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이번에는 기필코 내 주먹맛을 보여주겠어!
“영훈아! 괜찮아?”
차승연의 목소리에 강영훈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으, 응? 그래…….”
“이제 그 입은 다물어도 돼.”
“그게…, 너무 놀라워서 그래. 정말 현실감 있는 레이드였어.”
“이제 네가 한번 해봐.”
“내, 내가?”
“그래. 어차피 가상현실이니까 위험은 전혀 없어. 물론 괴수에게 타격을 받을 때 슈트에서 전기충격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공대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돼.”
강영훈이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한번 해볼게.”
“좋아. 그럼 목성형 근접 어태커가 되어서 앤트를 사냥해봐.”
“목성형 근접 어태커라고?”
“다른 건 필요 없고 샌드백을 관통해버렸던 그 펀치를 다시 한 번 날려봐. 아무리 생각해도 그 펀치는 다크 블라스터와 비슷했던 것 같아.”
다크 블라스트는 괴수에게 가장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목성형 근접 어태커의 필살기다.
강영훈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내 펀치가 정말 다크 블라스터와 비슷했단 말이야?”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래.”
“거참! 내가 어떻게 그런 능력을…….”
“일단 한 번 시도해 보자. 만약 앤트에게 통한다면 넌 예거가 될 수도 있어.”
예거가 될 수 있다는 차승연의 말에 강영훈은 두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예거가 된다는 건 모든 사람들의 꿈이 아닌가.
강영훈이 단단히 마음을 굳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시작한다. 컴퓨터! 예거 설정을 다시 해.”
- 지원대 소속 강영훈 님. 제7 VTR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차승연 님으로부터 강영훈 님으로 예거 설정을 변경합니다. 설정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설정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왜 설정변경이 안 되는 거지?”
- 예거 설정에 필요한 자료가 결여되었습니다.
“그럼 표준형 목성 어태커로 설정해.”
- 알겠습니다. 강영훈 님을 표준형 목성 어태커로 설정합니다. 모드를 선택해 주십시오.
“10인 공격대 기준의 비무장 이지 모드로.”
- 괴수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목성형 앤트.”
- 선택완료 하셨습니다. 생체 인식 센서 연결 완료. 레이드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10, 9…….
카운트되는 숫자가 점차 줄어들수록 강영훈의 긴장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주먹 하나만 생각하자. 주먹 하나만…….’
강영훈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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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이기는 하지만 10인 공격대에 포함된 강영훈은 마치 자신이 예거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진영은 차승연의 레이드 때와 동일했다. 공격대는 피라미드 형태를 갖추었고 공대장의 지시에 따라 가드가 어그로를 끌기위해 앤트에게 접근했다.
가드가 몇 차례의 타격을 견뎌내며 앤트에 접근해 공격하자 앤트는 불그스름한 색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공대장이 근접 어태커 역할을 하고 있는 강영훈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강영훈은 괴수를 향해 용감하게 달려들었지만 앤트가 휘두른 팔에 가슴을 얻어맞고 말았다.
순간 타격 받은 부위에 저릿한 전기충격이 느껴졌다.
‘으! 별로 안 아프다고 하더니…….’
그때 푸르스름한 빛이 자신을 감쌌고, 전기충격이 사라졌다.
강영훈은 힐러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깨닫고 다시 앤트에게 달려들었다.
강영훈과 함께 출발했던 또 다른 근접 어태커는 이미 앤트에 접근해 있었지만 협조를 받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힐러들이 그에게 힐링 포스를 마구 퍼부었지만, 강영훈이 미처 접근하기도 전에 집중된 앤트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그 순간, 강영훈이 뒤늦게 합류해 앤트에게 주먹을 날렸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앤트가 조금 휘청거렸다.
강영훈은 생생하게 느껴지는 주먹의 타격감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근접 어태커로서의 공격력이 워낙 약해 앤트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강영훈의 공격은 앤트의 주목을 조금도 끌지 못했겠지만, 어태커 한 명을 막 쓰러뜨린 후라 앤트는 자연히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가드가 사력을 다해 어그로를 유지하려 했지만 결국 앤트는 표적을 가드에서 강영훈으로 바꾸었다.
- 베이트 실패! 근접 어태커는 즉시 물러나라! 원거리 어태커는 공격을 강화하라!
공대장의 다급한 명령에 따라 원거리 어태커들이 강력한 화염공격을 퍼부었다.
화성 어태커의 마이티 블레이즈는 앤트에게 위협적이긴 했지만 어그로를 끌 만큼 강하지 못했다.
결국 강영훈은 앤트의 집중공격을 받게 되었다.
퍽! 퍼벅! 퍽!
무시무시한 공격이 이어졌고, 강영훈은 어떻게 손을 쓸 사이도 없이 계속해서 얻어맞았다.
강영훈의 입에서 절로 비명이 흘러나왔다. 슈트에 내장된 센서들이 타격부위마다 전류를 마구 쏟아냈던 것이다.
강영훈은 이러다가 전기구이 신세가 되지 않을까 싶어 두려웠다.
그때, 갑자기 ‘삐익!’ 하는 경고음이 울리더니 전기충격이 사라졌다. 강영훈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앤트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의 공격은 조금도 먹혀들지가 않았다. 마치 빈 공간에다가 주먹을 휘두르는 것처럼 앤트의 몸을 그냥 통과했다.
“영훈아. 넌 사망했어. 물러나.”
“내, 내가 죽었다고?”
강영훈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앤트와 예거들의 홀로그램이 강영훈의 몸을 통과하며 난전을 벌였다.
- 힐러들은 근접 어태커를 빨리 회복시키고 스카웃은 약점을 찾아!
힐러들이 힐링 포스를 마구 퍼부었고, 남아 있던 근접 어태커의 부상을 회복시켰다.
처음 어그로를 끌었던 가드가 앤트를 공격했지만, 한 번 다른 곳으로 튀었던 어그로는 쉽게 먹히지 않았다.
대신 부상에서 회복한 근접 어태커가 맹렬한 공격을 가하자 앤트는 그를 표적으로 삼았다.
근접 어태커는 뛰어난 공격력을 지녔지만 방어력은 취약했다. 힐링 포스만으로 그가 입는 타격을 상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남은 근접 어태커가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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