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를 각인시키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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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다. 그렇다면 탁월함은 행동이 아닌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
김지혁은 마케팅 기법을 잘 적용한다.
그것도 다양한 현실에서.
나누고 (Segmentation)
조준하고 (Targeting)
자리 잡고 (Positioning)
김지혁은 직원 교육에서 ‘STP’를 사격 자세로 설명한다.
머리에 반복해서 각인 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
선거라고 예외는 없다.
‘유권자를 분할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후보를 브랜딩.’
선거에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속도도 빠르다.
정확도는 수정 및 보완을 통해 업그레이드한다.
차별화된 틈새를 찾아내느냐는 캠프의 몫이다.
최한숙의 예리한 질문이 이어진다.
송선자는 적느라 정신을 못 차린다.
“분할 할 때 핵심은 어떤 거지?”
“전략적 핵심 키워드는 이렇습니다.”
1. 효율성 (지역 주민을 만나는 데 물리적 한계)
2. 신속성 (치밀한 일정 계획이 있어야 가능)
3. 반복성 (중복 동선은 각인 효과에 유효)
***
김지혁이 반복성에 대해 남다른 집착을 하고 있다.
과거 총선에서 경험 한 적이 있다.
총선에서 두 가지 실험을 해보았다.
후보가 전통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선거 운동하는 방법은?
첫 번째는 하던 대로 악수도 하고 시끌벅적 인사도 한다.
수행원이 따르고 사진도 찍는다.
늘 하던 패턴에 상인들과 주민들이 시큰둥하다.
이렇게 해 보았더니 달라진 게 없다.
며칠이 지나도 유권자들에게 더 전할 메시지도 없다.
두 번째는 다르게 했다.
아무런 선거운동도 하지 않고 후보가 장만 본다. 주민처럼.
수행원도 없고 사진도 찍지 않는다. 악수도 안 한다.
그것도 매일 아침 5일을 해봤다.
5일째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한다. 악수를 권한다.
‘이거나 먹고 다녀.’라며 고로케도 준다.
심지어 어떤 상인은 이런 말을 했다.
“아휴. 이러다 떨어지겠어! 답답해서 내가 소문낸다고!”
“저보다 사장님이 낫네요. 하하.”
‘나를 알아달라 하지 말고, 상대부터 알아보라.’
진정성이 있는 행동은 반복이 중요하다.
운동만 반복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진심은 도돌이표를 만났을 때야 살아난다.
‘일상이 반복되면 그제야 ‘진정성’으로 보인다.’
***
최한숙이 말한다.
“이제 확실히 머릿속에 들어왔네.”
“다행입니다.”
“이걸 수행할 수 있을까?”
그리고 김지혁이 말한다.
“하려면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실천하기 좋습니다.”
“단점은?”
“인원이나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인원이 적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후보가 없는 축구팀과도 같으니까.
최한숙이 웃으면서 말한다.
“단점을 지혁이가 극복? 해주는 거지? 호호.”
“안 한다고 하면 안 할 수 있어요? 하하.”
“그럴 수 없지. 호호.”
김지혁은 대충 답하고 다른 화제로 전환한다.
“관련 홍보도 해야 합니다.”
“관련 홍보?”
최한숙은 확인하려 묻는다.
“동선 일정이나 주민 스킨십 내용?”
“맞습니다.”
“그건 총선급에서나 하는 건데?”
“그래서 더 해야 합니다.”
김지혁이 하려는 선거는 이른바 ‘빨래 선거’
짤 수 있는 대로 쥐어짜는 선거다.
‘OSMU’(one source multi use)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김지혁은 일정 콘텐츠를 총선에서 특이하게 만들었다.
1. 10일간 일일 일정표
2. 주간 일정표
3. 주말 일정표
4. 보름 일정표
하나의 콘텐츠로 뽑고 또 뽑아냈다.
추가 일정이라는 이름으로 ‘변동, 이슈, 정책, 기조’ 콘텐츠도 만들었다.
김지혁은 상식을 깨고 싶다.
지방선거는 후보 숫자만 보아도 시장통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후보가 확실히 드러나야 한다.
총선급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한다.
‘튀는 것이 아니라 남다르게 보여야 한다.’
주민들이 진정성을 느끼려면 지속성과 반복성이 핵심이다.
결국 표를 찍게 하려면 결정타는 무엇일까?
‘이런 후보를 가졌다는 자부심.’
친숙함에서.
동질감으로.
그리고
만족감이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자부하면서 후보를 통한 자존감을 느낀다.
‘유권자의 자존감을 높이는 후보가 되면 승리한다.’
조급한 후보들은 어물전 장사하듯이 시끌벅적하다.
유권자들이 최악으로 보는 선거운동이 그것이다.
유권자에게 돋보이고 상대에게 비웃음을 살 수 있는 전략.
김지혁이 준비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럴수록 송선자는 더욱 돋보일 것이다.
물론 초반에는 모두가 비웃을 것이다.
누가 봐도 비효율적이니까.
송선자가 말한다.
“뭘 하면 될까요?”
“SNS를 세팅해야 합니다.”
그러자 최한숙이 끼어든다.
“그 분야는 네가 잘 알잖아. 전문가 있지?”
“예. 능력이 있는 후배 있어요.”
“오케이!”
***
김지혁은 강태현을 떠올린다.
미디어와 마케팅 분야에서는 뛰어난 청년이다.
후배지만 존경하는 마음도 있다.
김지혁은 일본 거래처 ‘후리야마’라는 사장을 ‘업무 스승’으로 생각했다. 후리야마는 일하는 스타일이 초인적이었다.
나고야의 어느 카이세키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상사맨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다.
한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독일인도 섞여 있다.
술자리에서 후리야마는 테이블 밑에 노트북을 연다.
일본 상사맨의 M16과도 같다는 미쯔비시 노트북.
투박하지만 전원이 오래가서 많이 들고 다닌다.
술자리에서 장난삼아 나온 얘기를 1장짜리 기획서로 만든다.
독일인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내일 회신해 달라고 말한다.
김지혁은 너무 놀랐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후리야마에게 물었다.
늘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냐고.
후리야마는 대답은 간단했다.
지금 이메일을 보내면 내일 일이 시작되지만 미루면 모레부터 일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늦어지면 전체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집중력의 끝판을 그때 보았다.
강태현이 그런 사람이다.
김지혁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10년 만에 이런 사람을 또 볼 줄은 몰랐다. 그것도 한국에서.
강태현의 장점은 멀티태스킹과 속도 그리고 이해력이다.
이것이 가능케 하려면 집중력이 꼭 필요하다.
김지혁은 늘 강태현에게 말했다.
선거의 핵심이 ‘집중력’인데 너는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선거를 도와달라고.
***
최한숙이 김지혁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동선을 만들어?”
“빠르면 이틀 늦으면 사흘입니다.”
“일정표는?”
“이동량에 대한 빅데이터 공공정보가 있습니다.”
최한숙은 놀란다. 처음 듣는 얘기다.
“아 그렇지. 요즘은.”
“그것도 분석해야 합니다.”
“분석할 것이 또 있어?”
“지역 키워드 검색량도 해야 합니다.”
최한숙이 말한다.
“검색량이나 분석도 자료가 다 있어?”
“그런 것들 다 자료로 뽑아낼 수 있습니다.”
“세상이 달라졌구나!”
“선거도 달라질 겁니다. 하하.”
듣고 있던 송선자가 묻는다.
“제가 돕거나 준비할 것은 없나요?”
“일단 운동부터 하셔야 합니다.”
“선거운동이요?”
“아닙니다. 진짜 운동입니다.”
뚱딴지같은 김지혁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한 두 사람.
“가혹한 동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가혹하길래.”
“일간 4만 보 정도 걸으셔야 할 겁니다.”
“걷기만 하나요?”
예상한 김지혁이 바로 말한다.
“거점 이동은 차량으로 합니다.”
“어떤 차로?”
“택시 타야죠. 기사님들도 만나고.”
“아. 여러 가지 편하겠네요.”
김지혁은 힘주어 말한다.
“겪어보지 못한 강행군일 겁니다.”
“저 체력은 자신 있습니다!”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그럼요. 제 선거인데요. 당연하죠.”
김지혁은 선거에는 후보를 택시를 태운다.
택시 기사들이 정치를 욕해도 맛있게 먹어야 한다.
욕에도 단련이 되기 때문이다.
‘욕을 들어줄수록 표는 다가온다.’
게다가 주차 시간도 아낄 수 있다.
민심도 들을 수 있다.
이 좋은 걸 안 할 이유가 없다.
지금 송선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심신의 단단함’이다.
더뎌도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
오히려 그것이 막판에는 빠른 지름길이 된다.
최한숙이 묻는다.
“나는 뭘 도우면 될까?”
“선거사무실 나오셔야 합니다.”
“뭘 하면 될까?”
“후보가 쉴 수 있게 세팅하셔야 합니다.”
최한숙이 웃으면서 말한다.
“그런 거는 내가 잘해.”
“선거사무실이 지역 중앙이라 좋습니다.”
“운이 좋았어.”
“이것이 아주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김지혁이 말한다.
“후보가 움직일 때 백업할 분들을 섭외해주세요.”
“지혁이가 하면 안 될까?”
“저도 투입할 건데. 매일은 못 하니까요.”
“동창 중에 몇 잡아볼게.”
김지혁이 강조하면서 말한다.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겠지?”
“특히 후보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최한숙이 묻는다.
“후보가 선거운동을 할 때 따라다니는 사람은 뭘 하지?”
“할 게 많아요. 하하.”
후보의 일정 체크, 핸드폰 충전, 후보의 식사 및 휴식 그리고 캠프와의 연락 등 수많은 일들이 있다.
일명 ‘후보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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