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애플주스의 홈

트윈 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79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02
조회
297
추천
3
글자
10쪽

1장 5화 가문의 일원 - 4

DUMMY

대체 왜?

세드릭은 넬슨의 제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경비병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찍이 떨어지자 넬슨에게 물어봤다.


“왜 그런 거야? 빨리 처리하고 나오면…….”


“아무리 그래도 일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처리합니까?”

넬슨이 말을 잘랐다. 세드릭은 기분이 나빠지는 걸 느꼈다.


“그럼 어떡하자고?”


“천천히 조사를 한 다음에 일을 착수해야지요. 바로 일을 벌이는 건 무립니다. 그리고 그 사람 얼굴도 아직 모르지 않습니까.”

세드릭은 넬슨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오년 전의 그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의 넬슨은 무척 저돌적인 사내였지만 지금은 굉장히 신중한 모습이었다.


“……너, 좀 변했군.”

세드릭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긴,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다. 단이 해체된 지 벌써 오년이 지났으니 사람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것이다.


“단장님도요.”


“나도?”


“예.”

세드릭은 넬슨의 말에 피식 웃었다.


“뭐, 변했다면 어쩔 수 없지. 어쨌든 오늘은 공 친거 같고……. 여관이나 잡아 밥이나 먹자.”


“알겠습니다.”




마일스톤이라는 도시에 있는 유일한 여관인 ‘우뚝 선 이정표’는 세드릭이 보기에 골든 필드에서 가장 작은 여관이었다.


여관인데 단층짜리 건물이었다.


보통 여관들은 1층에서 술이나 먹을거리를 팔고 2층에서 투숙객을 받는 구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 ‘우뚝 선 이정표’는 2층이 없으니 1층을 반으로 나누어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여관은 당연스럽게도 비좁았다. 방도 작았고 방 숫자도 얼마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방 대부분이 비어있어서 1인실 두 개를 잡을 수 있었다.


둘은 각자의 방에서 짐을 푼 뒤, 저녁을 먹기 위해 홀로 나왔다.

홀에는 사람이 제법 있어서 시끌시끌했다.

세드릭은 그 광경을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주변이 소란스러우면 혹여나 말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이 주워듣기가 힘들 테니 말이다. 특히 지금처럼 남이 보기 좋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 때 말이 잘못 나오면 치명적일 것이다.


때 마침 저녁이라,


조그마한 테이블에 앉은 세드릭과 넬슨은 저녁으로 간단한 먹을거리를 주문했다. 생각 같아서는 술을 시키고 싶었지만 일을 앞두고 마시고 싶진 않았다. 넬슨의 눈치도 보였고 말이다.


“그래서 조사는 언제 시작할 건데?”


“조사요?”


“천천히 조사를 한 다음 작업에 착수할 거라며.”


“아,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따로 그 작업을 맡은 사람이 있거든요.”


“누구야?”

그렇게 말하니 더욱 궁금해졌다.


“사실……사람이 아니라 단체에요.”


“단체? 이런 정보 조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가 있어?”


“음……. 트윈 안에서 아주 유명한 단체 하나가 있는데 모르셨습니까?”

세드릭은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잘 생각해보니 정보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

마침내 그 단체의 정체를 알아차린 세드릭은 나지막이 탄성을 질렀다. 그랬다. 트윈 왕실에서 정보만 전문적으로 파는 단체는 한 군데 밖에 없었다.


사우스브리던 사막의 다이어 가문.


“다이어…….”


“이제 생각 나셨나 보군요.”

넬슨이 씩 웃어보였다.


“그 새끼들이 여기까지 온다고?”


“여기뿐만 아니라 정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이스 홀딩 산맥을 넘어 북부 빙하지대 까지 활동한다고 하더군요.”


“그 미친놈들은 자기 부하들이 정보 캐다가 얼어 뒤져도 상관 안하는 모양이군.”


“그러니 인정을 받는 거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세드릭이 잠깐 생각이 안 났을 뿐이지 그들은 4대가문의 일원이었다.

정보만 팔아가지고 트윈 안에서 가장 강력한 가문 중 하나를 세운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정보력은 탁월했고 그런 자신들의 그런 능력을 십분 활용해 부를 쌓았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손에 다 꿰고 있으니 돈 버는 일 따위는 당연히 손쉬울 수밖에.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트윈 왕실의 약점을 파고들어 더 많은 권력과 영향력을 키우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지만 어째서 인지 그들은 자신들의 몫으로 배정받은 사막에 만족했다.


사실 세드릭이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사막에 자신들의 근거지를 세웠을 뿐 다른 지방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정보를 수집해 필요한 사람에게 은밀히 거래하는 게 대외활동의 전부라 알려져 있었다.


“다이어 가문에 의뢰를 맡겼나 보군.”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세드릭은 이야기를 더 이어가고 싶었지만 여관 주인이 음식을 들고 오는 바람에 말할 타이밍을 잠시 놓쳤다. 음식은 버터를 바른 생선 구이였다.


“일단 먹고 이야기 하자.”

세드릭이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말했다. 넬슨은 벌써 먹기 시작한 모양인지 입에 가득 우물거리고 있었다. 세드릭도 그 모습을 보고 한번 픽 웃은 다음 나이프로 생선살을 발라 포크로 찍어 입에 집어넣었다.


간이 짭짤한 게 나름 괜찮았다. 살도 단단해서 으스러지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그 새끼들에게 의뢰를 언제 맡겼는데?”


“헤이즈에서 출발하면서 맡겼죠. 조금 시간이 지났으니, 아마 오늘 밤이나 내일 즈음에 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보는 뭐……. 믿을 만 하겠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구먼.”


“그렇죠 뭐.”

대화를 잠시 주고받은 둘은 다시 생선구이에 집중했다. 자신의 그릇에 담긴 생선이 뼈만 남았을 때 쯤 넬슨이 다시 말을 걸었다.


“단장님.”


“왜.”


“혹시……. 글랜 가문에서 맡고 계시는 일 없으십니까?”


“지금 딱히 없는데. 전쟁을 말아먹을 뻔한 놈 취급하고 있는데 무슨 일을 믿고 맡기겠어. 근데 왜?”


“아니……단장님 연줄 믿고 글랜 가문 정식 직원이 되어 볼까 해서요. 언제까지 용병만 하고 다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직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널 어딘가로 찝어줄 힘 같은 건 없어. 단이 어떻게 해체되었는지 봤잖아. 전쟁이 끝나니깐 그냥 헌 신발 한 켤레라도 된 마냥 갖다 버려버렸잖아.”


“후우……. 맨날 떠돌아다니는 것도 지칩니다. 처음엔 세상 구경도 하고 나름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죠. 근데 용병일이라는 게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까? 가문들이 맡기 싫어하는 각종 더러운 일을 하는 게 용병이잖아요.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참 세상이 생각보다 역겨운 구석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젠 한 군데에서 정착하고 싶어요.”


“뭐 안 좋은 일이라도 겪었나 보네.”


“음……. 다 기억은 안 나지만……빚 안 갚았다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했었죠.”


“뭐, 그런 거 가지고.”


“밥 먹고 후식삼아 이야기하기에는 좀 그런 일인데, 들어 보시겠습니까?”


“말해봐.”


“그런 임무를 받고 용병들이 하는 게 뭐냐면. 사람 팔과 다리를 자르는 겁니다. 가족이 보면서 겁을 먹으라는 거죠. 처음에 찾아갔을 때는 왼손 새끼손가락을 잘라 줍니다. 그러면서 돈을 갚지 않겠다고 하면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자르죠. 그 다음엔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자르고, 그다음 왼팔을 자르고, 왼 다리를 자릅니다. 저는 참 어설퍼서 팔 자르다가 사람도 몇 번 죽였지만 그걸 또 귀신 같이 하는 놈들이 있습니다. 솜씨가 얼마나 끔찍한지, 잘린 사람이 콸콸 쏟아지는 피와 함께 고통을 호소하는데 정작 죽지는 않아요.”


“그렇게 팔을 자르면 빚진 사람이 돈을 갚아?”


“아니요. 갚지 않습니다. 애초에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들은 다른 채무자들에게 보여주는 본보기인거죠. 이놈 봐라, 돈 안 갚아서 이리 되었다. 이래도 안 갚을래. 뭐 그런 식이죠.”


“효과는 있어?”


“나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곳에 빚을 져서라도 갚는 사람이 나오니까요. 아, 그리고 그 고리대금업자들 서로 자기 내들 빚 목록을 공유해서 다른 업자에게 돈 빌린 상태로 또 돈을 빌리면 이자가 더 강하게 나갑니다.”


“결국 죽어나가는 건 빚쟁이들뿐이구먼.”


“그렇죠. 역겨운 이야기이지만 슬픈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방에 들어간 후 세드릭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봤다. 잠이 오질 않았다.

소식이 끊긴 넬슨을 만나보니 확실해졌다.

자신의 공만 부정당한 게 아니라, 토벌단의 공이 전부 인정되지 않았다.


가문에게 미움 받는 서자 출신이니 자신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다른 사람은 무슨 죄인가? 그들은 그냥 세드릭 명령을 따른 죄 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생각해 보니 그럴 만 했다. 어찌되었건 저들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자들이었으니 말이다. 가문이 판단하기엔 자신이 그 토벌 단을 이용해 세력을 구축할 수도 있다고 본 모양이었다. 그러니 전쟁 끝나자마자 칼로 확 그어버리듯 해체를 한 것이다.



“후우…….”

적통이 아닌 것이 그리 잘못된 건가?

서자라는 신분이 다른 사람과 친분도 나눌 수 없는 신분이란 건가?


이 신분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마지막 기회는 이 일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귀환하는 길 밖에 없었다.


아까 전도 그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던 모양이었다.


넬슨 말처럼 어쩌면 오년 동안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성정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그동안 안하던 망나니짓하고 다녔으니까.


툭.

“헉!”

갑자기 천장에서 칼 하나가 떨어져 침대에 박혔다.

단검이었다.


세드릭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이 단검을 침대에 박아버린 장본인을 찾으려 했지만 방에는 오직 자신 밖에 없었다.


“세상에.”

놀랐다. 아주 많이 놀랐다. 하마타면 심장이 떨어지는 줄만 알았다.


“어떤 미친 새끼가 이딴 짓을......”

무시무시했다.


단검을 떨어뜨린 사람이 침대가 아니라 자신의 목이나 머리 쪽을 겨냥했다면 그대로 세상을 하직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단검을 뽑아보았다.

창문에 들어오는 달빛 때문에 단검 날이 더욱 시퍼렇게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트윈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시 휴재 합니다.... 15.04.16 269 0 -
공지 트윈 연대기는 주 1회 월요일 연재입니다. 15.03.24 92 0 -
공지 임시복구 완료. 15.03.17 267 0 -
공지 선호작 하셨던 분들 죄송합니다. 15.03.16 238 0 -
57 1장 7화 제의 - 11 15.04.06 175 1 10쪽
56 1장 7화 제의 - 10 15.04.06 286 1 9쪽
55 1장 7화 제의 - 9 15.03.30 94 3 11쪽
54 1장 7화 제의 - 8 15.03.30 268 3 10쪽
53 1장 7화 제의 - 7 15.03.23 308 1 8쪽
52 1장 7화 제의 - 6 15.03.23 222 1 13쪽
51 1장 7화 제의 - 5 15.03.17 336 4 11쪽
50 1장 7화 제의 - 4 15.03.17 121 1 10쪽
49 1장 7화 제의 - 3 15.03.17 310 1 11쪽
48 1장 7화 제의 - 2 15.03.17 288 1 12쪽
47 1장 7화 제의 - 1 15.03.17 402 2 7쪽
46 1장 6화 동굴 - 13 15.03.17 167 2 13쪽
45 1장 6화 동굴 - 12 15.03.17 262 2 14쪽
44 1장 6화 동굴 - 11 15.03.17 138 2 8쪽
43 1장 6화 동굴 - 10 15.03.17 302 2 15쪽
42 1장 6화 동굴 - 9 15.03.17 269 2 8쪽
41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6 2 8쪽
40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5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37 1장 6화 동굴 - 4 15.03.17 221 2 11쪽
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29 2 7쪽
35 1장 6화 동굴 - 2 15.03.17 326 4 11쪽
34 1장 6화 동굴 - 1 15.03.17 177 2 10쪽
33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2 15.03.17 151 1 8쪽
3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1 15.03.17 121 4 10쪽
31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0 15.03.17 169 2 9쪽
30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15.03.17 84 2 10쪽
29 1장 5화 가문의 일원 - 8 15.03.17 274 3 9쪽
28 1장 5화 가문의 일원 - 7 15.03.17 317 4 8쪽
27 1장 5화 가문의 일원 - 6 15.03.17 278 2 11쪽
26 1장 5화 가문의 일원 - 5 15.03.17 229 4 10쪽
» 1장 5화 가문의 일원 - 4 15.03.17 298 3 10쪽
24 1장 5화 가문의 일원 - 3 15.03.17 292 3 11쪽
23 1장 5화 가문의 일원 - 2 15.03.17 172 4 9쪽
2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 15.03.17 308 3 7쪽
21 1장 4화 전조 - 5 15.03.17 187 3 10쪽
20 1장 4화 전조 - 4 15.03.17 303 6 16쪽
19 1장 4화 전조 - 3 15.03.17 312 2 10쪽
18 1장 4화 전조 - 2 15.03.17 344 3 12쪽
17 1장 4화 전조 - 1 15.03.17 332 4 10쪽
16 1장 3화 빛의 붕괴 - 4 15.03.17 287 5 12쪽
15 1장 3화 빛의 붕괴 - 3 15.03.17 292 3 9쪽
14 1장 3화 빛의 붕괴 - 2 15.03.17 298 5 9쪽
13 1장 3화 빛의 붕괴 -1 15.03.17 297 7 9쪽
12 1장 2화 독 - 8 15.03.17 258 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