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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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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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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캠프를 돕는 이유

DUMMY

“정치 현상은 철두철미한 힘의 현상이며 압력의 현상인데, 압력은 언제나 집단현상이며 집단현상은 집단 사이의 압박과 반항을 의미한다.”

- A.벤틀리 -


최한숙과 김지혁의 이야기가 길어진다.

둘은 오랜만에 만나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어느새 카페에는 사람들이 줄고 한적하다.


최한숙은 머리를 쓸어 올린다.


“부탁할 것이 있어.”

“뭔데 이렇게 뜸을? 긴장되게. 하하.”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오케이?”


최한숙은 확약부터 받으려고 안달이다.


“내용을 알아야 들어줄지 말지 결정하죠. 하하.”

“해줘! 그냥 해줘!”

“뭘요! 갑자기 왜 그래요?”


최한숙이 높은 톤으로 말한다.


“작은 선거캠프인데 도와줄 수 있을까?”

“선거요?”


작은 캠프라는 말에 김지혁은 손사래 친다.


“‘작고 크고’가 어디 있어요? 다 일은 같지.”

“그거야 그렇지.”

“누구길래 이렇게 절절하게 부탁하시는 거죠?”


최한숙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한다.


“내 동창.”

“동창이요?”

“응.”


동창이라면 여자 후보일 가능성이 높다.

최한숙이 말을 잇는다.


“우리 동네 아니야.”

“다른 지역이요?”

“응. 강진도 기정시.”


최한숙이 이어서 말한다.


“선거를 자원봉사로 도와주는 사람이 드물잖아.”

“공짜라서 부탁하는 건가요? 하하하.”


김지혁은 너털웃음을 쏟아낸다.

선거캠프에 모인 사람들의 대다수는 백수거나 동네 업자다.

말이 돕는 거지 사실 나름대로 욕망의 갈고리를 캠프에 건다.


‘선거캠프는 욕망의 도가니.’


말로는 후보를 돕는다.

그러나 본질은 자신을 도우려고 모인 것이다.

그러니 매번 서로 간에 싸움이 난다.


권력욕에 대한 질투와 시기의 끝을 보고 싶다면 캠프로 가보라.

인간의 가장 더러운 본질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김지혁이 말한다.


“그렇죠. 직장인은 꿈도 못 꾸는 일이고.”

“그러니까!”

“자영업자들은 자기 일을 밀어 넣고.”

“엉망이잖아.”


최한숙도 동의한다. 김지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순수하게 돕기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맞아.”

“그런데 그걸 기대하는 것도 도둑놈 심보 아닌가요?”

“맞지. 그런데 지혁이가 한 말들이 떠올라서”


최한숙은 사현시 인정구에 사는 50대 여성이다.

민진당의 당원으로 지역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한다.


그녀는 정치 참여가 세상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신념이 있다.

그래서 동네에서 봉사를 엄청나게 많이 한다.


최한숙이 기억하는 김지혁의 말은 이렇다.


최한숙은 김지혁에게 봉사활동을 권한 적이 있다.

그때 김지혁이 단칼에 거절했다.

의아했던 최한숙이 김지혁에게 이유를 물었다.


단칼에 거절한 것이 분명 사연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김지혁의 대답은 의외였다.


“저만의 봉사는 선거캠프를 순수하게 돕는 것입니다.”

“다른 봉사활동은 안 하고?”

“예. 선거캠프는 전력투구해야 하니까요.”

“하긴 선거캠프가 봉사면 따로 봉사할 거 없지.”

“평소에는 제 일을 더 열심히 하죠.”


김지혁의 사회 기여는 선거캠프 지원이었다.

더 나은 후보를 당선시키면 그것 보다 사회에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일까?


그래서 최한숙은 이런 생각이다.


‘어차피 봉사할 거면 자기 친구를 도우라’


김지혁도 이제는 알아들었다.


***


선거는 생각보다 자주 있다.

4년에 한 번씩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

지자체 단체장을 선출하고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 사고 나면 치러지는 보궐선거.


최소 2년에 한 번 이상 선거가 있다.

그러니까 자주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후보에게 있어서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공천’이다.


공천은 어떤 정당에 속해서 당내의 경쟁에서 후보로 추대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법정 선거 운동 기간’에 피부로 느낄 뿐이지만 후보는 거의 일 년 전부터 사활을 건 공천 전쟁을 벌인다.


‘후보가 공천받지 못하면 모든 게 나가리다.’


지금은 지방선거가 3달 뒤에 있어서 아직 공천이 확정되지 않았다.

딱 지금이 공천받느냐 못 받느냐 하는 순간이긴 하다.


그것을 아는 김지혁이 묻는다.


“공천이 끝나지 않았잖아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된다고 생각하고 진행해야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까.”

“그건 후보 생각이죠. 봉사자는 막연하면 시간 못 내죠.”

“그래서 도와달라는 거잖아.”


김지혁은 사실 이런 순간이 짜증이 난다.

미리미리 덕을 베풀거나 평소에 필요한 사람을 도왔어야 한다.

그러려니 하고 김지혁이 묻는다.


“그럴 수 있죠. 공천 가능성은 있어요?”

“공천은 받을 것 같은데.”

“컷오프 될 가능성은? ”


김지혁은 몇 군데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다.

심지어 한 곳은 수락했다. 다른 곳은 전략기획만 하기로 했다.

모두 구청장급 이상이기 때문에 늘 하던 세팅만 해주면 된다.


최한숙이 컷오프에 대해 대답한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하자가 전혀 없어.”

“하자요?”

“범죄 이력이나 여러 가지가 깨끗해.”

“장난하세요? 공천이 상식으로 안 되니까 제가 묻죠.”

“늘 그게 문제지.”

“도울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얘기죠?”

“응. 맞아. 지혁아.”


최한숙은 몸을 뒤로 젖히면서 걱정스러운 듯이 김지혁에게 묻는다.


“다른 데서 연락 많이 왔지?”

“그렇죠. 시장 캠프에서 연락이 온 것이 있어서.”

“그래서? 어떻게 했어?”

“공약이나 마음에 들어서 결정했죠.”


최한숙은 아쉬워하며 말한다.


“지혁아 큰일도 좋은데···.”

“예···.”

“지방의회가 어떤 줄 알잖아.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당선되잖아.”

“알죠. 심각한 거. 그런데 왜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최한숙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너는 사회에 대한 기여를 선거캠프로 하겠다고 했잖아.”

“그렇죠.”

“그러면 풀뿌리 정치의 가장 아래에서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해본 적이 없어서. 기초의회는요···.”


최한숙의 설득이 이어진다.


“시장이 뛰어나면 뭐 하니? 행정기관의 수장인데.”

“시장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긴 하죠.”

“좋은 기초의원들이 필요하지 않겠어?”


김지혁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한다.

그리고 직설적으로 묻는다.


“동창 분이 기초의원 나가시나 보네요.”

“응 시의원으로 나가.”

“선거 처음 나가는 건가요?”

“지난번에는 선거에서 떨어졌어.”


김지혁은 최한숙의 심정을 알듯 하다. 최한숙이 말한다.


“지난 선거를 엉망으로 한 것도 있더라.”

“하이에나들이 많았나 보네요.”

“맞아. 뜯어 먹으려 하는 양아치들.”

“보는 눈이 없어서 휘둘리는 것일 텐데. 후보가 무능한 건데···.”


김지혁은 좋게도 나쁘게도 말하지 않는다.

양아치들에게 휘둘렸다면 후보의 무능력이자 자질 부족이기 때문이다.


마저 김지혁이 말한다.


“정치판은 정글인데 그런 분은 정치하면 안 돼요.”


최한숙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기초의회를 바꿔보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김지혁을 계속 설득하려 한다.


“내가 하도 답답해서 다른 시의회 의장한테 한번 물어봤어.”

“뭐를요?”

“자기 손으로 문서 만드는 시의원이 몇 %나 되냐고.”

“그거 신박한 질문이네요. 뭐라던가요?”

“정확히는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시의원 몇 %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디지털기기로 문서작성을 스스로 하는 사람?”

“응. 얼마나 되는 줄 아니?”


김지혁은 솔직히 정말 궁금했다.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해외연수 보고서도 직접 쓰는 기초의원은 존재하지 않다고 보는 게 좋을 거다.

현실은 공무원들이 다 쓴다. 그리고 그게 관례인 줄 안다.


“얼마나 되는데요?”

“30% 밖에 안 된데.”

“정말 그것 밖에?”

“절반 이하란 얘기겠지.”


아마도 아예 컴퓨터를 못 만진다는 것이 아니라.

중고생들도 만드는 파워포인트 수행평가 자료 정도도 스스로 못 만드는 기초의원들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



기초의원으로 입성하려면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되어야 한다.

당선이 되려면 어떠한 정당의 후보로 공천이 되어야 한다.

물론 무소속을 제외하면 말이다.


공천받기 위해서는 소속 정당에 기여도가 있어야 한다.

당에서 지역에 내리꽂는 전략공천이 아니라면 경선이란 것을 거쳐야 한다.


경선은 당원들의 투표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자신을 찍을 당원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당내 미니 선거라고 볼 수 있다.


경선에서 후보로 공천받는 일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이나 기초의원이나 이 과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누릴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다.


‘가성비가 제로인 말단 의원이 기초의원.’


멀쩡하게 사업 잘하고 직장 잘 다니는 사람이 기초의원을 한다?

미친 짓에 가깝다.

그래서 김지혁은 누가 기초의원 나간다고 하면 뜯어말린다.


최한숙이 계속 말한다.


“해외연수 가면서 공무원을 왜 달고 가는지 아니?”

“대충은 알죠.”

“다녀와서 보고서 쓰게 하려고 것도 있어.”

“아직도 보고서를 공무원들이 써요?”

“의회 소속 공무원들이니까 그게 관례인 줄 알지.”


‘의원. 의원’하고 부르니까 창피함도 모른다.


초등학생 숙제를 엄마가 하는 것이나.

시의원이 보고서를 공무원이 쓰는 것이나 뭐가 다른가 말이다.


김지혁이 단호하게 말한다.


“해외연수를 못 가게 할 필요가 없어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니?”

“가고 싶지 않게 하면 되죠.”

“너 묘안이라도 있니?”

“들어보실래요? 하하.”

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1 (31).jpg

그림. ADDA


작가의말

<용어>

 

*공천제도 : 공천은 선거할 때 정당에서 후보를 추천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 총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추천할 때를 뜻한다.

 

*컷오프 : 공천 심사 도중에 당 차원에서 출마예정자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것. 대부분 서류 심사를 통해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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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프로세스 마스터 +24 23.06.10 2,698 55 9쪽
41 후보를 각인시키는 전략 +32 23.06.10 2,713 5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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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패자 부활이 판을 바꾼다 +32 23.06.08 2,756 61 9쪽
38 최악의 경선에서 살아난 후보 +26 23.06.07 2,757 57 9쪽
37 컷오프라는 단두대 +28 23.06.06 2,764 60 9쪽
36 불타는 집의 개떼들 +24 23.06.05 2,795 59 9쪽
35 해외연수 커넥션을 끊어라 +26 23.06.04 2,825 58 9쪽
» 캠프를 돕는 이유 +28 23.06.03 2,836 58 10쪽
33 후보를 드러내는 전략 +28 23.06.02 2,823 61 9쪽
32 캠프와 운동원을 조율하다 +28 23.06.01 2,827 57 9쪽
31 판을 뒤집는 선거운동전략 +26 23.05.31 2,827 60 9쪽
30 선거운동원을 교육하다 +28 23.05.30 2,843 57 9쪽
29 천재 선거전략가의 귀환 +26 23.05.29 2,896 63 9쪽
28 길들일 수 없는 맹수는 필요 없다 +24 23.05.28 2,870 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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