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그럼 나도 글이나 한번 올려 볼까?
12. 그럼 나도 글이나 한번 올려 볼까?
“어머니! 거기 안 서요?”
어머니는 휴식공간 반대편까지 도망갔다가 나무 뒤에 숨어서 담배를 맹렬하게 빨았다.
“흐읍! 후아! 흐읍! 후아!”
강영훈이 곧바로 어머니에게 달려가더니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잽싸게 낚아챘다.
“앗! 아깝다…….”
“어머니! 정말 이러실 거예요? 이틀 전에 수술받으신 분이 담배라니요!”
“딱 두 모금 빨았다.”
“그 말이 아니잖아요! 어머닌 담배 피우시면 안 된다구요!”
“그래, 알겠다. 오늘 마지막으로 핀 거다.”
“또 그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천 번인 거 아세요?”
어머니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선서! 오늘부로 나 박영순은 담배를 영원히 끊을 것을 맹세합니다! 됐냐?”
강영훈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것 보세요, 박 여사님! 그것도 백 번째거든요? 오늘은 아버지 이름을 걸고 맹세하세요.”
“뭐, 뭐라고?”
“어서요!”
어머니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아들에게 항상 ‘지 애비 닮아서’라는 핀잔을 주는 그녀였지만, 지금까지 남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남편의 이름을 걸고 맹세를 하면 아무래도 어기기 어려웠다.
잠시 고민하던 어머니가 결국 맹세를 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앞에 맹세합니다. 오늘부터 담배를 끊겠습니다. 됐지?”
“됐어……. 잠깐! 그건 주기도문이잖아요!”
“네 아버지 앞에 맹세를 하라며! 그래서 하늘나라에 간 네 아버지에게 맹세를 했는데 뭐가 문제냐?”
“어머니!”
“자자, 어서 들어가자. 퇴원수속 밟아야지?”
“어휴! 내가 못 살아!”
강영훈은 한숨을 내쉬며 곁에 있던 차승연에게 하소연했다.
“봤지? 우리 어머니가 저러셔! 내가 아주 미치겠다니까?”
차승연은 웃음을 참기 어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후훗! 그냥 내버려두셔. 그렇게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 오셨는데 얼마나 끊기 어려우시겠어? 억지로 끊으려다가 스트레스 받으시면 그 때문에 다른 병 얻으실라.”
“하지만 담배 때문에 폐 수술까지 하신 분이…….”
“건강검진 꾸준히 받으시게 해. 혹시 암이 재발하더라도 초기에 잡으면 돼. 요즘 항암제가 워낙 좋으니까.”
강영훈이 쓴 입맛을 다셨다.
차승연의 말은 옳았다. 돈만 충분히 있으면 암도 감기 취급을 받는 세상이니 말이다.
“어서 들어가자. 어머니 말씀대로 퇴원수속 밟아야지?”
“알았어.”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머니를 따라갔다.
어머니에게 담배를 빌려줬던 중년인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지켜보다가 차승연의 얼굴을 보더니 흠칫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 아가씨는 설마…….’
그가 손을 살짝 까딱거렸다. 그러자 정장을 입은 사내 한 명이 어디선가 나타나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저 아가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알겠습니다.”
차승연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중년인의 두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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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은 자신의 침대 위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마치 참선에 들어간 고승처럼, 그는 30분이 지나도록 미동초자 하지 않았다.
차승연은 그런 강영훈의 모습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대단한 집중력이다.’
능력자에게, 특히 예거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두 가지, 용기와 집중력이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괴수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용기와 몸속의 기운을 다스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집중력은 훈련만으로 얻을 수 없다. 그건 어느 정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차승연은 강영훈이 예거로서 훌륭한 자질을 타고 났다고 생각했다. 용기는 자신을 구하는 과정에서 입증되었고, 30분이 넘도록 명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건 집중력 또한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강영훈 맞은편에 앉아 참을성 있게 기다렸고, 마침내 그가 눈을 떴다.
“휴우!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 10분? 20분?”
차승연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확히 46분이야.”
“46분이라고? 정말 그렇게나 많이 지났어?”
“그래. 그만큼 네 집중력이 좋았기 때문이야. 대단해.”
“역시 내가 그쪽으론 소질이 좀 있나봐.”
“역시라니?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실은…, 능력자가 되어 보려고 요가 학원에 다닌 적이 있어. 거기서 명상도 많이 했는데, 요가 선생님이 나보고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많이 했어.”
“아! 그랬구나. 한데, 요가를 배우면 능력자가 된다고 누가 그래?”
“그게…, 전단지를 보고…….”
“쯧쯧쯧.”
“알아! 허황된 광고라는 거. 하지만 당시에는 절박했어.”
혀를 차던 차승연이 이해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의 치료비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집중력이 좋다는 건 좋은 예거가 될 자질이 있다는 거야. 축하해.”
“아직 축하받기는 일러…….”
“요즘 느낌은 어때?”
“명치 부근이 간지럽거나 저려.”
“좋은 징조야. 기운이 차오르고 있다는 증거니까.”
“기운이 완전히 차면 어떤 느낌이 들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 거야. 그럼 비로소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성장통을 겪은 지 2주가 다 되어 가는데…….”
“개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그래, 알았어. 고마워, 승연아.”
“고맙긴. 그만 가볼게. 앞으로도 계속 명상수련을 해. 능력자에게는 집중력이 중요하니까.”
“벌써 가려고? 식사라도 하지?”
“아냐. 오늘은 할 일이 좀 있어.”
“아, 그래. 그럼 잘가.”
차승연이 나가자 잠시 후 어머니가 들어왔다.
“승연이가 오늘은 그냥 가네?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려고 했더니.”
“일이 있나 봐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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