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능력자들에게도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13. 능력자들에게도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 성장통 막 끝낸 초보입니다. 언노운이 될 것 같은데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선배님들의 조언을 바랍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댓글들이 우수수 달리기 시작하는 것을 본 강영훈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기뻤다. 하지만 댓글들을 읽어보는 순간 그의 안색은 대번에 구겨졌다.
댓글 1 여긴 예거 전용 게시판이에요. 어디서 언노운이 기어 들어와서 글을 올려요?
‘기, 기어 들어와? 이 자식이 정말…….’
댓글 2 썩 꺼져! 잡캐 따위가 어디다 글을 올려?
댓글 3 가이버는 이게 문제라니까. 예거 게시판에 개나 소나 다 들어오게 만들어 놨으니…….
‘개, 개나 소나? 거기다가 나보고 잡캐라고? 나쁜 놈들!’
잡캐는 이것저것 스탯이나 스킬을 섞어서 찍은 캐릭터를 뜻하는 게임 용어다. 한 마디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캐릭터인데, 예거들이 언노운을 부르는 냉소 섞인 명칭이 바로 ‘잡캐’였다.
댓글 4 게시판 제목 안 읽었냐? 예거 전용이라고 쓰여 있잖아! 눈깔에 뭐 박았냐?
댓글 5 잡캐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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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은 게시판의 제목을 보고 아차 싶었다. ‘예거전용’이라는 문패가 떡하니 붙어 있었던 것이다.
‘내 참 더러워서 나간다. 잘 먹고 잘 살아라.’
딸칵! 딸칵!
마우스를 움직여 게시판을 빠져나간 강영훈이 포털을 훑어보았다.
‘아! 여기 있군.’
강영훈은 ‘언노운 전용’이라는 문패가 붙은 게시판으로 들어갔다.
강산건설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합니다.
응시자격 : 협회에 등록한 능력자에 한함. 학력, 나이 불문.
모집부문 : 영업관리. 서비스.
(주)스마트 경호에서 경호원을 모집합니다.
응시자격 : 협회에 등록한 능력자. 학력 불문. 30세 이하.
- 무술단증 소지자 우대.
ESP 올리는 방법 있나요? 얼마 전에 각성했는데 수치가 겨우 325예요. ㅠㅠ
댓글 1 저희 홍삼나라에서 판매중인 홍삼진액을 꾸준히 드시면 6개월 안에 ESP 30% 상승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제품정보는 http://www.hongsamnara.co.kr에 있습니다.
댓글 2 능력자협회에서 인증한 대한능력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수련을 받아보세요. 제가 얼마 전에 수료했는데 ESP가 335에서 380으로 껑충 뛰었어요. 어떤 사람은 예거가 되기도 했대요. 대한능력개발원 전화번호는…….
댓글 3 고려제약에서 절찬리에 시판중인 고려환을 권해드립니다. 고려환은 36가지 한약 추출물로 만들었으며, ESP 상승에 큰 효과가 있다고 증명…….
댓글 4 냉수마시고 정신 차리삼. ESP는 한 번 정해지면 거의 고정임. 약 먹거나 수련해서 올랐다는 사람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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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능력자인력원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합니다.
모집부문 : 서비스. 건설. 제조. 영업. 경호 외(外).
응시자격 : 능력자에 한함. 국적, 나이, 학력 불문.
※고액연봉 보장.
강영훈은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많은 구인공고가 있었지만 모집부문이 하나 같이 수상했던 것이다.
‘건설회사에서 왜 영업관리와 서비스부분을 채용해? 그리고 인력원은 또 뭐지? 국적, 나이, 학력까지 불문이라니. 능력자이기만 하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무조건 뽑겠다는 건가?’
쓴 입맛을 다시며 게시판을 살펴보던 강영훈은 특이한 구인공고를 발견했다.
㈜국제자원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합니다.
모집부문 : 레이드 지원 및 괴수 사체처리.
응시자격 : 능력자에 한함.
※초봉 800만/月 보장.
‘이게 바로 괴수 사체처리업체구나. 그런데 초봉이 800이면 연봉 1억에 가깝잖아. 괜찮네. 나도 언노운이 되면 여기 지원할까?’
고개를 끄덕이던 강영훈은 또다시 특이한 글을 보았다.
레이드 지원대 모집.(연락처 : 010-0000-0000)
‘이건 뭐지? 언노운들도 레이드에 나가나?’
강영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단 한 줄로 쓰인 간단한 구인공고에다가 모집 주체조차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
강영훈은 댓글로 자세한 걸 물어보려 했지만 댓글쓰기가 금지되어 있어서 글을 올렸다.
레이드 지원대가 뭐죠?
잠시 후, 답글이 올라왔다.
-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나 보네요. 레이드 지원대는 스캐빈저를 뜻해요.
‘스캐빈저? 그건 하이에나처럼 썩은 고기를 먹는 청소동물인데…….’
여전히 뜻을 알 수 없던 강영훈이 답글에 다시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댓글이 대화처럼 이어지기 시작했다.
- 스캐빈저는 청소동물을 뜻하는 말이잖아요. 스캐빈저와 레이드 지원대가 무슨 관계죠?
-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구나. 제가 간단히 설명해드리죠. 예거들이 괴수 사냥에 성공하면 괴수 사체 처리업체에서 사체와 코어를 회수해 가잖아요. 그런데 회수한 후에도 작은 사체조각들은 여기저기 많이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회사에서는 큰 조각들은 수거해가지만 작은 건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죠. 그것들까지 끌어 모으려면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드니까요. 스캐빈저들은 그걸 주워 모아서 회사에 다시 파는 거예요. 그게 생각보다 꽤 돈이 되거든요.
- 아! 그렇게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이 있을지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 혹시 님도 스캐빈저 하시려고요?
- 돈 버는 일인데 안 할 이유는 없잖아요.
- 쯧쯧,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말씀! 스캐빈저 굉장히 위험해요.
- 위험…, 하다구요?
- 생각해 보세요. 세상에 그처럼 손쉽게 돈 버는 일이 있으면 언노운들 모두 벼락부자 되어서 잘 살게요? 스캐빈저 일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 않아요. 그건 ‘형님’들이 꽉 잡고 있는 분야니까요.
- 형님이라면…, 아! 그렇군요. 조폭 조직을 말씀하시는 거죠?
- 그래요. 스캐빈저는 조폭들의 중요한 수입원이죠. 함부로 끼어들었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알겠죠?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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