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능력자는 인류의 빛이요 구원자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도시들이 파괴되었다. 우주방사능은 인류에게 능력자라는 선물과 괴수라는 재앙을 함께 선사했던 것이다.
괴수들은 숲과 강은 물론 평야와 사막에서도 출몰했다. 심지어 바다나 땅 속조차 가리지 않았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가 이어졌지만, 괴수가 처음 출몰한지 불과 한 달 만에 세계 인구의 삼분의 일과 절반에 해당하는 영토를 잃었다. 그나마 능력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괴수를 막아내지 않았다면 인류는 회생불능의 타격을 입었을지도 몰랐다.
인류의 피해는 점차 커졌고 희망의 빛이 조금씩 사그라질 무렵, 독일의 뮌헨 대학교 괴수연구팀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능력자와 마찬가지로 괴수에게도 다섯 가지 특성이 존재하며, 상극의 특성을 이용하면 괴수를 잡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수(水)는 화(火), 화(火)는 금(金), 금(金)은 목(木), 목(木)은 토(土), 마지막으로 토(土)는 수(水)를 이긴다는 논리였는데, 이건 동양의 오행원리(五行原理)와 일치했다.
능력자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힘만 믿고 무작정 괴수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조직화되었고 괴수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략, 전술로 대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괴수들은 상극의 특성을 지닌 능력자들의 조직적인 대응에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가 군대까지 공조를 하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강력한 괴수들도 하나 둘씩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인류는 새로운 희망의 태양을 보게 되었다.
인류의 터전을 차지하고 있던 괴수들을 몰아내고 살아남은 인간들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숲과 강, 그리고 토지를 수복했다. 파괴되었던 도시는 점차 복구되었고 인류는 빠른 속도로 안정된 삶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괴수를 완전히 멸종시키지는 못했다. 아무리 제거해도 괴수는 끊임없이 나타났고, 세상 곳곳에는 강대한 힘을 품은 특별한 괴수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영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괴수를 상대로 한 인류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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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괴수의 시대다.
신화나 판타지소설에 등장했던 온갖 형태의 무시무시한 괴수들이 도시를 파괴하고 인간들을 짓밟는다.
실감이 나는가?
그렇지 않다면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밀림 속에 무방비로 내던져진 자신을 생각해보라. 미쳐버릴 만큼 두렵고 끔찍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지금은 좀 낫다.
능력자들 덕분에 괴수에게 대항할 방법이라도 찾았으니 말이다. 만약 괴수가 맹위를 떨치던 암흑기가 조금만 더 길었다면 괴수에게 죽는 인간들보다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자들이 더욱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결국 멸종의 길로 들어서고야 말았으리라.
능력자는 인류에게 빛이요 구원자가 되었다.
일부 종교지도자들이 그들을 사탄으로 규정하고 말세론을 펴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능력자야 말로 신이 인류에게 내려준 기적이나 다름없다고 여겼고, 능력자를 신처럼 떠받드는 자들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능력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아무리 뛰어난 능력자라도 괴수 사냥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작은 실수 하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능력자도 인간인데 그런 위험을 무릎서고 괴수를 사냥하려 하겠는가. 인류의 빛이자 구원자가 되는 것도 살아 있을 때나 가능하다. 똥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던 암흑기와는 달리 세상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이상, 괴수 사냥에 목숨을 걸었던 능력자들이 안전한 삶을 찾아 전선을 이탈하기 시작한 건 필연적이었다.
다수의 능력자들이 이탈하자 인류와 괴수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먼저 나서서 괴수를 제거하기보다는 인류의 터전을 위협하는 괴수만 제거하고 방어하는 수성전(守城戰)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여전히 괴수가 차지한 영역은 꽤 넓었지만 암흑기에 비하면 감지덕지할 일이다.
그런데 특별한 계기가 능력자들을 다시 괴수 사냥으로 끌어들였다. 그건 바로 괴수의 사체와 코어, 엄밀히 말하자면 돈과 명예다.
괴수의 사체 자체도 큰 가치가 있었지만 놈들의 몸속에는 힘의 원천으로 짐작되는 결정석, 즉 코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코어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그 가치는 산업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정도였는데, 종류나 등급에 따라 수억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했다.
괴수 사냥 한 번으로 평생 만져보기 힘든 거금을 거머쥘 기회가 있다면 이를 마다할 능력자가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괴수 사냥의 과정은 언론매체에 의해 카메라로 촬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동영상들이 각종 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가자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특히 출중한 능력자들이 괴수를 사냥하는 모습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그들은 대중의 우상이 되었다. 이 때문에 카메라는 괴수 사냥꾼들의 필수품이 되었고, 여기서 촬영된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기록적인 조회수를 올렸다.
10대의 소년, 소녀들이 열광하던 아이돌의 시대는 저물고, 괴수 사냥꾼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의사나 변호사처럼 ‘사(士)’자가 달렸거나, 좋은 대학을 나와 일류 기업에 취직한 직장인들이 촉망받는 시대 또한 지났다. 이젠 능력자들, 특히 괴수를 사냥하는 전문 사냥꾼 예거(Jager)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예거들에 의해 사냥된 괴수의 사체와 코어를 연구한 결과는 과학기술과 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새로운 소재(素材)들을 탄생시켰고,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 에너지원이 확보되었다. 코어를 이용해 만들어진 특별한 비료는 농작물 생산량을 극대화시켰고 의학적 난제들이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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