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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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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77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48
조회
322
추천
6
글자
11쪽

1장 2화 독 - 7

DUMMY

잠복한지 삼일이 지나고, 시간은 밤이 되었다.


도시 곳곳에 횃불이 올라와서 거리를 어떻게든 밝혀보려고 애를 썼지만 자신의 주변만 밝힐 뿐 거리 곳곳에 드리워진 어둠을 걷어주지는 못했다.


잠복하는 동안 147은 내 앞에 몇 번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때마다 미행을 했지만 성당과 ‘붉은 장미’라고 적혀 있는 여관만 왔다 갔다 했을 뿐 다른 행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잠복한지 이틀밖에 안 되었다.

이것보다 훨씬 오래 기다린 적도 많지 않았던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내가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무언가 의심을 풀만한 증거가 나오기를 바라면서, 147을 오늘도 나는 기다렸다.


성당 주변은 고요하다 못해 황량하기 까지 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누군가가 나타나면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하루 넘게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당연한 현상이긴 했다.


좀 더 기다려보자. 오늘은 무언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147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로브를 쓰고 손에 무언가를 쥔 상태였다. 멀리 있어서 손에 쥔 물체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그녀는 성당 문을 작게 두드렸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주변으로 접근했다.

그녀는 이 일을 아는 사람이었고, 보통 때 와는 다른 기준으로 잠행을 해야 함을 명심해야 했다.


그녀가 문을 계속 두들기자 성당의 문이 열리고 신부가 나타났다.

147과 신부는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무슨 말인지는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대화가 끝나자 147은 성당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성당으로 들어가지 않네?


지난 이틀과는 다른 행적에 나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토양지구의 더러운 골목을 헤치면서, 넓은 길, 비탈 길, 비좁은 길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이곳의 지리에 익숙한 듯 보였다.


발걸음이 멈춰선 곳은 빛이라고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폐가.

지붕은 내려앉았고 창문은 전부 깨져있어서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은 물론 접근조차 꺼려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솔직히 좀 으스스했다.

유령 이야기가 써진 책에 나올 법한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147은 집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나는 고민했다.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말아야 하나.


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이내 깨달았다.

들어가 봐야 했다.

그녀가 왜 이곳에 왔는지 밝혀내야 했다.


조심스럽게 한쪽 창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집안은 조용했고 147은 거실로 보이는 곳에서 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숨어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다이어 가문의 사람을 실제로 볼일이 있을 줄 몰랐소. 그래, 왜 날 보자고 한 거요?”

남자의 목소리는 가는 음색이었지만 두려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고 허리에는 휘어진 검을 차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단련한 기사 같기 보다는 용병의 모습과 흡사했다.


정식으로 교육받은 기사들 대부분이 직선으로 올곧게 뻗은 검을 쓰지 저런 검을 잘 안 쓴다.


“당신이 숀 넬슨 맞아요?”


“그렇소. 내가 바로 숀이오. 그리고 난 귀족이니깐 웬만하면 경 좀 붙여주면 고맙겠소.”


“‘경’소리를 들으시는 분이 남의 돈을 나르는 일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남자의 이름이 숀 넬슨이라 했다.

숀 넬슨……숀 넬슨…….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갑자기 생각하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어디서 봤더라…….


“푸흐흐흐…….”


“왜 웃으시죠?”


“처음 보는 사람에게 기를 쓰고 지지 않으려고 하는구먼. 뭐 붙이든 안 붙이든 상관없소. 알아서 부르시구려. 뭐, 그건 됐고, 다이어 가문이 날 보자 한 이유는 뭐요?”


“제안을 하러 왔어요.”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147의 말을 잘 듣기 위해 침으로 귀를 벅벅 문대었다.


“무슨 제안 말이오?”


“오크홀에서의 일.”


“아, 그 일 말이군.”

147의 말에 숀 넬슨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당신이 그 현장에 있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알았지? 그곳에서의 일은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죠?”


“별말 아니오. 거기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깡그리 죽어버려서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 을 본 사람이 없을 줄 알았거든.”


어딘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이름의 정체를 알아낸 순간이었다.

숀 넬슨은 델런 글랜의 일기장에 적혀 있었던 이름이었다.


그녀는 내가 일기장을 건네 준지 삼일 만에 그를 찾아내서 그와 접촉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녀는 숀 넬슨을 찾아냈다.

나 말고 다른 요원이라도 쓴 것일까?


“어디에든 눈이 있고 귀가 다 있는 법이죠.”


“오크홀에 그 눈이 있었다면 나한테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좋소, 내가 오크홀의 일을 말해주면 당신들은 나에게 무얼 해 줄 거요?”


“죽지는 않게 해 드리죠.”


“뭐요?”

나는 147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죽지는 않게 해 준다고? 저런 무장한 사내를 제압할 자신이 있다는 소리인가?


물론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 재밌는 아가씨군. 이거 내가 여기서 거절이라도 하면 큰일 나겠는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싱긋 웃었다.

그는 여유가 있었다.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럼……대체 무슨 말…….”

나는 숀 넬슨이 갑자기 말을 멈추는 것을 보고 147을 쳐다봤다.


그녀도 웃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147이 숀 넬슨에게 무언의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모르시군요. 모르시면 하는 수 없죠.”

그녀의 말에 넬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뚱딴지같은 소리 할 거면 당장 때려치우쇼. 누굴 호구로 보나. 나 이래 뵈도 세상 꽤나 험하게 구른 놈이오. 아무것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서 나한테 사기를 치려면 날 잘못 봤소.”

그는 어투를 바꾸어 그녀에게 공격적인 말투를 썼다.


“뚱딴지같은 소리가 아니에요. 생각을 해 보세요. 가문의 이름을 달고 온 제가 다이어 이름으로 당신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고요?”


“그럼, 쥐고 있는 것을 보여 주던가. 거래라는 게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 교환 하는걸 의미 하는 거 아니오? 내가 무슨 일 때문에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르는데, 당신은 그저 내 명줄을 붙여준다고 말하잖소? 당신이 스스로 생각해 보시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쇼? 자신이 줄 걸 제대로 말해주지도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 요구한다면 그건 거래가 아니라 협박이오.”


“좋아요, 알려드리죠.”

147이 말했다.


“말해 보시오.”


“글랜 가문의 누군가가 자신의 가문을 전복시킬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직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해요.”

뭐?

한참 그들의 대화를 듣던 나는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오? 내가 여기 온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그런 징후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단 말이오.”


“지금 저희 정보력을 의심하는 건가요?”


“그건……아니오.”

147이 가문의 정보력을 들먹이자 숀 넬슨은 그냥 꼬리를 말았다. 말은 척 하는 건지 진짜 말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좋소, 그까짓 거 말해주리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비밀스러운 일도 아니오.”


“좋아요.”


“그 전에 일단......”

넬슨은 순간 내가 있는 쪽을 정확하게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내 쪽으로 꽂히는 순간 머리 안에서 번개가 번쩍했다.

들켰나?


“쥐새끼부터 잡아야겠군.”

들켰다.

그는 내가 있는 쪽을 정확하게 보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있는 걸 아는 게 확실했다.


도망쳐.

나는 등 뒤에 있는 창문에 손가락을 걸었다. 숫자 따위를 셀 시간 은 없었다. 바로 해야 했다.


지금!

나는 창문을 열고 잽싸게 그 안으로 뛰쳐나갔다.

“빌어먹을!”

저택으로부터 도망치는 내 귓가에 넬슨으로 보이는 목소리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느껴졌다.







지내고 있는 여관방으로 돌아와서야 나는 간신히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날 봤을까?

아직까지도 손이 덜덜 떨렸다.

숀 넬슨은 내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그가 날 봤냐, 안 봤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내 얼굴을 모르니깐 안 잡혔으니 끝이었다.


문제는 147이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복면에 야행복을 입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랐다.


“후우…….”

이미 야행복과 복면은 하수도에 던져버렸다.

내가 오늘 그곳에 갔다는 증거는 표면적으로 없어보였다. 아니 없어야만 했다.


증거가 없으면 정보가 아니었다.

147도 그렇게 판단하고 나를 함부로 몰지는 못할 것이다.


“잠깐 정리 좀 해보자.”

147은 세드릭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가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을 안 떠올릴 수가 없었다.


다시 돌아갈 땐 상황이 변해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어투였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머리가 아파왔다.

한꺼번에 이렇게 복잡한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꼬이면 머리가 안 아플 리가 없었다.


좋아,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생각을 해보자.


세드릭이 꾸미고 있는 일?

그건 문제이긴 했지만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될 사항은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건 세드릭의 비밀을 147이 어떻게 알고 있냐는 것이다.


나 몰래 조사했나?

아니면 내가 아닌 다른 요원을 써서 다른 작전을 진행했을 수도 있었다.


순간 엉뚱한 생각 하나가 들었다.


만약에 147과 세드릭이 한통속이라면 알 수 있지 않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147이 애초에 세드릭과 같은 편이라면 세드릭에게 정보를 다 갖다 바쳐야……. 잠깐!


세드릭은 밀밭지구에서 날 구해줬다.

어떻게 세드릭은 내가 밀밭지구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어떻게?

물론 밀밭지구에 경보가 크게 울렸지만 내가 하수도로 오폐수를 버리는 곳으로 향할 줄 어떻게 알았을까?


증거가 없으면 정보가 아니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그동안 정보를 물어다만 주었지 이 처럼 정보를 나 스스로 판단해야 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던리 다이어가 던져준 생각 하나가 모든 상황을 꼬이게 만들어 가는 것 같았다.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해야 했다.


“후우......”

증거가 없다고?

그렇다면 증거가 없다는 보장은 어디 있는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 주변에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안개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알아낸 정보는 많았지만 그 정보들은 하나같이 단편적이었고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웠다.


알아야 하는 것은 147이 다른 세력과 내통했는지에 대한 정보 딱 한가지 밖에 없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실타래는 어째 점점 꼬여만 가는 것 같았다.


오크홀의 진상을 조사하라는 임무가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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