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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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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08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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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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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1장 3화 빛의 붕괴 - 2

DUMMY

세드릭이 식사를 마치고 지휘막사로 들어서자 활을 맨 프로스트가 막사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에 키가 큰 그는 햇빛을 많이 쏘였는지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했다.


그는 용병들을 이끄는 자였다.


용병들은 제멋대로였지만 그 앞에서는 이상하게 조용했고 통제에 잘 따랐다. 세드릭은 그 광경을 무심코 쳐다보다가 그에게 그 권한을 맡겼는데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넬슨에게 듣기론 용병들은 본디 경력이 많은 자의 말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프로스트가 용병 세계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자라서 그의 말만 잘 들으면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프로스트와 용병대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프로스트는 세드릭에게 오른팔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붙이는 동작으로 경례를 취했다. 세드릭은 팔을 살짝 들어 보이면서 그 경례에 답을 하면서 그와 마주보고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래, 어떻게 되었어?”


“지시하신 서클의 남은 잔당을 추적한 결과, 마브닌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잔당 일부를 발견했습니다.”


“숫자가 얼마 정도인데?”


“저희가 파악한 숫자는 열명입니다.”


“마법사 열명이 북서쪽을 향하고 있다라....그리로 가면 발리우드 숲 아닌가?”

세드릭은 턱을 매만지면서 테이블에 깔려있는 지도를 살펴봤다. 발리우드 숲은 이곳에서 상당힌 먼곳이었지만 마법사들이 탈출하고 싶다면 그 길밖에는 없었다.


“맞습니다. 그놈들이 거기에 진입하면 잡아내기 힘들 겁니다.”

케블러가 말했다.


“그 새끼들이 거기에 들어가면 잡기가 힘들 거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발리우드 숲이 여기서 거리가 얼마나 되지?”


“삼일 정돕니다.”


“바로 출발해야 겠군. 이봐, 케블러.”


“예.”


“지금 남아있는 기마병이 어느정도지?”


“스무명 쯤 됩니다.”

데리고 나올 때는 분명 50명이 넘는 숫자였지만 마법사들과의 전투들을 거치고 난 이후 반도 안 되는 숫자가 남아있었다.


기마병 뿐만 아니라 일반 보병, 궁수들의 숫자도 반토막이 났다.

그만큼 마법사들은 강했고 지독했다. 살상 마법을 마구 쓰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듯 무자비했다.


물론 이곳은 전장 터고 사람이 죽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당연한 곳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인다건 누구든지 꺼림칙해 할 것이지만, 마법사들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그들의 소환한 얼음에 눈이 꿰뚫리고 그들이 뿜어낸 화염에 온몸이 불타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가는 게 보이는데 그들은 아무런 표정변화없이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병사들 눈에는 악마 같이 보였으리라. 솔직히 세드릭도 전장에서 만난 마법사들이 전부 악마로 보였다.


세드릭은 잠시동안 그 증오스러운 마법사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때려 잡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머릿속에서는 그동안 익혀두었던 전략들과 실전에서 써먹었던 작전들이 떠올랐지만 마법사들을 추적해서 잡는 작전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앨리스, 좋은 생각 없어?”

앨리스의 직책은 세드릭의 호위무사 겸 책사였다.


원래는 책사였지만 그녀의 검 솜씨가 나쁘지 않기에 호위무사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작전을 짜다 막힐 때 그녀에게 물어보면 답을 내놓곤 했고, 그 답을 따라 가면 대부분이 들어맞았다.


“음.....”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오른손으로 턱을 쥔채 말이 없었다. 세드릭은 잠시 그녀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포위 작전이 어떤가요?”


“포위 작전?”


“예. 기마대가 가서 앞을 막고 보병들이 뒤를 막아서 놈들을 포위하는 거에요.”

그녀는 말 하면서 마법사들이 주로 쓰는 뾰족모자가 그려진 깃발모형을 마브닌 북동쪽에다가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마법사들이 육체적으로 그렇게 뛰어난 놈들은 아니기 때문에 이동하는 속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꺼에요. 마법을 써서 이동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쫓기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함부로 남용할 수는 없는 일일테고요. 그러니 기동력이 좋은 기마대가 앞장서서.....”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말 모양이 그려진 깃발 모형을 마법사 깃발 모형 앞에 세웠다.


“이렇게 앞을 막고 기마대가 시간을 버는 동안 보병들이 퇴로를 차단하면 될 것 같아요.”

마법사 모형 뒤로 이번엔 헬멧 모양이 그려진 깃발모형을 세웠다. 그렇게 해 놓으니 과연 마법사가 기병과 보병들 사이에 끼어있는 형국이 되었다.


그럴 듯 해 보였다.

세드릭이 보기에 그녀의 작전 중 가장 중요한 건 기마대가 얼마나 시간을 끌어줄 수 있는가 였다. 기마대가 앞에서 시간을 많이 벌어줘야 보병들이 퇴로를 차단하러 올 수가 있었다.


“괜찮아 보이는 군. 다른 사람 생각은 어때?”

세드릭은 말하면서 다른 사람의 분위기를 살폈다.

넬슨과 케블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쁘지 않은 작전 같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세드릭은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좋아, 그럼 이 작전을 써서 놈들을 잡자.”


“예.”


“케블러.”

세드릭은 대머리 사내 케블러를 불렀다.


“예.”


“프로스트를 같이 데리고 가서 놈들의 앞길을 막아. 그쪽을 한 번 정찰했으니 지형을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놈들의 앞길을 막는데 성공하면 전서를 보내던 가 불화살을 쏴서 신호를 보내.”

생각 같아서는 용병대 전체를 그곳에 보내고 싶었지만 그럴 경우 기마대의 기동성이 너무 떨어 질 것 같았다. 프로스트 한 명만 데리고 가면 그렇게 떨어지진 않을 듯 보였다.


“알겠습니다.”

케블러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넬슨.”


“예.”


“넌 나와 같이 남은 용병들과 보병들을 이끌고 놈들의 퇴로를 차단하러 간다.”


“예.”

그도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둘 다 정오가 되기 전에 출발 준비를 모두 끝내 놓을 수 있도록. 자, 어서 어서 움직여.”


“예, 알겠습니다.”


“예.”

세드릭이 회의를 끝내자 케블러와 프로스트 그리고 넬슨이 세드릭에게 경례를 붙이고는 지휘 막사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자 막사 안에는 앨리스와 그 둘만이 남게 되었다.

앨리스도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나가려고 했다.


“앨리스, 잠깐만.”

세드릭은 나가려는 그녀를 잠시 불러 세웠다.


“왜요?”


“잠깐만 할 말이 있어.”

앨리스가 그의 앞에 서자 그는 앨리스의 양 어깨를 잡았다.


“이번 임무.....빠지는 게....”


“이번에도 빠지라고요?”

앨리스는 그의 말을 잘랐다. 그녀의 표정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뇨, 전 이번엔 꼭 가야 겠어요.”


“마법사 들과의 전투는....”


“위험한 거 알아요. 아는데 남들 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데 저 혼자 이곳에서 짐짝 처럼 남아있을 수는 없어요.”

그녀가 화가 났다는 건 어투에서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녀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했다.


마법사들과의 전투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했고 툭하면 살상마법에 불타 죽거나 꿰뚫려 죽기 일 수였다. 단단한 판금갑옷도 그 마법들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움직임이 둔해져서 갑옷을 입은 자를 상대하는 걸 더 수월하게 여기는 듯 했다. 때문에 세드릭의 군대는 대부분이 가벼운 가죽갑옷이나 천 옷을 입고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마법사 들을 잡는건 그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그들과의 전투에서 이겼음에도 있는 병력의 절반이 날아간건 그때문이었다. 그런 위험한 곳에 그녀를 보낼 수가 없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아. 그래도 꼭 여기 남아있어.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니깐.”


“......정말 너무하네요. 제가 그렇게 밖에 안 보이시나요? 저도 활 쏠줄 알고 검을 다룰 줄 알아요. 제가 짠 전술 때문에 많은 병사들이 희생 됬는데....나만 여기서 편하게.....”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전술로 옆에서 웃고 떠들던 자들이 죽거나 다치는데 자기는 편한 곳에만 안전하게 있으니 속이 상할 만도 했다.


가시 방석일 것이다.


그 가시 방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가 전투에 참여하는 것일 터였다.


그래도 세드릭은 그녀가 안전한 곳에 있었으면 했다. 양심의 가책이라는 가시 방석에 앉더라도 목숨을 살필 수만 있으면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기심이라도 해도 좋았다.

지휘관이 그 정도 권력은 가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세드릭은 힘없이 푹 숙인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붉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앨리스, 정말 전투에 가고 싶어?”


“예.”


“좋아, 그럼 가자.”

세드릭은 그녀가 전투에 갈 수 있도록 허락했다. 위험하긴 했지만 그녀가 괴로워 하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솔직히 저렇게 울 정도로 힘들어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예?”


“가자. 같이 가자. 대신에 위험한 곳에 있으면 혼낼 줄 알아.”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는 눈물이 줄줄 흐른 얼굴을 한 채 활짝 웃었다.


아무 일 없겠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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