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넌 능력자가 되어도 그냥 언노운이나 해라
“저에 대해 알아보다니요? 그건…….”
“맞아요. 인권침해에 해당되겠죠. 하지만 이해해 주세요. 제가 그런 일을 한 번 당하고 나니 저를 보호하기 위해 그랬나 봐요. 인신매매조직의 수법이 워낙 치밀해져서 말이에요.”
“예……. 한데, 승연 씨가 속한 클랜은 어딥니까?”
“저는 강철도끼에 속해 있어요.”
“가, 강철도끼!”
강영훈이 깜작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클랜은 예거들로 이루어진 사설 공격대를 뜻하는데, 열 명 내외의 소규모 단위부터 천 명이 넘는 대규모 조직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 클랜들 중 천 명이 넘는 대규모 조직은 대한민국에 세 개가 있어 슈퍼3(Super 3)라 불린다. 그리고 슈퍼3가 발생시키는 경제적 파급력은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과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강영훈이 놀란 건 차승연이 속한 ‘강철도끼’라는 클랜이 바로 슈퍼3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강철도끼라면 내 가족의 신상에 대해 알아내는 건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들의 힘은 정부까지 휘두를 정도니까. 하지만 좋은 기분은 아니군.’
차승연이 강영훈의 표정을 보더니 다시 사과했다.
“클랜을 대신해 제가 사과드리겠어요.”
“아닙니다. 승연 씨 같은 힐러라면 강철도끼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인재가 아닙니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마워요.”
“그럼…, 저에 대해서도 잘 아시겠네요?”
“제가 영훈 씨에 대해 알게 된 건 한 가지예요.”
“…?”
차승연이 미소를 지었다.
“영훈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강영훈은 이 한마디를 듣자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을 느꼈다. 강철도끼라는 클랜에 가졌던 불만과 서운함이 봄날 눈 녹듯 사라진 것이다.
강영훈도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연 씨도 좋은 분이세요.”
두 사람은 한동안 시선을 마주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강영훈의 입가에 있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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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강영훈의 마음은 가볍기만 했다. 차승연이 자신과 동갑이고, 앞으로는 친구처럼 지내기로 한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강영훈이 진심으로 기뻐한 건 어머니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든 사례를 하려고 했는데, 마침 어머님께서 많이 편찮으시더라. 내가 어머님을 치료해드리는 것으로 사례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강영훈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당연히 괜찮지. 괜찮고말고! 후후후!’
그는 당장이라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었다. 어머니의 병만 치료하면 가족들의 삶이 원래의 궤도에 오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자신이 능력자가 되면 고시공부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변호사가 되지 않더라도 가족들을 부양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터였다.
- 나중에 각성한 후, 예거가 될 정도의 능력치가 나오면 우리 클랜에 들어올 수 있도록 내가 힘써 볼께.
이것 또한 좋은 일이다. 강철도끼 같은 클랜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맥 없이는 들어가지 못한다. 대우도 좋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인 레이드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거들의 각광을 받는 클랜이 아닌가.
“풉! 푸하하하하!”
강영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그의 곁에 서 있던 승객들이 슬금슬금 옆으로 멀어졌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강영훈이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어머니!”
안방에서 어머니가 머리를 내밀었다.
“아니, 왜 벌써 와?”
“어머니이이이! 이제 정말 됐어요! 됐다구요!”
“됐다고? 그, 그럼 정말 그 힐러가…?”
“그럼요! 책임지고 어머니를 치료해 주겠대요. 하하하!”
어머니가 ‘아!’ 하는 신음성을 흘리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 어머니!”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소매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강영훈은 평소 괄괄하고 강인한 모습만 보여준 어머니가 자신의 코앞에서 눈물을 흘리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말씀은 않으셨지만 마음의 짐이 그렇게도 커셨구나…….’
강영훈이 쪼그려 앉아 어머니의 등을 감쌌다.
“어머니…….”
“영훈아. 내, 내가 정말 살 수 있는 거냐?”
“그럼요. 항암치료부터 수술까지 모두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아! 정말 믿기지 않는구나. 그럼…….”
어머니가 눈물을 깨끗이 닦고는 강영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제 솔직히 대답해 봐라. 그 힐러가 왜 네게 그렇게 큰 호의를 베푸는 거지?”
“그, 그건…….”
“이 어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볼 꼴, 못 볼 꼴 다 봤는데 한 가지 원칙만은 죽었다 깨어나도 변하지 않더라.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사실 말이다.”
강영훈은 어머니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사흘 전 한강변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는 그날 한강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어머니에게 말했다. 물론 굉장히 위험했던 순간은 부드럽게 순화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저를 도와주게 된 거예요.”
아들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묵묵히 듣고 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강영훈의 소매를 걷고 상의를 들췄다.
“왜 이러시는 거예요?”
“가만 있어봐라.”
어머니가 아들의 팔과 몸을 이리저리 살피고 더듬어보더니 손을 거두어들였다.
“정말 다치지는 않았구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칼에 베였는데도 눈 깜짝할 사이에 아물어버렸다고.”
“그만! 더 이상 말하지 마라. 가슴 떨려서 못 듣겠다.”
“아, 예. 죄송해요.”
“휴우! 하늘이 아직 우리 가족을 버리지는 않았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건강은 본인의 책임이지만 생사는 하늘의 뜻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어머니는 오래오래 사실 운명이에요.”
어머니가 흐뭇한 표정으로 강영훈의 엉덩이를 두드려주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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