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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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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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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91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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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장 5화 가문의 일원 - 8

DUMMY

성당 앞에서 열렸던 재판장은 곧이어 결투장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성당이나 여관 같은 건물로 들어가 창문에 고개를 내민 채 시선을 결투의 현장으로 옮겼다.


사형은 이미 선고되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명목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세드릭이 할 수 있는 건 판결권을 가진 네빌 폴츠비츠를 모욕하고 도발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명예를 훼손하는 것 만큼 작위를 가진 기사 입장에서 모욕적인 것은 없었다.


기사들은 보통 영지를 받아 그 영지를 다스린다.

영지를 다스릴 권한을 갖는 것이다.

그 권한 중에선 세금을 거둘 권한, 영지에 대해 정책을 세울 권한, 질서 유지를 위해 군대를 소집할 권한 등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권한은 역시 재판에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었다.


이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적어도 자기 영지 내에서는 자기 말이 법이 되었다. 영주가 잘못했다고 하면 잘못한 것이고, 잘못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잘못하지 않은 것이다.


판결 권은 그만큼 막강한 힘이었고, 영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권리였다.


세드릭은 그걸 모욕한 것이다.


사실 네빌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결투였다. 어찌되었건 세드릭은 작위가 없었고 그는 작위가 있었기 때문에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 필요도 없었다.


세드릭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검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승산이 없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다행히 자신의 바람대로 네빌 폴츠비츠는 자신의 도발에 걸려든 것 처럼 보였다. 판결 권을 모욕하며 결투를 요구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였다.


문제는 이 결투에서 이겨야 판결이 무효가 되는 것이다.


세드릭은 검을 들고 자신과 맞은편에 있는 네빌의 모습을 살펴봤다. 대부분의 검들이 두께와 무게가 있는 편인데 반해 그의 검은 얇고 가늘었다.


저런 검들은 얇은 만큼 잘 부러지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하기 까다로웠다. 저런 검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대개 검을 멋으로 드는 자이던가, 아니면 검을 기가 막히게 잘 쓰는 부류였다.


네빌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저번에 경험해 본 그의 실력은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내가 그를 상대로 딱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에게 유효적인 타격을 한번이라도 줄 수 있을까?


네빌은 검을 뽑아든 채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선공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는 실력만큼이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기세에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부로라도 정의를 불태워야 했다. 그래도 승산이 약간이나마 있을까 말까였다.


좋아, 까딱거린 그 손가락을 잘라주지.

세드릭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기합을 지르며 그에게 돌진했다.


“으아!”

달려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본 네빌은 그가 가까이 거리를 좁히자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면서 검을 빠르게 내리쳤다.


달려드는 경로를 바꾸지 않으면 세드릭의 머리로 그 검이 그대로 꽂힐 공격이었다.


세드릭은 간신히 몸을 옆으로 비틀어 내리치는 공격을 피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 덕분에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렸고 달려드는 속도와 힘 때문에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으…….”

공격은 피했지만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버리고 말았다.


세드릭을 본 네빌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고작 그거밖에 안되냐는 표정이었다.


“이익!”

세드릭은 일어나 검을 고쳐 잡았다.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한번 보자.

그는 다시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넬슨은 이번엔 가볍게 오른쪽으로 한발자국 움직여 그의 저돌적인 공격을 피했다.


공격을 간단히 무효화 시킨 네빌이 무릎으로 세드릭의 오른쪽 옆구리를 찍어 올렸다.


“윽!”

송곳 같은 고통이 타격을 받은 부위에서 느껴졌다.

세드릭은 아픔을 참고 다시 일어섰다. 어느새 네빌은 반대편으로 가있었다.


돌진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차라리 검을 섞어보는 건 어떨까?


세드릭은 검을 들고 이번엔 천천히 네빌에게 다가섰다.

네빌은 그의 움직임을 보고도 계속 그 자리에 서있기만 했다.


한발 한발씩 천천히 전진한 세드릭은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거리가 되자 그의 가슴 쪽을 향해 찔렀다.


네빌은 찔러오는 공격을 가만히 보고 있더니 검을 움직여 세드릭의 검의 옆면을 후려쳤다. 그러자 화살처럼 공기를 가르며 쏘아오던 검이 순간 방향을 잃고 검로를 이탈해 버리고 말았다.


세드릭은 다시금 검을 추켜들고 이번엔 수직으로 내려 베기를 시도했다. 네빌은 간단하게 검을 옆으로 들어 올리면서 그의 공격을 받아쳤다.


내려 베기, 올려 베기, 찌르기……. 그 이후로도 많은 공격을 시도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그의 방어는 뚫을 수 없는 철벽이었다.


세드릭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입에서는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반면에 네빌은 숨 한번 고르지도 않았다. 그만큼 그의 공격이 막기가 쉬웠다는 증거였다.


온 힘을 다해서 공격을 해야 했다.

체력이나 힘의 배분 따위는 생각하지 말아야 했다.


그렇게 생각한 세드릭은 자신의 근육에 남아있는 정기를 끌어올렸다. 피로가 잠시 잊히면서 자신의 종아리와 팔에 힘이 충만해 지는 것을 느꼈다.


검을 다시 들었다.

신중하게 공격을 해야 했다. 세드릭은 천천히 네빌의 빈틈을 찾아보려 애를 썼다. 그는 팔을 늘어뜨린 체 그가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술해 보이는 자세였지만 막상 공격하자니 들어갈 틈이 없었다. 저 쭉 늘어뜨린 팔에 들린 검으로 모조리 막아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려움이었다. 공격이 막힐까봐 무서워 한다는 것을 스스로 무서워하고 있었다. 무서워하면 안 돼. 검을 맞닥뜨리고 있는 동안 겁을 먹으면 그대로 끝이었다.


세드릭은 그에게로 달려 나갔다. 온 힘과 기술을 다해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검과 검이 세차게 부딪혔다. 회심의 일격이 너무나 허무하게 무위로 돌아갔다.


세드릭은 공격이 실패하자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헉……헉…….”

숨이 가팠다. 정기를 사용해 체력의 부담이 더 심했다. 세드릭은 그런 가운데도 네빌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런.”

네빌이 나직이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아까 세차게 부딪혀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그의 검은 반 토막이 나있었다. 얇은 검이 힘을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리고 만 것이다.


“검을 잃었군. 항복 하겠소.”

네빌이 중얼거렸다.


세드릭은 그의 말이 마치 꿈에서 들린 것처럼 아른거렸다.


“뭐……뭐라고?”

세드릭이 물었다.


“들은 그대로요. 항복이오. 당신이 이겼소.”

네빌은 내뱉듯이 말하면서 반 토막 난 검을 땅바닥에다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등을 휙 돌려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이겼다.

결투가 끝나고 나서 세드릭이 가장 먼저 든 기분이었다.


자신은 결투에서 이겼고 따라서 재판은 무효가 되었다.


네빌 폴츠비츠가 자신을 봐주었다는 사실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검도 일부러 얇은 검을 들고 왔을 것이다. 그런 형태의 검은 너무나 쉽게 부러진다는 걸 모를 리가 없지 않는가? 그는 일부로 져주었고 그럼으로 인해 자신에게 말했던 사항을 지켰다.


그의 권위에 대해 모욕을 시도하면서 결투를 신청한 것은 세드릭 이었지만, 오히려 네빌은 그런 자신을 제대로 모욕했다.


최선을 다해 상대해 주지도 않았으면서 간단하게 압도할 수 있다는 건 세드릭의 실력에 대한 모욕이자 모독일 수밖에 없었다.


넌 대충해도 내가 가지고 논다.

이 말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 말이다.



아무렴 어떠랴.

살아남았으면 그만이었다. 명예나 모욕 따위는 개나 주라지.


똥밭에 굴러도 죽은 시체가 되어서 구르는 것보단 살아서 구르는 것이 좋은 것이다.


“단장님…….”

어느새 풀려났는지, 넬슨이 자신의 곁으로 와 있었다.


“넬슨.”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 많기는.......그냥 굴욕만 당했지.”

세드릭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네가 왜 죄송한데?”

이상한 말이었다.

가만히 보니 그의 태도도 어딘가 이상했는데, 무언가 풀이 죽어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드릭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넬슨 같다고 생각했다.


원숭이 처럼 힘없이 내려간 팔.

그 팔에는 커다란 돌멩이가 들려 있었다.


가만……. 돌멩이는 왜 들고 있는 거지?


“……죄송합니다.”

넬슨은 그렇게 말하면서 돌멩이로 세드릭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악!”

난데없는 공격에 세드릭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거의 반사적인 비명이었다.

그 비명을 지른 후 땅바닥에 엎어지기도 전에 세드릭은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고통을 느낄 새가 없었다.


고통뿐만이 아니었다.

넬슨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충격도, 배신감도 느낄 수가 없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저 깜깜한 암흑만이 펼쳐져 있을 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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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7 2 8쪽
40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5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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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3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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