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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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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4.06 21:4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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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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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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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7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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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장 6화 동굴 - 12

DUMMY

갑자기 들린 천둥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잠을 깼다.

잠을 깨서 가장 먼저 느낀 건 내 어깨위에 기대어 있는 147의 머리. 그녀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갖은 인상을 쓰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무엇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좋은 꿈은 아닌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그녀가 깨지 않도록 머리를 다른 곳으로 내려놓고, 동굴 입구로 하늘을 살펴봤다.


바깥을 보니 왜 천둥소리가 들렸는지 알 것 같았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마구 퍼붓는 폭우였다.


비가 내리면 평소보다 추워진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서 버티고 있는 이때 싸늘한 공기는 별로 반갑지 않았다.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어나 보시오.”

나는 그녀를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실눈을 뜨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일어났다.


“으……. 비가 오네요?”


“그렇소. 곤란할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군.”


“동굴 안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비는 맞지 않지만 추워지잖소. 뭐 좀 먹어야 버틸 수 있을 거요. 동굴 안에 가서 버섯 같은 것이라도 찾아봅시다.”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어나려고 했다.


“아야…….”

147이 몸을 일으키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발이 아직도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괜찮소?”


“아파요. 그래도 걸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윽.”


“무리요. 음…….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동굴 안에 가서 먹을 것을 찾아보리다.”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나도 같이 갈래요.”


“무리라니깐.”


“갈 거예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쓸모없이 또 도움만 받긴 싫단 말이에요.”

고집을 부리는 147의 모습에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좋소. 그럼 내 뒤를 잘 따라오시오. 천천히 갈 테니.”

고집을 꺾기 보다는 존중에 주기로 한 나는 그녀보고 뒤에 따라오라고 한 다음 천천히 앞으로 전진 했다.


동굴은 컸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얼마든지 탐사할 수 있을 정도였다. 동굴이 좁고 구불구불했다면 멀쩡한 사람도 전진하기가 힘들었겠지만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약 이분 정도를 걸었던 모양이었다. 동굴 입구에서 들어오는 빛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희미한 어둠사이로 우리의 눈앞에 거대한 철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웬 철문? 어떤 인간이 이런 동굴에 철문을 설치 한 걸까?

저런 철문을 설치해 놓은 이유가 필시 있을 것이다. 설마 우리가 광산 같은데 들어온 것은 아닐 테고.


“세상에……. 동굴에 무슨 문을 이렇게 크게 만들어 놨대요?”

147이 물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소만.”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때 철문위에 붙어있는 유리구슬에서 초록색 광선이 우리에게 내리쬐었다.


강력한 빛에 우리는 손을 눈으로 가렸지만 온몸을 탐색하는 광선의 빛은 막지 못했다. 광선은 우리를 마치 탐색이라도 하듯. 쭉 훑었다. 뱀이 몸을 기어지나가듯 소름이 돋았다.


“…….393936……1283391……유저……NPC……. 접근 거부됨.”

철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특이하게도 철문 안쪽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는 음의 높낮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뭐야……. 안에 누가 있어요?”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사람의 목소리였다.

때문에 난 소리를 질렀지만 철문 안쪽에서 반응이 없었다.


“안에 있어요?”

철문을 손으로 탕탕 치면서 다시 한 번 말했다.


“……오류……시스템 연한 초과로 인해 등록 시스템 갱신이 필요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시스템……갱신 중……갱신 오류. 자가 오류 수정 프로토콜 활성화……등록 리스트를 초기화 중입니다……초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접근 허가. 리스트에 다시 등록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뭐?”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접근 허가란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무엇을 접근하는데 허가한단 거지?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스스로 열린 것이다.


“세상에…….”

이게 무슨 조화야.

나와 147은 눈을 크게 뜨고 열려 있는 철문을 바라보았다.


단단하게만 보였던 철문이 스스로 문을 열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가 봐요.”


“그럽시다.”

우리 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철문 안으로 진입했다.









철문 안도 역시 어두웠다.

사실 아까 전부터 빛이 거의 들어오질 않았다. 집중을 해야 간신히 사물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였다.


“환영합니다!”

어디선가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 목소리 같아 보이긴 했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뭐야! 누구야!”

나는 검을 뽑아들고 목소리가 들린 쪽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판데아 아카이브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는 운영 시스템, 아이브(A. I. V. E. : Artificial Intelligence for archiVE)라고 합니다. 우선 비활성화 된 조명 시스템을 활성화 하겠습니다. 셋……둘……하나…….”


번쩍.

어디서 들리는지 모르는 목소리가 숫자를 다 세자, 눈부신 빛이 우리 눈에 내리 쬐었다.


“으…….”

밝았다. 너무 밝아서 눈을 감고 있는데 눈물이 다 나올 정도였다. 간신히 진정되고 눈을 떠 보니 주변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꿈에서 온 것 같이 눈을 감았다가 뜨니 완전히 다른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횃불도 없는데 주변이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어디서 불빛이 오나 찾아보니 동굴 천장 위에 조그마한 구슬이 진원지라는 것을 알았다.


호리병처럼 생긴 그 구슬이 천장 곳곳에 달려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전혀 보지 못한 물건, 전혀 보지 못한 현상이었다. 라쿠르나 마법의 왕국이라는 카라한에서 구한 물품들일까?


“신원 조회 결과……. 393936 님은 등록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로 오류가 발생하여 리스트가 초기화 되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393936과 128339라니. 저 숫자들이 우리를 지칭하는 단어였단 말인가? 물론 나와 147의 이름이 숫자이긴 하지만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길진 않았다.


나는 보이지 않는 상대가 우리에게 목소리를 보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둘뿐 다른 사람은 없었으니까.



“이거 좀 무섭네......”

147이 슬쩍 검을 뽑으면서 말했다. 그녀도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등록시스템 규약에 의거해 유저 등록목록을 초기화 시켰습니다. 등록목록에 새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저게 대체 뭔 소리래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알 방법이 전혀 없었다.


“대체 무슨 말이오? 일단 나와서 얼굴이나 비치시오!”


“명령 확인……. 시각 홀로그램을 실행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내 말에 목소리가 알 수 없는 용어로 응답을 하더니 말을 뚝 끊었다.


그 다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 일생일대에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그 정도로 그때 벌어진 현상은 놀라움의 극치였다.


어디선가 투명한 유리조각들이 날아왔다. 약간 푸른빛이 도는 자그마한 유리조각들은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더니 내 앞에서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유리조각들이 뭉치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뭉쳐지던 와중에도 조각들은 계속 날아와 그 덩어리에 붙었다.

마침내 더 이상 조각이 날아오지 않자, 하나로 뭉쳐진 그 덩어리의 형태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 모양이었다.

그 공 모양 덩어리 밑으로 몸통이 쭉 뻗었다. 그 다음 몸통을 중심으로 팔과 다리로 보이는 듯 한 줄기들이 뻗었다. 줄기들은 각각 세부적인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나뉘어 졌다.


조금 시간이 지나가 투명하고도 푸른색의 어린 여자아이 형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세상에…….”

세상에라는 말을 참 많이 하는 날이었다. 놀랄 노자였다. 대체 이런 마법을 부린 이 여자아이는 누굴까? 아니, 애초에 여자애가 맞긴 한 건가? 이 형상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을까?


“홀로그램 생성 완료……. 유저 대화 태도에 맞춘 대화체로 변환합니다. 대화 형태. 서술적. 사교적.”

그 형상은 놀랍게도 말까지 했다.


나는 더 이상 놀라지 않고 가만히 여자아이 형상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반가워요, 393936 님! 아이브, 인사드립니다!”

형상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다…당신이 아까 말했던 그 사람이오?”


“아까 말했던 인공지능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제가 맞아요.”


“말투가 아까 와는 다른 것 같은데…….”

147이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의 말에 제가 대답할 이유는 없어요.”

그녀의 질문에 형상이 얼굴을 확 굳혔다.


“뭔 소리에요! 그럼 이 사람이 묻는 말에는 대답한다는 거예요?”

147은 순간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유저가 아니니까요. 오로지 유저만이 저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요.”


“유저가 뭐요?”

나는 궁금함에 물었다.


“유저는 다른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접속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지요.”


“다른 세상?”


“예, 다른 세상이요.”


“뭔 쌩뚱 맞은 소릴…….”

147이 우물쭈물 말했다. 아까 자신의 말에는 대답해 주지 않는다고 들어서 의기소침해 진 것 같았다. 어린아이 형상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원래 저자는 쫓아내야 하지만……. 유저 393936님의 의견을 따를게요. 저 여자를 이곳에서 나가게 할까요?”

눈치를 보아하니 393936은 나를 말하는 것 같았다. 1283……뭐시기는 147을 말하는 것이겠지.


어린아이 형상에게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아까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아이브. 이름 맞지?”


“예.”


“뭔진 모르지만 내 말을 따르고 말이지.”

내말을 따른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하대가 되었다.


“예.”


“좋아, 그럼 쫓아내지마.”


“아카이브에 NPC가 접촉하면 시스템 자체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도 쫓아내지 않으시겠어요?”


“……응. 그렇게 해.”

뭔지는 모르지만 쫓아내지 않는다고 하니 안심이었다.


“알겠습니다.”

아이브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147을 잡아먹을 듯이 한번 노려봤다.


“유저등록 리스트에 등록하시겠어요?”

시선을 거둔 아이브가 다시 고개를 나에게 돌렸다.


“일단, 말이야. 그런 거 하기 전에 내 질문에 답 좀 해주면 안 될까?”


“물론이죠. 무엇이 궁금하시나요?”


“우선, 여기가 대체 어디야?”


“여기는 아카이브(archive)랍니다. 시뮬레이션 판데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데이터화해 저장하는 곳이지요. 저장 목적은 시뮬레이션 결과…….”


“판데아는 또 뭐하는 거야.”


“판데아는 이 가상현실 세계를 말하는 것이지요.”

가상현실?

질문을 할 때마다 모르는 단어가 계속 튀어나왔다.

나는 147을 보고 아는 단어가 있냐고 물었다. 그녀도 어깨를 으쓱할 뿐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했다.


“흠……. 뭐 질문을 해보았자 소용이 없을 것 같네. 좋아, 현실적인 것부터 하자고.”

나는 질문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여기서 나가려면 어디로……. 아니, 그전에 먹을 것 좀 있어?”

제일 급한 것부터 해결해 보자.


“먹을 것을 말씀하시면……. 아, 그러고 보니 유저님의 허기와 기력 포인트가 상당히 쇠약한 상태시군요. 이 상태라면 강제 로그아웃이 되실 수도 있어요. 잠시 만요.”

아이브는 그리 말하더니 손바닥을 나에게로 뻗었다. 뻗은 손바닥에서 한줄기 광선이 뿜어져 나왔는데 곧장 나에게로 향했다.


피할 시간도 없었다. 아니, 보고 반응도 하기 전에 광선은 나를 통과해 지나갔다. 그 빛이 통과한 순간 나는 거짓말 같은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허기가 사라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로가 싹 가셔서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세상에…….

이번엔 속으로 그 말을 중얼거렸다.


“기력수치와 허기 수치가 전부 최상으로 회복되었어요. 이 정도 수치조정은 저에게도 권한이 있답니다.”


“배고픔이 사라졌어…….”


“도움을 드려서 기쁘군요. 다른 질문이나 요구사항이 있으신가요?”

아이브의 말에 나는 잠깐 고민한 다음 말했다.


“아까 나에게 했던 거와 똑같은 걸 이 사람에게 해줘.”


“물론이죠.”

아이브가 이번엔 147에게 광선을 쏘아주었다. 광선을 쪼인 147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주린 배가 채워진 것이다.


“이게 대체…….”

그녀는 광선을 쪼이고 난 후 중얼거렸다. 본인이 아니면 자신의 신체 변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난 그녀의 기분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자, 다른 질문 없으신가요?”

먹을 것이 해결된 이상 굳이 뭘 물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유저 등록 절차를 진행 할게요.”


“음……. 유저라면 날 말하는 건가?”


“예, 유저 등록 절차를 걸치면 다시 이곳에 오실 때 아까처럼 귀찮은 절차를 거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뭔진 모르지만 아이브의 태도를 볼 때 나에게 해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호의를 받았으면 어느 정도는 따라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좋아, 그 절차를 어디서 하지?”


“절 따라오세요.”

아이브는 그리 말하면서 앞장서기 시작했다. 우리는 말없이 아이브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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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장 6화 동굴 - 6 15.03.17 20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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