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는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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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팀은 서로 감추지 않습니다. 치부를 드러내길 꺼리지 않습니다.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실수, 약점, 걱정을 인정합니다.”
-패트릭 렌시오니-
“왜 떨어지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부족해서···.”
“애매한 대답 말고요.”
김지혁이 말투마저 바뀌면서 다그치듯 묻는다.
대답이 없자 말한다.
“여기 유권자가 몇 명입니까?”
“10만이 넘죠.”
“하루에 백 명이 온들 한 달에 몇 명입니까?”
“3천 명 정도 되겠네요.”
김지혁이 다시 묻는다.
“중복을 빼면요?”
“몇백 명 정도네요.”
“유권자 몇 명이라고요?”
“십만···.”
십만명의 유권자. 주민만 이십만이 넘는 지역구.
좁은 캠프에 사람이 많이 온다고 흥분하는 후보.
그런 후보들이 많다.
하루의 절반을 이런 인간들 대하느라 허비한다?
백전백패다.
자화자찬하면서 후보는 당선될 거라고 한다.
아첨과 아부의 향연일 뿐.
‘길 위에 삶이 있고, 삶의 길에 표가 있다.’
김지혁이 단호하게 말한다.
“방향이 틀리셨던 겁니다.”
“방향이요?”
“유권자로 향하지 않았던 겁니다.”
“아···.”
그리고 김지혁이 말한다.
“표를 얻는 게 쉬운 게 아닙니다.”
“예. 공감해요. 찍었다는데 떨어지는 거 보면.”
“안 찍은 겁니다.”
듣던 최한숙이 말한다.
“지혁아. 너무 잔인해.”
최한숙이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송선자가 말한다.
“잔인한 게 아니라 사실이야.”
“선자야 그래도.”
“4년 동안 고민 많이 했어. 답을 못 찾겠어.”
흑백이 갈리고 명암이 나뉘는 선거는 쉽다.
그런데 이런 난장판 지방선거는 도무지 표 찍기가 어렵다.
유권자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지혁이 매듭을 짓는다.
“쉽게 얻은 사람은 쉽게 잃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가야죠. 주민 속으로.”
“아. 지난번에는 손님 대하느라 아무것도 못 하고···.”
“몇백 명과 선거할 겁니까? 이십만 명과 할 겁니까?”
“이제 알겠어요!”
김지혁이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휴식을 제외하고 캠프에 후보가 있을 일은 없습니다.”
“예. 그렇게 할게요”
“초반 일주일에 7~8 Kg 살이 빠질 겁니다.”
“그렇게요?”
“저도 그렇게 될 겁니다.”
듣던 최한숙이 말한다.
“선자 예뻐지겠다.”
“한숙아! 그게 할 말이니!”
***
송선자의 반응이 의외라서 모두가 당황한다.
김지혁만 빼고.
“순도가 중요합니다.”
“예···.”
“지인 중에 선거 캠프로 낮에 놀러 가는 사람 있나요?”
아무도 대답이 없다.
있을 리가 없다.
“그 사람들 캠프마다 다 갑니다.”
캠프에서는 기본적으로 다과만 접대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도 선거법으로 금액 제한이 있다.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뚜벅뚜벅 투표소에 투표하러 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캠프에 놀러 따위는 가지 않는다.
게다가 민원이 있다면 시청이나 구청에 요청한다.
시의원들에게 부탁하지 않는다.
보도블록 깨졌다고 시의원한테 전화한다?
이런 사람들 조심해야 한다.
일명 ‘완장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구청에 전화하면 바로 해결될 일에 외압을 행사하려니까.
‘행정은 행정으로.’
‘입법은 입법으로.’
입법 기관인 시의원에게 행정 기관의 일을 요구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대개 캠프를 들락날락한다.
선거 끝나고 나면 본인이 당선된 것처럼 행동한다.
이 사람들이 만든 허울이 바로 ‘시의원 나으리’인 것이다.
민주주의를 망치는 ‘가짜 유권자’
이들이 캠프의 바퀴벌레다.
송선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분명 휘둘렸을 것이다.
바퀴벌레들은 유효표가 아니다.
캠프에 와서 아는 사람이 많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과연 동네에서 명망이 있을까?
주변 지인들에게 영향력이 있을까?
‘1’도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다.
누군가 캠프에 자주 간다고 큰소리친다면?
이웃 유권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재수 없어서 못 찍겠네. 후보도 똑같은 인간일 거 아냐?”
김지혁이 결론을 짓는다.
“캠프는 사무만 합니다.”
그러자 송선자가 대답한다.
“예. 그렇게 할게요.”
선거 캠프에서 섣부르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벌리는 것.’
오히려 벌리기보다 제거부터 해야 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야 표를 담을 수 있다.
***
최한숙이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묻는다.
“아까 말한 생활 선거운동은 어떻게 한다는 것이지?”
“태현이가 있으니까 얘기해보죠.”
김지혁이 말한다.
“태현이 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랬구나.”
“그래서 불렀어요. 하하.”
아무리 후보가 열심히 해도 홍보를 잘해야 한다.
‘원소스 멀티유즈’로 신속하고 강력하고 폭넓게.
프레임을 만들고 핸들링할 수 있는 사람이 강태현.
김지혁이 말한다.
“후보의 작은 생활 동선조차도 콘텐츠로 만들 계획입니다.”
“작은 생활?”
“예. 사소한 것들까지 포함합니다.”
“예를 들면?”
“옷을 산다든지 밥을 먹는다든지.”
“그걸 어떻게 콘텐츠로?”
말 그대로 생활을 선거운동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소한 생활의 흔적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통합마케팅이 필요하다.
듣고 있던 송선자가 말한다.
“전통시장에서 산 옷을 입고 가면 좋아하겠네요.”
“맞습니다. 후보님.”
송선자의 남다른 촉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후보의 본질이라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김지혁이 강태현을 보고 말한다.
“태현아. 너는 공장장이다. 알겠지?”
“아! 하하.”
‘캠프는 공장처럼 돌려야 한다.’
김지혁은 디자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강태현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있다.
선거 디자인은 공장처럼 신속하게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쁘고 화려한 것을 김지혁은 지양한다.
익숙하고 쉽고 간명한 것을 선호한다.
선거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 ‘메신저’니까.
강태현이 말한다.
“형이 꼭지를 잡아내고 방향을 잡는다?”
“그렇지.”
“콘텐츠로 만들어서 통합하고 다시 릴리즈!”
“그렇지. 빠르네. 역시 태현이야.”
김지혁은 프로세스를 관장하고 강태현은 콘텐츠 공장을 돌리면 된다. 강태현과 최한숙의 역할은 정해졌다.
김지혁이 말한다.
“후보님은 아침에 머리 다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여자들은 보통 한두 시간은 걸려요.”
김지혁은 여성 후보는 처음이다.
총선 후보 부인들의 일정 때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김지혁은 생활 선거가 무엇인지 꼭지를 보여준다.
“그 시간을 간략히 줄여 보시죠.”
“어떻게요?”
집에서 혼자 머리를 한다면 ‘마이너스의 시간’이 된다.
선거운동을 못 하는 시간은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출근길에 여는 동네 미용실들이 있습니다.”
“맞아요. 어떻게 아세요?”
“어머니가 가끔 가십니다. 하하.”
“비싸지 않아요. 오천 원도 있고 만원도 있고.”
“오래된 미용실이 좋습니다.”
“아! 그래야 더 소문 많이 나니까?”
송선자는 바로 캐치한다.
아침 7시 문을 여는 미용실들이 있다.
30분이면 해결되니까 여성 후보들에게는 ‘꿀템’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후보님은 미용실 10개를 선별해 놓으세요.”
“예. 이해했어요. 좋아요!”
“숙면하고 미용실에서 선거 운동하세요.”
듣고 있는 최한숙이 말한다.
“나도 후보 하고 싶다. 호호.”
“후보 개인 돈으로 쓰는 겁니다. 하하.”
김지혁이 강태현에게 말한다.
“태현아. 너는 ‘미소’ 시리즈 콘텐츠를 기획해.”
“미소요?”
“미용실을 소개합니다.”
“아하! 그러면 매일 뽑는 거네요.”
“그렇지. 디자인 프레임을 만들어놔.”
“사진 받아서 꽂아 넣게 하겠습니다.”
“좋아! 역시 빨라.”
김지혁은 후보에게 말한다.
“미용실에서 사진 찍어서 전송하시면 됩니다.”
“예.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5초짜리 파이팅 영상도 찍으세요.”
“그건 왜요?”
“나중에 모아서 영상으로 쓸 겁니다.”
듣고 있던 최한숙이 말한다.
“아. 이제 알겠다. 이거구나!”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선거 운동하는 겁니다.”
“맞네. 맞아.”
“그냥 찍어달라고 하면 뭐해? 머리라도 한번 해야 찍어주지!”
강태현이 태블릿을 꺼낸다.
모든 구성원이 협의 과정을 통해서 이해했다.
김지혁은 캠프조차도 민주적으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이유가 있다.
후보 시절부터 이런 습관이 있어야 당선되고도 ‘결’이 같다.
강태현이 태블릿에 적는다.
1. ‘미소’ 시리즈로 웹자보를 펀칭.
2. 콘텐츠를 누적한 후 통합 콘텐츠 펀칭.
3. 송선자 후보 응원 소스들이 모이면 펀칭.
4. 미용실 사진 전송은 머리하기 전.
5. 웹자보 발행도 동시에 함.
6. 후보가 원장에게 보여주고 공유 유도.
김지혁이 보면서 말한다.
“강 공장장! 의도대로 방향 좋다. 하하.”
“공장 돌립니다! 하하.”
“이런 것이 여러 개 있어.”
“패턴은 가져가고 차별화하겠습니다.”
“그렇지. 그거야!”
그리고 강태현이 묻는다.
“이거 총선에서도 힘든 일인데. 굳이 지선에서?”
“이번 선거가 만만치 않아.”
“어째서요?”
“버림받은 캠프라고 보면 된다.”
“아. 공천.”
“다 부숴야 해. 이번에.”
김지혁은 유권자를 농락하는 모든 것을 부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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