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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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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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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1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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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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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1장 5화 가문의 일원 - 2

DUMMY

사람을 죽이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가는 길이 너무나 멀었다.

마일스톤은 골든필드의 가장 끝에 있는 도시.

골든필드를 완전히 가로질러 가야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잘못을 지어서 쫓기고 있다면, 숨기에는 가장 적당한 곳이기도 했다. 위치상 발리우드 숲이나 그레이 랜드로 넘어가기도 수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세드릭은 말을 타고 길을 향해 달렸다.

길은 두 가지가 있었다.


오크홀을 거쳐 발리우드 숲을 진입한 다음 곧장 마일스톤으로 향하는 경로와 조금 돌아가게 되더라도 펠우드를 경유해서 가는 길이 있었다.


발리우드 숲으로 가는 길이 더 빠르긴 했지만 그곳은 위험한 경로였다.


발리우드 숲이란 곳은 혼자서 함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워낙에 숲이 크고 길이 복잡해서 잘못하면 길을 잃고 빙빙 숲속을 헤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간간히 출몰한다는 몬스터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세드릭은 하는 수 없이 펠우드로 돌아가는 경로를 택했다.


말을 타고 나흘을 이동한 세드릭이 펠우드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지쳐있는 상태였다. 조용한 여관방을 잡고 그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때마침 해가 완전히 떨어진 밤이었다.


피로에 찌는 눈을 억지로 들어 자신의 발아래에 있는 펠우드를 쳐다봤다.


펠우드는 다른 대부분의 골든필드 도시와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규모의 소도시였다. 밤이 되어서 불을 밝혔는지 조그마한 불빛 몇 개가 모여 반짝 거렸다. 이 고개만 넘어가면 조금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올 것이란 생각에 세드릭은 말을 재촉했다.


말도 지쳐버린 모양인지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발로 때려도 말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걸어 다녔다. 그 모습을 본 세드릭은 말을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이윽고 고개를 완전히 내려오고 펠우드의 성벽에 도착했다.

헤이즈 처럼 성벽 전용으로 제조된 벽돌로 쌓은 벽이 아니라 주변에 널려있는 돌과 바위 따위로 쌓아올린 벽이었다.


어떻게 보면 돌담과 유사했다. 조금 크긴 했지만.


돌담 벽을 통과할 수 있는 성문에 경비병 두 명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시골이라 해도 한밤중이라 통제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경비병들은 이곳저곳 덧댄 가죽갑옷에 낡아서 색이 바래 진 창을 들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곳은 헤이즈에서 먼 곳이었다.

헤이즈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경비병들의 장비는 더 좋지 않아졌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지니 경비병들에게 지급되는 장구류도 좋지 않아지는 것 같았다.


세드릭은 경계 문에 다가가자 경비병 중 한명이 세드릭을 제지했다.


“잠깐, 정지. 어디서 오신 분입니까?”


“……그냥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여행자입니다.”

헤이즈에서 왔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그냥 둘러대었다. 그러자 경비병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의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흠……. 신분 확인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없습니다만…….”


“그럼 통과 시켜드릴 수 없습니다.”

경비병이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을 통과 시켰다가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어서 경비병들은 대부분 신원이 불확실한 자를 통과시키기 꺼려했다.


이곳 뿐 만이 아니라 다른 도시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세드릭에겐 한 가지 수가 있었다.


“그러지 마시고…….”

은밀히 그의 손에 금화 하나를 쥐어 주었다.

금화 한 개는 큰돈이라 경비병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세드릭은 확신했다.


“흠흠……좋습니다. 도시 내에서 소란 피우지 마십시오.”

역시.


“고맙습니다.”

경비병들은 돈을 받고서야 통과시켜 주었다. 성문을 지나 뒤를 슥 한번 돌아보니 경비병 두 명이 웃어 대고 있었다. 속으로 호구 한 마리 잡았다고 낄낄 대는 모양이었다.


다시 앞을 쳐다봤다.


쇠를 두드리는 대장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그 바로 건너편에 조그마한 여관이 있었다. 식료품 가게와 작은 성당도 보였지만 밤이라 그런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건물들이 전부 조그만 했고 그나마도 별로 없었다. 이 도시를 지배하는 클리어워터 가문이 조그마한 가정집에 산다고 해도 세드릭은 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드릭은 한동안 물끄러미 건물들을 쳐다보다가 자신의 옆에 있는 여관 으로 들어섰다. 2층짜리 여관은 대부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식당과 주점을 겸한 곳이었다.


1층은 사람이 없었고 황량했다.



“어서오세요.”

1층에 있는 점원이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반기면서 맞이했다.


“방 하나만 주쇼.”


“혼자 쓰시나요? 마침 딱 맞는 방 하나가 있습니다.”

점원은 싱긋 웃으면서 세드릭을 위층으로 안내했다.


2층은 좁고 협소했지만 나름 방이 세 개나 되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게 전부 비어있는 듯 보였다.


점원이 자신을 보고 싱글싱글 웃는 이유가 워낙 간만에 들어오는 손님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도시에 왕래하는 사람이 적은 모양이었다.


“이 방입니다.”

점원은 2층 가장 구석에 있는 방을 세드릭에게 열어주었다. 비좁았지만 침대와 옷장 등 갖출 것은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 그래 이런 촌구석에서 이 정도 방이 어디냐. 조그마한 불편사항은 참고 넘길 수 있어야 했다.


“고맙소.”


“헤헤…….”

세드릭이 고맙다는 말을 해도 점원은 웃는 얼굴을 한 채 그를 계속 쳐다보았다.

팁을 달라는 것이었다.

세드릭은 한번 피식 웃으면서 그의 손에 은화 몇 개를 쥐어주었다.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물러나는 점원. 세드릭은 그가 계단을 타고 내려갈 때까지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짐을 내려놓고 차고 있던 검집도 풀어서 짐 옆에 세워 두었다.


오늘은 조금 쉬어도 괜찮으리라.

세드릭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누웠다.








“당신은 날 죽였어요.


내 손아귀에 있던 돌이 터진 순간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알아요?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았어요. 온몸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 버린 터라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지옥에 왔죠. 지옥에 오기 전 내 몸을 볼 수 있을 시간이 있었는데 두개골은 속이 빈 강정처럼 푹 주저 앉아버렸고 팔과 다리는 어디론가 휙 하고 날아갔으며 몸뚱이는 아예 갈기갈기 찢어져서 형체조차 찾기 어렵게 되어있더라고요.


맞아요.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된 거에요. 당신이 나를 전장으로 데리고 가지만 않았더라도, 난 아직까지 살아 있었을 거예요. 당신이랑 결혼도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 않나요? 나는 당신을 사랑했는데, 안타깝게도 당신은 나를 죽여 버렸네요.


돌이켜보니 당신을 좋아한 내가 죄였어요. 서자 출신이든 뭐든 그런 건 상관하지 않고 당신이 너무 좋았어요. 옆에 있으면 힘이 되고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그 판단을 한 내가 잘못했네요. 정말 오판이었어요.


당신은 기댈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힘이 나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자신이 이익 된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자기 정인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죠.


그래요. 내가 죽은 건 사실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당신이 그런 사람인 걸 파악하지 못한 내 잘못이에요. ”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세드릭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났다.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다. 창문사이로 밝아 오는 태양, 전장에서 같이 굴러온 검집, 여행용 자루배낭이 보였다.


“휴……꿈이었구나.”

다시금 꿈에서 앨리스가 나타났다. 꿈에서 그녀가 찾아올 땐 항상 목소리 만이 들렸다.


그녀의 특징인 붉은 머리카락과 높은 코는 이젠 꿈에서 조차 볼 수가 없었다. 꿈에서 조차 등장하지 않으니 그녀의 얼굴이 점점 가물가물해져 갔다.


세월은 그가 기억하고 있던 앨리스의 모습을 점점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흩뜨려 놓았지만, 흐릿해진 그녀의 외형과는 다르게 그녀가 죽었던 기억은 점점 선명하게 머릿속에 각인되는 것 같았다.

“잊자……잊어야 해.”

세드릭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벌써 오년 전 일이지 않은가. 이젠 잊고 새 출발을 해야 했다.

완전히 잊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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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0 15.03.17 16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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