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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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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93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14
조회
269
추천
2
글자
8쪽

1장 6화 동굴 - 9

DUMMY

모닥불은 서서히 크게 타오르기 시작하자 세드릭의 부하들은 불을 꺼뜨리기 위함인지 옆에 있던 땅을 파서 모닥불에 던져 넣기 시작했다.


그들의 노력 덕분인지 활활 타는 모닥불이 사그라 들었다. 불길에 하얗게 질려버린 장작은 아직 붉은 기운을 품으면서 자신의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 상태가 되자 부하들이 고기로 보이는 것을 들고 왔다. 세드릭은 그 고기를 보자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저 놈들이 좀 띨빵해 보여도 나름 수도에서 놀다온 인간들도 있거든. 그 놈들은 우리가 댄디 가루로 고기를 양념하거나 밀가루로 덮어 파이로 만드는 걸 별로 좋게 보지 않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야, 그럼 너네 동네에선 대체 어떻게 해먹냐? 그러니깐 이 요리를 해주더군. 새끼 돼지 구이라고 아주 맛이 괜찮아.”

우리에게 고기라도 주겠다는 생각일까.


세드릭은 상세하게 곧 만들어질 음식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배가 몹시 고팠던 나는 세드릭의 말을 듣기만 해도 입에 침이 슬슬 고이는 것을 느꼈다. 침을 삼키며 전혀 그렇지 않은 척 했지만 세드릭은 이미 눈치를 챘는지 나를 보면서 웃었다.


“새끼 돼지 구이는 태어난 지 2주 정도의 돼지가 가장 맛이 좋아. 연하고 껍질이 바삭바삭하거든. 원래는 오븐에 구워야 제 맛이긴 한데……. 뭐, 장소가 장소니깐.”

세드릭은 말하면서 직접 꼬챙이에 돼지들을 끼워 넣고 부하 한명이 건네준 양념을 돼지 안에 바르기 시작했다.


털과 내장을 싹 제거한 돼지 안에 양념을 바르고 그걸 쇠꼬챙이에 하나하나 끼웠다.


그리고는 불씨가 남아있는 모닥불 위에 걸어 돼지를 익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노릇노릇한 냄새와 더불어 돼지가 익기 시작했다.


아, 냄새.

냄새는 안 그래도 배가 고픈 나의 위장을 더 자극 시켰다.


147과 도널드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어느새 눈길이 돼지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뜨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불길이 약한 것도 아닌 장작들 위에서 작은 돼지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사그라진 장작에서 나온 열기로 인해 돼지가 익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기름들이 한 방울 두 방울 씩 모닥불 위로 뚝뚝 떨어졌다.


기름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기름과 불이 만나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저 돼지가 꽂혀 있는 꼬챙이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고 싶었다.


언제인지 모를 시간 동안 나는 썩어가는 빵 조가리만 먹어왔지 않는가? 벌레 먹은 것들도 많았다. 맛을 즐기는 게 아닌 정말로 살기위해서 꾸역꾸역 먹었다.


구토가 나올 만한 맛이었지만 나는 살기 위해서 참고 먹었다. 그러한 것들만 간신히 목숨이 연명할 정도로 먹다가 저 구운 돼지를 보니 눈이 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 중 가장 원초적이면서 가장 욕구가 강한 본능은 바로 식욕의 본능이라는 것을 나는 그 현장에서 다시 한 번 똑똑히 깨달았다.


먹어야 살고 먹지 못하면 죽기 때문에 그 본능이 가장 강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지도 몰랐다.


내 안에 있는 식욕을 끄집어낸 세드릭은 세 명 모두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맛있어 보이지 않아?”

기름이 뚝뚝 떨어진 새끼 돼지는 어느새 갈색으로 색깔이 변하고 있었다. 안에 있던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모양인지 김이 모락모락 솟으면서 고기가 익은 냄새가 최고조에 달했다.


정신이 아늑해지는 냄새였고 눈알이 빙빙 돌아가는 요리였다. 나는 이성의 끈을 붙잡아 보려고 애썼지만 서서히 그 끈을 잡고 있는 정신력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고기는 갈색을 넘어서 약간의 거무튀튀한 나무와 비슷한 색깔이 되어갔다. 그즈음 되니 세드릭은 나뭇가지 하나를 들어 꼬챙이에 꿰인 돼지 하나를 쿡 찔러 보았다. 쑥 하고 들어가는 것을 보아하니 안에 있는 살까지 골고루 익은 모양이었다.


“야, 이놈들아! 다 되었다. 와서 먹어.”


“예.”


“좋아하기는…….”

세드릭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꼬챙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는 단검 하나를 꺼내 새끼돼지의 살을 잘라 먹었는데 연신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도널드. 너도 이리와라.”

세드릭은 아무렇지 않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오라니……. 무슨 말이지?

놀란 나는 순간 도널드를 돌아봤다. 도널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밧줄에 묶인 채 자리에서 일어나 세드릭을 향해 다가섰다.


“고생 많이 했다.”

그는 들고 있던 단검으로 그의 밧줄을 풀어준 다음 부하에게 접시를 받아 고기를 한 움큼 잘라 그에게 건네주었다.


마치 친한 부하를 대하는 듯 한 모습이었다.


도널드가 왜?

왜 세드릭에게서 고기를 받아먹고 있는 걸까?

나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충격적이었다.



“준비는 끝난 겁니까?”

도널드가 고기를 집어먹으면서 말했다.


“그래. 이제 실행만 하면 돼. 더 이상 네가 저 연놈들을 붙잡아 놓을 필요가 없다는 소리지. 고생 정말 많이 했다. 진짜 너에게 미안해가지고…….”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둘의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147도 상당히 놀란 듯 눈알이 휘둥그레 졌다.

그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도널드가 세드릭의 부하였다는 사실. 우리는 며칠 동안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전혀 그런 기색을 느끼지 못했다.


세드릭은 만족스럽게 먹었는지 빈 꼬챙이를 한쪽에 휙 던져버리곤 남은 우리 둘에게 다가왔다.


“자, 너희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설마 고기를 얻어먹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도널드야 원래 우리 사람이었으니까 당연히 먹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거고. 니들은 우리 편이 아니니 먹을 자격이 없어. 만약 너희가 나를 제압하고 이곳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면 여기 있는 이 고기가 아니더라도 맛있는 것을 신나게 먹었을 수도 있겠지.”

그의 표정은 의기양양 했다. 자신이 이겼다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의문이 잔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면 도널드가 동굴에서 했던 행동들은 전부 연기였단 말인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동굴에서 우리를 배신하더라도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던가?


도널드를 쳐다봤다.

그는 단검을 들고 고기를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서 그랬을까?

그 의문은 세드릭이나 도널드 둘 중 한 명이 풀어 줄 수 있었지만 그들이 말해줄 이유가 없었다.


그냥 우리를 죽이면 끝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세드릭은 우리를 죽이지 않았다. 우리를 살려두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너희를 죽이는 게 가장 일처리가 편하지만 너희를 죽이면 다이어 가문과 척을 지는 거라 부담스럽지. 엄연히 다이어 가문에서 파견한 요원인데 죽이면 걔네들이 좋아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래서 말인데, 엠마 글랜이 어디 있는지 나에게 알려주면 여기서 살려 줄 생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아, 엠마 글랜.

머릿속에 그 여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세드릭은 우리가 그녀의 행방을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 정보를 원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그 정보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147을 쳐다봤다.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럴 만 했다. 애초에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 알았으면 도널드를 납치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는 수 없군.”

세드릭은 우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야, 다 먹은 놈 나와 봐. 두 명만.”

그가 말하자 부하 한명이 앞으로 나섰다.


“저놈들 저기 구석진 곳에 가서 죽여. 아직 먹고 있는 애들 있으니깐 좀 멀리 떨어져서 죽여라. 알았냐?”


“예.”

세드릭의 명을 받은 부하 둘이 우리 두 명의 목덜미를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워 억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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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장 7화 제의 - 3 15.03.17 310 1 11쪽
48 1장 7화 제의 - 2 15.03.17 288 1 12쪽
47 1장 7화 제의 - 1 15.03.17 402 2 7쪽
46 1장 6화 동굴 - 13 15.03.17 167 2 13쪽
45 1장 6화 동굴 - 12 15.03.17 262 2 14쪽
44 1장 6화 동굴 - 11 15.03.17 139 2 8쪽
43 1장 6화 동굴 - 10 15.03.17 302 2 15쪽
» 1장 6화 동굴 - 9 15.03.17 270 2 8쪽
41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7 2 8쪽
40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5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37 1장 6화 동굴 - 4 15.03.17 221 2 11쪽
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30 2 7쪽
35 1장 6화 동굴 - 2 15.03.17 327 4 11쪽
34 1장 6화 동굴 - 1 15.03.17 177 2 10쪽
33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2 15.03.17 151 1 8쪽
3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1 15.03.17 122 4 10쪽
31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0 15.03.17 169 2 9쪽
30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15.03.17 85 2 10쪽
29 1장 5화 가문의 일원 - 8 15.03.17 27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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