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인타임

더예거The Jager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허성환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5.04.16 15:18
최근연재일 :
2015.06.19 10:26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28,694
추천수 :
4,472
글자수 :
136,889

작성
15.05.15 09:53
조회
4,861
추천
95
글자
6쪽

10. 수술 날짜가 잡혔어

DUMMY

그는 밝은 표정으로 손바닥으로 자신의 명치부근을 문질렀다. 가렵기도 하고 저릿하기도 했다. 마치 작은 벌레가 명치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느낌이었다.


워낙 유별난 예지몽과 성장통을 겪었기에 강영훈은 그동안 자신이 능력자로 각성하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능력자들이 발휘하는 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명치, 즉 중단전에서 어떤 징조를 느끼자 무척 기뻤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차승연이었다.


- 나야.


“아, 승연아! 몸은 좀 어때? 그동안 푹 쉬었어?”


차승연은 강영훈을 간호하느라 닷새 동안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병원에 실려 가고도 남았을 테지만 그녀는 능력자였고, 능력자에게 그 정도의 피로는 하루의 휴식만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었다.


- 그 정도 가지고 뭘. 좀 바빴어. 그보다 어머님은 어떠셔?


“여전하시지. 항암제를 꾸준히 드셔서 괜찮아.”


- 그랬구나. 좋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이라고? 뭐야?”


- 수술날짜가 잡혔어.


“아! 정말이야? 언제야?”


- 나흘 후니까 내일 입원하셔야 해. 내일 아침에 내가 모시러 갈 테니까 함께 움직이자.


“아, 아냐. 수술 받게 해준 것도 고마운데 그런 수고까지는…….”


-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일 아침 9시경에 갈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그, 그래.”


- 그럼 내일 봐.


“승연아!”


- 왜?


“고마워…….”


- 훗! 또 그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천 번이다.


“그래도 정말 고마운걸.”


- 알았어. 알았으니까 내일 봐.


통화를 마치고 난 강영훈은 액정화면에서 차승연이라는 이름이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사실 그녀는 이처럼 노력을 기울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수술비만 던져줬어도 강영훈은 감지덕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병원과 직접 접촉해 집도의와 메디컬 힐러를 구하고 수술일자까지 정하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혼자서 다 처리했다.


아무리 강영훈에게 목숨을 빚졌다지만 강영훈의 입장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빚을 진 것이나 다름없다. 어머니를 살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고마운 사람…….”


강영훈은 차승연의 모습을 떠올리자 뭔가 울컥 하고 올라왔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머니!”


그는 곧바로 문을 박차고 나가 어머니에게 희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




@




강영훈과의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차승연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차승연이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예, 공대장님.”


- 닥터 차, 이제 나올 때가 되지 않았어?


“좀 더 쉬고 싶습니다.”


- 너무 오래 쉬는 거 아냐?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안 그래?


차승연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녀는 당장 욕지거리를 뱉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죄송합니다. 공대장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레이드를 갔다가는 실수를 할 것 같아요.”


- 음! 그럼 곤란하지. 목숨 걸고 하는 일인데……. 그래. 알았어. 어쩔 수 없지. 위에는 내가 잘 이야기 해 놓을 테니까 좀 더 쉬고 나와.


“예, 공대장님.”


전화를 끊은 차승연은 핸드폰을 소파에다가 던져버렸다.


“나쁜 새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고? 그래. 네게 진희의 존재는 그것밖에 되지 않았겠지. 아니, 너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희생양으로 삼고야 말겠지.”


차승연이 어금니를 소리가 나도록 갈아붙였다.


레이드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 박진희의 마지막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박진희는 일선에 서서 괴수를 상대하는 토성의 가드였는데 성격이 다정다감하고 이해심이 깊어 팀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그리고 차승연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가족을 대신하는 소중한 존재였다.


박진희가 마지막으로 상대했던 괴수는 금의 속성을 지녔는데, 대한민국에서 금성의 괴수가 출현하는 일은 꽤 드물었다. 더구나 C급은 역대로 쳐도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희귀한 괴수이다 보니 같은 등급의 다른 괴수에 비해 가치도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클랜에서는 B+나 C-등급의 토성형 괴수로 파악하고 공격대를 보냈다. 등급과 속성 모두에서 정보가 잘못되었던 것이다. 애초에 정보가 정확했더라면 공격대의 구성이나 숫자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대장은 공격을 명령했다. C등급의 금성형 괴수를 사냥한 공대장이라는 명예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반사이익들은 결코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모한 공격의 대가는 컸다. 대원 한 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중상을 입는 큰 피해가 발생했던 것이다. 공대장 본인은 많은 것을 얻었겠지만 팀원들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일 따름이었다.


차승연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다시 생각하기에도 끔찍했고, 슬픔이 밀려와 눈물이 났다. 진정한 가족이라 생각했던 유일한 사람을 잃은 건 세상이 무너진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평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차승연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신 것도, 그러다가 인신매매단에 납치될 뻔한 것도 그 슬픔을 가누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뛰어난 힐러인데다가 완벽에 가까운 미모까지 갖춘 그녀가 이처럼 힘든 삶을 살아온 건 무엇 때문일까.


차승연은 강영훈의 어머니에게 자신이 고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녀가 홀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였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서울 중심가에 있는 큰 아파트 한 채를 사주고 매달 충분한 생활비와 학비를 붙여주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아파트는 감옥처럼 느껴졌고, 전화연락 한 번 없는 아버지가 붙여주는 돈은 정말 받기 싫었다.


다음에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더예거The Jag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25. 네게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게냐? +5 15.06.19 3,639 109 11쪽
45 24.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2 15.06.18 3,791 103 13쪽
44 23. 왜 네 몸에서 빛이 아른거리지? +7 15.06.17 3,373 91 9쪽
43 22. 넌 웃을 때가 제일 예뻐 +4 15.06.16 3,759 86 11쪽
42 21. 나도 예거가 될 수 있다는 건가? +2 15.06.15 4,014 104 11쪽
41 20. 이번에는 기필코 내 주먹맛을 보여주겠어! +4 15.06.12 3,965 85 6쪽
40 20. 이번에는 기필코 내 주먹맛을 보여주겠어! +7 15.06.11 4,313 96 6쪽
39 19. 그 친구에게 아주 대단한 예거가 될 거라고 대답해 줘도 될 게다 +5 15.06.10 4,233 86 6쪽
38 19. 그 친구에게 아주 대단한 예거가 될 거라고 대답해 줘도 될 게다 +6 15.06.09 4,226 91 6쪽
37 19. 그 친구에게 아주 대단한 예거가 될 거라고 대답해 줘도 될 게다 +4 15.06.08 4,371 97 6쪽
36 18. 대단하지만 위험하다고? +3 15.06.05 4,326 98 6쪽
35 18. 대단하지만 위험하다고? +4 15.06.04 4,525 94 6쪽
34 17. 즐기기에도 모자란 인생인데 왜 이렇게들 사니? +2 15.06.03 4,586 101 6쪽
33 16. 내가 괜찮은 일거리 하나 소개해줄까? +5 15.06.02 4,655 92 6쪽
32 16. 내가 괜찮은 일거리 하나 소개해줄까? +2 15.06.01 4,548 95 6쪽
31 15. 아마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켰겠지 +2 15.05.29 4,725 94 6쪽
30 15. 아마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켰겠지 +4 15.05.28 4,975 104 6쪽
29 14. 팀장님께 ‘닥터 차’가 왔다고만 전해주세요. +5 15.05.27 4,681 103 6쪽
28 14. 팀장님께 ‘닥터 차’가 왔다고만 전해주세요. +2 15.05.26 4,744 102 6쪽
27 13. 능력자들에게도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5 15.05.23 5,285 101 6쪽
26 13. 능력자들에게도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4 15.05.22 4,897 101 6쪽
25 12. 그럼 나도 글이나 한번 올려 볼까? +2 15.05.21 5,058 91 7쪽
24 12. 그럼 나도 글이나 한번 올려 볼까? +7 15.05.20 4,962 96 6쪽
23 11. 그냥 호텔에 놀러 왔다고 생각하세요 +5 15.05.19 4,963 101 7쪽
22 11. 그냥 호텔에 놀러 왔다고 생각하세요 +4 15.05.18 4,966 95 6쪽
21 10. 수술 날짜가 잡혔어 +3 15.05.16 5,156 94 7쪽
» 10. 수술 날짜가 잡혔어 +2 15.05.15 4,862 95 6쪽
19 9.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 +2 15.05.14 4,997 98 6쪽
18 9.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 +2 15.05.13 5,292 105 6쪽
17 8. 비를 맞지 않고서는 무지개를 볼 수 없다 +2 15.05.12 5,205 89 6쪽
16 8. 비를 맞지 않고서는 무지개를 볼 수 없다 +3 15.05.11 5,203 93 6쪽
15 7. 넌 능력자가 되어도 그냥 언노운이나 해라 +5 15.05.09 5,014 92 6쪽
14 7. 넌 능력자가 되어도 그냥 언노운이나 해라 +3 15.05.08 5,347 99 6쪽
13 7. 넌 능력자가 되어도 그냥 언노운이나 해라 +2 15.05.07 5,103 102 6쪽
12 6.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4 15.05.06 5,108 93 6쪽
11 6.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2 15.04.30 5,355 92 6쪽
10 5. 사막이 아름다운 건 우물이 있기 때문이야 +2 15.04.29 5,401 95 6쪽
9 5. 사막이 아름다운 건 우물이 있기 때문이야 +4 15.04.27 5,244 107 6쪽
8 4. 이게 예지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3 15.04.23 5,369 87 6쪽
7 4. 이게 예지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3 15.04.22 5,445 83 6쪽
6 3. 두려워 말고 싸워요. 내가 뒤에 있으니까 +8 15.04.21 5,588 83 6쪽
5 3. 두려워 말고 싸워요. 내가 뒤에 있으니까 +3 15.04.20 5,697 97 6쪽
4 2. 당신도 능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6 15.04.19 6,126 98 6쪽
3 2. 당신도 능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4 15.04.18 6,381 108 6쪽
2 1. 능력자는 인류의 빛이요 구원자다. +3 15.04.17 6,903 119 6쪽
1 1. 능력자는 인류의 빛이요 구원자다. +6 15.04.16 8,319 127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