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애플주스의 홈

트윈 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82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50
조회
297
추천
7
글자
9쪽

1장 3화 빛의 붕괴 -1

DUMMY

15년 전인 제국력 415년.

헤이즈에서 조금 떨어진 마브닌 근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세드릭은 야전 막사의 침상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팠고 목이 바짝바짝 탔다.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몸 상태였지만 세드릭은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들뜬 기분을 내심 가라앉히려 애써야 했다. 생각 같아 선 환호성을 크게 지르고 싶었다.


어제 벌어진 전투에서 크게 이겼기 때문이었다.


마법사 단체 ‘서클’의 대부분이 그의 병사들에게 찢겨졌다. 도망간 몇몇이 있었지만 원래 있었던 인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혈전을 치르고 그 전투에서 크게 이기자 세드릭과 그의 부하들은 승전 파티를 열었다. 술과 요리, 음악과 춤추는 여자들. 그의 무리들은 밤이 깊을 때 까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고 각자의 막사에 들어갈 땐 춤을 추던 무희 한명씩을 끼고 들어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원래는 전장에서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세드릭은 눈 감아 주었다. 이겼으니 하루정도는 묵인해 줘도 상관없을 듯 했다.


사실 세드릭도 할 말이 없는 게, 그의 막사에도 여자 한명이 있는 상태였다.


“앨리스.”

세드릭이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여자를 향해 말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여자는 고개를 돌려 세드릭을 쳐다봤다.


붉은 머리에 붉은 입술, 햇볕에 그을린 갈색피부에 코가 오똑 솟은 여자는 대단한 미녀였다. 저 사람이 자신의 옆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 아닐 수가 없었다.


“왜요?”


“그만 일어나. 아침 먹을 시간이야.”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되었어요?”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이불을 벗었다. 속옷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드러났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옷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세드릭은 무심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붉은 머릿결이 엉덩이 까지 흘러내린 그 모습은 몹시도 아름다웠다.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는 입는 그녀를 보고 세드릭도 주섬주섬 자신의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바지와 셔츠를 입는데 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앨리스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가 다 입고 막사를 나갈 준비를 마쳤을 때도 앨리스는 옷을 입고 있었다.


“입고 식당으로 와.”


“같이 가요.”


“늦으면 자기 몫 없어, 빨리 와.”


“예!”

세드릭은 그렇게 말하면서 막사를 나섰다.


막사 바깥으로 나가니 자신의 부관들인 케블러와 넬슨이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가 벗겨진 매부리코 사내 케블러, 사자의 갈기처럼 갈색 머리가 쭉쭉 뻗쳐있는 사람이 넬슨이었다. 이 둘은 세드릭이 가장 믿는 부하들이었고 그만한 능력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간밤 잘 보내셨습니까?”

넬슨이 물었다.


“그럼! 누구와 같이 주무셨는데. 이런 말씀 드리기는 좀 뭣하지만, 참 부럽습니다.”

케블러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얄밉게 구는 그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래도 엄연히 지휘관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는지라 참았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음……. 앨리스랑 같이 안 가십니까?”


“저기 마침 나오는구먼.”

세드릭은 막사에서 방금 나온 앨리스를 보며 말했다.


“좀 같이 좀 가자니깐요.”

그녀는 퉁명스럽게 툴툴댔다.


세드릭도 사실 같이 나오고 싶었지만, 아직은 전장에 있었기 때문에 보는 눈들이 많았다. 집에 돌아가면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미안.”


“흥.”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 뭐냐?”

민망한 세드릭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햄, 삶은 댄디, 비스킷이라 하던데요.”

넬슨이 말했다.


“그놈의 댄디. 얼른 가자.”








댄디는 골든필드의 특산물로 톡소는 맛이 특징인 버섯이었다.


아무리 골든 필드라도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재해를 만나면 밀 생산량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댄디는 그런 재해에도 잘 살아남아 굶주리는 사람들의 식량이 되곤 했다.


지천으로 나는 버섯이 있어서 흉작이 와도 골든 필드는 굶지 않았다. 땡전 한 푼 없는 거지도 이 댄디 버섯으로 삼시 세끼를 때울 수 있는 축복받은 땅이 골든 필드였다.


세드릭도 물론 골든필드 출신이었기에 어렸을 때부터 이 버섯을 징그럽도록 먹었다. 검을 잡고 수련을 시작할 때도 지금처럼 전장에 나와서도 이 버섯은 그와 함께였다. 햇빛에 바짝 말리면 잘 상하지 않아 군용식량으로도 자주 쓰였기 때문에 전투가 끝나고 난 다음 먹는 음식이 보통 이 버섯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계속 먹다 보니 물린다는 것이었다.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신물이 나는 것 같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세드릭은 참는 수밖에 없었다.


나직이 한숨을 쉬면서 축 늘어진 버섯을 포크로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으…….”

코까지 톡소는 맛.


이런 맛은 가끔씩 먹어야 맛있지, 계속 먹게 된다면 맛이 없었다.

어제 잔칫상에 올라온 돼지고기가 벌써부터 그리운 순간이었다.


“윽.”

다시금 확 올라오는 맛에 코를 잠시 움켜쥐었다. 지금 입에 있는 요놈은 특히 강한 것 같았다.


“어우. 오래된 걸 드셨나 보네.”

넬슨이 세드릭의 모습을 보고 한마디 했다.


“으……빨리 끝내고 돌아가던가 해야지.”


“거의 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앨리스가 물었다.


“완전히 끝난 건 아니야. ‘서클’놈들 얼마나 독한 새끼들인지 알잖아.”

세드릭의 말에 식탁에 앉아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클’은 일종의 비밀 결사로 트윈에 있는 마법사들이 생존권 보장과 권익 추구를 위해 결성된 단체로 알려져 있었다.


위험한 놈들이었고 트윈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고 때에 따라서는 증오까지 받는 단체였다.


벌인 악행으로 인한 악명도 자자해 왕국이 공적으로 선포하고 현상금 까지 걸 정도였다.


문제는 트윈 왕국에 있는 마법사 중에 이 단체와 연결이 안 된 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사들이 판치는 왕국인 이 나라에서 마법사들이 발붙일 곳은 없었기에 서로 뭉친 게 그 단체였기 때문이다.


트윈 안에 있는 마법사들이 유일하게 비빌 언덕이라고는 서클 밖에는 없었다.


왕국에서 공적으로 선포되니 글랜 가문이라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서클 토벌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더라도 자기 영토 안에 있는 마법사들은 전부 쫓아내거나 죽여야 했다.


마브닌이 골든 필드에서 가장 ‘서클’ 조직원이 많다는 첩보가 들어오자 세드릭은 곧장 자신을 이곳에 보내달라고 요청했었다. 비록 자신이 서자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마법사들을 족치는데 공을 세우면 가문이 자신을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제의 전투로 마브닌에 있던 서클 조직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죽거나 도망쳤다. 남은 일은 도망친 잔당을 소탕하는 것 밖에 없었다.


“일단 먹고 이야기 하자. 먹는데 일 이야기 하면 재수 없어.”


“예.”

세드릭은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도 후딱 이 일을 끝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 델런 글랜은 자신이 이 임무를 제대로만 수행한다면 글랜 성씨를 수여해 주겠다고 했다.


서자에게 성씨를 수여한다는 건 서자가 아니라 정식 아들로 인정해 주겠다는 말과 같았다. 서자는 가문의 성을 받지 못하니 말이다.


성을 부여받는 건 기사라는 신분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정식 아들로 인정받게 된다면 가문의 후계자를 노려볼 수도 있었다.


배다른 형 마틴이 있긴 했지만 어찌되었건 골든 필드를 지배하는 글랜가의 정식 후계자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자인 그에게 이 보다 멋진 말은 없었다.

그리만 될 수 있다면 후계자가 되지 못해도 좋을 것만 같았다.


세드릭은 반절정도 남은 삶은 댄디 버섯을 포크로 푹 찍어 단숨에 삼켰다. 그리고는 딱딱한 햄을 최대한 얇게 썰어서 먹기 시작했다. 햄은 단단했지만 댄디보다는 먹을 만 했다.


지금 처리하고 있는 일도 댄디 버섯처럼 잘 처리가 된다면 햄처럼 맛있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단장님.”


“응?”

세드릭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문득 상념에서 벗어났다. 자신을 부른 사람은 넬슨이었다. 앨리스와 케블러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만……. 프로스트가 추적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용병대가 벌써 돌아왔다고?”

세드릭은 넬슨의 보고를 받으면서 햄을 씹었다.


“아무래도 마법사 놈들이 멀리가지는 못했던 모양입니다.”


“좋아, 일단 밥 먼저 먹고 그 인간 나한테 오라고 해.”


“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트윈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시 휴재 합니다.... 15.04.16 269 0 -
공지 트윈 연대기는 주 1회 월요일 연재입니다. 15.03.24 92 0 -
공지 임시복구 완료. 15.03.17 267 0 -
공지 선호작 하셨던 분들 죄송합니다. 15.03.16 238 0 -
57 1장 7화 제의 - 11 15.04.06 175 1 10쪽
56 1장 7화 제의 - 10 15.04.06 286 1 9쪽
55 1장 7화 제의 - 9 15.03.30 94 3 11쪽
54 1장 7화 제의 - 8 15.03.30 268 3 10쪽
53 1장 7화 제의 - 7 15.03.23 308 1 8쪽
52 1장 7화 제의 - 6 15.03.23 222 1 13쪽
51 1장 7화 제의 - 5 15.03.17 336 4 11쪽
50 1장 7화 제의 - 4 15.03.17 121 1 10쪽
49 1장 7화 제의 - 3 15.03.17 310 1 11쪽
48 1장 7화 제의 - 2 15.03.17 288 1 12쪽
47 1장 7화 제의 - 1 15.03.17 402 2 7쪽
46 1장 6화 동굴 - 13 15.03.17 167 2 13쪽
45 1장 6화 동굴 - 12 15.03.17 262 2 14쪽
44 1장 6화 동굴 - 11 15.03.17 138 2 8쪽
43 1장 6화 동굴 - 10 15.03.17 302 2 15쪽
42 1장 6화 동굴 - 9 15.03.17 269 2 8쪽
41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6 2 8쪽
40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5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37 1장 6화 동굴 - 4 15.03.17 221 2 11쪽
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29 2 7쪽
35 1장 6화 동굴 - 2 15.03.17 327 4 11쪽
34 1장 6화 동굴 - 1 15.03.17 177 2 10쪽
33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2 15.03.17 151 1 8쪽
3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1 15.03.17 121 4 10쪽
31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0 15.03.17 169 2 9쪽
30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15.03.17 85 2 10쪽
29 1장 5화 가문의 일원 - 8 15.03.17 274 3 9쪽
28 1장 5화 가문의 일원 - 7 15.03.17 317 4 8쪽
27 1장 5화 가문의 일원 - 6 15.03.17 278 2 11쪽
26 1장 5화 가문의 일원 - 5 15.03.17 229 4 10쪽
25 1장 5화 가문의 일원 - 4 15.03.17 298 3 10쪽
24 1장 5화 가문의 일원 - 3 15.03.17 292 3 11쪽
23 1장 5화 가문의 일원 - 2 15.03.17 172 4 9쪽
2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 15.03.17 308 3 7쪽
21 1장 4화 전조 - 5 15.03.17 187 3 10쪽
20 1장 4화 전조 - 4 15.03.17 303 6 16쪽
19 1장 4화 전조 - 3 15.03.17 312 2 10쪽
18 1장 4화 전조 - 2 15.03.17 344 3 12쪽
17 1장 4화 전조 - 1 15.03.17 332 4 10쪽
16 1장 3화 빛의 붕괴 - 4 15.03.17 287 5 12쪽
15 1장 3화 빛의 붕괴 - 3 15.03.17 292 3 9쪽
14 1장 3화 빛의 붕괴 - 2 15.03.17 298 5 9쪽
» 1장 3화 빛의 붕괴 -1 15.03.17 298 7 9쪽
12 1장 2화 독 - 8 15.03.17 258 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