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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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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16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48
조회
258
추천
6
글자
9쪽

1장 2화 독 - 8

DUMMY

그 일이 있은 후 이틀이 지났다.

147쪽에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차라리 임무라도 하고 있으면 이렇게라도 머리가 복잡하진 않았을 텐데.


무엇인가 마음속에서 꽉 막힌 듯 답답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아침이 되자 나는 기계적으로 내려가서 아침식사를 했다. 닭 육수로 만든 스프와 바게트를 먹은 난 우물가에 가서 대충 얼굴을 씻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지난 이틀과의 생활 패턴과 비슷했다.

앞으로도 임무가 없으면 계속 이런 패턴으로 생활을 하겠지.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건 얼굴이 팔리기 때문에 그다지 좋지 못했다.


147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반복했다.

가만히만 있으니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 것 같았다.


그런 내 생각들은 한 시간 뒤에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똑똑.

내 여관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소파에 잠시 기대어 졸고 있던 나는 방문 쪽으로 다가섰다.


“누굽니까?”

나는 물었다.


“저에요.”

목소리가 들렸다.

147이었다.


저 여자가 여길 왜 찾아왔지?

내 얼굴을 본 것이 틀림없었다.

맞아, 틀림없어.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안에 없어요?”


“잠깐만 기다리시오.”

나는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머리를 좌우로 돌리면서 긴장을 풀어보려고 애썼다.


조금은 나아진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


그래, 난 잠깐 마실 나간거야, 마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문 바로 앞에는 147이 있었다.

의외로 그녀는 위장용이라던 수녀복 차림이 아니라 낡은 갈색 로브에 등에는 검은색 활을 메고 있었다.


“여까진 웬일이오?”


“잠깐 시간 좀 내 주세요.”

나는 잠시 147을 쳐다봤다.

등에 활은 대체 왜 맨 걸까?

여차하면 화살을 가지고 날 쏘려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러면 애초에 이렇게 안하지, 멍청아.


“무슨 시간 말이오?”

나는 시치미를 뚝 땐 채 그녀에게 물었다.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요.”


“음……. 일단 들어오시오.”

잠시 머뭇거린 나는 그녀를 내 방으로 들여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그녀를 들여보내지 않으면 그녀는 더욱 나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147은 내 방에 창문과 마주보고 있는 소파에 걸터앉았고 나는 침대에 대충 앉았다.


“그래,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가 뭐요? 공적인 이야기요, 사적인 이야기요?”


“공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이기도 해요.”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무표정이었다.

감정을 일부로 참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간밤에 있던 일이 들통 나서 나에게 화가 나있는 상태 일지도 몰랐다.


“나랑 사적인 이야기 할게 있던가?”


“있죠, 그럼요.”


“말해보시오.”


“어제 밤에 제 뒤를 밟았죠?”

그녀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바로 핵심을 찔렀다.

당황한 나머지 얼어붙어 입을 열수가 없었다. 순간이었지만 분명 티가 났으리라.


“그게 무슨 말이오?”

일단은 부정했다.


“모르는 척 하지 마세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깐.”


“하, 어이가 없군. 내가 당신이 어제 저녁에 뭐했는지 뭐 하러 알아내오? 증거는 있소?”

147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바라면서 배짱을 부렸다.


“……증거는 이미 있어요.”

147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나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그 증거를 보여주었다.


“이거요.”

그건 한 장의 문서였다.

나는 무심코 147에게 그 종이 쪼가리 하나를 받아 들었다.


[36 행적 추적.

성당 집회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집회를 참여하더니 그 집회가 끝나자 성당 근처에 자신의 모습을 숨겼다. 그리고는 성당을 계속 지켜보다가 성당에 147이 등장하자 조용히 그녀의 뒤를 쫓았다.



147 행적 추적.

그녀는 자신이 묵고 있는 여관방을 나섰다. 로브를 쓰고 나타난 그녀는 곧장 성당으로 향했다. 그녀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더니 성당의 문을 두드려 신부와 무언가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파악 중.) 그리고는 성당의 북쪽 방향의 길을 따라 갔다. 그녀는 서북쪽 모퉁이에 있는 폐가로 향했는데 거기서 어떤 이와 만나는 것 같았다.



36 행적 추적.

그는 147의 뒤를 계속 밟다가 그녀가 폐가로 들어서자 몰래 창문을 통해 진입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 그는 창문을 황급하게 열며 그 저택으로부터 도망쳤다.]


“이……이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문서엔 147과 내 행적을 동시에 적혀 있었다. 누가 이 문서를 만든 거지?


“이게 대체 뭐요?”

목소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뭐긴 뭐에요, 당신과 내 행적을 기록해 놓은 거죠.”


“누가……. 누가 한 거요?”


“그걸 쓴 인간은 당신처럼 능숙하지 못하더군요. 절 감시하던 놈을 붙잡아서 얻어낸 거예요. 누가 그랬을 것 같아요? 남을 은밀하게 감시하고 관찰하고 거기서 정보를 얻어내고……. 제가 아는 세력 중에 이런 행동을 하는 단체는 딱 한 군데 밖에 없더군요.”


“가문…….”

하지만 가문이 왜?


“가문이 왜 우리를 감시했는지는 알 수가 없어요. 혹시, 가문에서 날 잘 지켜보라고 하지 않았어요? 난 그랬거든요. 가문에서 그 던리 다이어 라는 사람이 와서 36, 당신을 잘 지켜보라고 하더군요. 저번 임무 수행 도중에 의아스러운 상황이 있었다고 말하면서요. 처음에는 당신이 의심했죠. 되지도 않는 수녀복을 입고 기도한 것도 당신에게 저를 숨기기 위해서 그랬거든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맞소. 나도 그 던리 다이어라는 자가 와서 147, 당신을 잘 감시하라고 했소.”

가문이 왜 그런 건지 는 알 수 없지만, 나를 믿지 못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화가 났다.

내가 10년간 가문을 위해 일한 보상이 바로 이건가?

감시 하는 거?


“가문이 우리를 이간질 시켰군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왜…….”


“그건 나도 몰라요. 차차 알아봐야 겠죠. 하지만, 그 전에.”

147은 등에 메고 있던 활을 자신의 앞으로 옮겼다.


“하나 확실히 해 두자고요.”


“뭘 말이오?”


“날 믿어주세요. 그러면 나도 당신을 믿을게요.”

그러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검은색 활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우리 아버지 유품이에요.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만 이라도 가지고 계세요.”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요?”


“믿음의 보증이라고 해 두죠.”

나는 그녀의 말에 손에 쥐어진 활을 쳐다봤다. 활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이었고 손잡이 부분에 사자 모양이 음각되어 있었다. 이런 활을 옛날에 소문으로 한번 들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았다.


어디서 들었더라?

나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아, 맞아!

생각이 났다.

이 활은 유명한 활이었다. 이름이 ‘사자활’이었던가?


활이 왜 유명한지 생각해보자 나는 순간 소름이 온몸에 쫙 돋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147을 쳐다봤다. 그녀는 그냥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그저 활 하나만 보증으로 내민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정체를 말한 것이다. 그녀 입장에선 반드시 숨겨야 하고, 들키지 말아야 할 정체를 내게 말한 것이다.


“어둠을 꿰뚫는 화살…….”

나는 무언가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그건 한 사람에 대한 경의를 담은 일종의 칭호였다.

백발백중의 사나이, 트윈의 4대 무구 중 일인이라는 사람에게 주어졌던 칭호였다.


그가 활을 어찌나 잘 쏘던지 짙은 어둠에서도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둠을 꿰뚫는 화살이라는 이름은 그래서 나왔으리라.


그의 이름은 프로스트. 마법전쟁에서 참전한 용병이었는데, 뛰어난 활약으로 인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작위까지 받았었다.


다만 문제는 그가 몰락했다는 점이었다.


마법전쟁 말기 ‘서클’이라는 단체가 벌인 함정 공격에 그가 가담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자 그는 순식간에 나라의 영웅에서 반역자로 그 위치가 바뀌었다.


작위는 박탈되었고 가족 모두가 체포되었으며 프로스트 자신은 사형을 받아 교수대에서 목이 매달렸다.


체포된 가족들은 아이스홀딩 산맥 너머로 추방 되었다는 게 그에 관한 마지막 정보였다.


그런데…….


147은 자신이 그 프로스트의 자손이라고 내게 주장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은 반역자의 후손이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순간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당신.......내가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라도 한다면 어쩔 셈이요?”


“그만큼 저는 당신을 믿는다는 거죠. 난 이제 당신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순간 난 죽어요.”


1장 2화 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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