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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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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99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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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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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장 7화 제의 - 5

DUMMY

마틴은 세드릭이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자기가 밉겠지. 밉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과 동생은 결국 서로 싸워야 할 상대였다.

자신의 배다른 동생은 그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 적대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가 사생아라서 그를 적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아버지 델런 글랜의 핏줄인 이상 배가 다르던 같건 상관이 없었다. 마틴은 세드릭이 자신의 경쟁자라는 것을 알았고 그를 어떻게 하면 무너뜨릴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


그를 싫어하고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세드릭에겐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자신이 가문을 차지하는 것에 거치적거리는 걸림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사라져야 했다. 그가 죽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꼭 죽지 않더라도 어디 잠적을 해서 실종이라도 되었으면 했다.


왜 그렇게 못돼 처먹었냐고 누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는 게 사실이었다.

마틴은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권력에 앉고 싶다면 착해서도 안 되었다.


“아차, 내 정신 좀 봐.”

딴 생각하느라 왜 여기에 왔는지 잠시 잊었다.


마틴은 이곳에 보고를 하러 왔다.

달마다 돌아오는 무력부 정기 보고였다. 가지고 온 두루마리의 상태를 잠시 눈으로 훑은 마틴은 문서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앞에 있는 방문을 향해 다가섰다.


“누구야?”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걸걸한 델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마틴입니다.”


“에이, 한 놈이 가면 한 놈이 오고……. 일단 들어와.”

그의 말에 마틴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제는 늙어버린 글랜 가문의 가주 델런 글랜이 서 있었다. 그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지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 같아 보였다.


“뭔 일로 왔어?”


“무력부 정기 보고…….”


“손에 들고 있는 그거야? 줘봐.”

델런이 그의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마틴은 얼떨결에 손에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델런이 두루마리를 펼쳐 읽기 시작하자 마틴은 숨을 죽인 채 그가 읽고 있는 것을 지켜봤다.


깐깐한 그가 무엇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을지 내심 걱정이 들었다. 잠깐 두루마리를 읽던 델런은 이내 다 읽었는지 두루마리를 말아놓지도 않고 자신의 책상위로 휙 던졌다.


“전후처리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거야?”


“예.”


“마법사 새끼들이 뒈져 버린 게 벌써 오년 전일인데, 아직까지도 삽질하고 있다니.”


“부서진 건물은 다시 공사하면 되지만, 마법 때문에 바뀌어버린 지형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수지, 산 같은 것들이요. 특히 산은 비가 조금만 심하게 내리면 산사태가 벌어지기 일 수라 골칫거립니다.


영지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자체 병력을 동원해 공사를 벌이고는 있지만 지형을 바로잡는 토목공사라는 것이 원체 인력이 많이 필요한 만큼 힘에 부치는 모양입니다. 블론, 오크홀, 우드워치가 치안 유지를 위한 병력 지원을 요청했고, 벨리안은 인력과 병력 둘 다 지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벨리안? 그놈의 새끼들은 대가리 수도 많은 것들이 왜 요청하고 지랄이야. 아쉬우면 지원요청이지. 미친놈들.”

델런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지만 헤이즈라고 사정이 딱히 나은 것은 아닙니다. 뭐 대규모 토목공사 같은 것은 필요 없습니다만…….전쟁 때문에 집과 땅을 잃은 난민들이 헤이즈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미 토양지구가 꽉 들어찰 정도로 유입된 인구가 많은지라 치안유지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습니다.”

마틴의 말에 델런은 잠시 턱을 괴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두루마리를 들고 천천히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가 읽는 동안 마틴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옆에서 방해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니 괜스레 시비를 걸 필요는 없었다.


“일단.”

델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보고서를 보니깐 벨리안이 가장 안 좋은 것 같군.”


“예.”


“어디보자……. 산사태에……홍수에……살인 약탈 방화 같은 범죄들이 들끓는 모양이구먼. 좋아, 여기에 대충 200명 정도 지원해 줘.”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합니까?”


“그 놈들에게 까지 인력을 보낼 필요는 없지. 돈을 줘.”


“돈 말씀입니까?”


“황금을 주라고.”


“얼마 정도를 줘야 그들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겠습니까?”


“영지당 500골드 정도면 충분할거야. 인부를 사던지 아니면 식량을 사든지는 알아서 하겠지.”


“인력은 병사 중에서 뽑아 보내면 될 것이고 자금에 관한 사항은 재력부에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토양지구에 치안 유지하는 병력들을 늘려. 모자라면 중앙성에서 죽치고 있는 새끼들 끌어다가 쓰도록 해.”


“예.”


“그럼 그렇게 처리하고…….”

델런은 두루마리를 내려놓았다.


“너, 짝 다시 찾는 건 어떠냐?”


“예?”

마틴은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자꾸 되묻게 하지마라. 글랜 가문의 유일한 적자가 배필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돼.”


“하지만…….”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마틴은 화가 나면서 동시에 어이가 없었다. 결혼이라니. 애도 있는 남자에게 델런은 그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전 자식이 있습니다. 아버지.”


“자식이 있는 것이 어때서? 그런 건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네 아이는 딸아이잖아. 아들이 있어야 해. 그래야 작위를 이어받고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지.”


결국은 아들이 없다고 결혼을 하라는 소리였다. 레이나가 죽은 지 이제 이년 째였다. 그녀가 아직도 눈앞에 가물가물 하는 것 같은데 다른 여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엠마……. 아내를 쏙 빼닮은 아이를 볼 면목이 없어질 것 같았다.


여자가 이 왕국에서 할 수 있는 건 크게 제한되어 있었다.


트윈 왕국은 5개의 기사 가문이 만든 나라니 그렇게 된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여기사가 여태껏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숫자 면에서는 남자 기사가 여자보다 훨씬 많았고 자연스럽게 권력구조가 남자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쏠린 권력 구조는 굳히기 과정을 통해 성별을 통한 계급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고, 그 계급은 아직까지도 트윈 곳곳에 퍼져 있었다.


이곳이 라쿠르나 카라한처럼 능력 중심의 나라였다면 엠마가 자기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그 두 나라가 아니라 트윈이었다. 성별로, 신분으로 사람을 곧 잘 평가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여자로 태어난 이상 큰 약점을 짊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게 불공평하고 불합리 하다는 것을 마틴은 진작 알고 있었다.


불합리 한 것이 그것뿐이겠는가? 그것 말고도 불합리 한 것이 셀 수도 없는 나라가 트윈이었다. 가끔 이 나라가 어떻게 굴러가는 지 신기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래서 권력을 잡아야 했다.


불합리한 것을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고, 합리적인 것을 불합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그 힘이었다.


“싫습니다.”

마틴은 고개를 저었다.


“가주 자리가 별로 탐이 나지 않나 보군.”

델런이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새로운 배필을 찾을 때 까지 널 소가주로 임명하지 않을 꺼다. 장남이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대를 이을 후손이 없다면 난 너에게 가주의 자리를 물려줄 필요를 못 느끼겠다. 후손이 없는 자가 가주의 자리에 앉으면 가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난 그런 꼴은 죽어서 땅에 묻히더라도 못 보겠으니 결혼을 하든가 말든가 알아서 해.”


“하지만…….”


“하지만이 아냐. 만약 네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딱 잡아떼거나 대답을 슬슬 회피한다면, 난 세드릭 그 한심한 놈을 소가주로 임명 할 거다. 물론 지금 당장 여기서 결정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시간은 많아.”

델런은 말을 하다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리켰다.


“많지만 아주 많은 것도 아니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이 책상의 주인이 네가 아니라 세드릭이 될 확률이 높아 질 거니까. 세드릭도 자식이 없지 않느냐고? 그놈에게 짝을 찾아주면 되는 일이다. 서자 출신 아니냐고? 그놈이 소가주가 되는 순간 서자 운운하는 새끼들은 내가 다 쳐 죽여 버릴 거야. 그렇게 되기 싫으면 그냥 내 말대로 해.”











저택 문을 나선 세드릭은 급격한 피로감을 느꼈다.


델런과 마틴을 상대하는 건 정신력이 크게 소모되는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바로 공격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마주할 때는 항상 긴장한 상태로 있어야 했다.


싫은 사람을 억지로 만나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그는 가주의 저택 뒤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빨리 가서 좀 쉬고 싶었다.


쉬고 점심을 먹은 다음 책에 있는 내용을 직접 해볼 생각이었다.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


세드릭의 시야에서 이제 높은 건물들이 서서히 없어져 갈 때 쯤, 길의 중간 에서 사람이 모여서 웅성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무슨 일이지.

세드릭은 호기심이 생겨 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조금 거리를 좁히자, 그들의 웅성대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세상에나…….”


“어떤 미친 작자가 밀밭지구 한 가운데다가 이런 짓을…….”

대화를 들으니 무슨 일이 벌어지긴 한 모양이었다.


세드릭은 그들이 뭘 보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갔다.


그들은 둥글게 모여서 누워있는 한 여자를 보고 있었다.

여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온몸의 관절을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는 상태였다.


세드릭은 단박에 저 여자가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은 지 시간이 꽤 지났는지, 피부가 섬뜩할 정도로 창백했고 푸른 핏줄이 이곳저곳 서 있었다.


세상에나!

글랜 가문의 심장부인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사람들이 웅성대면서 모여든 이유가 있었다.


여자의 왼쪽 팔에 흉측하다고 느낄 정도의 자상이 보였다. 세드릭은 고개를 쭉 내밀어 그 상처를 살펴보았다.


[악마 같은 글랜 가문을 단죄하리라.]

상처는 희미하게 글자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살인범이 칼로 여자의 팔에 글을 새긴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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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7 2 8쪽
40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5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37 1장 6화 동굴 - 4 15.03.17 221 2 11쪽
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30 2 7쪽
35 1장 6화 동굴 - 2 15.03.17 327 4 11쪽
34 1장 6화 동굴 - 1 15.03.17 17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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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1 15.03.17 122 4 10쪽
31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0 15.03.17 169 2 9쪽
30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15.03.17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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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장 5화 가문의 일원 - 3 15.03.17 29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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