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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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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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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6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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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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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1장 3화 빛의 붕괴 - 3

DUMMY

“연락이 왜 안 오는 거야.”

세드릭은 하늘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미 도착할 만한 시점이 지났다.


기마대가 출병한 시간이 정오쯤이었으니 늦은 오후가 되는 지금 시점까지 연락이 안 오는 건 뭔가 이상했다.


물론 후발주자인 보병대는 그것과 상관없이 전진하고 있긴 했다. 그렇긴 해도 임무가 원활하게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 없으니 세드릭은 불안했다.


“아직 도착을 안 한 거 아닙니까?”

옆에서 같이 말을 타고 가던 넬슨이 물었다.


“그럴 리가 프로스트 까지 데리고 갔잖아.”

길을 알고 있는 사람까지 데려갔으니 도착하고도 남아야 정상인 시간이었다.


정오에 출발했는데 해가 이미 산에 걸쳐 노을을 뿜어내고 있었다.


“너무 불안해 마세요.”

앨리스가 말했다.


“흠......”

세드릭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이내 가로저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고 삐걱 댄다는 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단 하나. 빨리 기마대의 뒤를 쫓아 왜 신호탄이 올라왔는지 확인하는 방법뿐이었다.


“포위하기로 한 지점이 얼마나 더 가야하지?”


“오 분 정도 더 가면 나옵니다.”

세드릭의 말에 넬슨이 답했다.


“조금 서둘러야 겠다.”


“알겠습니다. 전군, 속보!”

세드릭의 명령을 들은 넬슨이 크게 외치자 고수들이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북소리로 앞쪽에 있는 명령을 뒤로 전달하는 것이다.


북소리가 들리자 병사들은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세드릭 및 지휘관들은 말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수고하면 되었지만 병사들은 두 발로 열심히 뛰어야 했다. 창을 들고 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넬슨이 말한 오 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시점에도 기마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거기서 유발된 불안감은 점점 세드릭을 옥죄어 왔다. 사슬이 그의 목을 서서히 감아버리는 듯 한 기분마저 들었다. 혹시 내가 전략을 잘못 짠 것 아닐까? 물론 전략을 짠 사람은 그가 아니라 앨리스였지만 최종적으로 승인한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전투에서 잘못된다면 책임은 자신에게 있었다.


“단장님!”

넬슨이 옆에서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음?”


“저길 보십시오.”

넬슨이 손가락으로 앞 쪽을 가리켰다. 그의 표정은 무언가 놀란 듯 눈알이 동그랗게 커져있었다. 세드릭은 황급히 그가 가리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깃발.

반 쯤 부러진 깃발이 그곳에 세워져 있었다.


깃발 안에 그려져 있는 문양은 밀과 금화. 틀림없이 글랜 가문의 문양이었다.


“저……저게…….”

세드릭은 말을 몰고 가서 깃발이 꽂혀져 있는 곳을 향했다.

깃발 주변으로 가면 갈수록 그의 기마대로 보이는 시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화염에 완전히 타서 시커멓게 타버린 시체, 무언가에 가슴팍이 꿰뚫려 그대로 즉사한 듯 보이는 시체, 머리가 쭈뼛 선채 눈알이 터져있는 시체……. 하나같이 마법에 당한 자들이었다.


옆에서 따라오던 앨리스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앨리스뿐만이 아니었다.

세드릭, 넬슨, 지휘관을 따라 온 병사들까지 모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단……단장님…….”

어디선가 기어 들어가듯이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는 목소리였다.

세드릭은 황급히 말에서 내려 목소리를 쫓아갔다.


거기엔 머리가 검게 그을리고 한쪽 뺨이 무언가에 꿰뚫려 구멍이 나버린 대머리 사내 케블러가 있었다.


“케블러!”

세드릭은 그의 몸뚱이를 양팔로 감쌌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재기가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


“다…단장님……어…어서…….”


“말 하지 마. 힘을 아끼란 말이야!”


“어…어서 도망……치……십…….”

중얼거림이나 다름없는 말을 내뱉은 케블러는 그대로 고개가 푹 꺾여버리고 말았다.


죽은 것이다.

마법사들이 그를 죽인것이다.

아니다. 사실 그를 죽인 것은 무능한 지휘관이었다. 무능한 자신이 그를 죽여 버린 것이다.


“안 돼……안 돼 이 미친 새끼야. 일어나!”

세드릭은 그를 붙잡고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영혼이 빠져나간 몸뚱이는 묵묵부답이었다.


세드릭은 아랫입술을 앞니로 누르면서 속에서 올라오는 무언가를 꾹 눌러 참았다.


모닥불 위의 냄비처럼 그의 분노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냄비가 아궁이의 불을 먹고 펄펄 끓는 것처럼 그의 분노는 케블러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향해 끓기 시작했다.


“그는 당신 때문에 죽었습니다. 세드릭 토벌단장님.”

그의 앞쪽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지만 역시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프로스트. 용병대를 이끄는 자.

그는 멀찍이서 세드릭에게 활을 겨누고 있었다.


“네가 한 일이냐?”


“아니요.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함정만 파놓았을 뿐이죠. 저들을 이리로 밀어 넣은 건 세드릭 토벌단장, 당신입니다.”

세드릭은 한동안 그를 응시했다.

그를 보면서 냉정을 찾아보려 애썼다.


“웃기는 소리. 너 같은 새끼가 마법을 부렸다고?”


“제가 마법을 쓴 건 아닙니다. 마법을 쓴 건......”

그의 말에 어딘가에서 하나 둘씩 자주색 로브를 쓴 자들이 뿅소리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명……두 명……적어도 다섯 명 이상의 사람이 나타났다.


“마법을 쓴 건 이분들이지요. 전 그저 저들을 이곳을 이끌어 주었을 뿐입니다.”

프로스트가 길 안내를 맡으라고 지시내린 사람은 세드릭 자신이었다.


지휘관이 멍청하면 그의 휘하의 군대도 멍청해 진다고, 함정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 들어가게 한 사람은 세드릭 자신이었다.


“미친 새끼......”


“원하는 게 뭐냐!”

옆에 있던 넬슨이 외쳤다.


“원하는 것이요? 용병이 원하는 게 뭐겠습니까? 돈이죠. 돈 때문에 이리 된 겁니다.”

프로스트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잡담은 이 정도 까지만 하죠.”

프로스트는 세드릭에게 겨누던 활을 내리고 그의 옆에 있던 자주색 로브 사내 한명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신호를 보낸 것처럼 보였다.


로브 사내는 말없이 그저 양 팔을 들어올렸다. 들어 올린 팔에서는 불꽃처럼 보이는 것이 이글이글 솟아나기 시작했다. 세드릭은 다른 자들을 황급히 살펴보았다. 전기, 얼음 등등 각자 다른 마법들을 이미 시전하고 있었다.


“미친…….”

세드릭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았다.

포위하려다가 오히려 역으로 포위당한 셈이었다.

이쪽이 숫자가 더 많았지만 저들은 마법사 집단이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순식간에 몰살당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전원, 전투준비!”


“전투준비!”

북이 울렸다.

세드릭은 고개를 돌려 앨리스를 쳐다봤다.

그녀는 검을 뽑아 마법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도 정기 수련자니 자기 한 몸은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세드릭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다시 마법사 놈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법사를 상대로 할 땐 선공이 제격이었다. 아니, 선공을 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었다.


“저 씹어 먹을 새끼들 모조리 죽여!”


“알겠습니다. 전원! 진격!”

넬슨의 말에 병사들이 창을 꼬나 쥐고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세드릭도 검을 뽑아 달려 나갔다.





마법사와 검사와의 전투는 보통 거리유지에 따라 결론이 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 마법사들을 상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세드릭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공을 해야 했다.

선공을 해서 주도권을 놓치지 말아야 했다.


무시무시한 마법을 난발하는 마법사와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정기였다. 정기는 신체 내에 존재해 신체를 보완해 주는 일종의 힘이었다.


사실 이 힘의 정체는 모호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저 신체를 단련하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힘이라는 게 보통의 상식이었고 세드릭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정기의 정체가 아니라 자기 신체 내에 있는 정기를 느끼고 그것을 운용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그건 하루 이틀 만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게다가 이 운용법이라는 것도 명확하게 정도라는 것이 정해진 바가 없었다. 사람마다 골격이 다르고 구조가 달라 명확한 정답 같은 게 정해질리 만무했다.


세드릭은 정기를 쓸 수 있었다.


그가 깨달은 바로는 사람의 신체 근육 자체에 정기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근육에서 무언가의 힘이 숨어있다는 것을 느끼고 난 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팔 근육에서, 종아리 근육에서, 허리 근육에서 정기는 그가 필요로 할 때 아주 조금씩 새어나와 신체의 움직임을 도왔다.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니었다. 힘은 어느순간 자신에게 존재하고 있었다.


세드릭은 그 힘이 세어 나오는 정도를 조금 더 강하게 하면 상식 바깥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 힘이 정기라고 불린다는 걸 알아낸 건 그 이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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