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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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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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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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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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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9쪽

캠프와 운동원을 조율하다

DUMMY

"당신의 마음이나 전략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혼자 게임을 한다면 항상 팀에게 지게 될 것입니다."

-리드 호프만-


선거운동원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궁금한 것들이 많아 보인다.

대부분 지역주민이다.


‘선거운동원이 선거에 있어서 1차 고객이다.’


가성비가 가장 중요한 선거에 대한 김지혁의 핵심 철학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선거운동원은 상당수가 ‘꿀알바’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후보가 급여를 준다고 생각해서 자신들이 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후보나 캠프도 갖고 있는데 이것이 문제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다.


김지혁은 캠프가 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캠프가 갑이라고 인식한다.

이것이 선거를 보는 캠프와 전략가의 시각차.


‘표를 주는 자가 갑이다. 그 외에는 의미 없다’


구석에 있던 운동원이 의기양양하게 묻는다.

이건 생각 못 했겠지 하는 표정이다.


“비 오면 어떻게 선거 운동하죠?”

“비를 완전히 피하는 핫플이 몇 곳이 있습니다.”

“핫 플레이스요?”

“선거법에 위배되지 않는 장소를 선택해 두었습니다.”

“우비를 입지 않나요?”

“우비는 후보만 입습니다.”

“왜요?”

“우비를 입어보시면 비에 더 흠뻑 젖는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운동원이 당황하며 묻자 김지혁이 짧게 대답한다.


“감기 걸리시면 안 되니까요.”

“그건 그런데.”

“감기 걸리시면 캠프가 손해입니다.”

“후보는요?”

“우비로 입어야 합니다. 이유는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지혁은 말을 자른다.


우비를 입으면 우비 속으로 비들이 들어와 결국은 다 젖는다.

열악한 상황에서 우산을 들 수 없이 일해야 하는 경우 우비를 입지 않는가?


후보가 우비를 입는 이유는 명확하다.


‘후보는 처량해 보여도 되지만 운동원은 안된다.’


운동원은 그들의 이웃이고 지인이기 때문이다.

이웃이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후보가 달가울 리가 만무하다.

반면 후보가 고생하면 ‘애쓴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에 김지혁의 잔인한 면이 숨겨져 있다.

우비 사진은 선거에 있어서 ‘절박함’의 아이템이다.


김지혁은 당선이라는 목표에 득이 되는 것만 생각한다.

선거 캠프에서는 말이다.


김지혁이 이어서 말한다.


“예를 들면, 고가도로 아래의 횡단보도 앞이나.”

“거긴 비를 완전히 피할 수 있긴 하네요.”

“지하철역 그리고 공원 휴게소 같은 곳을 ‘리스트업’ 해 놓았습니다.”


경험 많은 운동원이 의아해서 묻는다.


“저희 옷에 후보 이름이 노출이 덜 될 텐데요. 괜찮아요?”


예상한 듯이 김지혁이 답한다.


“비 오는 날에 선거 명함 받아보셨죠?”

“그럼요.”

“어떠셨습니까?”

“그때가 정말 귀찮기는 해요. 우산도 있고.”

“그래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운동원은 걱정이 되는가 보다.


“그래도···.”

“유권자에게 방해가 되는 노출은 의미가 없습니다.”


김지혁은 딱 잘라 말한다. 그리고 다시 확인시켜준다.


“여러분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입니다.”

“말씀은 좋긴 한데.”

“그리고 일정도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예.”


김지혁은 본인 할 말만 하고 있다. 대답도 건성건성.


캠프에서는 일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김지혁이 일정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다. 캠프에서는 일정만 짜다가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조급한 성격의 운동원이 묻는다.


“일정은 전날 알려주시나요?”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그건 일정이 아니다.

김지혁이 말한다.


“주 단위로 2주간 일정을 잡아 놓았습니다.”

“벌써 나와 있나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뽑아 놓았습니다.”“변동은 없을까요?”


김지혁은 속으로 운동원에게 꿀밤을 주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일정은 변동이 없을 리가 없다.

선거 기간에는 시간마다 변수가 발생하는 법이다.


“변동이 있으면 전날 알려드리겠습니다.”


뒤에 앉아있던 말 없던 운동원이 손을 든다.


“말씀하실 게 있으시면 편히 하세요.”


김지혁이 말하자 운동원이 말한다.


“가장 궁금한 게 있어요.”

“편하게 하세요.”


결심했다는 듯이 운동원이 말한다.


“집이 다 다르고 먼 사람도 있어요.”

“당연히 그러실 겁니다.”

“아침 출근 때 모이면 힘들거든요.”

“···.”


김지혁은 이럴 때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티를 낼 수가 없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조금 손해를 더 보면 상대방이 나를 더 배려해줄 수 있다.


‘방석을 줬더니 누우려고 하는구나.’


굉장히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스스로 예리하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한다.

하지만 김지혁은 자신이 욕망의 조율사임을 잊지 않는다.


‘후보의 욕망, 유권자의 욕망, 캠프의 욕망,’


지금은 선거운동원의 욕망을 조율해야 하니까.


“그 점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요?”

“위치별 효율성을 고려했습니다.”

“운동원마다 다르게요?”

“다른 캠프와는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김지혁은 조금 뜸을 들인다.

더 배려했다가는 운동원이 이부자리를 깔지도 모르니까.


사실 출퇴근 인사를 하기 좋은 장소는 이미 정해져 있다.

김지혁은 단호하게 말한다.


“거주하시는 댁 근처에 4곳을 정했습니다.”

“집 근처요? 그러면 외곽인데요?”

“예.”


김지혁은 전체 선거지역을 네 군데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지역의 핵심 집결지를 4곳을 선정했다.

문제는 운동원들의 집이 가깝지 않은 곳들이다.


그래서 낸 묘안이 있다.

집 근처에서 2인 1조로 중간 집결지로 이동하게 하는 것이었다.


각 운동원은 집 근처 1차 집결지에서 유권자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중간 집결지에서 머물다가 최종 집결지로 모이는 동선을 만들었다.


운동원이 손 들고 질문하려는 걸 막고 김지혁이 바로 말한다.

설명을 끊고 중간에 질문하는 것에 김지혁은 질색한다.


“자택에서 1차 집결지에서 두 분씩 인사하시면 됩니다.”

“그다음은요?”

“중가 집결지를 거쳐 최종 집결지로 이동합니다.”

“두 명씩이요?”

“예.”


그리고 선거운동원이 묻는다.


“중간 집결지에서 얼마나 있죠?”

“30분 정도 하시면 됩니다.”

“너무 짧지 않은가요?”

“그 정도도 짬을 내기 어려우실 겁니다.”

“왜 그러죠?”


김지혁이 확신하며 말한다.


“이 동선으로 움직이면 빠듯합니다.”

“그럴 것 같네요.”

“1시까지 캠프로 오시면 됩니다.”

“1시요? 점심시간에 선거운동 안 해요?”


선거운동원들이 웅성웅성한다.

점심시간에 밥도 안 준다고 하지.

점심에 식당마다 인사하러 다니는 것도 안 한다고 하지.

김지혁의 말이 이상하게 들릴 법도 하다.


예상한 김지혁은 바로 말한다.


“식사하기 전과 식사 중에는 전단도 받기 싫어합니다.”

“누가요?”

“여러분 같은 주민들이요.”

“그렇네. 맞네!”


운동원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래서 여유 있는 식사 후 시간을 택했습니다.”

“우리도 편하고 좋네요!”


그런데 나이가 있는 운동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선생님! 그런데 출근 인사를 지하철에서 아무도 안 해요?”

“후보만 합니다.”

“후보만요?”

“이상한가요?”

“그런 지하철 출근 인사는 본 적이 없는데요?”


이렇게 말하면서 주변 운동원에게 말한다.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네요. 이상해.”


운동원들이 맞장구를 친다.

작은 소란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김지혁이 말한다.


“아까 출근 시간에 힘들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아. 그랬었죠.”

“지금 계획이면 후보만 전철역에 7시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저희 탓하시는 건가요?”


특유의 쏘아붙임을 보이면서 따지듯이 말한다.


“전혀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하하.”


김지혁은 오히려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는다.

한 운동원이 기분이 나쁜지 큰 소리로 말한다.


“왜 웃죠? 무시 하나요?”


김지혁이 손을 아래로 흔들며 말한다.


“여러분!”

“예.”

“지금 여러분이 캠프 걱정하시고 있지 않습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하하하.”


운동원들이 스스로 후보를 걱정한다?

김지혁은 긍정의 신호가 왔다는 생각이다.


‘운동원들이 후보와 같은 배를 타면 이긴다.’


쏘아붙였던 선거운동원이 묻는다.


“저희는 편해서 좋은데요···.”

“그런데요?”

“다른 후보가 전철역에서 ‘세(勢)’를 보여주니까요.”

“그게 걱정이신 겁니까?”


김지혁은 운동원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

다소 누그러진 운동원이 말한다.


“우리 후보만 전철역에 있으면 초라하지 않아요?”

“그 반대입니다.”

“어째서요?”


김지혁이 차분히 말한다.


“오히려 혼자라서 더 돋보입니다.”

“아. 그럴 수도. 하지만···.”

“과시하는 것이 선거운동이 아닙니다. 지금은.”


듣고만 있던 한 선거운동원이 끼어든다.


“맞아요. 시끄럽기만 하지. 그리고 교육감이다. 시장이다. 한두 팀도 아니고 누가 누구인지도 몰라요. 전 찬성해요!”


운동원들이 소곤소곤하다가 질문했던 운동원이 말한다.


“맞아! 후보가 더 눈에 뜨일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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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와 운동원을 조율하다 +28 23.06.01 2,828 57 9쪽
31 판을 뒤집는 선거운동전략 +26 23.05.31 2,827 60 9쪽
30 선거운동원을 교육하다 +28 23.05.30 2,843 57 9쪽
29 천재 선거전략가의 귀환 +26 23.05.29 2,896 63 9쪽
28 길들일 수 없는 맹수는 필요 없다 +24 23.05.28 2,871 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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