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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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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397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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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장 7화 제의 - 3

DUMMY

검은 머리를 한 소녀는 조금 귀여운 얼굴이라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제인은 라이든이 억지로 세드릭에게 우겨넣은 것과 다름이 없는 소녀였다. 왜 라이든은 이 꼬맹이를 넘겼을까? 라이든이 무언가 이유도 없이 일을 벌일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일단 앉아.”

제인을 벽난로와 마주보고 앉은 소파에 앉혔다. 어깨가 바짝 올라가 있고 턱을 집어넣은 것을 보아하니 그녀는 몹시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안 잡아먹으니깐 긴장 좀 풀어.”

세드릭은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픽 웃으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까진 아닌데…….”

세드릭은 제인을 마주보면서 벽난로 기둥에 기대었다. 불을 피우지 않아서 차가웠다.


“그래, 뭘 할 수 있지?”


“저…저는 빨래도 할 수 있고요. 요리도 할 수 있고……. 청소도 잘해요.”

세드릭의 질문에 제인은 말을 버벅였다. 긴장을 풀라고 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소용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 그리고……. 배달 심부름도 할 수 있어요.”


“배달 심부름?”

세드릭은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웬 배달 심부름?

“예. 오늘도 심부름 하나가 있어요.”

그러면서 제인은 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세드릭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저를 이리로 보내신 분이 주신 거예요.”

아, 라이든이 보낸 것이로군. 세드릭은 그녀가 건네준 두루마리를 받아 펼쳐 보았다.


[제인을 만나보셨는지요. 임무에 처음 투입되는 아이라 조금 어수룩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훈련은 빈틈없이 완료한 요원이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제인은 당신과 저 사이의 연락을 담당하는 연락책의 임무를 담당할 겁니다. 서류를 통해 제인이 중앙 성으로 정기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핑계가 바로 하인이더군요. 그래서 제인을 당신의 하녀로 들인 겁니다.]


“너……. 하녀로 온 게 아니었던 거야?”

세드릭은 제인에게 물었다.


“하녀 일을 하면서 전해주는 거 그냥 건네주면 된다고 하던데……아니었나요?”

그녀는 오히려 세드릭에게 되물었다. 그가 미리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세드릭은 잠깐 동안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다시 입을 열고 말했다.


“난 라이든이 하녀로 보낸 건 줄로만 알았는데 겸사겸사해서 보냈나 보군.”


“저도 그런 걸로 알고 있어요.”


“좋아, 어찌 됐건 하녀일도 같이 한다 이거지? 하인으로 왔으면 하인 일을 해야지.”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


“일단 집 청소부터 해야겠어.”










그날 세드릭은 새로 온 하녀 제인과 같이 먼지가 가득 쌓인 집을 청소했다.


싸리 빗자루로 바닥 구석구석을 쓴 다음 물을 뿌리고 한손에 잡히는 작은 청소용 솔로 북북 문지르고, 마른 걸레에 물을 적셔 책장과 침대, 의자 같은 가구들을 닦았다.


그의 집은 거실과 침실 딱 두 개만 있는 작은 규모였지만 본격적으로 청소를 하니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려서 청소를 끝내고 나니 늦은 오후가 되어버렸다.


제인에게 저녁거리를 준비하라고 일렀다.

다행히 그녀는 기본적인 요리는 할 줄 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 세드릭은 고기스튜를 만들어 주되 짜지 않게 하라고 당부했다. 필요한 식료품은 지하 창고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에게 지시를 내리고 네빌 폴츠비츠에게 받은 책과 검을 들고 집 바깥의 공간으로 나왔다. 저녁이 다 될 때까지의 시간을 활용해 검술 연습을 해볼 생각이었다.


집은 길의 끝에 있었고 그의 집을 끝으로 그저 빈 공터가 반대편 성벽까지 이어져 있을 뿐 더 이상 길도 건물도 없었다. 다른 말로 바꾸면 검을 연습할 공간이 충분하단 이야기였다.


그 공터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은 세드릭은 네빌의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

책 내용을 시작하기 전에 당부하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자신의 실력에 대해 항상 냉정하게 평가해라.

자신을 알고 적을 알면 어떤 상황에서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그렇기 위해선 일단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하지 말고 제대로 평가를 내려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 이것을 제대로 못해 비명횡사한 검사들이 수도 없이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둘째, 검을 뽑아드는 걸 신중하게 생각해라.

검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만든 물건이다. 당신과 마주한 상대가 당신이 검을 뽑는 모습을 본다면 자기를 죽이기 위해 검을 뽑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위에 언급한 첫 번째 당부를 지키지 못했다면 죽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당신이 될 것이다. 이 점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

]


세드릭은 책장을 휙휙 넘겼다.

누가 그걸 모르나?

세드릭은 이 당연한 걸 전쟁을 통해 경험했었다.


검을 뽑는다는 행위는 곧 너를 토막 내어 죽여 버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책장을 계속 넘겼다. 책은 제법 두툼했으며 책에 있는 글씨는 깨알같이 작았다. 그만큼 많은 내용이 책에 들어있다는 이야기일 터였다. 다 읽을 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책은 검을 쥐는 자세와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옆구리를 들어 올리듯이 찌르면 허파와 장기에 모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내용, 목에 있는 핏줄을 자르면 즉사 시킬 수 있다는 내용 등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과 그림이 있었다.


그림은 솔직히 잘 그린 편이 아니라서 간신히 그 형태만 남아 있었지만 자세를 알아 볼 정도는 되었다.


알고 있는 내용도 있었고 모르는 내용도 더러 있었다.


“나쁘진 않네.”

세드릭은 책을 읽으면서 잠시 중얼거렸다. 전장에서 살아남으려고 터득한 요령과는 또 달랐다. 진작 이런 책을 한번 볼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책을 넘겼다. 검의 종류와 쓰임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빠른 공격을 선호하면 얇고 가벼우면서도 끝부분이 날카로운 검, 단박에 적을 쪼개고 싶다면 무거운 양손 검, 한쪽에 치중되지 않는 공격을 하고 싶다면 무게 균형이 알맞은 검을 쓰라고 나와 있었다.


세드릭은 그 글을 보고 자신이 차고 있는 검을 슬며시 쳐다봤다. 그 검은 얇지도 그렇다고 너무 두껍지도 않은 전형적인 형태의 검이었다. 이 책에서 설명한 검의 종류 중 세 번째와 비슷했다.


베기와 찌르기 둘 중 하나에 특화되지 않아서 두 공격이 전부 가능했다. 달리 말하면 특징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 검을 얻을 때 그런 것을 고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긴 했다. 전쟁 중에 보급을 받은 것이었으니까. 전쟁 중에 사람의 입맛에 따라 무기를 달리 지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책장이 다시 넘어갔다. 남은 페이지가 얼마 없는 것을 보아하니 이제 책의 마지막 부분에 온 것 같았다.


[정기에 대해.


돌에도 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힘이 있고, 물에도 고유한 힘이 있다는 말. 검을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정기라는 것이 물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힘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인 당신에게만 알려준다면 그건 이미 떠도는 소문 같은 것이 아니라 증명된 사실이다. 바로 마법으로 말이다.


검사들이 육체 내부에 있는 힘을 이용한다면 마법사들은 물체에 있는 정기를 뽑아서 활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정석이다. 마정석은 다른 물체들에 비해 정기의 양이 풍부한 돌로, 한 때 마운틴 테이블이나 아이스 벨트 산맥 근처의 광산에서 생산되었다고 한다.]


세드릭은 이 부분부터 약간 문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아까 전처럼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설명하지 않고, 머리말처럼 사적의견을 적극적으로 집어넣은 듯 보였다.


[정기는 물체에, 동물의 몸에, 우리 몸에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이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우리 몸에 정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 이후 사람들은 이 정기란 놈을 쌓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안했다.


방법들은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다.

정기를 보는 개념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면 동대륙 사람들은 정기를 ‘내공’이라고 부르면서 신체의 힘과는 별개인 마음의 힘이라 믿고 있고, 서대륙 사람들을 이를 ‘마나’라고 부르면서 자신에게 깃든 영혼의 힘이라 생각한다. 동대륙 사람들은 ‘내공’을 쌓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연구하고 서 대륙인들은 영혼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제사를 지내거나 주술을 외운다.


이곳 북 대륙에서는 물론 알려진 바와 같이 정기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는 북 대륙에서 사용되는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시작하기 전에 솔직히 밝히자면 필자가 아는 방법은 이 방법 밖에는 없다. 마음에 안 들면 이쯤에서 책을 덮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걸 권한다.]


세드릭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잘 나가다가 무슨 소리를 써재껴 놓은 거야?


[동 대륙에서 들여온 내공 개념으로 정기를 수련하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방법은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면 그 방법이 뭐냐? 신체를 수련해서 정기를 쌓는 것이다. 가장 정석적이고 기초적이고 무식하다고도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수련 방법이 조금 무식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미 증명된 방법이니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기의 양을 늘리는데 효과를 봤고, 필자도 그것을 경험했다.


수련방법.


1. 일단 가지고 있는 체력이 모두 바닥나 방전 될 때까지 몸을 혹사시킨다.


체력을 한계까지 소모시킨 다음에도 신체를 계속 혹사시키게 되면 그 후엔 체력이 아니라 신체 내에 저장 되어 있는 정기가 소모되게 된다. 남아있는 힘이 그것밖에는 없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침내 정기까지 바닥이 나면 몸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게 된다.



2. 휴식과 음식 섭취를 통해 체력을 회복한다. 체력이 회복되면서 정기도 같이 회복되는데 이때 정기가 수련을 할 때보다 조금 더 많이 채워지게 된다. 체력이 늘어나는 구조와 비슷하다.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체력이 방전되고 정기가 방전되는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신체가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조금 더 많은 정기와 조금 더 많은 체력을 갖도록 몸이 변하게 되는 원리이다.


이 과정은 아주 조금씩 늘어나기 때문에 하루 이틀 가지고는 체감이 전혀 가지 않지만 꾸준히 반복하면 정기의 양이 달라질 것이다.]


세드릭은 자신이 왜 정기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태껏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냥 전쟁을 경험하며 살아남다 보니 어느 순간 정기는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었다.


체력이 방전되고 정신력까지 모두 소모된 상황을 빈번하게 겪으면서, 전쟁에 살아남으려고 몸이 스스로 변화한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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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장 7화 제의 - 5 15.03.17 336 4 11쪽
50 1장 7화 제의 - 4 15.03.17 12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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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1장 6화 동굴 - 7 15.03.17 285 3 8쪽
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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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3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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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15.03.17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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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장 5화 가문의 일원 - 3 15.03.17 29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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