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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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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80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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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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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DUMMY

잠깐 동안의 침묵.

아득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지나자 다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앳된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들렸지만 눈은 떠지지 않았다. 눈꺼풀에 천근추 라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세드릭은 온 힘과 정신을 집중해서 간신히 실눈을 떴다. 실눈 사이로 들어오는 풍경은 작은 남자아이의 얼굴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누구지?



“아버지. 이분, 일어났어요!”

그 목소리에 세드릭은 완전히 눈을 떴다.


기분 같아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뜬것 같았다.

모든 고민을 잊고 낮잠이라도 푹 잔 것처럼 머리가 띵하고 울리는 기분이었다.


남자아이는 소리를 지르면서 어디론가 뛰어 가버렸다.

저 아이는 누굴까? 아니, 애초에 여기가 대체 어디지?


세드릭은 고개를 돌리면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잠깐 끙끙 거린 덕분에 몇 가지를 알아낼 수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침대 위고, 둘째로 이곳은 평범한 가정집 같아 보인 다는 점이었다.


이 집은 한번 와 본적이라도 있듯,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어디가 익숙할까……. 어디가…….


“일어났나?”

남자아이가 아닌 다른 목소리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들었던 적이 있는 목소리였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내 집 앞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더군.”

세드릭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간신히 돌렸다.


아, 네빌 폴츠비츠.


그였다. 이제 기억이 나는 것 같았다.

자신이 누워 있는 이곳도 왜 익숙한 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곳은 그의 집이었다.



“당……시…신……. 왜…….”


“왜 자넬 구해줬느냐고? 자기 집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정신을 차릴 때까진 돌봐주는 게 옳은 일이니까.”


“나…난…….”


“말을 하기가 힘들 걸. 머리에 큰 충격이 가면 원래 그러네. 기억도 가물가물 하겠지.”


“으…….”

그의 말대로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고 나가질 않았다. 머리와 입이 겉도는 느낌이었다.


“치료사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냐고 묻지는 말게나. 나도 한때는 전장에서 구르던 놈이니까. 자네만 싸움터에서 잔뼈가 굵은 게 아닐세.”

그는 말하면서 세드릭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솔직히 난 자네가 별로 좋지는 않네. 누가 자기를 죽이러 찾아온 사람을 좋아하겠나? 그래도 자네……. 같이 다니던 사람이 있지 않았던가? 그자는 어디로 가고 자네만 내 집 앞에서 그렇게 엎어져 있었던 건가?”

네빌은 주전자를 가지고와 안에 든 내용물을 컵에 따랐다.

매캐하고 톡 쏘는 냄새.

댄디 차임이 분명했다.


“판결은 결투에서 내가 지는 바람에 무효가 되었네. 내가 봤을 때 자네가 이 마을을 떠나면 끝나는 일이었지. 그러나 자네는 그러지 않았네. 누구에게 인지는 몰라도 공격을 받고 내 집 앞에서 쓰러져 버렸지. 뭐, 남의 일의 무슨 참견이라고 묻지는 말았으면 좋겠군. 염연히 내 관할 영지 안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난 영주로써 그 일에 대해 조사할 권한과 책무가 있네.”


아, 내가 누구에게 공격을 받았던가?

세드릭은 그것도 잠시 동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공격을 받고 쓰러지기 바로 전 상황을 떠올렸다.


넬슨.

돌멩이.

넬슨은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후려쳤다.

맞다.

믿었던 그가 자신을 배신해 버린 것이다.


“네…넬……슨…….”

세드릭의 머릿속이 차갑게 굳어갔다.


“자네도 알겠지만 돌멩이로 머리를 공격하는 행위는 전장에서도 많이 벌어지네.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지. 사실 운이 아주 좋았어. 조금만 늦게 발견했으면 그대로 황천길 가는 거였네.”

네빌은 목이 막히는지 컵에 따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무튼 다시 말을 이어 하자면, 난 자네가 왜 공격했는지 알아야 했네. 그러자면 우선 자네가 누구인지부터 확인해야 했지. 알아 낼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밖에 없다네. 다이어 가문에 일을 맡기는 거였지. 그리고 나는 자네가 글랜 가문의 서자 세드릭이라는 사실과 이곳에 날 죽이라는 임무를 받고 왔다는 것을 알아냈네.”

네빌은 품 안에서 서류 하나를 끄집어냈다.


“이거네. 이거. 여기에 꽤 많은 돈이 들어갔지.”

그는 손으로 서류를 탁 치면서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좀 멍청했군. 자네 이름도 모르고 결투를 하지 않았던가? 후후……. 델런 글랜의 자식인 줄 알았다면 난 결단코 결투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걸세. 한낮 시골 귀족 나부랭이가 비록 서자지만 글랜 가문의 가주 아들인 자와 결투를 벌였다니! 델런 글랜이 그걸 핑계로 마일스톤을 쓸어버릴 수도 있지. 그건 자네가 죽고 안 죽은 건 별로 상관없네. 내가 사형 판결을 내리고 그에 불복해 결투를 벌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문제 삼을 수 있으니 말이야. 자네를 보낸 것 자체가 나를 제거하기 위한 정당성을 확보 계책이었던 것 같네. 아무리 시골동네 영주라지만 그래도 엄연히 가신인데 엄한 핑계로 나를 처단하면 다른 가신들이 반발할 테니 말이야.”

세드릭은 그의 말이 앞뒤가 맞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게 사실이면 너무 비참해 질것 같았다.


나는 아버지의 계책을 위해 쓰인 소모품이었던 걸까?

의문이 머릿속에 솟아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 내 말만 많이 했군. 좀 쉬게. 자네가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을 때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하지.”


“저……저…….”


“음…….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며……. 치…칠…. 지…….”


“아, 며칠 지났냐고? 자네가 쓰러진 걸 발견한 게 5일 전 일이네.”

정신을 5일 동안 잃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정신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인 인간을 그 정도 기간 동안 돌봐주었다는 건 매우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고…고……마……고맙……습……니……다.”

세드릭은 힘겹게 억지로 말했다.

그 말만은 반드시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고맙긴. 그럼 쉬게.”

네빌은 그렇게 말하면서 방 밖으로 나갔다.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신세였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말이 잘 안 나오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턱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말이 잘 나올 리가 만무했다.


침대에 누워서 창문을 쳐다보는 것이 세드릭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일 중 하나였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하고…….

비참했다. 비참한 기분뿐이었다.


프로스트와 넬슨, 그 둘에게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을 쏘아 붙이고 싶었다.


이젠 도저히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 점심 드세요.”

꼬마아이가 밀 죽이 담긴 그릇을 자신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점심으로 먹으라고 자신에게 내민 것 같았다.


“고…고마…….”

세드릭은 아이를 쳐다보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비록 제대로 말은 다 안 나왔지만 뜻은 전달이 된 모양인지 아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제 열 살 정도나 되었을려나? 앳된 만큼 순수해 보였다.

분위기상 네빌 폴츠비츠의 아들 같아 보였는데, 자기 아버지와는 생긴 것이 딴판이었다. 아마 어머니 쪽을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네빌 폴츠비츠의 부인을 한번 도 본적이 없었다. 저 얘를 자기의 자식이라고 데리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분명 누군가와 관계를 맺은 게 분명해 보였지만 관계를 맺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기의 집사정만 해도 머리 아픈데, 남의 집 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아저씨는 이름이 뭐에요?”

남자아이가 또랑또랑한 눈동자로 물었지만 세드릭은 대답할 수 없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자기 아버지를 죽이러 왔다고 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


“치……. 아저씨에게 궁금한 게 많은데 대답을 듣질 못하네.


“미…미아……안…….”


“흥. 됐어요. 빨리 죽이나 먹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릇을 내미는 남자아이. 세드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릇을 양손으로 받았다.


죽은 물을 많이 탄 모양인지 물렀다.

턱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위해 일부로 그렇게 한 모양이었다.


식은 밀가루 죽을 세드릭은 간신히 한 숟갈 한 숟가락씩 입에 집어넣었다. 입을 벌려 숟가락을 넣는 것이 아니라 조금 벌어진 입에 수저를 우악스럽게 쑤셔 넣는 느낌이었다. 턱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불편했다.


물론 팔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가 않아서 죽 그릇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들부들 떨렸다. 땀이 뻘뻘 났다.


“내 이름은 도널드에요.”

아이는 뜬금없이 말했다.


“아부지가 아저씨를 잘 보살펴 주면 칼 쓰는 법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 하루에 두 번씩 죽 그릇 가져다주고, 그때마다 몸을 뒤집어 주면 된다고 했어요. 그러니깐 우리는 앞으로 자주 봐야 해요.”

사실 세드릭은 어린아이와 함께 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이 정도 나이대의 꼬마들은 고집불통에 자기 마음대로 풀지 않으면 시끄럽게 울어 대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 도널드는 별로 그러지 않는 것 같았다. 또래 나이 대와 비교해서 말투가 조용했다. 물론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사항이긴 했지만 첫 인상으로만 봤을 땐 그는 예의가 바른 꼬마 같았다.


“고……마…….”


“힘들면 말하지 마요.”


“고……맙……다.”

세드릭은 어느새 다 먹은 죽 그릇을 그에게 다시 돌려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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