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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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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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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87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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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7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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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장 4화 전조 - 4

DUMMY

주입한 수면제가 조금 강했던 모양이다.


오물이 묻어있는 몸을 깨끗이 씻기고 성당 지하실에 데리고 와 의자에 앉혀 밧줄로 묶어놓은 이후에도 그는 깨어날 생각을 안했다.


로브에서 간편한 린넨 셔츠와 바지로 갈아입은 나는 그를 지켜보면서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저자가 도널드 군요.”

옆에 있던 147이 말했다.


“여관 숙박 목록에 적어놓은 이름을 보면 맞소. 본인도 그렇다고 했고.”


“데리고 온 방식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어요. 36. 그런 방법을 써서 검문을 통과할 줄은 몰랐네요.”


“깔끔한 방법으로만 임무를 완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그렇긴 해도 똥과 오줌을 목표물에게 부어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그녀는 오물이라는 표현 대신 똥과 오줌이라는 표현을 썼다.


“목표물이 훼손될 수도 있는데…….”


“오물 좀 뒤집어썼다고 사람이 훼손되진 않소. 물론 기분은 나쁠수도 있겠지만……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지금은 깨끗이 씻겼으니 상관 없을 거요.”


“예.”

147은 그러더니 한동안 말없이 도널드를 쳐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활은 어떻게 했어요?”


“활 말이오?”

그녀는 활이라는 말만 했지만 무엇을 지칭하는 뻔했다.


“예, 활.”


“괜찮고 믿을 만한 곳에 맡겼으니 안심해도 되오.”

그렇게 말했지만 헤이즈 중앙은행이 확실히 믿을 만한 곳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절대적인 보안은 절대적으로 뚫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정작 맡기니 못 믿겠소? 원한다면 다시 돌려드리겠소.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을 물건도 아니고......”


“아뇨.”

그녀는 단호하게 내 말을 잘랐다.


“가지고 계셔야 해요. 당신과 저 사이를 묶어줄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 현재로써는 그 활이니깐 말이죠.”


“억지요.”


“예, 억지에요. 그런데 억지로라도 우리는 서로 믿어야 했던 거 아닌가요? 좋아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와 당신사이에 무언가를 엮어놓을 수만 있다면 당신이 쉽게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저도 당신을 배신하기 쉬울꺼고요.”

그녀는 나에게 활을 맡긴 것이 억지라고 인정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녀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오히려 내가 배신하기 쉽게 만들어 줬다고 생각 안하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날 함부로 믿은 거요?”

나는 조금 화가 난 모양인지 언성이 높아졌다.

그녀가 답답했다.


“36. 아시다시피 저는 활을 당신에게 맡긴 것이 아니라 제 정체를 당신에게 맡긴 거예요. 아니지, 활을 돌려받아도 제 정체를 이미 당신이 알았을 테니 맡 겼다기보다는 그냥 알려줬다고 해야 옳겠군요. 물론 당신이 제 정체를 어딘가 에다 발설할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같이 일하는 동료의 비밀을 함부로 말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요원이고 임무가 우선이니깐. 제가 없으면 당신은 임무수행이 많이 힘들어질 것이고, 때문에 당신은 제 정체를 함부로 발설할 수가 없을 테죠.”

내가 고성을 내자 그녀가 이마를 찌푸리면서 해명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너무 좋은 쪽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난 그녀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가정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는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겠지.


“사람 그렇게 함부로 믿는 거 아니오.”


“예?”

그녀는 순간 눈알이 동그랗게 변하면서 물었다.


“그렇게 함부로 믿다간 언젠간 큰코다치고 말거요.”


“제가 그런 식으로 보였나 봐요?”


“뭐, 그렇소.”

내 말에 그녀는 씩 웃었다. 왜 웃는 걸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으으…….”

도널드가 깨어나는 소리에 우리는 대화를 중단하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머리가 어지러운 듯 휘휘 돌린 그는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으로 나와 147을 쳐다봤다.


도널드는 한참동안이나 주변을 둘러보면서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여긴......”


“헤이즈의 어딘 가다.”

그를 잠시 지켜보다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당신이 날 납치한 겁니까?”

그의 목소리는 낮게 깔리는 저음이었지만 어울리지 않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눈치 챘다.


“맞다.”


“대체 왜…….”

도널드는 말끝이 흐려지더니 다시 정신을 잃어버린 듯 눈을 감았고 곧 온 몸이 축 늘어졌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던 나는 그를 일부로 깨우려고 다가갔지만 147이 내 팔을 붙잡으면서 제지했다.


“지금은 가만히 납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신 차렸으면 심문 바로 하는 게 낫지 않나?”


“약 기운이 아직 몸 안에서 돌아서 정신 못 차리고 있잖아요. 저런 상태에서 무슨 대답을 듣는다고요.”


“아니, 오히려 저런 상태 일 때 묻는 게 낫소.”

나는 제지한 그녀의 팔을 잡아 놓게 한 다음 도널드에게로 향했다.


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리자 정신을 잃을 것처럼 보이던 표정이 다시 돌아왔다.


“정신을 잃으라고 말한 적 없다. 일어나라.”


“으으…….”


“앞으로 네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내 대접이 달라 질 꺼다.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나 역시 너에게 협조적으로 대해 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나도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알……알겠습니다.”

그의 표정이 당혹스러움에서 두려움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내심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건 일이 잘 되어간다는 증거였다.


“네 이름은 뭐지?”


“......도널드...폴츠비츠 가문의 도널드 입니다.”


“네 고향은 어디고.”


“마일스톤……입니다.”


“네 아버지는?”


“마일스톤의 영주.... 네빌 폴츠비츠입니다.”

내가 제대로 사람을 데려온 모양이었다.

임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이다.


다른 임무인 ‘오크홀 사태'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그를 심문할 시간이었다.


“마일스톤에서 여기까지는 굉장히 먼 거리다. 여기에 온 목적이 뭐지?”


“……기사 작위 자격시험을 위해서 와……왔습니다.”


“기사 작위 자격시험?”

들어본 적이 있긴 했다.

보통 영주의 자손들이 보는 시험인데 자기 부모가 가지고 있는 작위를 물려받을 수 있는 자격을 수여한다는 시험이었다.


시험은 보통 왕실이나 혹은 왕실을 대신할 수 있는 세력이 주관하는데 골든 필드는 보통 글랜 가문이 연다고 했다.


“난 그거 열린 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열린다고는 들었어요.”

옆에 있던 147이 말했다. 나는 그녀를 휙 돌아보았다.


“이곳 헤이즈의 중앙성 밀밭 지구에서요. 일주일 뒤에 열려요. 별일 아닌데다가 임무랑 관계가 없어서 알려드리진 않았지만…….”

사실 그녀가 나에게 그 소식을 알려줘야 할 이유가 전혀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기분이 나쁜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여태껏 그 정보는 임무에 관련된 정보가 아니었으니까.


임무에 필요한 정도가 아닌 과다한 정보는 요원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접견자들의 원칙이었다.


“그렇군.”

나는 다시 도널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말씀드렸으니……제발 사…살려…….”


“아니, 질문은 아직 한참 남았어.”

나는 구석에 처박혀 있던 의자를 끄집어내서 그와 마주보게 앉으면서 말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하나하나 마다 내 마음에 들어야 할 거야.”


“예…예…….”

그의 눈은 나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내가 무섭고 두려운 존재라고 인식한다는 증거이자 징후였다.


나는 그 징후를 포착하곤 그의 턱을 잡아 강제로 나와 마주치게 돌렸다. 그의 눈을 쳐다봤다. 그는 고개를 못 돌리자 눈알을 돌려 나를 보지 않으려 했다.


“날 봐.”


“......”


“날 보라고!”

나는 고성을 질렀다. 그제야 그는 나를 정확하게 응시했다.


“엠마 글랜 과는 무슨 관계야?”


“아……아무 관계도…….”


“네가 엠마 글랜과 같은 일행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원하던 답은 아니야. 어쩔까?”

나는 그의 팔을 잡아 올리면서 손바닥을 강제로 펼쳤다. 허리에 매달려 있는 단검을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대면서 다시 말했다.


“손가락은 총 열 개지만 손가락 하나에는 마디가 각각 있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답변을 할 때 마다 마디 하나씩 자르는 건 어때? 마디 하나 잘랐다고 사람이 죽진 않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맞……맞습니다.”


“맞아? 무엇이 맞는데?”


“제가 그녀와……일행이었다는 게 맞습니다.”


“좋아, 그럼 어쩌다가 일행이 되었지?”


“그건…….”

그는 대답하기를 주저하는 것처럼 보였다.


“손가락이 간질간질 하나보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단검으로 그의 왼손 엄지손톱 밑 부분을 찍었다.


“으악!”

엄지손톱이 크게 들리면서 피가 배어 나왔다.


“말……말할게요.”


“말해봐.”


“……그……그……그 여자를 만난 건 발리우드 숲을 지날 때 였습니다. 저는 넬슨이라는 기사와 같이 이곳 헤이즈로 가는 길이었습죠. 예……넬슨은…….”


“그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상황만 말해봐.”

나는 그의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예……. 그와 같이 발리우드 숲 중간쯤을 지날 때였습니다. 길가에 커다란 통나무가 길을 가로막아서 그걸 치우려고 숀과 같이 힘을 쓰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나에게 몰래 다가와서는 칼로 먹을 것을 달라고 위협했었습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엠마 글랜이 발리우드 숲 한가운데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협박을 했다?

글랜 가문의 일원이 뭐가 아쉬워서 거기서 그러고 있었단 말인가.

오크홀에서부터면 혹시 또 모르지만, 오크홀은 발리우드 숲 가장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도시였다. 발리우드 숲 중간쯤은 오크홀과 거리가 멀었다.


발리우드 숲은 광활한 곳이었다.


그 숲 건너편에 있는 지방인 베이스트가 왕국의 다른 지방과 교류가 거의 없다 시피 할 정도로 넓었다.


“그래서.”


“숀이 그녀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었습니다……. 그 여자가 먹을 것에 정신이 팔렸을 때를 노려 우리는 그녀를 제압하는데 성공했습죠. 우리는 그녀를 가까운 도시 오크홀에 넘긴다고 협박하자 그녀는 자신을 엠마 글랜이라고 소개한 다음 헤이즈까지 데려다 준다면 보상을 해 준다고 했습니다.”


“글랜 가문의 여자라고 어떻게 확신했지?”


“그녀가 가문의 인장이 찍힌 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밀과 금화가 같이 그려져 있는 문양……. 분명 글랜 가문의 문양이 맞았습니다. 그녀는 그걸 보여주면서 글랜 가문의 일원만이 그 반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고, 우리는 의심스러웠지만 그녀를 글랜 가문의 영애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그녀가 진짜 글랜 가문 사람이라면 오크홀에 죄수로 넘기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다고 판단했고……결국 그녀가 헤이즈까지 동행하는 걸 허락 했습니다.”


“그리고는 오크홀에 가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예.......”


“그 사건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고 있지?”

슬슬 본론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한번 불기가 어렵지 불기 시작하면 줄줄이 나오는 법이었다.


“많은 것은 알지 못합니다만……그녀가 그 끔직한 사건에 대해 자신이 짐작하고 있었던 것을 몇 가지 우리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오크홀이 불태운 단체가 발리우드에서 자신을 공격한 단체라는게 그 첫 번째고 오크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오크홀 성주의 집사라는 이야기 였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의심스럽다는 그 단체가 무슨 단체냐는 것이었다. 그 부분이 핵심이었고 꼬여버린 임무를 순식간에 풀어낼 수 있는 실타래였다.


“어떤 단체지?”


“어…….”

그는 잠시 이야기 하는 것을 주저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의 뺨을 다시 한 번 치면서 단검을 그 맞은 뺨으로 들이밀었다.


“왜 쇠맛을 한 번 더 보여줘야 이야기 하려나?”


“말할게요……말하겠습니다. 그 여잔 그 단체를 왕실 특수 임무 기사단이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배지도 가지고 있다고 했습죠. 비록 오크홀 나오면서 잃어버렸다고 울상이었지만…….”

나는 순간 오크홀의 잿더미에서 유일하게 우뚝 솟아있었던 성을 생각했다. 거기서 주운 배지에도 왕실 특수 임무 기사단이었지.


왕실 특수 임무 기사단 이란다.

가만, 그렇다면 트윈 왕실이 그 일에 개입 한 거란 말인가? 정말로? 잃어버렸다던 배지는 내가 입수한 그 배지일 확률이 높았다. 왕실 특수 임무 기사단이라……. 머리를 굴려 봐도 그런 단체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 듣는 단체였다.







“의외로 너무 순순히 부는 거 같은데요?”

성당 지하실에서 올라와 기다란 의자에 걸터앉은 147이 말했다.


“순순히 불 수 밖에.”


“예?”


“저놈……시골에서 처박혀 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자기 고향에서 나온 놈이오. 낯선 사람이 납치해서 깨어나자마자 협박을 해대니 무섭겠지. 그런 경험은 이번이 처음일 꺼요. 경험해 보지 못한 생소한 경험은 사람을 무섭게 한다오. 그리고 공포심은 사람을 다룰 수 있는 최고의 수단 중 하나지. 나는 그저 놈의 공포심에 살짝 손을 대었을 뿐이오.”


“재밌군요. 그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다루나요?”


“고문.”


“고문이요?”


“맞소, 고문. 왜 고문하는 요원은 처음 보오?”


“예.”


“미안하지만 경력이 얼마나 되었지?”


“이 일을 한지는 2년 정도 됐어요.”


“그리 긴 시간은 아니군. 이런 복잡한 임무도 처음이오?”


“예, 그래요. 보통 정찰이나 감시 같은 임무를 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온다 길래 약간 기대 같은 것도 했죠. 드디어 나도 시시한 임무를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해보니 어떻소.”


“아직까진 비슷한데요?”


“점점 임무가 지독해 질 거요. 그나저나 그 뭐 시기냐……. 또 한명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 놈 만난 건 어떻게 되었소?”

그 일을 꺼내는 건 그동안 147이 기껍게 느껴졌었기 때문이었다.


“숀 넬슨이요?”


“그래, 숀 넬슨.”


“누구누구가 망쳐버리는 말에 말아먹었지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웃고 있지만 그녀에게도 짜증이 가득한 기억인 게 분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웃고 넘겼다.


“내가 임무를 망친 셈이 되었군. 미안하오.”


“이제 와서 사과하신다고요?”

그녀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농담조였다.


“그렇소. 미안하오.”


“괜찮아요. 저 치를 잡아왔으니 이제 그놈은 쓸모가 없겠죠.”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난 그건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아무튼 고문은 왜 하는 건데요?”


“왜 하긴 정보를 얻어내려고 하지. 내가 아까 공포심이 사람을 다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하지 않았소. 고문의 목적은 고문 대상자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거요. 고통을 맛본 고문 대상자는 다음에 올 고통을 두려워하게 되오. 고문기술자 들은 그걸 잘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답변을 얻어낸다고 들었소만……. 아직 내 실력이 그 정도까진 아니고 흉내 정도만 내는 거요.”


“그렇군요. 그럼 저 도널드에게도 고문을 할 생각인가요?”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할 거요."


"태도를 보아하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더군요."


"그건 모르오.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하면 원래 공포심이 증폭되는 법이거든. 마음이 좀 진정되면 우리, 아니 나에게 대들 수도 있지. 그나저나, 왕실 특수 임무 기사단이라니……. 그런 단체 들어본 적 있소?"


"아니요. 저도 처음 듣는 단체인데 알아 봐야 할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아까 화낸 건 미안하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세요?"


"한숨 붙이러 가오. 임무 시작과 동시에 한숨도 못 잤으니 졸려 죽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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