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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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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03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1:59
조회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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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1장 4화 전조 - 3

DUMMY

“여기군.”

나는 고개를 들어 도착한 곳의 명패를 살펴보았다. 불타는 해마라고 적혀있고 머리에 불이 붙은 해마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관은 금화지구에 있는 건물 치고는 조그만 해서 작고 아담한 2층짜리 건물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상보다 깨끗하고 깔끔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찾으시는 거 있으신지요.”

이곳에서 일하는 점원인 조그마한 소년이 나에게 물었다.


“사람을 찾는데…….”


“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소년은 잠시 고민하더니 나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어디론가 총총걸음으로 뛰어갔다.


잠시 동안 나는 그 소년을 기다렸다.


돌아온 소년의 손에는 기다란 종이가 들려있었다. 숙박계를 써놓은 종이 인 듯 보였다.


“어떤 사람을 찾고 계십니까?”

이 질문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폴츠비츠 가문의 도널드라는 사람을 찾으러 왔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거 내가 좀 봐도 될까?”


“예……뭐, 그러시지요.”

내가 명단을 요구하자 소년은 생각 없이 목록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그가 그냥 순순히 넘겨준 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랐다. 덕분에 임무가 훨씬 편해졌다.


나는 목록을 쭉 훑으면서 도널드나 제임스의 이름을 찾았다.


있었다.

[203호, 도널드. ]


들어온 날짜를 보아하니 약 3일 전부터 이곳에 머물러 있었던 모양이었다.


“고맙군.”

다시 소년에게 목록을 돌려주었다.


“뭘요. 더 필요한 거 있으신가요?”

나는 소년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망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또랑또랑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한 때 저런 때가 있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도 사람을 마구 죽이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아니, 필요 없다. 여기에는 없는 것 같군.”


“알겠습니다. 또 저희 여관을 찾아주세요.”

나는 인사를 하는 소년을 뒤로 한 채 다시 여관을 나왔다.

일단 이곳에 도널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외모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이 여관의 어떤 방에 머무르고 있는지 알아냈다.


그에 대한 정보가 극히 드문 이 때 그 정보는 소중한 정보였다. 어디 있는지 알아냈으니 이제 그를 확보할 계획을 짤 차례였다.


확보에는 회유를 하는 방법과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도널드와 전혀 안면도 없는 사이니 회유가 통할 리가 없었다.


강제적으로 그를 비밀 은신처인 토양지구의 성당에 끌고 가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나는 납치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납치였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관에서 도널드를 제압하면 어떤 식으로 성당까지 데려올 것인지가’ 였다.


뻥 뚫린 대로를 지나야 했고 그 길을 무사히 통과한다고 해도 내성 벽에 세워진 검문소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로야 어떻게든 통과한다고 쳐도 검문소가 문제였다.


저번처럼 하수도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금화지구와 토양지구를 가르는 내성벽을 우회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의식을 잃은 남자를 짊어지고 하수도를 건널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곳은 너무나 어두워서 혼자서도 위험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여관을 나와 주변에 쓸 만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여관 바로 옆에 마구간이 눈에 띄었다.


마구간은 조그마 했고 비어있었는데, 짚 더미들이 정 사면체 모양으로 단단하게 묶여 마구간 한곳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었고 그것들을 나를 모양인지 수레가 있었다.


“흠.......”


방법이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떠오르지 않았다.

수레와 짚 더미들.


사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도널드를 저 수레와 짚더미 속에 숨기는 것일 터였다.


그렇게 허술하게 해서 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좀 더 믿을 만한 수단이 있거나 확실한 보완책이 필요했다. 경비병들이 생각조차 못할 정도의 수단…….


마구간을 좀 더 둘러보았다.

한쪽에 아주 지독한 냄새가 풍겨와 그리로 가보니 커다란 양동이 하나가 있었다.


말의 배설물을 담아놓은 통이었다.

똥과 오줌이 뒤범벅된 그 양동이는 냄새뿐만 아니라 파리가 잔뜩 꼬여있어 불쾌했다.


아마 마구간 청소하면서 바닥에 있는 배설물들을 긁어모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모아놨는데 버릴 곳을 찾지 못한 모양인지 그냥 한 구석에 처박아 둔 듯 했다.


짚, 말의 배설물, 수레.

좋은 방법 하나가 생각나는 참 이었다.


“좋아, 한번 해볼까.”

정말 지옥에 갈 놈이야.

희미하게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203호로 돌아와 잠복을 시작했다.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몰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잡을 수 없다는 것 은 아니었다.


기다림은 지겹고도 길었다.

중천에 떠있던 해가 어느새 성벽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기다리자, 뚜벅뚜벅하고 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계단을 타고 오르는 소리였다.


나는 문가에 바짝 붙었다.

마침내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한명이 방을 들어왔다.


갈색 튜닉에 화려해 보이는 자주색 망토를 찬 남자였다.

허리에 매달아 놓은 흰색 검집이 눈에 띄었다.

그가 폴츠비츠 가문의 도널드가 맞을까?

확인해 볼 시간이었다.


나는 몰래 그의 뒤를 잡고 단검을 꺼냈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했으면 빠르게 행동해야 했다.


단검을 손에 쥔 나는 순간적으로 그의 어깨를 확 잡아채면서 단검을 그의 목에 들이 밀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입을 막았다.


“쉬……. 쉬…….”

그의 눈은 놀란 듯 부릅떠 있었다.


“내 말에 맞는 지만 답해. 폴츠비츠의 도널드가 맞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내. 사내는 자신이 도널드가 맞다고 확인해주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나는 단검으로 그의 목을 살짝 찔렀다.


단검에 미리 강력한 수면 독을 발라놓았기 때문에 약간의 생채기 정도만 내줘도 독이 몸으로 침투하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그의 입을 계속 막으면서 약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의 눈이 점점 풀리고 마침내 흰자만 보이게 되자 그는 정신을 잃은 모양인지 힘이 빠져 축 늘어졌다.


그를 제압 하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 모양새였다.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그를 성당으로 데려가는 과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를 침대에 눕혀놓고 깔려있는 이불로 그를 번데기 고치처럼 둘둘 말았다. 준비해온 노끈을 사용해 그가 말려있는 이불을 단단히 묶었다.


그런 다음 잠시 창문을 통해 준비된 수레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수레의 뒷자리에는 짚 더미 블록을 풀어 헤쳐서 수북이 쌓아놓았다. 2층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충격정도는 충분히 받아낼 만한 크기였다.


도널드를 양손으로 든 다음 창문을 통해 수레로 던졌다. 살짝 둔탁한 소리만 들렸을 뿐 다행히 큰 소음은 나지 않았다. 이층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창문을 통해 땅으로 뛰어내린 나는 야행복을 잽싸게 벗은 다음 짚더미 사이에서 갈색 로브를 꺼내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아까 준비해둔 오물이 든 양동이를 집어 들고 도널드가 섞여있는 짚 더미 위로 부었다.


“음.”

나는 잠시 멀찍이 떨어져서 수레의 모습을 확인해 보았다. 제법 인분으로 만든 비료더미와 흡사해 보였다. 냄새도 물론 흡사해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해가 이제는 넘어가서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어두운 길가에 순찰을 도는 경비병이 길가에 세워진 가로등 마다 횃불을 옮겨 붙였고 밤까지 영업하는 가게들이 자신들의 벽난로나 등불에 불을 붙여 거리를 밝혔다.


금화지구의 밤은 밝았다. 가게에서 나오는 빛, 가로등에서 뿜어지는 빛이 사물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시야를 밝혀주었다. 남몰래 가는 게 유리했던 나에게는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그래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일을 시작한 이상 빠르게 끝을 봐야 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무거운 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왔다.

밤인데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대로에 나와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발견하곤 코를 막으면서 재빠르게 나와 멀어지려고 했다.


로브를 깊게 눌러쓰면서 옆으로 스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푸른색 안감으로 멋을 낸 사내, 적색과 금색으로 도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여인, 아이들도 각기 개성에 맞춘 옷들을 입고 있었다. 그들의 의복은 축제라도 열린 듯이 화려하고 원색적이었다.


금화 지구의 사람들은 토양 지구와는 달랐다.

그곳은 칙칙한 갈색과 잿빛의 복장만을 입었다.

염색을 전혀 하지 않은 그대로의 옷이었다. 그것도 다 낡아서 이곳저곳 기워 입은 게 대부분이었다.


그 둘 사이의 복장은 그만큼 차이가 났다. 경제력은 더 많은 차이가 나겠지.


헤이즈는 돈이 모여들고 권력이 모여드는 곳이었지만, 그 모인 권력과 부를 모두가 공정하게 차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일부는 차지하고 일부는 차지하지 못한다. 권력을 차지한 부류는 기득권층이 되고 그렇지 못한 부류는 하층민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나는 씁쓸함을 감추면서 계속 수레를 끌고 갔다.


수레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참으면서 찡그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참으면서 마침내 나는 내성문에 도착했다.


경비병조차 나와 수레를 보더니 잔뜩 찡그린 얼굴을 했다.


“어휴……냄새야.”


“헤헤. 나리. 좀 지나가도 될까요?”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경비병에게 말했다.


“뭔데?”


“비료입니다요. 나리.”


“비료?”


“예.”

경비병은 인상을 찌 부린 채 수레에 실어놓은 것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오물과 짚과 마비된 도널드가 한데 섞여 둥그런 봉우리를 이루고 있었다. 경비병은 그 오물덩어리들은 잠시 응시하더니 내게 말했다.


“됐다. 통과. 얼른 지나가라.”


“고맙습니다.”


“빨 리가. 냄새나니깐. 어휴 내참 더러워서.”

경비병은 한손으로 코를 막고 한손으로는 손짓을 하면서 빨리 지나가라고 재촉했다.


“예……예…….”

나는 경비병의 마음이 돌려지기 전에 수레를 끌고 성문으로 들어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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