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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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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81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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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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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장 6화 동굴 - 2

DUMMY

어색한 공기가 어두컴컴한 동굴을 맴돈 상태로 시간은 계속 지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단단해 보이는 철문이 열렸다.

녹슬었는지 철문이 열리면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음 사이로, 작은 그릇 하나가 들어왔다.


손바닥만 한 그릇에는 밀가루 반죽을 그대로 구운 듯 한 넓적한 빵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드세요.”

147은 빵을 손으로 뚝 떼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고맙소.”


“빵이 오는 건 하루에 한번 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깐 아껴 드세요. 여긴 물도 없으니깐.”


“물이 없다고?”


“그래요. 저기 물 떨어지는 소리 들리시죠? 이 동굴에 유일한 물은 저거 하나뿐이에요.”

갇힌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물을 안 주는 곳은 처음이었다.

차라리 먹을 걸 주지 않으면 않았지 대부분 물은 줬었다. 사람이 하루 이틀 굶어도 죽진 않지만 물이 없으면 살아가질 못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147이 가리킨 곳을 쳐다보았다.


동굴에 매달린 석주가 종유석을 향해서 한 방울 두 방울씩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바로 저 물방울이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물이었다.


빵 쪼가리는 작았다. 손바닥 정도 밖에 안 되는 크기였다.

이거와 동굴 석주에서 떨어지는 물로 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147과 도널드의 빵 조각 덩어리도 크기가 비슷했다. 147이 공평하게 빵을 비슷한 크기로 나눈 것이다.


묵묵히 빵을 씹었다. 사실 빵이라기보다는 벽돌에 가까워서 먹으면 먹을수록 목이 말랐다.


밀가루 반죽을 여러 번 구우면 차돌 같이 단단해 지는데 그렇게 하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그 방식을 이용해 구운 빵 같았다. 그렇게 생각할 만큼 빵은 단단했다.


“으…….”

빵을 먹다가 뭔가 물컹한 게 씹혀서 빵을 뱉어냈다. 벌레 같이 보이는 게 내 이에 잘려서 남은 반 토막이 빵에 끼어있었다. 벌레를 먹은 것이다. 보관을 얼마나 형편없이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벌레도 먹어야 할 겁니다.”

도널드가 날 지켜보고 있었는지 한마디 툭 내뱉었다.


“.....”


“다시 알려드리지만 그 빵이 하루의 유일한 식량입니다.”

그는 계속 나에게 존댓말을 했지만 나를 배려한다는 모양새 보다는 나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었다.

어찌되었건 그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는 뱉어낸 빵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었다.


동굴 바닥에 깔린 자잘한 모래들이 빵 조각에 붙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고민할 필요 없이 빵 조각을 입에 넣었다.

빵과 함께 껄끄러운 모래가 내 입에서 돌아다녔다. 나는 모래를 으적으적 씹으면서 생각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


언제 또 이 빵이 소중하게 생각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동굴에 창문 같은 것은 없었으니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도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시각을 알 수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시간 개념이 점점 사라져 갔다.


도널드에게 몇 번 말을 걸어보았으나 그는 완강하게 나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내가 그에게 한 짓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바로 얼마 전 나는 그를 심문했었다.

대놓고 고문을 하진 않았지만 협박에 폭행까지 썼다. 그에게서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저 철문이 활짝 열리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147밖에 없었다.

그녀만이 내 말을 들어주었다.


그렇지만 사실 이렇게 갇혀있는데 이야기 나눌 거리도 별로 없었다. 그저 몇 마디 나누고 서로 자기 자리로 돌아갈 뿐이었다.


철문은 우리를 서로 모아 놓았지만 모순적이게 우리 사이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역할도 했다. 우리를 가두고 있다는 압박감이 뭘 해보려는 의지 자체를 꺾어버리는 듯 했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이곳이 대체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헤이즈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고 짐작만 할 뿐 아는 것이 없었다.


예상을 벗어나서 이곳이 발리우드 숲일 수도 있고, 블랙스톤 성채 인근일수도 있고, 드래곤 필드의 한적한 곳일 수도 있었다. 이렇게 시야를 다 차단해 놓으니 추측만 늘어놓을 뿐 정확한 정보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갇혀 본 적이 처음인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갑갑한 곳에 갇혀 있는 건 처음이었다.


창문도 없었고 빛도 없는 곳. 둘 중 하나가 없는 곳은 몇 번 겪어봤지만 이렇게 두 가지 다 없는 곳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만히 누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동굴은 자리가 충분했다.


어떻게 하면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틈은 바로 빵을 받을 때 철문이 열리는 시간이었다. 철문은 딱 그릇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만 열렸고 그 시간 외에는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문이 살짝 열릴 때 완력으로 밀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내 생각을 147과 도널드에게 말을 해보았다.

그들은 이미 그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셋이 하면 다르지 않을까?”


“아니에요. 힘도 문제지만 문 자체가 밀어서 열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어요. 이곳에서 철문을 열려면 오로지 당겨서 여는 수밖에 없어요……. 이런 말 밖에 못해서 미안해요, 36.”


“당신이 미안할 필요는 없소. 임무가 꼬여버린 셈이니깐. 세드릭 은 우리가 헤이즈에서 어떤 일을 벌이는지…….”

말하다 말고 잠시 도널드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멈췄다.


“아, 전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신경 안 쓸 수가 없는데…….”


“써봤자 뭐합니까? 이곳에 나가서 당신네들의 그 임무에 관해 누설할 까봐 그런 겁니까?”

그는 냉소적인 말투로 나에게 쏘아붙였다. 할 말이 없어진 나는 36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세드릭은 우리가 헤이즈에서 어떤 일을 벌이는지 다 알고 있었소. 내가 말을 해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밀밭지구에서 날 도와준 사람이 세드릭이었소. 그는 내가 단련된 수련자들에게 둘러 쌓여 난처한 입장이 처했을 때 딱 나타나서 구해주었소.”


“그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요?”

147이 말했다.


“그는 나를 구한 대가를 지불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사람이 아직도 누구인지는 모르겠소.”


“음…….”

내 말에 147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제 생각엔 그건 그냥 핑계 같은데……. 저번에 내가 숀 넬슨에게 말한 거 생각나요? 시치미 떼는 척 하지 말고요, 심각하니까. 아무튼 저는 글랜 가문의 누군가가 자신의 가문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가문에게서 받았어요.”


“그러면 왜 나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소?”


“당신이 저를 의심했듯이 저도 당신을 의심했으니까요. 그 정보를 알려주지 못한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으니…….”

사실 그녀도 나도 서로에게 할 말이 있기도 했고 할 말이 없기도 했다. 그녀는 나에게 정보를 숨겼고 나는 내가 겪은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쌍방과실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했기 때문이 그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가문에서 나온 사람이라던 던리 다이어를 생각했다.


그는 대뜸 날 찾아와서는 147을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다시 사라졌다. 147의 말에 의하면 그는 그녀도 찾아가서 날 의심하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가문에서 나왔다는 사람이 대체 왜 그런 짓을 벌인 걸까?


그의 손에 끼워진 반지는 가문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반지였다. 가문에서 나오는 사람이 맞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가문의 사람 것을 뺏어서 온 것일 수도 있었다.


생각이 짧았다.

짧은 생각 때문에 괜히 147을 의심했고 이 처럼 좋지 못한 결과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후회 해 보았자 늦은 자책은 아무것도 고쳐주질 못했다.


“그 공격을 준비한 사람이라는 게 세드릭이라는 것을 몰랐 던 게 크네요. 그가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다 보고 있었다면 자신의 의도를 숨기는 것도 쉬웠겠죠.”


“어떻게 우리 움직임을 다 파악하고 있었을까?”


“……여긴 그의 안마당이에요, 36. 그는 가문에서 사람을 보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물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준비를 다 해놓고 우리를 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거 같소. 그렇지 않다면 우리를 그렇게 단박에 감시할 수는 없었을 거야.”

무언가 조각들이 맞춰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모호했던 것들이 세드릭이라는 사내를 중심으로 서서히 모여들고 있었지만 아직 결정적인 조각 하나가 비어있었다.


세드릭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내 생각엔 아무런 이유가 없이 자기 가족을 공격하는 미친놈은 없었다. 가족이 아닌가? 패륜적인 짓을 벌일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필히 그런 행동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우리가 한창 이야기를 나눌 그때였다.

철문이 괴성을 지르면서 열리기 시작했다.


철문이 열리자 어두웠던 동굴에 빛이 화살처럼 쏘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밝았다. 너무 밝아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으…….”

나는 팔을 들어 빛을 가리고 문이 열린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 세 명의 실루엣이 보였는데, 두 명은 갑옷을 입고 있는 병사들로 보였고 한명은 가죽옷에 멋진 검을 차고 있는 풍채 좋은 남성이었다.


풍채 좋은 남자가 누구인지 나는 대번에 알아보았다.

세드릭이었다.


“데리고 나와.”


“예.”

그가 위압적인 태도로 명령하자 그 옆에 있던 경비병 둘이 움직였다.


경비병들은 곧장 나에게로 다가와 나를 끌어올렸다. 하루 종일 먹은 것이라고는 빵 한 조각 밖에 없었던 나는 힘없이 그들의 손길에 끌려나올 수밖에 없었다.


밖은 그대로 동굴이었다. 눈이 부신 이유는 이곳에 횃불이 이곳저곳 걸려있어서 밝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동굴 안에 동굴에 갇혀있었던 셈이다.


철문 바깥으로 끌려나온 나는 밖에서 감옥에 전체적인 구조를 확인 했다. 왜 147과 도널드가 철문을 밀어서 열수 없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문과 동굴 벽의 경계선에 쇠로 만든 문틀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란 시건장치를 제외 하고라도 그 문틀에 걸려서 문은 밀어서 열릴 수가 없었다.


세드릭은 내 머리채를 잡고 자신과 강제로 눈을 마주치게 했다. 그의 눈은 만족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음…….나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겠지?”

그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심문 실로 놈을 끌고 가라.”


“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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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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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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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29 2 7쪽
» 1장 6화 동굴 - 2 15.03.17 32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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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장 5화 가문의 일원 - 3 15.03.17 29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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