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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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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78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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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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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장 6화 동굴 - 4

DUMMY

동굴은 침묵의 웅덩이에 빠진 듯 고요해졌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그런 말이 세드릭의 입에서 떨어진 이상 함부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엠마 글랜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난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었다. 선택권이 없었다. 때문에 147과 도널드가 엠마 글랜의 위치를 세드릭에게 말하지 않기만을 바라야 했다.


147은 엠마 글랜의 위치를 알고 있을까?

아니야, 모를 거야.

나도 몰랐는데 그녀가 알 리가 없어. 같이 일했잖아.


하지만 그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면 어쩔 것인가?

그녀는 이미 있는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전례가 있지 않던가.


기사 자격시험과 글랜 가문이 공격받을 것이라는 중대한 정보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 정보들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도널드는 어떤가?

그는 엠마 글랜과 같이 일행이었던 사람이었다.

헤이즈에 올 때 까지 쭉 계속 같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그런 일행이 ‘난 어디에 있을 테니 시간 나면 한번 찾아와.’ 정도의 말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아니야.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그래야 이 상황에 휘둘리지 않을 것 같았다.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도널드가 알고 있었다면 그는 이미 세드릭에게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우리 둘을 생각해 줄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는 제외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그를 제외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147에게 모든 신경이 쏠렸다.


그녀가 엠마 글랜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고문을 당한 것은 확실해 보였고 세드릭이 아직 엠마 글랜의 위치를 알지 못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알고 있든 아니든 세드릭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언제까지 말하지 않을까?


세드릭은 말한 사람을 제외한 두 명은 끝이라고 선언했었다.

끝이라는 건 분명 죽음 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 목숨이 세드릭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147에게 달려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전혀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그녀를 몰래 쳐다보았다. 다행히 동굴이 어두워서 그녀는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그녀가 말을 하면 어째?

말을 하면 끝이야. 죽여서라도 입을 막아야 했다.


아니야.

그녀는 내 신임을 사고 싶어 했다. 그 믿고 있다는 증거로 자신의 보물마저 나에게 스스럼없이 내주지 않았던가. 물론 당시에는 당혹스러웠지만 그녀는 그렇게라도 내 신임을 사고 싶어 했다.


둘 다 가문의 의심을 받고 있는 만큼 우리 둘은 강제로라도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상념에 빠진 나에게 147이 말을 건넸다.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내심 화들짝 놀랬지만 나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려 표정 관리를 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내가 엠마 글랜이 어디 있는지 말할 까봐 그래요?”

정곡을 확 찌르는 그녀의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할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에 그저 침묵을 지키는 수밖에.


“아니…….”


“말하고 싶어도 난 할 수가 없어요, 36. 생각을 해봐요. 내가 만약 엠마 글랜이 어디 있는지 알았다면 우리 임무가 여태 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진행되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말은 얼핏 들으면 옳은 것처럼 들렸다.


도널드를 납치한 것도, 숀 넬슨과 접촉한 것도, 제임스 헤어우드의 선술집 여 지배인을 마약에 중독 시킨 것도 사실 그 엠마 글랜이라는 여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가문이 판단에 따르면, 오크홀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바로 그 여자였다. 어째서 엠마 글랜이 오크홀의 집사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말을 했는지는 몰랐다. 그녀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생각했었다.


안타깝게도 그 여자를 만나진 못했다. 그게 핵심이었다.


147이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사실은 엠마 글랜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는데 나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이라면 어쩌지?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이 불안감을 없앨 수가 없었다.


“당신 말이 맞아.”

수긍할 수밖에, 아니 수긍하는 척하는 수밖에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따졌다가는 오히려 그녀가 획 돌아서 그냥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세드릭에게 불어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받아본 빵이 이제는 두 자릿수 가 넘어가고 있었다.

동굴 안은 아직도 불안정한 침묵만이 흘렀다. 가끔 흐르는 대화로는 ‘이거 드세요.’ 라 던지 ‘볼일은 안 보이는 곳에 요강을 들고 가쇼.’ 같은 말들만 오고 갈뿐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고팠다.

배가 고팠다. 목도 너무 말랐다.

만약 누군가가 와서 먹고 싶은 것 하나만 대보라고 한다면 시원한 물 한 대접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종유석에서 석주로 떨어지는 물로는 도저히 세 명이 먹을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받아서 셋으로 나누면 한줌도 안 되는 양이 한사람에게 돌아왔다.


부족했다.

빵도 한 조각이 안 되었고 물도 한 모금이 안 되었다. 하루 종일 먹은 것이라고는 그거 밖에 없으니 다들 힘이 없어 축 늘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신체적인 고통을 줘서 고문을 했다면 이것보다 나았으리라.


놈들은 사람을 어떻게 지치게 만드는지를 알고 있었다. 창문도 없고 탈출구도 없고 먹을 것은 적었다. 아무리 강철 같은 사람이라도 정신적인 지칠만한 상황이었다.


도널드가 철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건 모두가 지쳐있었던 그때였다.


그는 무언가 결심이라도 크게 한숨을 들이 쉰 다음 철문을 향해 다가갔다.


나는 그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147을 쳐다보았다.

그녀도 놀랐는지 눈알이 동그랗게 커져있었다. 본능적으로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놈 어떻게 해서든 세드릭에게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막아야 해.

막아야 한다고.


그 생각이 머리에 스쳐가자 나는 반사적으로 그에게 몸을 날렸다. 그는 내가 달려드는 힘에 밀려 동굴 바닥에 넘어졌다.


“으…….이게 뭔 짓입니까?”


“안 돼.”


“뭐가 안 된다는 겁니까? 제가 뭘 할 줄 안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 거죠?”


“세드릭 그 새끼에게 말하려고 했잖소.”

나는 바닥에 누워있는 그의 멱살을 잡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는 표정을 굳힌 채로 말했다.


“왜요. 그래서는 안 됩니까?”


“설마 그놈의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 했잖습니까. 전 여기 더 이상 못 있겠습니다. 당신들을 생각할 여유나 이유도 없구요. 죄송합니다만 팔을 치워 주십시오.”


“병신 같은 새끼.”


“지금 뭐라 했습니까?”


“병신 같은 새끼라 했소. 네가 그 새끼한테 쫄래쫄래 가서 엠마 글랜의 위치를 말한다고 해서 당신을 살려 줄 것 같아? 죽일 거야. 당신이 말하는 순간 이 동굴에 죽치고 있는 모두가 같이 죽을 거요. 굳이 살려서 후환을 만드느니 전부 다 죽이는 게 일처리가 편하고 빠르니깐. 우리 중에 누군가가 그 여자의 현재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을 하지 말고 버텨야 해. 그 인간에게 말하면 그 순간이 우리 모두 죽는 거야, 알겠소?”


“.....”

내 고성에 그는 약간 풀이 죽은 듯 눈을 내리 깔았다. 나는 멱살을 잡은 손을 놓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여기서 그렇게 나가고 싶소?”


“그럼 이 중에서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까?”

그의 말에 할 말을 잠시 잃었다. 나도 나가고 싶었다. 147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좋아.”

방도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목숨을 내걸면 기회가 생길수도 있었다.

정말로 이곳에서 나가고 싶어 자기 목숨쯤은 대 놓지 않고 걸어버릴 수 있다면 한 가지 수가 있었다.


“이곳을 나갈 방법이 하나 있는데…….”

나는 어렵사리 운을 떼었다.



방법은 도박에 가까웠다.


한동안 그들에게 내가 생각한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말하면서도 목이 탁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스스로도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계획을 들은 도널드와 147은 한사코 반대를 했다.


“미친 짓이에요.”

147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미친 짓입니다.”

도널드도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미친 짓이지만 해볼 만하지 않소?”


“그냥 목숨을 버리기엔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내가 주장했던 방법은 감방 문이 유일하게 열리는 순간인 빵 지급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철문은 급식을 투입하는 투입구를 따로 만들어 놓지 않았고, 따라서 밖에 있는 간수는 이 감방에서 썩고 있는 우리에게 빵을 주려고 하면 문을 열고 투입할 수밖에는 없었다.


문을 살짝 여는 그때 세 명이다 달라붙어서 문을 잡아당기면 아무리 무거운 철문이라도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밀어서 못 연다고? 잡아당겨서 열면 되지 않겠는가?


물론 그 이후에 일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빵을 집어넣을 때 경비병이 몇 명이나 동원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단 한명이 와서 집어넣고 갈 수도 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여러 명이 철문을 지키고 있을 지도 몰랐다.


확실한 것은 없었다.

이 방법은 도박에 가까웠다.

147과 도널드도 그걸 알고 반대를 하는 것이다.


“그 방법 까지 생각하긴 싫어요. 자살이나 다름없잖아요.”


“시간이 없어. 놈이 우릴 언제 죽여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잘 알잖소.”


“그렇긴 하지만…….”

147은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의견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두려웠다. 성공할 확률조차도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었다.


“전 하겠습니다.”

도널드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의외로 그가 내 의견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대로 그냥 개죽음 당하느니 차라리 시도라도 해봐야죠.”


“고맙소, 도널드.”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만 알아두십시오.”

그는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도 상관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도널드가 동의하니 시선은 자연스럽게 147로 옮겨졌다.


“전......”


“너무 겁먹지 말고, 잘 생각해 보시오. 도널드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세드릭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줄지 모르오.”

내 말에 147은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녀가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지켜보았다.


147은 한참동안이나 혼자 고민하더니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요……. 해볼게요. 해봐요, 우리.”


“고맙소.”


“고맙긴요. 탈출을 못하면 당신 말처럼 죽을 뿐이에요.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만 해요.”


“계획은 언제 시작할 생각입니까?”

도널드가 물었다.


“다음으로 빵이 오는 시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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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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