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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4,402
추천수 :
202
글자수 :
259,951

작성
15.03.17 02:03
조회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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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장 5화 가문의 일원 - 6

DUMMY

세드릭과 넬슨은 네빌의 집 바로 앞 나무기둥에 묶여 있는 처지가 되었다.


네빌이 자신들을 손수 묶었는데, 어찌나 단단히 묶었는지 꿈쩍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몇몇 사람들이 앞을 지나갔다. 그들은 꼼짝없이 묶여있는 자신들을 보고 수근 거리더니 손가락질을 했다.


“저놈들은 뭔데 저렇게 묶여있대요?”


“음……. 처음 보는 얼굴인데.”


“톰의 아들이랑 바이언의 아들을 죽인 게 저놈들이래요 글쎄.”


“살인자야? 세상에! 우리 도시에서 살인이 벌어졌단 말이야?”


“영주님의 말씀으론 그렇다네요. 경비를 서던 그 둘을 죽이고 영주님까지 해치려고 했던 모양이에요.”


“미친놈들이네.”


“단단히 미친놈들이군요.”

이곳 도시에 거주하는 영지민 같아 보였다.


그들은 세드릭과 넬슨을 비난 하면서 손가락 질 했다. 비록 몇 명 되지는 않았지만 세드릭은 그들이 비난 때문에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욕을 한바가지 해주고 싶었다.


뭐 어쩌라고?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외쳤지만 입에 재갈이 물려있는 관계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 저놈 쳐다보는 거 봐.”


“살인자는 역시 눈부터가 틀려. 저런 새끼는 조져버려야 해.”

사람들이 웅성대더니 서서히 동조하더니 땅바닥에 있는 돌을 집어서 세드릭과 넬슨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경비병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기 전까지는 건들이면 안 된다고 사람들을 만류했지만 돌을 던지는 행위 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다.


돌 하나가 날아와 왼쪽 어깨에 부딪혔다. 시린 통증이 느껴지면서 안 그래도 별로였던 기분이 비참해졌다.


“그만! 그만하시오!”

사람들 뒤편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네빌 폴츠비츠.

그는 무슨 일을 하다 나타난 건지 꾀죄죄한 셔츠에 흙이 잔뜩 묻어있는 바지를 입었고, 양 손에는 시커먼 삽을 들고 있었다.


“영주님.”

세드릭을 비난 하던 사람들은 그가 나타나자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에게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하는 자들까지 있었다.


그는 영지 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억지로 강요된 존경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이었다.


“이 자들의 지은 죄는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도에 맞지 않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요. 재판을 통해 공정하게 처리할 테니, 여러분들은 이 네빌을 믿고 그만 물러가 주셨으면 좋겠소.”

네빌이 사람들 앞에서 외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근 대었다.


“그래……. 영주님이 직접 처리하신다니.”


“저번처럼 확실한 처리 부탁드립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한 명 두 명씩 사라졌다. 영주인 네빌 폴츠비츠를 믿고 자기 갈 길을 간 것이다.


그들은 왜 이 자를 그리 믿고 있는 것일까?

세드릭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영주가 흙 묻은 바지와 삽을 들고 있는 거부터 해서 영주민이 영주를 존경한 다는 것 까지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네빌은 세드릭과 넬슨이 묶여있는 곳으로 다가와 물려있는 재갈을 풀어주었다.


“못 볼 것이라도 본 표정이군.”


“당신…….”


“영주가 삽을 들고 있어서 놀랐나? 여긴 사람이 없어서 영주도 직접 나서서 작업을 해야 하는 곳이라서......”

네빌은 그렇게 말하면서 씩 웃으며 삽을 땅에다 탁 꽂았다.


“그나저나 난 자네들에게 궁금한 게 참 많아. 어디서 왔으며, 이름은 뭐고, 왜 날 죽이려 했는지 까지 말이야.”


“.....”


“역시 대답하지 않는군. 뭐, 상관없네. 자네들은 이야기 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야.”


“그……게 무슨 말…….”

세드릭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재갈이 오랫동안 그의 입에 물려있었는지는 몰라도 목소리가 크게 나오질 않았다.


“무슨 말이나니, 뻔 하지 않나? 자네들은 어찌되었건 사람을 죽인 살인죄로 잡혀 들어온 거고 그렇기 때문에 마땅히 사형을 받아야 할 걸세. 이 도시의 영주이자 재판관인 나도 그렇게 결정할 것이고 말이야. 하지만 난 그렇게 꽉 막히게 융통성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뻔히 아는데 죽여 봤자 재미없을 것쯤은 알고 있네. 뭐 어디서 왔겠는가? 나를 싫어하는 곳이 한군데 밖에 더 있겠냔 말이네. 글랜이지. 자네들은 필시 글랜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일거야.”

세드릭은 그의 눈빛을 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꿰뚫어버릴 듯 한 그런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어떻게 알고 죽이러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한때 그 역겨운 글랜 가문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네. 가문의 핵심적인 일을 담당해 처리한 적도 있었어. 나는 가문의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고 반대로 가문도 나에 대한 것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지. 자네들이 가문에서 무슨 평가를 받고 이리로 왔는지는 나는 모르지만 자네들 둘이 힘을 합쳐도 나를 제압하기 어렵다는 것을 가문이 몰랐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넬슨이 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툭 던지듯이 말했다.


“자네들은 가문에게 버림받았다는 소리지.”

네빌을 그 말을 한 후 이가 드러나 보이게 웃어보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손에 자네들이 죽는 걸 원하는 걸세. 생각해 보게나, 자네들이 내 목을 날리는 것 보단 내가 자네들을 제압하는 게 훨씬 확률이 높을 걸 세. 실력을 감안한다면 말이지. 실패확률이 높은 임무에 중요한 사람을 보낸다? 글랜 가문이 언제부터 그렇게 허술한 계획을 추진했지?”

그의 말투는 어떻게 보면 오만한 것처럼 들렸지만 그의 실력을 경험해본 세드릭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장에서 나름 구르던 자신이 단숨에 제압할 정도로 그의 무력은 강했다.


“솔직히 말하지. 글랜 가문의 의도대로 행동하고 싶진 않네. 자네들을 죽이고 싶지 않아. 아직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이야기 해 보자고. 지금은 아들내미 칼 쓰는 법 가르치러 가야해서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한 다음 바닥에 꽂혀있는 삽을 뽑아서 가버렸다. 세드릭과 넬슨은 멍하게 멀어지는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해가 떨어지자 세드릭과 넬슨은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경비병들과 몇몇 인부들이 와서 성당 앞에 박혀 있는 기둥을 뽑고 둘을 밧줄로 포박한 다음 다른 곳으로 이송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들을 간단히 제압하고 도망 갈 수도 있었겠지만 세드릭과 넬슨은 몸과 마음이 상당히 지친 상태라 무리였다.


하루 종일 뭘 먹거나 마시지도 않고 계속 성당 앞 기둥에 묶여있었기에 아무리 체력 좋은 사람이라도 지칠 만한 상태였다.


인부들은 포승줄로 그들을 꽁꽁 묶어 놓은 다음 마을의 가장 구석진 곳인 허름한 창고에 그들을 가둬 두었다. 각종 작업도구와 부품들을 집어넣은 비품 창고였다.


아마도 밖에다 한없이 세워 놓을 수 없어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 같았다.


창고는 어둡고 비좁았으며 퀴퀴한 먼지 냄새까지 풍겼다.

둘은 모두 비참한 기분이 되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장님.”

침묵이 묵묵히 지배하는 가운데 이윽고 넬슨이 입을 열었다.


“왜?”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군요.”


“왜 너 때문이야, 나 때문이지. 내가 여기 안 왔다면 넌 여기 올 필요가 없었잖아.”


“그래도…….”


“나 때문이야. 내가 그 빌어먹을 형의 말만 듣지 않았더라도 이러지는…….”

세드릭은 말하다가 말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까 전 네빌 폴츠비츠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네들은 가문에게 버림받았다는 소리지.]

자신의 이복형제인 마틴이 이 임무를 제안했었다는 사실이 세드릭의 머릿속에 스쳐갔다. 마틴은 이게 가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하면서 자신에게 제안했다.


정말 네빌의 말처럼 가문이 자신을 버린 것일까? 불가능한 임무를 딱하니 줘놓고 그 임무 때문에 자신이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떠도는 의문점은 그의 머리를 혼잡하게 만들었다. 가문에 대한 자신의 마지막 한줄기 믿음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아 괴로웠다.


“단장님?”

말을 하다가 갑자기 말을 끊어버리는 모습에 넬슨이 물었다.


“넬슨, 부탁인데. 앞으로 그 명칭으로 날 부르지 마.”


“왜 그러십니까?”


“내가 정말 단장이었는지가 의문스럽기 시작했거든.”


“하, 아까 그 꼰대 놈이 말한 것 때문에 그런 겁니까? 토벌 단은 언제나 단장님을 지지하고 따랐으니 걱정하지…….”


“누가 너희가 날 싫어 했댔냐? 그게 아냐. 가문이……내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날 실컷 이용해 먹다가 쓸모가 없어지니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전쟁이 벌어지니 일손이 필요해 날 써먹다가 전쟁이 끝나니 그냥 버리는 것 소모품…….”


“언제부터 당신이 남의 말에 그렇게 휘둘렸다고 그럽니까?”

넬슨이 흥분했는지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세드릭은 그런 넬슨을 쳐다보며 픽 웃었다.


“사람이란 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괴로운 일을 한번 겪으면 너무나도 쉽게 변할 수도 있더군. 사실 토벌 단이 해체된 이후 정말 너무나 괴로웠어. 지지도 않은 전투 때문에 나에게 패잔병이라는 멍에가 씌워 진데다가……앨리스……그녀가 나 때문에 죽었다는 게 너무나도 슬펐지. 사람이 한번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깐 계속 그런 생각만 들더라고.”


“.....”

넬슨은 잠시 말을 줄이며 그의 말을 들었다.


“나는 일단 그런 생각을 탈피해 보고자 했어. 가장 쉬운 탈출구는 역시 술이었지. 술을 먹으면 판단력이 흐려지니깐. 도박과 매춘도 탈출구 중 하나였어. 그 셋에 한동안 빠져있었으니 가문이 날 버리는 것도 당연해. 암, 당연하지.”

세드릭은 그러더니 한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말했다.


“그래, 형의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 술, 여자, 도박에만 빠져있던 나에게 동아줄을 건넨 것처럼 보였지. 그런데 그 동아줄이 썩어있었을 줄이야. 가문이 일부로 썩은 동아줄을 내게 건넨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지막 기회라는 게 날아갔다는 건 확실해. 만약에 이곳에서 내가 살아서 헤이즈로 돌아간다고 해도, 가문엔 내 자리는 없을 거야, 넬슨. 차라리 네빌 그자가 나에게 사형을 내려줬으면 좋겠군. 마음이라도 편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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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38 1장 6화 동굴 - 5 15.03.17 262 2 9쪽
37 1장 6화 동굴 - 4 15.03.17 221 2 11쪽
36 1장 6화 동굴 - 3 15.03.17 13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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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장 6화 동굴 - 1 15.03.17 177 2 10쪽
33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2 15.03.17 151 1 8쪽
3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1 15.03.17 122 4 10쪽
31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0 15.03.17 169 2 9쪽
30 1장 5화 가문의 일원 - 9 15.03.17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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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장 5화 가문의 일원 - 3 15.03.17 292 3 11쪽
23 1장 5화 가문의 일원 - 2 15.03.17 173 4 9쪽
22 1장 5화 가문의 일원 - 1 15.03.17 308 3 7쪽
21 1장 4화 전조 - 5 15.03.17 18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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