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넌 능력자가 되어도 그냥 언노운이나 해라
“흐이구! 착한 녀석. 이 모든 게 다 네 덕분이다. 가만있자. 이럴 게 아니라 오늘 저녁에 삼겹살 파티라도 해야겠다.”
“삼겹살은 제가 사올게요.”
강영훈이 급히 고기를 사러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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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처진 어깨를 한 채 터벅터벅 밤길을 걸어가는 여학생이 있었다. 단발머리에 유달리 하얀 피부를 지녔고, 갸름한 달걀형 턱 선을 가진 예쁜 여학생이었다. 키는 165센티미터 정도였고, 다소 야윈 체격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 조금만 꾸미면 상당한 미인이 될 소지가 다분했다.
“휴우!”
깊은 한숨소리가 여학생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밤 10시에 야자(야간자습)가 끝나면 곧바로 독서실로 가서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한다.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새벽 6시에 다시 등교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매일같이 반복하는 그녀는 고3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강영인, 강영훈의 하나뿐인 예쁘고 착한 여동생이기도 하다.
‘오늘따라 왜 일찍 들어오라는 걸까? 혹시 어머니의 상태가 악화되기라도 했나?’
강영인은 암 투병 중인 어머니가 걱정되어 종종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집에 도착한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엄마! 오빠!”
어머니와 강영훈이 동시에 나왔다.
“오! 우리 예쁜 영인이가 왔구나!”
“영인이 왔니? 오늘도 수고했다.”
강영인은 유달리 밝은 표정으로 자신을 맞아주는 어머니와 오빠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따라 왜 이래? 좋은 일이라도 있어?”
강영훈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아주 좋은 일이 있어. 어서 씻고 나와. 고기 구워먹자.”
“고, 고기? 오늘 고기파티 하는 거야?”
“그래. 이 오빠가 특별히 쏜다.”
“무슨 일이래? 짠돌이 오빠가?”
“떽! 짠돌이라니! 우리 짠순이 아가씨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나 짠순이 아니거든요? 흥!”
강영인이 코웃음을 치더니 큰방으로 들어가 교복을 갈아입은 후 욕실에 들어가 씻었다.
그 사이 강영훈은 큰방에 상을 차렸고, 어머니는 부엌에 들어가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욕실을 나온 강영인은 큰방에 푸짐하게 차려진 상을 보고 탄성을 흘렸다.
“히야! 오늘 정말 고기파티 하나 보네.”
강영훈이 소주와 맥주병을 상위에 올리며 말했다.
“자자, 이쪽으로 앉아라. 어머니가 고기만 구워 오시면 삼겹살 파티 시작이다.”
그때, 부엌에서 어머니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좋아졌네. 좋아졌어~~. 몰라보게 좋아졌네~~.
이리 보아도 좋아졌고~~. 저리 보아도 좋아졌네~~.”
강영인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야? 요즘 통 안 부르시던 국적불명의 저 노래를 다시 부르시네?”
“그럴 만도 하지. 희소식이 있었거든?”
“어떤 희소식인데 그래? 혹시 로또 당첨이라도 된 거야?”
“그것보다 더 좋은 거.”
“로또보다 좋은 거라고? 도대체 뭔데 그래?”
“어머니 오시면 이야기할게.”
“어휴! 궁금해! 그냥 지금 하면 안 돼?”
“안 돼!”
“쳇!”
강영인이 혀를 차며 쓴 입맛을 다셨다.
잠시 후, 어머니가 삼겹살을 구워 방으로 들어왔다.
“자, 예쁜 내 새끼들 많이 먹어라!”
강영훈이 즉시 맥주와 소주를 따서 자신의 잔에는 소주를, 어머니와 동생의 잔에는 맥주를 채웠다.
“어머니의 회복과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어머니와 동생이 동시에 ‘위하여!’를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시원하게 잔을 비운 후, 강영인이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강영훈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흘 전, 한강변에서 힐러를 구한 것부터, 힐러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두 말했다.
“꺄악! 정말이야?”
“그럼! 지성이면 감천이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지. 우하하하하!”
“엄마! 정말 다행이야.”
강영인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을 한 채 어머니를 와라 껴안았다.
“다 큰 계집애가 호들갑은……. 그만 놔라.”
강영인이 어머니의 볼에 뽀뽀를 한 후 목을 감았던 팔을 풀었다.
그녀가 다시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강영훈이 검지를 들고는 좌우로 흔들었다.
“중요한 건 그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
어머니와 동생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강영훈이 미소를 씩 짓더니 입을 열었다.
“이 오빠가 지난 사흘 동안 예지몽을 꿨다.”
“뭐? 예지몽이라면……. 설마 오빠가 능력자가 되는 거야?”
“물론이지. 오늘 힐러에게 물어봤더니 예지몽이 분명하다고 하더라. 우하하하하!”
“세상에! 오빠가 능력자가 된다니……. 오빠! 멋져!”
강영인이 득의에 찬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오빠에게 다가가 목을 와락 껴안았다. 평소에 징그럽다고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하던 동생이 포옹까지 하자 강영훈은 흐뭇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어머니의 표정이 묘했다. 한편으로는 기뻐하는 것 같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왠지 수심이 어린 표정이었다.
“어머니는 안 기쁘세요?”
“난…, 걱정이 된다.”
“왜요?”
“능력자가 되면 괴수를 죽여 돈을 벌려고 하겠지?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데!”
“그건 예거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각성한다고 해서 예거가 된다는 법은 없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일단 능력자로 각성만 하면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은 없을 거예요. 언노운이라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강영훈의 말에 어머니의 표정이 그제서야 풀렸다.
“그럼 넌 능력자가 되어도 그냥 언노운이나 해라. 절대 괴수와 싸워서는 안 돼. 알았냐?”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자! 오빠가 각성을 앞뒀는데 축하 안 해 줄 거야?”
“오빠 축하해!”
강영인이 오빠의 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주었고, 강영훈은 큰 소리로 웃으며 잔을 비웠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남매의 웃음소리가 문밖으로 새어나오는 즐거운 밤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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