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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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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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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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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7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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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7화 제의 - 4

DUMMY

[정기를 활용하게 되면 그냥 근육이 내는 힘과 속도보다 훨씬 우월해 질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정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쌓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활용하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그냥 활용한다고 생각만 하면 저절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정기는 사람의 신체에 이질적인 기운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신체가 스스로 생성해낸 힘이기 때문에 말을 안 듣는 것도 이상할 것이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나 다리를 이용해 걷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다만 이때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의식하고 정기를 사용하는 것과 무의식중에 저절로 정기가 사용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지?

세드릭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다시 책을 읽었다.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즉, 내가 정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경우 억지로 끌어다가 쓰는 것이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신체에 저장되어 있는 정기가 자연스럽게 근육 쪽으로 이동해 힘을 실어주게 된다. 강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무의식적으로 정기를 사용해야 한다.

생각하기 전에 정기가 이미 근육 쪽에 도달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정기를 사용하는 것에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효과적으로 정기를 운용할 수 있다.


말로는 쉽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정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어떤 훈련을 해야 할까?


답은 역시나 간단하다. 신체를 수련하면 된다. 이 책 앞장에 나와 있는 동작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람을 찌르거나 벨 수 있는지에 대한 동작들이다.


그 동작을 체력이 다할 때까지 반복하고, 정기마저 소모 할 때까지 반복한다. 그 반복을 거치는 동안 몸은 정기가 바닥날 것을 대비함은 물론 정기가 동작에 사용하는 근육에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두게 된다.


위에 설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몸이 스스로 변하는 것이다.]


세드릭은 그 부분 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어느새 주위가 어둑어둑 해진 것을 보아하니 시간이 꽤나 지난 모양이었다. 검을 들고 수련하기 위해 이 공터에 나온 것인데 정작 책만 읽다가 시간을 전부 보낸 셈이었다.


책에 있는 내용이 전부 옳은지는 세드릭도 알 수가 없었다. 특히 마지막에 있는 그 ‘정기’에 대한 내용은 그냥 열심히 몸을 굴리라는 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몸을 굴리다 보면 몸이 스스로 변한다고 이 책은 주장하고 있었다.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이전에 겪었던 체험이 있어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해준 네빌 폴츠비츠의 압도적인 강함이 뇌리에 박혀 있는 이상 완전히 허구적인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없었다. 그가 권해준 책이고 그가 권해준 방법이었다.


“일단 집에 돌아가자.”

세드릭은 주린 배를 채워야 겠다고 생각해서 책을 품안에 갈무리하고 검을 정리했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 초보 하녀가 요리를 얼마나 잘했을까? 맛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제인이 만든 저녁은 삶은 보리와 고기스튜였다.

지하실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말린 고기와 보릿자루를 꺼낸 것 같았다. 여자 혼자서 꺼내긴 힘들 었을텐데 용케 끄집어내 저녁을 만들어 줬다.


간을 싱겁게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스튜가 조금 짰다.


그래도 못 먹을 정도로 맛없진 않았다. 삶은 보리와 곁들여 먹으면 먹을 만은 했다.


밥을 다 먹은 다음 제인은 그릇을 정리했다. 이곳에서는 씻길 곳이 마땅치 않으니 자기가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가 깨끗이 씻겨서 가져오겠단다. 덤으로 빨래도 그렇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냥 우물에 물을 퍼서 하면 될 것을.


세드릭은 제인에게 우물의 위치를 가르쳐 주고, 설거지는 그 우물의 물로 씻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빨래는 거기서는 무리였다. 개울가에서 몽둥이를 들고 팍팍 때려야 땟국물이 빠질까 말까 였으니까.


제인이 잘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밤이 되면 빨래를 가지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가 아침에 가지고 다시 돌아오라 했다.


“그럴게요.”

제인은 그리 말하면서 빨랫감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세드릭은 그녀의 말에 여행용 봇짐에 있던 셔츠와 바지를 건네주었다. 이곳으로 돌아오는 기간 동안 한 번도 빨지 않아서 냄새가 상당히 심하게 나는 옷들이었다. 먼 거리의 여행을 하면 아무래도 옷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인은 세드릭이 건네준 옷을 들고 그의 집을 나섰다.


그녀는 내일 아침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 세드릭의 상황이 그랬다. 이곳에 오기 정말 싫었지만 그래도 와야만 했다. 안 그래도 자신을 좋게 보고 있지 않은데, 여기 오지 않는다면 더 부정적으로 볼 테니까.


“왔으면 재깍재깍 인사를 해야지 왜 하루 있다가 나타난 거지?”


세드릭은 자신의 아버지인 델런 글랜이 자신에게 퉁명스럽게 말하는 걸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듣고 있었다. 역시 자신이 기대했던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미워도 자기 자식인데, 최소한 잘 다녀왔는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정도는 물어봐야 하지 않는가?


“죄송합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처리해야 할 일 따윈 없었다. 그냥 이 건물에 오기 싫었던 것뿐이다.


중앙성 밀밭지구의 가장 중심지 가주 저택.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들이 날아다니는 이곳에 발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그냥 소름이 끼쳤다. 이 건물에 와서 자신의 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라고 계획을 짜는 아버지를 만나는 것도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정황만 있지 확실하게 확정 지을만한 증거를 세드릭은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따질 수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따질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있는지 조차 의문이었다.


상대는 골든필드의 지배자니까.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아니다. 네가 하는 일이 뻔하지.”


“예?”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잖아. 이번에 나간 일도 실패했고 말이야. 전쟁 질을 잘하기를 해, 그렇다고 돈 계산이 빠른 것도 아니고. 그런 놈이 할 일이라고는 뻔 하겠지.”

델런은 그를 비웃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 것이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냐. 네놈은 써 먹을 래야 쓸데가 없는 놈이라는 건 글랜 가문의 모두가 다 아는데.”

델런은 자신이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아들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이나 버릇 등이 보일 때 아버지들은 야단과 질책, 설득 같은 것들을 통해 아들의 행동거지를 교정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델런은 그냥 세드릭에게 비웃음을 날릴 뿐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


저 깡마른 중년사내는 자신을 아들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세드릭은 사생아였다. 태어났을 때 들판에 버려져도 할 말이 없는 존재가 바로 세드릭이었다.


정당하지 못한 관계에서 정당하지 못한 일로 만들어진 사람.


세드릭의 존재는 델런에게 자신의 명예를 깎아 먹는 인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델런의 성격상 여태껏 버리지 않고 키운 것이 용했다.


날 태어났을 때 그냥 죽이지 그러셨어요. 아버지.

세드릭은 충동적으로 올라오는 그 말을 속으로 꿀꺽 삼켰다.


“죄송합니다. 가주님.”

자신은 델런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조차 없었다. 아버지의 명예를 깎아먹은 자식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델런에게 수치스럽게 여겨지니 아버지 대신에 가주님이라고 불러야 했다. 공식적인 호칭이 그랬다.


"넌 아무것도 못하는 군. 됐다. 꼴도 보기 싫으니깐 나가.”


“알겠습니다.”

여기 온 내가 바보지. 그래, 내가 바보야. 바보.

세드릭은 고개를 숙여 그에게 절을 한 뒤 방문을 열고 나섰다. 더 있기조차 싫었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문을 닫고 나왔다.


“후우…….”

답답한 나머지 크게 한숨을 쉬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꽉 눌린 듯 한 가슴이 풀어지진 않았다.


“뭐가 그래 아쉬워서 한숨을 쉬시나?”

앞에서 들려오는 말에 세드릭은 머리를 들어 누가 이야기 했는지 살펴봤다. 그의 형, 마틴 글랜이었다. 살집이 많고 푸근한 인상을 한 겉모습과 달리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인간.


사실 따지고 보면 델런 글랜이 자신을 싫어하기 시작한 것도 이 인간 덕분이었다. 그가 자신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평가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니까.


“당신이군요.”

세드릭은 델런과는 달리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새끼 말하는 본새 하곤……. 갔던 일은 잘 됐고?”

모르면서 묻는 말인가?

아니, 알고 있으면서도 묻는 것이다. 그의 말에 픽 웃음이 나왔다.


“잘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까?”


“여기 잘 있는 거 보니 잘 됐을 수도 있지.”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주 눈에 보였다.


“당신하고는 길게 이야기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를 쳐다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역겨움이 치솟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상대하기 싫은 사람은 상대하지 마는 것이 상책이다.

세드릭은 그에게 살짝 목례를 한 후 그의 지나쳤다. 마틴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등 뒤에서 마틴 글랜이 말이 들려왔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그만 가정을 이뤄야지. 괜찮은 여자 하나 잡아봐.”

저 인간이 끝까지 사람 속을 긁는구먼.


남이 가정을 이루던 말든 지가 무슨 상관일까. 애초에 자신을 가족 취급도 안하지 않았던가.


세드릭은 입을 꾹 다문 채 속으로 화를 삭였다. 그리곤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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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6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3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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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3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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