 비밀스러운 행사를 겉으로 드러내길 원하지 않으십니다.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어 살아가라는 교리를 보아 아시겠지만, 그분의 의지는 실로 그러합니다.”

“겸손, 겸손이라···.”

“저 또한 신의 가르침을 따라 겸손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분의 뜻깊은 행사가 저에게 닿아 기적으로 발현되었지만, 저는 그러한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미켈은 자신이 마법으로 행해온 일들이 적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소문으로 번져 일이 커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소문이라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미켈은 일부로 의식하여 겉으로 보이는 마법을 쓰지 않고 있었다.


풍성히 열매를 맺은 포도, 주렁주렁 알곡을 매단 귀리, 속이 꽉찬 순무 등.

그정도 풍작이 소소하게 신께서 보우하심이라 불리우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지만, 누군가는 그러한 결과물을 보고 마귀의 산물이라 호소할지도 몰랐다.



“어떤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은 거 맞지?’



남의 마당 나무에 매달린 열매가 큼직할수록 주변 사람들의 질투와 욕심이 몰리기 마련이다.

그들은 열매를 훔치던가, 열매를 짓밟던가, 나무를 불태우던가, 생각할 수 있는 갖은 방법으로 자신의 분통한 감정을 해소하는 편이었다.



‘···잘 알아들은 거 맞겠지?’



누구든 불만스럽게 의문을 제기했을 때, 결국 이를 검증하기 위해 나라의 높으신 분이 행차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이 더는 독실하지 않게 된 롤랜드 남작이라면?

더더욱 불길한 결과만이 떠오를 뿐이다.


그 불안한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버리고 있으니, 아겔론은 미켈의 간절한 시선을 정중한 태도로 마주했다.



“그리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귀와 입을 이 자리에서 신께 봉헌하겠습니다.”



그리 호언하는 아겔론의 모습은 물론 믿음직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는 신앙심이라는 이름 하에 롤랜드 남작의 비밀을 아무렇지도 않게 까발려버린 사람이지 않은가.

그가 반대로 충성심이라는 이름 하에 오늘 있었던 일화를 정말로 누군가에게 밝히지 않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렇기에 미켈은 부스스하게 미소 지으면서도 떨떠름한 심정을 애써 숨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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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마상전투 +2 24.08.23 1,772 5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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