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냥 호텔에 놀러 왔다고 생각하세요
11. 그냥 호텔에 놀러 왔다고 생각하세요
강영훈의 어머니가 입원한 지 1시간가량이 지났다.
갑자기 병실의 문이 열리더니 의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선두에 있는 사람은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이었고 그를 따라온 사람들은 모두 젊었다.
강영훈은 중년 의사의 가슴에 달린 명패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과 과장 안충식.]
‘내과 과장이라면 이 병원에서 상당히 높을 텐데…….’
차승연이 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차승연이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병원을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우리나라 최고의 암 전문의이신 안 선생님을 뵙게 되어 제가 영광입니다.”
“허허허, 최고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한데, 환자분은…?”
차승연이 강영훈의 어머니를 가리켰다.
“이분이십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충식은 강영훈의 어머니에게 다가가자 어머니가 허리를 깊이 숙였다.
“하이고, 의사 선생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안충식이 어머니의 상태를 잠시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폐암 4기라고 들었는데 상태가 무척 안정적이시네요. 항암치료가 잘 된 모양입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안충식이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젊은 의사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더니 차승연에게 말했다.
“일단 오늘은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게 하시고 본격적인 검사는 내일 아침부터 하겠습니다. 그리고 검사가 끝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획대로 수술에 들어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그럼!”
안충식이 레지던트들을 이끌고 방을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나자 강영훈과 어머니, 그리고 강영인은 서로를 얼싸안았다.
차승연이 흐뭇함과 부러움이 담긴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자 강영인이 그녀를 끌어당겨 함께 껴안았다.
다음 날 아침부터 어머니의 검사가 시작되었고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이틀 후, 예정대로 수술이 시작되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강영훈과 강영인, 그리고 차승연은 수술실 문이 열리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술실에서 나오는 간호사에게 강영훈이 급히 물었다.
“수술은 어떻게…?”
“선생님이 나오시면 말씀드릴 거예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간호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고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나왔다.
“어떻게 됐습니까, 선생님?”
간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영훈과 강영인에게 집도의 안충식이 대답했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폐의 절반을 드러내긴 했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고 가벼운 운동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충식은 자신의 팔을 붙잡고 연신 머리를 숙이는 강영훈의 어깨를 토닥였다.
“지금 회복실로 옮겼으니 두어 시간 후에 나올 겁니다.”
이 말을 끝으로 집도의는 그곳을 떠났다.
“수술이 잘돼서 다행이야. 축하해.”
차승연이 곁에 있다가 축하해주었다.
“고마워, 승연아. 다 네 덕분이야.”
“언니, 고마워요.”
차승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선생님께서 수술을 잘 하신 덕분이지.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세 사람이 병실에 가서 2시간가량을 기다리자 어머니가 침대에 실려서 왔다. 대수술을 받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멀쩡하고 생생한 얼굴이었다.
“어머니, 괜찮아요?”
“엄마! 어때?”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씩 웃었다.
“내가 수술을 받기나 한 건지 모르겠다. 조금 어지러운 것 말고는 아무렇지도 않아. 봐라. 가슴에 흉터 하나 없다.”
어머니가 자신의 옷을 들추려 하자 강영인이 황급히 막았다.
“엄마도 참! 그만둬.”
어머니가 차승연의 손을 잡았다.
“이게 다 승연이 덕분이다. 정말 고맙구나.”
“고맙긴요. 그보다 몸조리 잘 하셔서 어서 퇴원하셔야죠.”
“물론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걸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취 때문에 안 돼요. 이틀 정도 예후를 본 후 별 이상이 없으면 그때 퇴원하셔야 해요.”
“휴! 이 답답한 병실에 이틀이나 더 있어야 한다는 말이구나.”
강영훈이 그때 나섰다.
“그냥 호텔에 쉬러 왔다고 생각하세요.”
“입원비가 엄청나게 비쌀 텐데……. 우리 승연이에게 미안해서 그렇지.”
차승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말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셨잖아요.”
“그, 그래. 미안하다.”
“어서 누워서 쉬세요.”
어머니는 침대에 눕자마자 곧 잠에 빠져들었다.
강영인은 어머니가 무사히 수술을 마친 것을 확인하자 독서실 향했고, 병실에는 강영훈과 차승연만 남았다.
“너도 그만 돌아가. 내가 있으면 돼.”
“아냐. 괜찮아. 어차피 집에 가봐야 할 일도 없어.”
“하지만 넌 예거잖아. 레이드에 나가지 않아도 돼?”
“그날 이후 한 달 정도 휴가를 받았어.”
“그렇구나. 그럼……. 험험. 우리 TV나 보자.”
강영훈은 병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TV를 켜자 뉴스가 나왔다. 그런데 마침 뉴스에서는 괴수를 공격하는 예거 공격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장소는 울창한 숲속이었고,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매끈한 슈트를 착용한 예거들이 코끼리만한 덩치에 멧돼지를 닮은 괴수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강영훈은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고, 차승연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호그야. 덩치를 보니 B+급 정도는 되겠어. 그리고 슈트는…, 이카루스 클랜 소속의 정규 공격대네.”
호그는 멧돼지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괴수를 뜻하는 명칭으로 대한민국에서 출몰하는 일반 육상 괴수들 가운에 가장 흔하다. 그리고 이카루스 클랜은 강철도끼와 더불어 슈퍼3에 속하는 거대 클랜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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