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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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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00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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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추천
3
글자
8쪽

1장 6화 동굴 - 7

DUMMY

블랙스톤 성채까지의 여정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힘들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곳이 해가 지는 반대방향인 동쪽 절벽이라는 것과 블랙스톤은 고원지대 동남쪽 까지 가야 한다는 것만 알았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길을 잃은 미아나 다름이 없었다. 이곳이 동쪽 절벽이라는 사실 도 확신하진 못했다. 그저 노을이 지는 방향을 보고 추측했을 뿐이었다. 노을은 서쪽에서 진다는 건 상식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이라도 추적자가 쫓아올 지도 모르는 일이니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어떤 것이라도 확신할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움직임이라도 기민하게 해야 했지만 우리는 예상치 못한 이유로 발목이 잡혀 있었다.


바로 굶주림.


사람은 먹어야 활동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하루 종일 먹은 것이라고는 누워있던 빵 삼분의 일 조각 밖에는 없으니 배가 안 고프면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해가 떨어지니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두움은 대게 추위를 동반한다.

아까 노을 지던 때와는 또 달랐다.

그때는 바람이 그저 매서운 정도였지만 지금은 바람에 얼음덩어리가 섞여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추워서 이가 저절로 딱딱 부딪혔다.


우리는 최대한 추위를 가려보려고 잔뜩 웅크린 채 걸었지만 압도적인 추위 앞에선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으…….”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147이 잔뜩 몸을 웅크린 채 걷고 있었다.

그녀는 걸음을 내 딛는 것이 힘이 없었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있는 것이다.


육체를 단련한 사람들도 힘든데 그녀는 오죽 힘들까?


그녀의 그런 모습에 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저대로 계속 무리하면 부상을 입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충분히 좋지 않은데 여기에 부상자까지 발생하면 상황이 더 암울해 지리라. 물이라도 있으면 목이라도 축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물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잠깐 쉽시다.”

나는 147을 보면서 말했다.


“쉰다고요?”

맨 뒤에서 따라오던 도널드가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다. 무언가 내 말에 불만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소.”


“하, 아주 무사태평하시구먼. 빨리빨리 가지.”

그는 대놓고 내 앞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내 귀에 다 들리도록 중얼거렸다. 기분이 확 나빠진 나는 147을 손으로 밀어내면서 도널드에게로 다가섰다.


“불만 있소?”

나는 그에게 물었다.


“......”

정작 대면하니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안에서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니 답답했다.


“좋아.”

나는 골치 아픈 문제 하나가 발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불만 있으면 말을 하시오.”


“불만 없습니다.”


“아까 중얼 거린 거는 뭐요, 그럼.”


“……그건 그냥 혼잣말이니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당신 같으면 신경 안 쓸 수가 있겠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당신 나한테 무언가 불만 있는 거 같은데 제대로 이야기 하지 않으면 난 여기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거요. 말하지 않고 혼자 가고 싶으면 가던지 알아서 하시오.”

이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일이 더 꼬일 것 같아 난 그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닥쳐올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운 좋게 추격자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만약 적들에게 들켜서 빨리 어디론가 이동해야 될 시점이 되었을 때도 이렇게 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난……. 그저 쉴 시간이 없는 것 같아 말을 한 것뿐입니다. 언제 놈들이 우릴 찾을지 모르는데…….”


“우리 모두 지금 피곤한 상태요. 당신도 솔직히 힘들잖소. 여기서 더 무리했다간 부상자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나 여유가 있을 때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했다가 출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오만.”

내 말에 도널드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휴식이라는 게 안전이 확보 돼야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꾸물거릴 시간이 우리에겐 없어요.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은 아니었다.

아니, 우리가 도망자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그의 말이 옳았다.


그렇지만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나나 도널드는 꽤 신체를 단련한 인간이라 아직까지는 괜찮을지는 몰랐지만 147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작전을 짜고 정보망을 관리하는 접견자지 현장 요원이 아니었으니 한계가 더 빨리 오는 건 당연했다.



“그만……. 그만하세요!”

147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와 도널드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가 그 말을 해서 본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소리를 질러서 쳐다본 것이었다.


그녀도 순간 놀란 것처럼 눈알이 휘둥그레 졌다. 자기가 소리를 질러놓고 자기가 놀란 것이다.


“갑시다.”

그녀가 우리의 위치를 사방에 알려주었기 때문에 휴식은 물 건너 간 거나 다름이 없었다. 언쟁거리는 그녀의 괴성 때문에 자동으로 사라졌다.


빠르게 이동해야 했다.

신속하게 이곳을 이탈한다면 별 탈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은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나직이 들려오는 소리 하나가 있었다.

그건 바람소리도 바람에 스치는 풀밭의 소리도 아니었다.


“잠깐.”

이질적인 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왜요?”

뒤에서 따라오던 147이 물었다.


“이런.......미친…….말발굽 소리요.”

집중하고 들으니 북을 치는 소리와 유사했다.


전쟁터도 아니고 이 곳 고원지대에서 북을 칠일이 뭐가 있겠는가?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말이 뛰어다니는 소리였다. 소리의 진원지가 멀리 있어서 작게 들렸지만 내 귓가엔 옆에서 내려치는 천둥소리처럼 또렷했다.


바람소리에 묻힐 만도 한데도 나에겐 들렸다.


“서두릅시다.”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아 속도를 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말발굽 소리에 동요하고 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147도 도널드도 모두 멀찍이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에 동요했다. 그 말발굽 소리가 우리를 쫓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소리인지 판단 할 수 없다는 것이 불안감을 더 증폭시키는 듯 했다.


불안하고 다급하니 행동은 오히려 굼떠졌다.

걸음이 자꾸 엇나가서 균형을 잃고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 거리기 일 수였다.


“악!”

외마디 비명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147이 넘어져 있었다.


발을 잘 못 디뎌 중심을 잃었던 모양인지 인상을 팍 찌푸리면서 발목을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나는 그녀에게 황급하게 다가갔다.


“으……. 발목이 잠깐 돌아갔나……. 괜찮아요.”


“걸을 수 있겠소?”

나의 말에 147은 힘겨워 하는 모습이었다.


“으…….”

발목 쪽에 무리가 간 모양인지 그녀는 연신 발목을 주물렀다.


“아니 또 무슨 일입니까?”

후미에 따라오던 도널드가 와서 물었다.


“발목이 돌아갔다고 하는군.”


“음…….이럴 시간 없는데.”


“무슨 이럴 시간이 없다는 거요?”


“몰라서 묻습니까? 저기 뒤쪽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찾고 있단 말입니다. 얼른 가야해요.”

도널드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 같아선 나도 147을 버리고 그냥 홀로 도망가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그럴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도 같이 일하던 동료였다. 헌신짝처럼 버릴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말발굽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처음 들렸을 때 보다 소리가 커진 것 같아 불안해 졌다.

그나마 날이 어두워서 다행이었다. 밝은 낮이었다면 꼼짝없이 잡혔을 것이다.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했다.


“좋소, 내게 업히시오.”


“예?”

147은 깜짝 놀라는 투였다.


“시간 없소. 자, 빨리빨리.”

나는 그녀의 대답을 구하기도 전에 그녀를 업었다.


“어어…….”

내 등에 그녀의 감촉과 무게가 느껴졌다. 갇혀있는 시간동안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몸은 깃털 같이 가벼웠다. 등에 붙어있을 만한 체력이나 남아있을지 의문일 정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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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1장 7화 제의 - 1 15.03.17 402 2 7쪽
46 1장 6화 동굴 - 13 15.03.17 167 2 13쪽
45 1장 6화 동굴 - 12 15.03.17 262 2 14쪽
44 1장 6화 동굴 - 11 15.03.17 139 2 8쪽
43 1장 6화 동굴 - 10 15.03.17 303 2 15쪽
42 1장 6화 동굴 - 9 15.03.17 270 2 8쪽
41 1장 6화 동굴 - 8 15.03.17 267 2 8쪽
»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6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37 1장 6화 동굴 - 4 15.03.17 221 2 11쪽
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30 2 7쪽
35 1장 6화 동굴 - 2 15.03.17 327 4 11쪽
34 1장 6화 동굴 - 1 15.03.17 17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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