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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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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17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09
조회
177
추천
2
글자
10쪽

1장 6화 동굴 - 1

DUMMY

화를 가라앉혀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펄펄 끓는 냄비처럼 속이 부글부글 끓어넘쳤다.


침착하자. 침착해.

끓어오르는 화를 내리누르려고 나는 안간힘을 썼다.


“후우.....”

이마를 잡고 부서진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한숨을 크게 쉬어보았다. 그렇게 숨을 쉬니 조금 열기가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다시 종이를 읽어보았다.


[36에게.

그동안 네가 이 도시에 들어와서 하는 행동들을 지켜봐왔다.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더군.

너의 그 귀여운 동료랑 도널드라고 불리는 남자는 지금 우리가 데리고 있다.

우리를 만나고 싶으면 금화지구로 와라.

금화지구에 오면 우리가 너를 찾을 것이다.]


여기 적혀있는 말이 사실이라면 놈들은 이곳 헤이즈에 내가 도착했을 때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일 것이다. 실시간으로 지켜보지 않았어도, 행적들을 전부 다 알아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한 행동들을 이렇게 세세하게 적어놓지 못하겠지.


내가 어디에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전부 그들은 알고 있었다. 성당이 임시 비밀 은신처인 것도 알고 있었고, 도널드를 내가 확보한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동안 멍청하게도 난 아무런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멍청함이 이런 상황을 만들게 된 것이다.


147은 잡혀갔고, 기껏 확보해 놓은 도널드도 그들이 날름 집어갔다. 그리고 은신처를 지키고 있던 신부도 죽었다.


나는 등에 커다란 화살이 박혀서 차가운 성당 바닥에 엎어진 신부를 쳐다봤다.


그의 모습을 보니 밀밭에 있었던 HAZ1342 지점이 떠올랐다.

147은 사람이 침입하자 자신의 사자 활을 써서 쏴 죽였다. 분명 저 정도로 커다란 화살이었다.


그에 대한 복수였을까?

성당에서 그들은 147의 방식과 똑같이 신부를 죽였다.


화살에 종이쪽지를 매달아 놓고 신부의 등에다 화살을 꽂아 죽인 것이다. 아예, 죽여 놓고 화살을 당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침착하려 할수록 나는 화가 더 끓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에 타고 있는 유황처럼 분노가 내 자신을 태우는 것 같았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성당의 부서진 의자에서 일어났다.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적어도 어떤 놈들이 일을 망쳐놨는지는 알아내야 했다.





성당을 나온 난 금화지구로 가는 길을 따라 뚜벅뚜벅 걸었다.


길게 뻗은 대로를 걸으면서 끓어올랐던 분노를 천천히 식히려 애썼다.


놈들은 내 임무를 망쳤다.

도널드라는 임무 목적의 열쇠를 간신히 손에 쥐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나에게서 강탈해 갔다.


가문에게 연락해 구원을 요청할까?


하지만 저들이 내 행동하나하나를 다 보고 있는데 어떻게 구원 요청을 한단 말인가. 지금도 내 모습을 놓치지 않고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도망갈까?

마찬가지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구원요청도 불가능,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 했다.

내 행동을 감시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니 어떤 것도 불가능했다.


그들이 하라는 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허리에 매달려있는 단검을 쳐다봤다. 내가 그들과 맞서고 싶다면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바로 이 단검이었다.

이 단검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놈들에게 이걸로 맞설 수 있을까?



생각을 하는 도중에 내성문에 있는 검문소를 통과했다. 이곳을 지나면 금화지구로 갈 수 있었다.


저번에 보았던 곧게 뻗어있는 대로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은 여전히 많아서 웅성웅성 시끄러웠다.


자, 왔다.

이제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는 들고 온 종이쪽지 내용을 다시 읽어보았다. 분명 이리로 오라고 적혀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왔군.”

나는 어디서엔가 한번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다.


세드릭.

그가 내 뒤에 서 있었다.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한 사이에 그는 내 뒤를 점한 것이다.


“수면 독이라고 하지? 잠깐 잠드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등을 날카로운 송곳 같은 걸로 찔렀다. 살짝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만 찔렸지만 그 단검에 독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쏟아지는 졸음이 상처를 타고 내 눈과 머리에 침투했다.

나는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똑똑.

물이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소리.

소리는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는 신경을 바짝바짝 세워 짜증이 나게 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물소리와 함께 섞여 들어왔다.


“으으…….”


“일어나세요.”

누군가가 나를 흔드는 것을 느꼈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눈꺼풀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서 뜨기가 힘들었다.


무게를 이겨내면서 간신히 실눈을 뜨자 어두운 그림자 사이로 한 사람 얼굴의 윤곽이 잡혀갔다.


147이었다.


“일어나시라고요.”


“으……여기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어디겠어요. 놈들이 우릴 잡아 가둔 동굴이지.”


“잡아……가두었다고?”

사고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마지막 기억이 금화지구에서 세드릭을 만났던 것이었다.


“예.”


“세드릭......”

나는 그의 이름을 읊조렸다.


“맞아요. 그가 우리가 찾던 사람이에요. 오크홀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요.”


“뭐?”

나는 순간 놀라서 덜 깬 잠이 확 달아났다.


“그게 무슨......”


“그가 날 잡아 가두고 심문하던 도중 그런 말을 하더군요. 자신이 오크홀에 불을 지른 장본인이라고 말이에요.”

놀라운 말이었다.

세드릭이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오크홀은 부유한 도시이기 이전에 글랜 가문의 관할 영토였다.


자기 가문의 영토를 자기가 공격한 셈이지 않는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이해가 잘 안 가는데……. 왜 그가 자기 가문의 도시를 공격했단 말이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둠이 눈에 점차적으로 적응되고 동굴 안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빛을 받아들이면서 나는 147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뺨을 뭐로 때렸는지 시퍼런 멍이 들었는데 멍이 든 반대쪽 뺨엔 길게 쭉 찢어져 있는 상처에서 피가 줄줄 새어나오고 있었다.


머리끄덩이를 붙잡혔는지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오랫동안 씻지 않아서 인지 정체모를 검은 얼룩들이 얼굴에 덕지덕지 흘렀다.


나는 그녀를 유심히 보면서 말했다.


“세드릭이 당신에게 뭔 짓을 저지른 거요?”


“.....,고문했죠.”

그녀는 쓴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나에게 말했다. 겪었을 고초를 굳이 들어보지 않더라도 짐작이 갔다.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사지가 전부 멀쩡하게 붙어있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나 때문에 그녀가 저 꼴이 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어두움 사이로 남아있는 희미한 빛에 비치는 풍경을 봐선 동굴 같아 보였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바닥은 얼음장 같이 차가웠고 창문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오직 앞을 가로막고 있는 철문이 보일 뿐이었다.

창살문이 아니라 강철판을 덧대서 만든 문이라 문 바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도 몰라요. 동굴이라는 것만 알지. 아, 그리고 여기 저희 둘만 있는게 아니라…….”


“저도 있습니다.”

동굴 한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림자 사이로 한 남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나 익숙한 모습을 한 그의 이름은 도널드였다.


“당신 때문에 갇힌 사람이지요. 기억나십니까?”

기억나다마다.


“왜……당신이 여기 있는 거요?”


“놈들이 우리 둘을 잡아 이곳에다가 던져놓았습니다. 나중에 당신이 들어 온 거지요.”

그는 실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 그의 말투는 정중했지만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묻는 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습니다. 왜 날 납치한 겁니까? 나는 고문 같은 거 안 해도 그 정도 목격담은 충분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건......”


“제가 여기 들어온 지 삼일 째입니다. 그 삼일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잘못을 했다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고민을 해봤는데……. 전혀 알 수가 없더군요. 내가 당신처럼 사람을 납치했습니까? 아니면, 내가 무고한 사람을 죽였습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이의 물건을 훔치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당신……당신이 날 납치해서 그 성당의 지하실에 감금시키지만 않았더라도 나는 이런 꼴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의 말은 하나하나가 날이 서있었다.


하긴, 내가 그의 입장이 되어도 화가 나고 어이가 없을 것이다. 자기 여관방에 들어오니 갑자기 납치되었는데, 그 납치되어 갇힌 곳이 공격받아 이젠 다른 곳에 갇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어이가 없을 것인가?


“후우……. 좋습니다. 좋아요. 이미 벌어진 일을 비난해 봤자 바뀌는 것은 없겠지요. 그렇지만 이유나 좀 압시다. 이대로 여기서 썩어가기엔 솔직히 너무 억울합니다.”

그는 끝까지 말에 존대를 붙였다.


“……당신이 목격자라서.”

그 말 밖에 해줄 것이 없었다.


“그겁니까? 고작 그게 이유입니까?”


“.......”

따지는 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그를 심문하던 입장에서 그와 같은 처지가 되어버렸으니 딱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목격자라면 나 말고도 두 명 더 있었는데 당신들은 나를 납치했습니다. 엠마 글랜이야 글랜의 보호를 받고 있을테니 그렇다 치더라도 숀 넬슨이 아니라 날 납치한 이유가…….”


“그건 나도 모르오.”


“무슨 말입니까?”


“......”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가문이 시켰다고 외부인에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널드는 몇 번 더 물어보더니 이내 포기한 듯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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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장 7화 제의 - 5 15.03.17 33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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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1장 6화 동굴 - 10 15.03.17 30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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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30 2 7쪽
35 1장 6화 동굴 - 2 15.03.17 327 4 11쪽
» 1장 6화 동굴 - 1 15.03.17 17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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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1 15.03.17 122 4 10쪽
31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0 15.03.17 169 2 9쪽
30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15.03.17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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