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를 품은 광석 알카드라이트
앞선 뗏목은 드디어 바위섬에 도착했다.
“우와아~~~”
환호를 지르며 병사와 용병들이 섬으로 뛰어내렸다.
알렉스 팀은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섬으로 발을 내딛었다.
카르타가 부하 한 명과 뗏목의 밧줄을 바위에 감고 나서 알렉스에게 다가온다.
“고맙네. 덕분에 살았군!”
“다들 고생했소!”
간단히 답례하고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올라 털썩 몸을 눕혔다.
살아난 것이 기적 같다.
흘끗 돌아보니 지휘부의 뗏목이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저 멀리서 굉음을 내며 요동치던 소란은 어느새 잠잠해졌다.
눈치 빠른 써펜트 몇 마리는 뗏목을 쫓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앉거나 누워있던 용병들, 병사들이 모두 일어나 뗏목을 바라보았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뗏목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 보일 때쯤 뒤에서 물결이 빠르게 다가왔다.
아케인의 심각한 표정이 확연히 눈에 띈다.
필모어가 행낭을 뒤졌다.
스크롤 하나가 나온다.
뒤에 따라오는 두 줄기 물결을 향해 스크롤을 찢었다.
‘퍼엉~’ 하며 스크롤에서 대여섯 개의 아쿠아 랜스가 튀어나와 무서운 속도로 물결들을 향해 쏘아졌다.
아쿠아 랜스는 물속에서도 속도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두 마리 써펜트의 몸체를 강타했다.
“크아아아아~~”
두 개의 물줄기가 솟아올라 허공에서 터지면서 그 속에서 써펜트가 괴성을 질렀다.
아케인의 얼굴이 희망으로 환해졌다.
“힘을 내라. 거의 다 왔다!”
뗏목이 거의 섬에 다가왔다.
아케인이 밧줄을 섬으로 던지자, 알렉스가 잡아챘다.
모두 밧줄을 잡고 힘껏 당겼다.
정신을 차린 써펜트들이 쫓아왔지만 이미 사람들이 섬으로 올라간 뒤였다.
모두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먹이를 놓친 써펜트들이 수면에서 이리저리 괴성을 지르며 분노를 터뜨리다가 포기하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여기저기서 털썩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난다.
레이는 클레어 보이언스 매직으로 필모어의 마법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행낭에서 여러 가지 마도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아공간 행낭임이 틀림없다.
다만 물품을 최소화해서 가져온 것으로 보아 용량이 매우 작은 것 같다.
팔찌의 거대한 공간을 생각하니 새삼 아르디우스께 감사하게 된다.
스크롤을 쓰는 방법을 실제로 본 것도 유용했다.
‘스크롤의 발동 시간과 효력 범위 등을 미리 잘 알고 적시에 사용해야 효과가 있겠구나.’
그날 오후는 그대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모두들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호수에 아침이 찾아왔다.
안개가 걷히고 에메랄드 빛 물결이 햇살에 반짝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저 속에 그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산다고는 믿기 어렵게 평화로운 모습이다.
필모어가 전체 인원을 모았다.
“지금부터 각 조별로 흩어져 광석을 찾는다. 알카드라이트라는 이름의 광석인데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보는 시각에 따라 빛이 하얀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변하는 돌을 찾으면 된다. 실적에 따라 성과 보수가 주어질 것이니 샅샅이 뒤져서 찾아오도록!”
트레비가 팀원들에게 조용하게 덧붙인다.
“색이 변한다고 해서 카멜레온 광석이라고도 불린다. 시료를 섞으면 쉽게 녹지만, 한 번 굳고 나면 오러에도 견디는 강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마도구의 주재료이자 연금술의 중요 원료로 쓰인다. 상상을 초월하게 비싼 금속이다.”
마법사, 기사, 병사, 각 용병단.
조직별로 나누어진 인원이 섬 곳곳으로 흩어졌다.
광석은 그리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섬을 덮고 있는 바위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뿐이었다.
종내는 바위들을 젖히면서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아! 우하하하!”
멀리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대로는 시간만 잡아먹고 성과는 없겠군.’
레이가 스캔 마법을 바위벽 속으로 쏘아보았다.
내수림에 가까운 곳이어서 그런지, 사물을 뚫고 들어가는 정도가 7~8미터에 그친다.
‘그정도로 희귀한 광석이라면 스캔에 뭔가 특별하게 나타날 것이다.’
비슷한 성질의 마나로 구성된 곳은 지나쳤다.
심각한 얼굴로 바위들을 쳐다보며 레이가 앞으로 전진하자, 일행은 그 뒤를 따르며 주변을 살폈다.
여러 번 그와 함께 일을 한 지금, 레이가 저렇게 집중할 때는 무언가 방법을 찾은 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돌무더기 속에서 뭔가 특이한 광석이 보인다.
‘어? 혹시 이건가?’
돌들을 치우고 나니 은회색 빛의 표면이 매끄러운 광석이 나타났다.
들어보니 크기가 비해 무게가 아주 가볍다.
카멜레온 광석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챙겨놓자. 뭔지 모르지만, 혹시 비싼 놈일지도 모르니.’
행낭에 은회색 광석을 넣고 다시 나아갔다.
1시간쯤 성과 없이 바위벽 속을 투영하고 지나갈 때였다.
레이의 눈이 번쩍 빛났다.
‘응? 마나가 저렇게 압축될 수가 있나?’
자그만 바위 뒤에 주먹만한 돌의 형체가 보이는데 보통의 바위보다 마나가 수십 배 이상 응집되어 있다.
거기에다 내부의 마나가 굳어있는 것이 아니라 미세하게 움직인다.
심호흡을 하고 바위를 빼냈다.
쿠당탕거리며 바위가 아래로 굴러가고 그 자리에 푸른 빛의 돌 하나가 드러난다.
시선을 조금만 틀어도 노란색, 하얀색, 붉은색으로 바뀐다.
“찾았어요.”
레이가 돌을 들어 올렸다.
일행 모두 색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확인하고 신기해했다.
알렉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됐다. 일단 기본은 했구나. 이제 천천히 찾아보자.”
광석을 행낭에 넣으려는 순간, 레이는 손을 타고 미량의 마나가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엇?”
일행들이 걸음을 멈추고 레이를 쳐다보았다.
“왜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글쎄 돌을 만지니까 짜릿한 느낌이 드는데 한 번 쥐어보세요.”
로잔느가 얼른 나서서 돌을 손에 들었다.
“흠, 뭔가 기분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찌릿찌릿하지는 않은데?”
알렉스와 트레비도 시험을 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제가 착각한 건가 봐요. 다시 찾아보죠.”
레이는 광석을 손에 쥐고 앞으로 이동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광석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마나가 하복부 마나 오브의 힘에 이끌려 미미하게 흡수되고 있었다.
‘오러 홀에는 끌려가지 않고, 같은 마나의 성질을 가진 마나 오브에만 당겨지는구나.’
행낭에 광석을 넣고 스캔을 하면서도 레이는 이것을 이용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에 빠졌다.
‘조그만 광석 하나에 담긴 마나만 하더라도 마나 오브의 2분의 1은 되어 보인다.’
이걸 전부 흡수한다면 마나 오브가 대폭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마나를 흡수하고 난 빈 광석을 내밀 수는 없다.
아마 본래의 특성을 다 잃어버렸을 것이다.
‘다른 조직보다 더 많이 찾아서 한두 개를 남기는 수밖에···’
아마 필모어 마법사는 광석을 몸에 숨겨도 발견할 수 있는 도구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러나 아공간에 넣어둔 것까지 찾을 수는 없다.
이후로 레이는 열심히 바위산을 뒤졌다.
하지만 그날 내내 얻은 것은 작은 광석 두 개가 전부였다.
복귀하고 두 개의 광석은 그대로 제출했다.
필모어는 복귀하는 사람들을 모두 자신의 앞을 지나치도록 했다.
그의 손에는 빛이 번쩍이는 사각의 도구가 들려있었다.
병사들은 하나도 찾지 못했고, 용병단들은 광석 하나씩은 들고 돌아왔다.
마법사와 기사들도 한 개씩을 찾았을 뿐이다.
다음날도 탐색은 지속되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멀리까지 탐색해야 했다.
필모어는 불의 마탑 마법사들의 편향성을 여기 와서야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다른 마탑보다 특히 불의 마탑은 공격 마법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파이어 애로우와 파이어 볼은 능숙하지만, 다른 다양한 마법들은 하찮다고 무시하지. 덕분에 워 메이지는 어느 마탑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4서클 마법사들이 펼치는 스캔 마법이 겨우 1~2미터를 투과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매일 광석 예닐곱 개씩은 모이고 있지만 조금 아쉽군. 알렉스 팀인가 하는 용병단이 그나마 꾸준히 2개 이상을 찾아오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오전이 지났는데도 광석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여러 팀이 뒤지다 보니 이미 훑어본 지역인 것 같다.
“오늘은 조금 멀리 가보는 게 어때요?”
“그러지. 이 근처에서는 이제 광석을 찾기가 힘든 것 같아.”
알렉스 팀은 호숫가를 따라 섬을 빙 둘러서 몇 킬로미터 이상을 걸어갔다.
“자, 여기서부터 좌우로 퍼져서 위로 올라가며 뒤져보자.”
일행은 10미터 정도씩 간격을 두고 수변에서부터 탐색을 시작했다.
여기저기 바위 사이에 물웅덩이가 생겨 아차하면 빠지기 쉬운 곳들이 많았다.
“미끄러우니 빠지지 않도록 다들 조심해!”
알렉스의 주의를 들으며 레이는 스캔을 펼쳤다.
‘여기도 없고, 여기도 아니고···’
천천히 옆으로 이동하며 바위 아래를 투영할 때였다.
꽤 강력한 마나 유동이 느껴진다.
‘앗, 이정도면 지금까지 찾은 것들 중 가장 크겠는데?’
그런데 깊이를 보니 아쉽게도 3미터 이상 파고들어야 한다.
흙이라면 팔 수도 있지만 바위로 이루어진 섬이라 시간을 너무 잡아먹을 것이다.
스캔 거리를 줄이고 바닥이 무른 지역이 없는지 더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응? 광석 아래쪽으로 물길이 보이네.’
광석에서 1미터쯤 아래에 섬 안쪽을 향한 물길이 나 있다.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갈 동굴이었다.
물길은 옆의 웅덩이 아래를 지나 호수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동굴 먼 안쪽에서 희미하지만 꽤 큰 마나 유동이 느껴진다.
‘허, 이 정도의 마나 유동이라면 지금까지 발견한 광석의 수십 배는 되어 보이는데?’
물길이 좁아 써펜트 류의 몬스터는 들어올 수 없다.
마음을 정한다.
“알렉스 여기 물 아래에 광석이 있는 것 같아요. 잠깐 들어갔다 나올게요.”
일행들이 모두 놀라서 고개를 돌린다.
“뭐? 물에 들어간다고? 너무 위험한 것 아냐?”
로잔느가 뛰어오며 소리를 질렀다.
“안돼! 그깟 광석이 뭐라고 이 좁은 곳으로 들어가겠다는 거야? 그냥 밖에나 뒤져!”
일행들은 레이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마음을 굽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챈 것이다.
트레비가 나섰다.
“물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 거야? 안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잖아?”
“걱정마세요. 저만큼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물에서라면 30분도 견딜 수 있어요.”
턱을 쓸며 알렉스를 흘끗 본 트레비가 절충안을 제시했다.
“10분 주지. 그 이상 지나도 안 나오면 우리가 들어갈 거야.”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로잔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풀지 못하고 투덜대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금방 갔다 올게요.”
웅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아쿠아 스퍼트와 클레어 보이언스 마법을 시전했다.
“쏴아아~~”
물을 가르면서 물고기처럼 앞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3~4분쯤 물길을 따라 이리저리 굽은 곳을 헤치다 보니 바위벽에 맞닿는다.
위를 쳐다보았다.
바위 천장이 아니라 색색의 빛깔들이 물속으로 비친다.
가볍게 다리를 흔들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푸아아아~~”
입으로 물을 뿜어내고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나 운용으로 숨을 참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폐가 쪼그라드는 듯한 고통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숨을 대여섯 번 몰아쉬고 위로 올라왔다.
사방을 둘러본 순간 기껏 몰아쉰 숨이 다시 멈춘다.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바닥, 굴러다니는 돌, 쌓여 있는 바위들, 천장.
보이는 곳 모두가 붉고 푸르고 하얀, 갖가지 색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수백 가지 색들이 순간순간 모습을 바꾼다.
앞을 보면 옆쪽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천장의 화려한 빛이 유혹한다.
사방을 돌아보고 또 돌아봐도 여전히 새롭고 신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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