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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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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86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15
조회
138
추천
2
글자
8쪽

1장 6화 동굴 - 11

DUMMY

절벽에 몸을 던진 순간 느낀 건 아찔함이었다.

그 아찔함을 느끼면서도 나는 간절하게 기도했다.

제발…….

제발 난간에 떨어지게 해주세요. 난간에만 떨어진다면 더 이상 라셀님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게요.


나는 떨어지는 와중에 눈을 감으면서 그 생각만 중얼거렸다. 평소에 믿지도 않은 신의 이름까지 욀 정도로 간절했다.


퍽.


“윽.”

나는 등 쪽에서 몰려오는 강력한 통증에 그만 소리를 냈다. 이를 악다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야…….”

허리, 등, 어깻죽지, 종아리, 정강이, 골반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래도 어디하나 부러진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간신히 통증을 가라앉힌 나는 고개를 들어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애썼다.


절벽 아래였다.

자신이 디디고 있는 곳은 돌난간이었고.


결국 성공한 것이다.


“하. 두 번은 못해먹을 짓이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긁다가 널브러진 147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와 같이 떨어졌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황급히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숨은 제대로 쉬고 있었고 어디 다친 곳은 없어보였다.


나는 흔들어서 그녀의 정신을 깨웠다.


“으…으음…….”

그녀는 실눈을 뜨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정신이 좀 드오?”


“여긴…….”


“절벽 아래요.”


“저…절벽 아래……. 절벽 아래라고요?”

게슴츠레 뜨던 눈알이 순간 크게 떠졌다. 깜짝 놀란 것이다.


“그렇소. 놀랐소?”


“세상에…….”


“정확하게 말하면 절벽 중간이라고 해야겠지. 튀어 나온 난간을 보고 뛰어내린 것이오.”

내말에 그녀는 주변을 휘휘 돌아보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오, 라셀이시여……. 우리가 저 높이를 뛰어 내린 거란 말이에요? 당신 정말 제대로 미쳤군요.”

그녀의 말 대로였다. 비록 중간지점이지만 우리가 뛰어내린 높이는 아찔하게 높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 다치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그래도……. 뭐 성공했으니까. 위급한 상황에선 위급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는 법 아니겠소.”


“하이고.”

그녀는 기가 막힌지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건 그렇고, 놈들은 간 거예요?”


“모르오. 이 높이에서는 확인이 되질 않소.”


“앞에 동굴이 있네요.”



“음?”

정말이었다. 난간과 절벽이 연결되는 곳에 과연 동굴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무슨 동굴이지?”

나는 몸을 일으켜서 동굴 안을 살펴봤다. 안타깝게도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빨아들일 것 같은 시커먼 심연이 똬리를 틀고 있을 뿐이었다.


“음…….”


“저기로 가보는게……. 아!”

그녀는 말을 하다가 말고 신음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어디 다치셨소?”


“발목이 좋지 않네요.”


“삐끗한 모양이군.”


“으…….그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서 보려고 했다. 연신 인상을 찡그리는 것을 보아하니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그녀에게 어깨를 빌려주면서 어깨동무로 그녀를 도와주었다.


“고마워요.”


“뭐, 이런 거 가지고.”


“이거 말고요. 여태까지 계속 도움만 줬잖아요. 그에 비해 전 아무것도 못하고…….”


“그런 게 무슨 상관이오.”


“예?”


“내가 비록 동료와 같이 일해본 적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같이 일할 땐 서로 도와가면서 일을 해야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소. 우리는 지금 동료잖소. 동료를 도와주는 게 당연한 일이지 고맙다고 인사를 받거나 체면치레를 따질건 아니오.”

내 말에 그녀는 싱긋 웃었다. 어려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순간 화색이 도는 순간이었다.


웃는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웃으니 얼마나 좋은가?

여태껏 나에게 뚱한 얼굴이나 했지. 다른 얼굴은 보여준 적이 별로 없었다. 웃으니깐 훨씬 보기 좋고 훨씬 인상적이고……. 훨씬 아름다웠다.


“어쨌든 저 동굴로 가봅시다.”

나는 속내를 숨기면서 말했다.





동굴은 넓었다.

두 사람이 지나가고도 충분히 공간이 남아있었다.


동굴 입구 근처에서 잠시 쉬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몸을 덥혀줄 모닥불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불을 피울만한 도구도, 장작도 우리에겐 없었다.


서서히 날이 밝아왔다.


동굴 입구로 바라보는 하늘이 푸른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기나긴 밤이 마침내 끝나가고 있었다.

아, 우리가 그 무저갱을 탈출했구나.

성공했다는 안도감에 바짝 조여져 있던 긴장감이 풀어졌다. 피로와 풀어진 긴장이 겹쳤는지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좀 자두시오.”


“예?”


“세드릭이 여기까지 쫓아오진 않을 거요. 그러니 좀 자서 체력을 보충하시오.”


“말은 좋지만 자기엔 너무 추워요. 자다가 입 돌아갈지도 모르겠는데요.”


“뭐, 입 좀 돌아가면 어떻소. 그 감옥에선 이것보다 더 추웠잖소.”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말없이 웃었다. 굳이 농담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 뒤로 한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말이 없었다.

지친 것이다. 배가 고파 쓰러질 것만 같았다.


“사람일은 참 모르는 거네요.”

그녀가 침묵을 깨면서 말했다.


“뭐가 말이오?”


“요원들 관리하던 제가 이렇게 요원과 같이 현장에서 구를지 누가 알았겠어요.”


“후후. 원래 사람일은 한 치 앞도 모르잖소.”


“맞아요. 내일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사실…….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답니다.”


“무슨 말이오?”


“저는 있잖아요......”

그녀는 말을 하다가 잠시 멈추었다. 나는 되묻지 않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저는……저는 처음에 당신이 싫었어요. 각진 얼굴하며, 이곳저곳 얼굴과 팔에 난 흉터며…….믿음을 줄 수 없는 사람이었죠. 우리 사이를 가문이 이간질한 사건도 있었으니 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나는 그녀의 말에 픽 웃으면서 대꾸했다.


“그래서 지금은 믿을만한 사람이오?”


“예. 사실 믿을 사람이 당신 밖에는 없지만요.”

그녀가 그 말을 한순간,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 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든든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때까지 그런 믿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믿음을 받을 위치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저 가문에서 떨어진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였을 뿐이다. 간간히 협력임무에 나설 때도 같이 일하는 사람은 그저 협력자일 뿐 그 이상의 관계를 맺지 못했다.


그녀의 믿음을 배신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문도 날 버린 지금, 이 왕국에서 아니,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날 믿어주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활은 잘 있나 모르겠군.”


“예?”


“당신이 나에게 맡긴 ‘사자활’ 말이오. 당신 가문의 보물이라고 했잖소. 걱정도 안 되시오?”


“아, 활......”

생각을 하지도 못했던 게 분명했다. 그럴 만 도 하지. 가보고 나발이고 살아남는 게 지상과제인데 생각할 여력이나 있었을까.


“은행에 맡겼다고 했었나요?”


“그렇지.”


“은행이 불타거나 털리거나 그러지 않는 이상 잘 있겠지요.”


“……가보인데 너무 태연한 거 아니오?”


“글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슬며시. 천천히.

그리고는 내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기대었다.


“그 활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피곤한 모양인지 눈을 감고 있었다. 밀어낼까 하다가 생각을 바꿔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가 불편하진 않았냐고?


물론 불편했다.

그렇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녀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것이 좋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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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1장 7화 제의 - 6 15.03.23 222 1 13쪽
51 1장 7화 제의 - 5 15.03.17 336 4 11쪽
50 1장 7화 제의 - 4 15.03.17 121 1 10쪽
49 1장 7화 제의 - 3 15.03.17 310 1 11쪽
48 1장 7화 제의 - 2 15.03.17 288 1 12쪽
47 1장 7화 제의 - 1 15.03.17 402 2 7쪽
46 1장 6화 동굴 - 13 15.03.17 167 2 13쪽
45 1장 6화 동굴 - 12 15.03.17 262 2 14쪽
» 1장 6화 동굴 - 11 15.03.17 139 2 8쪽
43 1장 6화 동굴 - 10 15.03.17 302 2 15쪽
42 1장 6화 동굴 - 9 15.03.17 269 2 8쪽
41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7 2 8쪽
40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5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37 1장 6화 동굴 - 4 15.03.17 221 2 11쪽
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30 2 7쪽
35 1장 6화 동굴 - 2 15.03.17 327 4 11쪽
34 1장 6화 동굴 - 1 15.03.17 177 2 10쪽
33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2 15.03.17 151 1 8쪽
3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1 15.03.17 121 4 10쪽
31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0 15.03.17 169 2 9쪽
30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15.03.17 85 2 10쪽
29 1장 5화 가문의 일원 - 8 15.03.17 274 3 9쪽
28 1장 5화 가문의 일원 - 7 15.03.17 318 4 8쪽
27 1장 5화 가문의 일원 - 6 15.03.17 278 2 11쪽
26 1장 5화 가문의 일원 - 5 15.03.17 229 4 10쪽
25 1장 5화 가문의 일원 - 4 15.03.17 29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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