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지키고 쓰레기는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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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만 끝나면 노예제가 시작된다. 뽑힌 자들은 민주주의를 잊고 언제나 국민들 위에서 군림했다."
- 프랭클린 P.애덤스 -
송선자와 김지혁은 공원을 나왔다.
벌써 며칠 된 느낌이다.
스냅 사진을 찍어야 해서 골목 안으로 갔다.
골목에서 자연스러운 사진들을 찍는다.
송선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예! 비서님.”
정경구 의원실 전화다.
지역위원회에서 뭔가 전할 것이 있는 듯하다.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김지혁이 묻는다.
“무슨 일입니까?”
“오후에 기정시청에 집결하라고 하네요.”
“안건이 뭡니까?”
“시장 집중 유세라네요.”
“벌써요?”
“일정을 바꿔야겠는데요.”
김지혁은 고민도 없이 말한다.
“가지 마십시오.”
“예에? 그러면···.”
“시키는 대로 한다고 다시 ‘가’ 번 안 줍니다.”
“문제 될 텐데···.”
머뭇대는 송선자에게 김지혁이 말한다.
“누구한테 전화 온 거죠?”
“홍진철 비서라고.”
“전화 걸어서 바꿔주세요.”
“예에?”
송선자는 일단 시키는 대로 한다.
“여보세요?”
“김지혁입니다.”
“예? 대표님? 송 후보님 전화인데···.”
“송선자 후보 아픕니다. 아시겠죠?”
“예? 예···.”
송선자는 눈이 휘둥그레져진다.
어안이 벙벙한 채 김지혁을 쳐다본다.
“안 가도 됩니다. 일정대로 하시죠.”
“예···.”
송선자는 나중에 묻기로 한다.
김지혁이의 표정이 너무나 단호했다.
김지혁이 말한다.
“경선에서 당원 투표 몇 명이 했습니까?”
“대상자는 2천이고 유효표는 1천이요.”
“우리 유권자 몇입니까?”
“십만이 넘죠.”
“천명이면 1% 아닌가요?”
“그렇죠···.”
송선자는 김지혁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사지로 몰려 경선까지 하고 ‘나’ 번을 겨우 받았다. 더 주저할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김지혁이 말한다.
“지금은 후보님의 시간입니다.”
송선자는 잠시 고개를 숙인다.
김지혁이 다시 한번 더 말한다.
“가봐야 시장 후보 들러리에 불과합니다.”
송선자가 말한다.
“제 선거만 할게요.”
그리고 김지혁이 결연하게 말한다.
“동네가 텅 빌 겁니다.”
“그렇죠. 다 거기 가면.”
“우리에겐 기회입니다.”
***
총선은 지역별 단일 후보다.
그래서 연대를 하면 시너지가 나온다.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김지혁은 지방선거 연합유세를 가본 적이 있다.
도지사 후보 30분.
시장 후보 30분.
지역 국회의원 서너 명이 10분씩.
광역의원 후보들이 10분씩.
마지막에 기초의원 후보 열댓 명의 단체 인사.
이름만 호명하고 끝난다.
심지어 잘 들리지도 않는다.
‘이런 곳을 갈 만큼 후보는 여유로운가?’
어쩌다 한번 연합유세는 의미가 있기는 하다.
이런 구태 선거 운동이 잦으면 문제가 된다.
지역 주민들은 이런 말을 한다.
‘아무도 안 보이네? 선거 운동 안 하네?’
떼로 모인 후보들이 공원이나 전철역을 장악하고 시끄럽게 소리 질러 대는 모습을 시민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
이제는 근처를 돌아야 한다. 걸은 지 채 몇 분도 안 되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혹시 몰라 김지혁이 미니 짐벌로 영상을 찍는다.
“내가 누군지 알고? 어?”
“알아야 해요? 미용실 앞에 뭐예요?”
송 후보가 다가가려는 걸 김지혁이 막는다.
“후보님. 저 뒤에서 명함 배포하고 계십시오.”
“예···. 그럴게요.”
“무슨 일인지 보고 오겠습니다.”
“예!”
김지혁이 소란스러운 곳으로 갔다.
미용실 앞에 아줌마와 남자가 실랑이한다.
“차 빼요!”
“시의원 되는 사람한테? 뭐야?”
김지혁이 남자를 자세히 본다.
‘계진상?’
혹시 몰라서 대화를 들어 본다.
“선거 운동은 양해 구하고 대도 된다니까?”
“이게 양해를 구한 거라고요?”
아줌마는 화가 많이 났다.
“그리고 왜 반말이야?”
“화를 나게 하니까 그러지!”
주민한테 하대하는 시의원 후보? 놀랄 일이다.
자세히 보니 ‘계진상’이 맞다.
내리꽂기 단수공천을 받은 1-‘가’ 번 후보 계진상.
아줌마가 신고했는지 경찰차도 왔다.
김지혁은 민진당의 몰락을 목격하고 있다.
저런 추태의 후보를 단수공천?
중앙당, 도당, 지역위, 정경구 의원 모두가 미쳤다.
경찰이 김지혁에게 다가온다.
“선생님? 촬영하시면 안 됩니다.”
“소속과 성명을 밝히세요.”
“예?”
김지혁은 눈을 치켜올리며 단호히 묻는다.
그러자 경찰이 반문한다.
“왜요?”
“소속과 성명을 밝힐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예···.”
“아줌마 보호차원에서 촬영하는 겁니다. 문제 있습니까?”
“저희가 정리하면···.”
“그러면 얼른 정리하세요!”
“알겠습니다.”
경찰이 다가간다.
그런데 상황이 웃기게 돌아간다.
오히려 계 진상에게 쩔쩔맨다.
유사 업종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줌마는 더 당황하고 있다.
“뭐 하세요? 경찰 아저씨! 가게 앞에 차를 딱 붙였는데?”
“아. 그게. 이해를···.”
“뭐에요?”
김지혁이 잠깐 목을 흔들흔들한다.
결심하듯 다가선다.
“후보님이세요?”
“예! 저를 아십니까?”
“계진상 후보님 아니십니까?”
“하하. 그렇습니다. 반가워요!”
악수를 청하는 손을 뿌리친다.
그리고 김지혁이 말한다.
“후보님! 선관위가 어디죠?”
“선관위요? 거기는 좀 가야 할 텐데.”
그러자 계진상이 묻는다.
“선관위는 무슨 일로?”
“신고 좀 하려고요.”
“예? 뭐를요?”
“당신은 공직선거법 250조 위반!”
계진상이 소리치며 말한다.
“너 누구야? 이 XX가.”
“언어폭력도 추가합니까?”
“뭐라고? 이 XX가. 경찰은 뭐 하는 거야?”
분위기가 험해지자 미용실 아줌마는 뒤로 물러나고 경찰이 다가선다. 김지혁은 ‘1mm’도 물러서지 않고 눈을 부라린다.
경찰이 묻는다.
“공직선거법 뭘 위반했다는 겁니까?”
가관이다. 그래도 벼슬아치 될 거라고 한 계진상을 편든다. 김지혁의 팩트 가격을 결심하고 몰아붙인다.
“경찰은 지금 알고도 방조 묵인하는 거죠?”
“예?”
“선거법 위반 신고할 권리를 막는 거죠?”
“예?”
“방송에 제보하기 전에 가만히 계세요.”
“···.”
“그리고 소속이랑 이름 대요!”
“···.”
경찰의 대답 따위 들을 이유가 없는 김지혁은 할 말만 쏟아붓는다.
계진상이 따진다.
“뭘 위반했다는 거야?”
모든 사람에게 반말하고 있다. 이런 인간이 공천받을 수 있었는지 놀랄 뿐이다. 그것도 단수공천. 자본주의 측면인가?
김지혁이 곧바로 말해준다.
“250조.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자.”
“내가 언제?”
“내가 시의원 되는 사람이야? 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상황 영상이 있다. 논란이라도 되면 적어도 갑질 논란으로 후보 사퇴를 해야 할 사안이다.
공직선거법 250조는 유권자에게 상당히 유용하다.
당선되게 할 목적.
당선되지 않게 할 목적.
이 두 방향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공표하면 중범죄가 된다. 유권자들이 써먹지를 않아서 안타까울 뿐 선거법은 촘촘하다.
“그건···.”
김지혁이 갑자기 소리쳤다.
“이 XX가! 도 했습니다.”
“아니 그건 화가 나서!”
“공인이 되겠다는 사람이?”
듣던 경찰이 김지혁에게 다가온다.
“선생님. 그냥 좋게 얘기하시는 게···.”
“또 끼어들면 9시 뉴스 나오게 될 겁니다.”
“그건 너무···.”
“해결하던가! 가만있던가! 빠지던가!”
경찰도 단호한 김지혁에 겁을 먹었다.
계진상에게 누군가 귓속말을 한다.
계진상이 듣더니 말한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한테요? 왜요?”
김지혁이 미용실 아줌마에게 손짓한다.
“이모! 원장님이시죠? 이리 오세요.”
“나? 왜? ”
“사과받으셔야죠.”
미용실 원장은 김지혁 옆에 찰싹 달라붙는다.
김지혁이 말한다.
“사과 제대로 해요!”
“...”
“안 그러면 여기 다 유명인 될 줄 아세요!”
경찰은 봉변당한 썩은 표정으로 있다. 아주 가만히.
그러자 미용실 원장이 소리친다.
“차 당장 빼고!”
“죄송합니다.”
“네가 정치한다고? 흥! 웃기네!”
계진상이 억지로 대가리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이 총각 봐서 봐주는 줄 알아! 얼른 가!”
계진상 일행은 내빼듯이 사라진다.
한 사람이 김지혁에게 다가온다.
“영상을 지워주시면 안 될까요?”
“왜요? 저는 미용실 원장님 찍은 건데요.”
“저희도 영상에 나와서.”
“당신들이 끼어든 건데요?”
김지혁은 미용실 원장을 바라본다.
“그렇죠? 원장님?”
“응. 응. 맞아! 지우면 또 와서 행패 부릴걸?”
김지혁이 말한다.
“들으셨죠? 얼른 가세요.”
김지혁이 가려던 경찰을 붙잡는다.
“경관님들. 시민을 지키세요. 쓰레기 지키지 말고.”
“예···.”
그러자 경찰이 묻는다.
“혹시 무슨 일하시는 분이세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예?”
“1-‘나’ 번 송선자 후보 캠프 자봉입니다!”
“예에?”
김지혁이 힘차게 부른다.
“후보님! 이리 오세요!”
광속으로 달려오는 송선자.
송선자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상대가 계진상이란 것을 알고 있으니까.
오자마자 명함을 건네며 90도 인사를 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1-‘나’ 번 송선자입니다.”
“아. 예.”
‘어떤 상황에서도 후보를 알려야 한다. 그깟 체면 따위.’
경찰들은 갔고 미용실 원장이 묻는다.
“가 번은 뭐고 나 번은 뭐야?”
“원장님 일단 저 사람 말고 송선자 찍으세요.”
“당연하지! 저런 놈을 왜 찍어.”
김지혁이 말한다.
“참. 원장님!”
“응? 총각!”
“내일 후보 머리하러 오면 잘해주세요.”
“공짜로 해줄게! 꼭 와!”
“원장님 큰일 나요. 돈 안 받으면 선거법 위반이에요.”
“그래? 선거법 무섭네! 호호.”
미용실 원장은 고맙다고 김지혁의 손을 연신 쓰다듬는다.
김지혁은 ‘선거 쓰레기’를 부수면서 치워 나간다.
송선자의 최대 빌런은 같은 민진당에 있었다.
그림 .AD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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