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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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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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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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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예정된 패배와 암흑의 서막

DUMMY

“무슨 일을 시작하여 실패했을 때, 이것은 내가 마음을 닦지 못했고, 덕이 부족한 탓이라고 돌려야 한다.”

- 채근담 -


“더더군다나 상대가 방어 태세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더 공격적이죠.”


전쟁 전략이나 듣자고 최기석은 시간을 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최기석 후보 또한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한다.


“예를 든 것은 좋은데 전쟁의 전략과 비교는 선거와 현실적으로 다르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후보님. 당연히 다르죠.”


김지혁은 최기석 후보의 날카로움을 살짝 뭉갠다.

그러면서 뜻을 굽히지 않는 말을 한다.


“단기간에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곧 패배라는 것이 같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점에서는 본질은 유사하다고 봅니다.”


최기석은 눈동자가 흔들린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자신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유효한 전략이 무엇일까요?”

“몇 가지 도움 될 전략이 있습니다.”

“어떤 것입니까?”

“돌파 전략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돌파 전략이요?”

“잃을 것은 잃고 얻을 것은 확실하게 얻는 방식을 말합니다.”


최기석은 조바심을 죽이고 차분히 들어본다.


“후보님은 아직 전력상 우위에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렇죠.”

“취약점을 찾아 우회해 공략하는 것이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음. 돌파냐 우회냐.”


실장들은 목이 타들어 가는지 연거푸 물을 마신다.


“‘종심돌파전략’도 고민해 볼 만합니다.”

“집중화를 말씀하시는 거네요.”

“상대방의 종심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선이죠.”

“압도적으로 상대를 흔드는 방식도 적절합니다.”


그리고 김지혁은 이어서 결론짓는다.


“이 두 전략은 지지율 우위에 근거해 도출할 수 있습니다.”

“김지혁 씨는 우위라고 생각하나요?”

“현재 우세하다는 판단에 이견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한상훈 실장이 말한다.


“선거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기주찬 기획실장도 거든다.


“막연하기는 하지만 뭔가 느낌은 오네요.”


최기석은 손으로 턱을 받치고 코를 만지작거린다.

사실 김지혁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으니 고민이 커진다.

김지혁은 결국 본진으로 파고든다.


“스마트시티를 하위 공약으로 해야 합니다.”

“하위요?”


순간 옆에 있는 실장들이 기겁하는 표정을 짓는다. 고집이 센 최기석의 아픈 부위를 김지혁이 후벼 파고 있으니까.


“민생 공약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전혀 다른 분야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도대체 스마트시티를 하위로 내리라는 이유가 뭡니까?”

“상대가 스마트 시티 공약을 더 물어뜯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더 물어뜯게 해요?”


순간 실장들과 후보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가뜩이나 후보가 집착하는 정책을 상대의 먹잇감으로 던지자는 김지혁의 논리에 아연실색한다.

그래도 후보는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김지혁에게 묻는다.


“더 상세하게 말씀해보세요.”


오히려 최기석은 흥미가 더 생긴다.

실장들에게 못 느끼는 패기를 김지혁에게 느끼고 있다.


“공수부대 투하 전략과 유사합니다.”

“스마트시티를 먹이로 던지는 것이요?”

“예.”

“어떤 면에서?”

“스마트시티를 물어뜯느라 상대는 모든 자원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건 이해가 갑니다.”


최기석은 이해는 하고 있지만 궁금한 것은 다음의 이야기다.


“뜯긴 다음은?”

“느슨해진 적의 주변부를 공격하는 것이죠.”

“먹잇감에 몰입하게 해서 멧돼지 덫을 놓자?”


최기석 후보는 선거를 많이 해 본 사람답게 바로 캐치한다.

의외의 상황에 실장들이 적지 않게 당황한다.

후보가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는 우리가 방어하려고 한다고 예측할 것입니다.”

“그렇겠죠. 그게 상식이니까.”

“먹이에 상대가 매몰되면 민생 공약으로 역공하자는 것입니다.”

“전장을 옮기고 선점하자?”


최기석은 이해 능력이 본능적으로 빠르다.

김지혁의 통찰에 최기석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정확한 비유십니다.”

“전장을 옮겨야 하는 이유는?”

“이미 더럽혀진 전장이라 이겨봐야 남는 게 없습니다.”

“남는 게 없다. 하하하하.”


실장들은 ‘이런 싸가지 없는 말을 해도 되나?’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기석은 김지혁의 거침없는 논리에 오랜만에 쾌감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된 전략회의를 최근에 해 본 적이 없다.

김지혁은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상대방은 자신들의 네거티브가 유효하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런데요?”

“확신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그래서 미끼를 던지자?”

“유인 후에 ‘결정적 한 방’으로 포위하자는 것입니다.”


최기석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전략을 수용하는 게 어려워서가 아니다.


‘도대체 이 김지혁이란 인물은 뭐지?’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자신에게 공약을 뒤바꾸는 것을 논리적인 비유로 설득해 내는 정도의 사람이 왜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았지? 하는 생각이 맴돈다.

공보실장이 말한다.


“‘스마트 시티’를 미끼로 쓰고 ‘민생 공약 프레임’으로 압도하자는 얘기네요.”


이광훈 공보실장은 김지혁의 전략에 대해서 확실히 이해했다.


“방향은 맞습니다.”


최기석 후보가 다시 묻는다.


“말씀대로 시도한다면 실행안은?”

“단기간에 상대방 민생 정책을 깨뜨려야 합니다.”

“그래서요?”

“민생으로 사방을 두들겨야 합니다.”

“그리고?”


김지혁은 스마트 시티도 민생 공약에 녹여내야 한다는 부연 설명을 하고 마저 말한다.


“캠프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합니까?”

“‘강력한 민생 정치 후보’의 이미지를 강화해야 합니다.”

“삶에 이익이 되는 후보로 자리매김한다?”

“맞습니다.”

“좋습니다. 기주찬 기획실장이 깊이 검토해보세요.”


최기석은 경륜이 많은 정치인답게 결론을 내지 않고 긍정적 신호만 준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전형적인 정치인의 화법이다.

캠프를 처음 겪는 사람들은 결론이 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검토’라는 워딩만 후보는 했을 뿐이다.

김지혁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기획실장이 약간 흥분해서 말한다.

후보의 뜻을 꺾고 대안을 관철하는 김지혁의 저돌적인 태도에 매료된 표정이다.


“김지혁 씨 함께 상근해서 일해 봅시다. 부탁합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기획실장에게 고맙다고 바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지혁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판단부터 한다.


‘기획실장은 더 이상 내가 직보를 못 하게 둥지에 가두려는구나.’

‘후보는 여지를 남기는 미련이 있구나.’


김지혁은 저돌적인 화법과는 달리 속으로는 계속 바둑을 두고 있다.

회사 생활에서도 이러한 이치는 적용된다.

예를 들어 사장이 너의 의견이 어떠냐? 라고 물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직원이 직설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고 치자.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사장은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해야 하는 당위성만 강조한 것이 된다.’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대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의견을 받아들여 그 의견을 찬성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 사장은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 사장으로 생각될 수 있다. 사장은 잃을 게 없다. 하지만 이렇게도 판단할 수 있다.


‘너의 의견을 물었으니 나는 너의 의견에 반대한 게 아니라 협의한 것이다.’ 라고.


사장은 공론화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하나의 동의를 공식화하는 흔한 대화 전략이다.


한편, 답변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로 듣기만 한다.

이것은 위의 두 상황도 아니다. 이것이 가장 냉혹한 대화 전략 중의 하나이다.


보통 사람들은 신중하다고 생각하지만 김지혁은 어떤 성향의 인물이 자주 이러는지를 알고 있다. 실수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고 양보하는 것이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떻든 일단락이 되고 김지혁도 답을 하지 않았고 후보도 결론을 내지 않았다.



김지혁은 홍대로 나왔다.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이 가득한 거리. 얼핏 보면 외국 같은 느낌이다.


골목 사이로 각양각색의 가게들.

오랜만에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의 식당을 찾은 김지혁은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너무나 즐거운 풍경.


다양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거리라서 익숙하다. 그리고 강태현과 삼겹살에 흠뻑 젖어 있다. 강태현이 말한다.


“형은 요즘 길거리 자리를 그렇게 좋아하네요.”

“그러게. 하하.”

“중독된 거 아니에요? 하하.”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냐?”


둘은 탁 트인 데에서 신이 났다.


“하긴 우리는 이런 노천카페 분위기 엄청 좋아하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구석이나 방을 좋아하는데. 원래는.”

“우리는 탁 트인 데를 좋아하잖아요. 하하.”

“이런 데가 덜 답답하니까.”


둘의 자유분방한 생각을 하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매번 문서, 회의. 사무실 안에서 얘기하고 너무 지겨워요.”

“맞아. 그런 데서 얘기해봐야 어차피 같은 내용인데 뭐.”

“그러니까요.”

“그리 답답한 곳들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저도! 하하.”


둘은 오랜만에 삼겹살을 아주 실컷 먹어대고 있다.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신이 나서 먹는다.


“형 또 해외로 나가시죠?”

“응 후쿠오카 나갈 거야. 바람도 쐴 겸.”

“쉬러 가시는 거네요?”

“이번에는 나카쓰 벗어나서 좀 시골 냄새가 나는 곳들 보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태현이 말한다.


“저도 꼭 데려가요. 미리 알려주세요. 하하.”

“그럼 그럼.”


김지혁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네. 그건 제가 방향 잡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김지혁이 다시 확인하듯 말한다.


“메일로 보내놨습니다. 일 있으시면 전화 주세요.”


궁금한 강태현이 말한다.


“누구예요?

“한상훈 실장.”


강태현은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는 표정이다.


“참! 어떻게 되셨어요?”

“뭐가?”

“후보랑 그저께 얘기 나누고 하셨다면서요.”

“회의에 들어갔었지.”

“형 이제 선거 뛰느라 더 바빠지시겠네요.”

“아니.”


알다가도 모를 표정으로 강태현이 말한다.


“예? 왜요?”

“그날 회의했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더는 없더라.”


다른 사람에게는 속 이야기를 할 수 없어도 강태현에게는 할 수 있다.


“무슨 말이에요?”

“뭐. 말 그대로지.”

“형이 해줄 수 있는 게 왜 없어요?”

“그게 말이야.”

“어떻게 된 건지 얘기 좀 해봐요?”


강태현은 당황스럽다. 주변에서는 철석같이 김지혁을 믿고 있다고 했다.

그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지금 김지혁에게는 시간적 여유도 있다고 생각했다.

강태현은 불길함이 엄습한다. 그리고 김지혁이 말한다.


“너도 알잖아.”

“뭘 알겠어요. 제가!”

“오랫동안 논의해 봐야 무엇하겠니.”

“시간이 중요한 거는 아니죠.”

“결론이 이미 정해졌는데. 하하”


허탈하게 웃는 김지혁에게 강태현은 다시 묻는다.


“형은 안 돕기로 하셨어요?”

“어차피 질 거야.”

“져요? 낙선한다고요? 최기석이?”

“그래서 안 돕는 게 아니라 도울 게 없는 거야.”

“지금 여론조사 지지율이 두 배나 되는데요?”

“이기기 힘들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27화까지 5천자 기준으로 업로드 했습니다.
28화부터 4천자로 속도감을 높입니다.
29화부터 주인공이 귀환합니다.

1화부터 보시지 않고 29화부터 보셔도 됩니다.
먼치킨으로 귀환한 김지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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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주민과 함께 출마합니다 +24 23.06.15 2,628 55 10쪽
47 선자가 달린다 +25 23.06.14 2,653 56 10쪽
46 칼은 칼집에 +29 23.06.13 2,694 54 9쪽
45 조직화된 게릴라전 +30 23.06.12 2,679 56 9쪽
44 각색을 경계하라 +24 23.06.11 2,687 55 9쪽
43 각성하는 후보 +26 23.06.11 2,692 57 9쪽
42 프로세스 마스터 +24 23.06.10 2,698 55 9쪽
41 후보를 각인시키는 전략 +32 23.06.10 2,713 59 9쪽
40 소수가 판을 바꾸다 +28 23.06.09 2,717 61 9쪽
39 패자 부활이 판을 바꾼다 +32 23.06.08 2,756 61 9쪽
38 최악의 경선에서 살아난 후보 +26 23.06.07 2,757 57 9쪽
37 컷오프라는 단두대 +28 23.06.06 2,764 60 9쪽
36 불타는 집의 개떼들 +24 23.06.05 2,796 59 9쪽
35 해외연수 커넥션을 끊어라 +26 23.06.04 2,826 58 9쪽
34 캠프를 돕는 이유 +28 23.06.03 2,836 58 10쪽
33 후보를 드러내는 전략 +28 23.06.02 2,823 61 9쪽
32 캠프와 운동원을 조율하다 +28 23.06.01 2,828 57 9쪽
31 판을 뒤집는 선거운동전략 +26 23.05.31 2,827 60 9쪽
30 선거운동원을 교육하다 +28 23.05.30 2,843 57 9쪽
29 천재 선거전략가의 귀환 +26 23.05.29 2,896 63 9쪽
28 길들일 수 없는 맹수는 필요 없다 +24 23.05.28 2,871 57 9쪽
» 예정된 패배와 암흑의 서막 +20 23.05.27 2,868 59 11쪽
26 네거티브 대응 전략을 수용할까 +28 23.05.26 2,863 61 12쪽
25 먹느냐 먹히느냐 +24 23.05.25 2,871 59 11쪽
24 마타도어를 우회하라 +18 23.05.24 2,890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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