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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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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98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00
조회
187
추천
3
글자
10쪽

1장 4화 전조 - 5

DUMMY

잠은 달콤하지 않았다.


그날 꾼 꿈은 너무나 기괴하고 이상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꿈이었다.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골든필드의 어느 한적한 밀밭으로 보이는 곳에 서있었다.


춤을 추는 밀밭을 헤치면서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왜 앞으로 가는지, 이 방향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생각이 없는 인형처럼 뚜벅뚜벅 다리를 옮기는 일을 반복하기 만 했다.


언덕으로 보이는 길을 지나자 웬 오두막이 보였다.

나무로 지은 오두막은 작고 초라해서 볼품이 없어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볼품없는 오두막으로 진입했다.


오두막에 발을 딛는 순간 닭으로 보이는 동물들 여러 마리가 내 발밑에서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무슨 소리가 나서 대문에 모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조그마한 마당을 지난 그 볼품없는 오두막으로 접근해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오두막에는 한 남자가 화살을 맞은 채 엎어져 있었다. 화살은 내 팔보다 길 정도로 컸으며 중간에 무언가가 매달려 있었다.


종이 쪽지였다.


이곳저곳이 갈라져 있는 종이쪽지가 화살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이건 뭘까.

나는 쪽지를 펼쳐 종이쪽지를 펼쳐보았다.


[불과 유황.]

적혀있는 글은 그게 다였다.

내용을 확인한 종이쪽지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드니 갑자기 풍경이 바뀌어져 있었다.

오두막은 언데 간데없고 낡은 성당 하나가 보였다.


뭐야? 오두막은 어디로 가고…….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지만 오두막은 이미 송두리째 사라진 뒤였다.


마치 존재한 적이 없었던 듯 그 흔적조차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무심코 성당 쪽으로 다가섰다.

성당은 조그만 했고, 옆에 있는 두 건물 사이에 끼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성당의 문을 열자 의자가 도열하듯이 쭉 깔려있는 예배당이 나타났는데 그 예배당에는 딱 한 사람만이 앉아있었다.


나는 재빨리 접근해서 그녀의 정체를 확인했다.

147이었다. 그녀는 수녀복을 입은 채 빛의 신 라셀의 흉상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옆에 다가가 앉았다.

내가 앉은 것을 본 모양인지 147은 기도를 멈추고 나에게 돌아보았다.


“아직도, 날 못 믿으시나요?”


“못 믿소.”


“왜 못 믿어요?”


“나는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오. 내 일이 그러니깐. 특히나 당신같이 내가 한번 의심을 했던 사람은…….”


“그러면 바꿔 봐요.”


“음?”


“솔직히 지금 이 요원 생활, 짜증나지 않아요? 불만족스럽죠? 가문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개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일을 시켜놓고는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하라는 태도를 취하잖아요."


“그 생활을 어떻게 바꾸란 말이요?”


“날 믿으면…….”

그녀는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잡혀있는 손을 통해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날 믿으면 바뀔 거 에요.”

나는 당혹스러움을 느꼈지만 그녀의 손에서 손을 빼지 않았다. 아니 뺄 수가 없었다. 날카롭게 얼어있던 신경이 온기로 인해 서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자니 기운이 주욱 빠지면서 나른해 졌다.


그녀는 손을 놓치 않은 채로 다시 말했다.


“날 믿고 우리가 서로 신뢰.........”


“음?”

그녀의 말이 갑자기 멈추자 나는 놀랐다.


“……오류 발생. 함수의 호출에 실패했습니다. 프로세스를 종료합니다.”

다시 열린 그녀의 입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는 겨울을 물리치는 따스한 봄 같이 부드러운 목소리였다면 지금은 강철처럼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였다.


순간 성당이 어두워 졌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녀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져 앞이 분간이 되지 않았다.


“오류 발생. 함수의 호출에 실패했습니다. 프로세스를 종료합니다.”


“대체 그게 뭔 소리요?”

나는 아직 잡혀져 있는 손을 통해 그녀가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순간 내 눈앞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허공에 누군가가 펜으로 쓰듯 글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류 발생.

함수의 호출에 실패했습니다.

프로세스를 종료합니다.]





눈을 떠보니 여관의 침대였다.

꿈이야.

꿈이었다.

너무나도 생생하면서 기괴하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이상한 꿈이었다.


괴상한 꿈을 꾼 것 치곤 개운한 기분이 들어 이상했다.

목이 탄 나는 주전자에서 컵에 물을 따라 마셨다.


목이 마르기보다는 정신을 차려보기 위해서 마셨지만 그 괴상한 꿈의 여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상한 게 마지막에 나타난 그 글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꿈은 사람들의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현상이라 했다.

그럼 147이 내 욕망이란 말인가? 만약 그렇다고 해도 마지막에 나온 그 글자들이 내 욕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상한 꿈이었다.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옷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여관의 식당으로 내려왔다.


아침은 딱딱하게 굳은 빵과 육수용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고기 스프였다. 고기 스프엔 건더기 하나도 없고 밍밍해서 마치 맹물을 마시는 듯 했고 빵은 씹으면 이빨이 아플 정도였다.


그런데도 저번에 먹었던 소시지와 샐러드보다는 이게 나았다.


그건 정말 너무나도 맛이 없는 음식이었어.


먹다가 생각을 해보니 먹는 것도 사람의 욕망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무심코 깨달았다.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입고 좋은 짝을 만나 좋은 집에 사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욕망이지 않던가?


나는 여태껏 욕망을 절제하면서 살았다.


산에서 고행하는 수행자처럼 임무에만 계속 매진했다.

욕망과 욕심은 임무에 방해만 될 뿐이었으니 나는 여태껏 그것이 옳다고 믿고 있었다.


시간이 차차 지나면서 욕망을 절제하면서 까지 일에 매달려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머리에 들기 시작했다. 마음과 몸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일 지도, 들인 고생에 비해 보상이 적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보상은 가문에서 지급하는 활동자금이 고작이었다.


활동자금은 내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돈이었지만 임무를 위해 여러 가지를 구입하고 나면 남는 것은 거의 없었다.


나는 몸과 마음이 힘들수록 이를 악물면서 버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일을 견뎌 낼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요원의 수명은 보통 극단적으로 짧은데 나는 이 일을 10년 가까이 이 일을 하고 있었다.


아침을 대충 먹고 남은 그릇을 두고 일어났다.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요원의 수명은 하루하루가 외줄타기와도 같았다.

실패하면 목숨을 장담하기가 힘든 임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문들이 아예 나처럼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취급했는지도 몰랐다.


147이 나에게 가문이 감시한다는 들이 밀었을 때 화가 난 이유는 가문의 의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가 10년 동안 일 해 놓은 것이 그들에게 아무런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나는 무신경한 표정을 지으며 외투를 챙겨 입었다.


허리에 단검집을 차려던 차에 단검을 뽑아 들어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단검은 상당히 오랫동안 나와 함께했던 물건이었다. 훈련소를 수료하면서 받았던 단검이 부러지고 난 다음 지급받아서 쭉 쓰고 있는 무기였다.


대충 한 5년 정도 되었나? 내가 한 일을 이놈은 잘 알고 있겠지.

이놈 외에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궁상맞은 소리 하고 있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요새 왜 이렇게 잡생각이 많아졌는지 원.

고개를 흔들고 여관을 나섰다.


간밤에 꿈도 그렇고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았다. 본부인 토양지구의 성당으로 향하면서도 왠지 모를 찜찜한 기분 때문에 불쾌했다.





그 석연찮은 기분이 불운한 현실로 바뀌어 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

성당의 문짝이 뜯어져있는 것을 멀찍이서 발견한 나는 재빨리 성당으로 뛰어갔다.


문짝은 나사를 풀러 서 뜯어간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무거운 것으로 부순 듯 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곳곳에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문은 종이 찢어지듯이 불규칙한 선을 그리면서 박살나 있었다.


“세상에.”

문 안쪽은 더 가관이었다.

작은 규모였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던 예배당이 풍비박살 나 있었다.


의자는 누군가가 집어던진 듯 한쪽 벽에 처박혀 있거나, 반으로 갈라져 땅바닥으로 주저앉아 있었고, 가운데 있는 라셀 흉상은 산산이 조각난 채 그 흔적만 땅바닥을 뒹굴었다.


나는 예배당 중앙에 익숙한 녹색의 신부복을 입고 있는 자를 발견했다. 그는 등에 화살을 맞아 앞으로 엎어져 있었고 화살에는 종이쪽지가 매달려 있었다.


예전에 헤이즈 근방의 은신처에서 죽은 남자를 연상케 해서 소름이 돋았다.


“……미친.”

나는 놀라움과 허무함에 중얼거렸다.

누가 이곳을 공격한 것일까?


오크홀의 공격자들처럼 그들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혹시 이 종이쪽지에 뭔가를 알 수 있을까?


[36에게.

그동안 네가 이 도시에 들어와서 하는 행동들을 지켜봐왔다.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더군.

너의 그 귀여운 동료랑 도널드라고 불리는 남자는 지금 우리가 데리고 있다.

우리를 만나고 싶으면 금화지구로 와라.

금화지구에 오면 우리가 너를 찾을 것이다.]


“.....”

나는 쪽지를 보다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편지 내용은 마치 나를 가지고 놀 것같이 써놓았다. 속에서 부글부글 안 끓어오를 수가 없었다.


어떤 놈들이야.


“어떤 놈들이야!”

나는 분노를 못 참고 소리를 빽 질렀다. 파편만이 가득한 성당이 소리 때문에 윙윙 울렸다.


1장 4화 전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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