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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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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83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14
조회
266
추천
2
글자
8쪽

1장 6화 동굴 - 8

DUMMY

아무리 147이 가볍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을 업고 가는 건 체력소모가 큰일이었다.


입김이 날 정도로 추웠지만 내 이마에선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들어 더 이상 배도 고프지 않았다. 몸이 포기를 하고 더 이상 요구를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뒤쪽에서 계속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 일정한 소리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들려왔다. 왠지 일부로 우리에게 압박을 주는 목적으로 소리를 내나 싶을 정도였다.


한참을 걷다가 하늘을 쳐다봤다.


다행히도 아직 해가 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 블랙스톤까지 가야했다.


지금이야 어둠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날이 밝으면 사방이 다 뻥 뚫려 있기 때문에 우리의 위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추격전도 끝나겠지. 놈들은 말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에겐 피곤에 쩌든 몸뚱이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등에 업힌 147은 지쳤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가냘픈 팔이 내 목에 간신히 감겨 있었다. 한때는 이 팔도 상당히 억세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활을 쏘지도 못했겠지.


기술만으로 활을 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집중력과 체력, 근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과녁에 명중시킬 수 있었다. 그녀의 활 실력을 직접 확인 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실전에 써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활 실력이 단련된 육체를 보장해 주진 못했다. 그녀의 체력은 활을 잘 쏘기 위해 키운 것이지 이렇게 고행을 하려고 키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휘익.


“어.”

별안간 전방에서 들린 소리에 나는 고개를 퍼뜩 들었다.


“무슨 소리지?”

뒤에서 따라오던 도널드가 중얼거렸다. 그도 들은 모양이었다.


휘익.


“호루라기 소리 아니오?”


“비슷하군요.”

호루라기는 보통 소리로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하는 도구다.

누구지? 누가 갑자기 호루라기를 분 것일까?

혹시 우리 앞쪽에서 놈들이 대기하고 있는 걸까? 별의 별 생각이 한꺼번에 나를 관통했다.


이 방향으로 계속 가면 왠지 놈들이 진을 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뒤에서는 말발굽 소리, 앞에서는 호루라기 소리.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불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두두두두.

이번에는 뒤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아까보다 소리가 훨씬 컸다.

뒤에서 쫓아오는 놈들이 가까이에 왔다는 증거였다.


“이런 미친. 앞으로 뒤로 쌍으로 지랄이구먼.”

나는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이제……. 어떻게 할 셈입니까?”


“앞에도 놈들이 있고 뒤에도 놈들이 있으면 옆으로 튀어야지 별수 있소?”


“그럼, 무얼 망설입니까. 얼른 뛰어요!”

도널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오른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그와 반대방향으로 갈까 생각하다가 그가 뛰어간 방향으로 뛰었다. 사람을 업고 뛰는 건 안 그래도 바닥이 보이는 체력을 고갈 시키는 일이었지만 안 뛰어서 잡히는 것 보단 나았다.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죽을힘을 다해야 했다.


“헉……헉…….”

숨이 가파오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등에 짐짝처럼 매달려있는 147을 던져버릴까 몇 번이나 생각했다.


도저히 숨이 차서 뛰지 못할 것만 같을 그때 앞에 뛰어가던 도널드가 돌연 제자리에 섰다.


그리고는 양팔을 번쩍 들면서 그때까지 들고 있었던 검을 땅바닥에다가 던졌다.


“항복! 항복!”

그의 외침은 처절했다.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누군가는 아직 나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뛰었는데 설마 잡힌 거야?


“항복했으니 봐주지.”

앞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이자 결코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였다.


세드릭.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마침 저기 여자 친구 업고 오시는 분도 계시는구먼. 크크크. 동굴을 나가면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어?”

나는 순간 뒤를 돌아 퇴로를 확인했다.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면서 우리를 쫓던 추적자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말을 타고 있던 그자는 한 손에 포승할 때 쓰는 굵은 밧줄을 들고 있었다.


망했어.

36, 넌 망했다고.


“항복!”

그가 퇴로를 막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상 도널드와 똑같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 명 모두 밧줄로 꽁꽁 묶여 세드릭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어쩌다 탈출이 실패한 걸까?


세드릭은 입 꼬리를 한쪽만 말아 올리면서 우리의 실패를 마음껏 비웃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 내 턱을 손으로 우악스럽게 잡아 올려 자신과 강제로 눈을 마주치게 했다.


“그래, 바람은 잘 쏘이셨나? 경치 하나는 죽이는 곳이야. 특히 일출 때는 기가 막혀. 조금 있으면 해가 뜰 텐 데 기왕 나온 거 구경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후후후.”

세드릭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진심으로 웃는 것이 아니었다.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다.


“난 참 이해가 안가. 뭐 하러 그리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어. 네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 너희 가문이 모를 리가 없잖아. 그지? 안 그러면 모든 정보는 다이어에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겠지. 자, 왜 다이어 가문은 너희를 구하러 오지 않을까? 4대 가문 중 하나가 그 정도의 힘도 없을까?”


“......”

나는 세드릭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너희는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싶겠지. 그렇지만 그건 외면하려고 해도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니까. 다이어 가문이 너희를 구해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아무 신경 안 쓰는 게 맞잖아."

뭐라고 그에게 말을 해야 할까? 그의 설교를 들으면서 반박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렸지만 마땅히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한창 그가 나에게 말을 하고 있을 때 그의 부하로 보이는 자가 다가와 그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했다. 세드릭은 그 말을 듣더니 씩 웃으면서 말했다.


"준비가 되었다는 군."

무슨 준비가 되었다는 거지? 나뿐만 아니라 우리 셋 모두의 시선이 일순간 그에게로 쏠렸다.


"무슨……."


"너희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 준비되었으면 시작해."


"예."

세드릭의 부하들이 우리 앞으로 나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삽을 들고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 땅이 물러서 그런 것인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큼지막한 웅덩이 하나가 파졌다.


금세 구덩이를 판 그들은 그 구덩이 안에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를 채워 넣고 그 웅덩이에 불씨를 던졌다.


나뭇가지가 말라있어서 그런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와중에도 잘 타올랐다.


불길이 어느 정도 올라오자 부하들은 장작을 웅덩이에다가 집어넣었고 곧 타닥거리면서 장작 특유의 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웅덩이를 파고 모닥불을 피웠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것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물론 지켜보는 것 외에 내가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지만.


“히야. 잘 탄다.”

세드릭이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왜 불을 피웠는지 궁금하지? 다른 건 아니고 너희 잡느라 우리 애들이 밤새 고생해가지고 고기 좀 먹여줄려고 그래.”

고기를 먹여준다고? 갑자기 웬 고기지?

조금 뜬금없었다.

자기 부하들 고기를 먹여 준다는 걸 왜 우리 앞에서 보여주는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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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1장 7화 제의 - 6 15.03.23 222 1 13쪽
51 1장 7화 제의 - 5 15.03.17 336 4 11쪽
50 1장 7화 제의 - 4 15.03.17 121 1 10쪽
49 1장 7화 제의 - 3 15.03.17 310 1 11쪽
48 1장 7화 제의 - 2 15.03.17 288 1 12쪽
47 1장 7화 제의 - 1 15.03.17 402 2 7쪽
46 1장 6화 동굴 - 13 15.03.17 167 2 13쪽
45 1장 6화 동굴 - 12 15.03.17 262 2 14쪽
44 1장 6화 동굴 - 11 15.03.17 138 2 8쪽
43 1장 6화 동굴 - 10 15.03.17 302 2 15쪽
42 1장 6화 동굴 - 9 15.03.17 269 2 8쪽
»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7 2 8쪽
40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5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37 1장 6화 동굴 - 4 15.03.17 221 2 11쪽
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29 2 7쪽
35 1장 6화 동굴 - 2 15.03.17 327 4 11쪽
34 1장 6화 동굴 - 1 15.03.17 177 2 10쪽
33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2 15.03.17 151 1 8쪽
3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1 15.03.17 121 4 10쪽
31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0 15.03.17 169 2 9쪽
30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15.03.17 85 2 10쪽
29 1장 5화 가문의 일원 - 8 15.03.17 274 3 9쪽
28 1장 5화 가문의 일원 - 7 15.03.17 317 4 8쪽
27 1장 5화 가문의 일원 - 6 15.03.17 278 2 11쪽
26 1장 5화 가문의 일원 - 5 15.03.17 22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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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장 5화 가문의 일원 - 3 15.03.17 29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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