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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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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15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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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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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1장 4화 전조 - 1

DUMMY

“어서 오세요, 헤이즈 중앙은행 토양 지구 지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은행의 입구를 들어서니 여자 종업원이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물건을 좀 맡기려고 하는데.”


“예, 보관 서비스 말씀입니까?”


“맞소. 보관 서비스.”

‘사자활’을 땅 파고 묻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었다.


원래 이렇게 중요한 물품을 보관 할 때에는 가문에 맡겼다. 가문에서 사람이 와서 알아서 처리해 주었지만 이 활을 가문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맡겼다간 147의 정체를 다이어 가문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아니면 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내가 프로스트의 물품을 소유하고 있는 자로 오해 받을 수가 있었다.


147은 신뢰의 징표라는 이유로 나에게 커다란 짐 덩어리를 안겨주었다.


물론 이 ‘징표’가 그녀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물품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내 줄만큼 그녀가 나를 신임할 것일까?


어쩌면 그녀가 내 신임이 이걸 맡겨야 할 만큼 급하게 필요한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활을 담아온 트렁크를 종업원에게 내밀었다.

트렁크에는 혹시 몰라 자물쇠를 달아 놨다.

열쇠는 따로 챙겨 놓았다.


“물품 받았습니다.”

종업원은 나에게 받은 트렁크를 꼼꼼히 확인한 다음 나무 자를 들고 트렁크의 크기를 측정했다. 한참 동안을 자로 씨름하던 그녀는 크기 측정을 끝냈는지, 기록지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보관등급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등급? 그런 것도 있소?”

나는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르는 척 했다. 그래야 내 신분을 조금이라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 저희 헤이즈 중앙은행에서는 물품 보관에 있어서 등급을 분류해서 보관합니다. 특급, 상급, 일반으로 나누는데, 고객님이 등급을 결정 하실 수 있습니다.”


“뭐가 틀리오?”


“물건의 상태보장과 비밀 엄수, 보안 등급이 틀려집니다.”


“가장 높은 것이 특급 아니오? 비싸겠는데.”


“비용이 가장 많이 들긴 하지만 그만한 보장은 해 드립니다. 저희 은행에서 아직 한 번도 특급 등급 물품의 정보가 바깥으로 유출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물품도난은 전 등급을 통틀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지만 말입니다.”


“비밀 엄수를 보장해 준다 이 말이오?”

영원한 비밀은 없다.

비밀을 캐러 다니는 사람에게 종업원은 비밀의 절대엄수를 보장했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예.”


“얼마요?”


“특급서비스는 물품에 관계없이 한 달에 1골드의 요금이 책정 되어 있습니다. 상급과 일반 서비스는 물품에 따라…….”


“그럼, 특급으로 해 주시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147에게 받았던 전표를 내밀었다. 1골드는 상당히 큰돈이었지만 그만한 값을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 지요.”


“로버트……로버트요.”

‘로버트’라는 이름은 내가 이름을 말해야 할 상황이 올 때 쓰는 가명이었다.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태어날 때 부모가 있었을 것이다. 생부나 생모나 아무튼 그 둘 중 한명이 나에게 지어준 이름도 있었을 것이고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36으로 불리진 않았을 것이니, 그 이름이 내 이름일 테지.


사실 꼴이 조금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름도 모르는 주제에 가명을 쓰고 있었으니깐.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종업원은 서류상에 무엇인가를 적더니 그 서류를 내 앞으로 내밀면서 다시 말했다.


“여기에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멍청한 놈인 나는 은행에 활을 맡긴 후 토양지구의 낡은 성당으로 향했다.


임무 호출이 있었다.

이번엔 무슨 일일까?


성당 문을 여니 147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수녀복이 아니라 갈색 로브를 입고 있었고 더 이상 기도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는 내가 들어왔음에도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 정면만 응시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오?”


“가문의 지시가 있었어요.”

여전히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나를 믿고 자기 목숨 줄을 내게 쥐어준 것일까?


“무슨 지시요?”


“도널드. 이미 알고 있는 이름일 거 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로브 안쪽 안감에 숨겨 놓은 작은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가문의 명령서였다.


“알고 있소.”

내가 그리 말하자 그녀는 묵묵히 팔을 뻗어 두루마리를 내 쪽으로 건넸다.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무슨 생각하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두루마리를 펼쳤다.


[36.

폴츠비츠 가의 아들 도널드 확보.]


두루마리에 적혀있는 내용을 항상 그렇듯이 짧았고 아래쪽에 눈을 가린 독수리가 그려져 있는 인장이 찍혀 있었다.


확보임무는 사람을 신병을 확보해 놓는 임무였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폴츠비츠 가문의 도널드 라는 사람을 가문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확보해 놓으라는 뜻이었다.


“도널드라는 자가 귀족이었소?”


폴츠비츠 가문이라 했다.

성씨가 있는 귀족 가문이 아니면 가문이란 말을 쓸 일이 없었다.


“예. 마일스톤의 영주 네빌 폴츠비츠의 외동아들이라 하더군요.”


“흠.....마일스톤이라면....발리 워터 바로 옆에 있는 그 도시군.”


“촌구석이죠.”

발리 워터는 그레이랜드와 골든 필드의 경계선에 있는 강이었다. 달리 말해서 그 마일스톤이라는 곳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경계선 부근에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구석진 곳엔 중앙에서의 권력이 잘 닿지 않는다. 권력이 없으니 돈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야기만 듣고 짐작만 해도 도시 꼴이 얼마나 가난할지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일단 이 도널드 라는 인간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요원들이 파악하기로는 그는 지금 금화지구의 ‘블랑카’ 라는 유흥업소에 머물고 있다고 해요.”


“언제 정보요?”


“어제 들어온 정보에요.”


“알았소. 기한은 언제까지요?”


“일주일.”


“일주일이면 충분할 거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곁에서 일어서서 성당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잠깐만요.”

그녀는 내 이름을 불렀다.


“왜 그러시오?”

내가 묻자 그녀는 비로소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표정이었다.

화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고 기쁜 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아니에요. 가보세요.”

나는 잠시 동안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녀의 눈은 정확하게 나에게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시오.”


“정말 아니에요. 제가 잠시 착각했나 봐요.”


“……뭐 알았소. 그렇게 말한다면야.”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성당 밖을 나갔다.








금화지구에 있는 블랑카라는 유흥업소는 술을 전문적으로 파는 주점이었다. 이 지구에 있는 건물이 다 그렇듯 규모가 대단했다. 물론 주점이 다 그렇듯 이곳도 술만 파는 곳은 아니라 다른 것들도 파는 모양인지 위층에는 특실까지 있다고 했다.


더 놀라운 건 그 크기에도 앉을 자리 하나 없이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다는 것이다. 평이 좋은 술집인 것이 분명했지만 술을 먹으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폴츠비츠 가문의 도널드.

그를 잡기 위해 이곳에 왔다.


“어서 오세요.”

입구에 들어서자 가슴이 파이고 배꼽이 드러나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나를 반겼다.


이 가게에서 얼굴마담 격으로 내세우는 여자인 듯 보였다.


“몇 분이세요?”


“혼자요.”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것을 나는 볼 수 있었다. 혼자는 돈이 안 될 테지.


“혼자 오셨다고요? 알겠습니다. 테이블 하나 드릴까요?”

여자는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안내했다.


“아니, 특실로 주시오.”


“특실이요? 남는 자리가......”

그녀는 말꼬리를 흐렸다. 자리는 있지만 일부로 저러는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팁을 달라는 것이다. 혼자 온 주제에 팁도 안주면서 무슨 특실을 요구 하냐는 뜻이었다.


몇 푼 쥐어주면 바로 괜찮은 방 하나를 내 주겠지 라고 생각한 나는 그녀의 손에 금화 몇 개를 쥐어 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방에 오는 여자 상태 봐서 몇 개 더 쥐어줄 수도 있지.”


금화를 잽싸게 챙긴 그녀는 그저 말없이 웃어주기만 했다.

뭐, 알아서 챙겨주겠거니 생각한 나는 그녀가 일러준 대로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갔다.


2층에서도 안내하는 여자가 있었다. 역시 노출이 심한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는 내게 방을 배정해줘 안내해 주었다. 배정받은 특실은 상당히 작았는데 나처럼 혼자 오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 준 방 같았다.


침대 테이블 그리고 테이블과 마주보고 있는 소파.

여기까지는 계획대로야.

좋아, 괜찮아.

긴장을 풀기 위해 숨을 한번 크게 쉬고 소파에 걸터앉아 임무에 돌입할 준비를 했다.


고문용으로 특별하게 제조된 독침과 그 독에 대한 해독제가 품안에 잘 있는지 확인했고, 쓰고 있던 면구를 찢어서 재빨리 벗겨낸 다음 복면을 썼다.


나한테 주문을 받으러 한명이 올 것이다.

주점에 왔는데 술을 팔려고 오겠지.

당연했다.


똑똑.

문이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재빨리 문 옆의 벽에 바짝 붙었다.


“들어오시오.”

덜컥, 문이 열렸다.

점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주문을 받기 위해 이 특실로 접근한 것이다.


나는 점원이 완전하게 방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성급하게 움직이면 탈이 날 수도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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