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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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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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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천재 선거전략가의 귀환

DUMMY

“법을 잘 지키고 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강하고 굳세며, 또한 굳고 바르다.”

- 한비자 -


3년 전 5월 어느 날.

김지혁은 지방선거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는 선거에서 정점을 찍었다.


* * *


8월 같은 5월의 뜨거움이 김지혁의 정수리를 불태우고 있다.

김지혁은 해외에서 돌아온 지 두 달이다.

여름과 겨울을 외국에서 일하다 보니 김지혁에게는 일 년 내내 여름이다.


“요즘 여름은 한국이 더 덥네.”


강진도 기정시의 한 건물로 김지혁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혼자 투덜대고 있다.

건물 5층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김지혁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오셨어요!”


김지혁을 여럿이서 기다리고 있었고 모두 반긴다.


“제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요.”

“바쁘시죠?”

“간단히 주요 사항만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지금 후보님도 안 계셔요.”

“알고 있습니다.”

“꼭 지시받으라고 해서 저희 다 모였습니다.”


김지혁은 선거운동원들을 교육하러 왔다.

별다른 교육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이 필요하다고 해서 요청을 받고 왔다.


아주머니들이 8명 있다.

정말 말들이 많다.

더 떠들게 조금 놔둘 생각이다.

그러면 더 교육이 편해진다.

김지혁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다.


김지혁이 이때다 싶어 첫 말문을 연다.

밑도 끝도 없이 인사만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김지혁답다.


“첫 번째 중요사항은 인사하는 방법입니다.”

“말씀하세요.”

“걸어가면서 인사하지 마세요.”

“예?”


듣고 있던 선거운동원들은 눈이 휘둥그레 서로 쳐다본다.


“그러면 많은 사람한테 인사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인사의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중간중간 멈추라는 건가요?”

“예. 멈추세요. 원칙입니다.”


김지혁은 단호하다.

하지만 말이 많이 사람들이니 부가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

귀찮지만 해야 한다.


“많은 사람한테 성의 없게 인사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예.”

“한 사람이라도 소중하게 인사해야 합니다.”

“아. 알겠어요.”


김지혁의 말이 틀리지는 않으니 더는 성가시게 반문하지 않는다.


“인사를 제대로 받은 사람은 다른 캠프와 비교할 것입니다.”

“예.”

“그리고 주변에 얘기할 겁니다.”

“그렇겠네요.”

“그것이 중요합니다.”


김지혁은 한 사람에게 성의를 보여 그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경험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김지혁은 직접 몸을 구부려 고개를 숙여 보인다.


“30도 이상 고개를 숙이세요. 그리고 손은 모으세요.”


다시 허리를 펴면서 말한다.


“인사할 때 선거운동원 일행과 함께하세요.”

“예.”

“중구난방 인사하지 마세요.”

“예.”

“유권자에게 절대 다가가지 마시고, 크게 소리치지 마세요.”

“후보를 알리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선거운동원 아주머니들은 다른 패턴의 선거 운동 교육에 당황스럽다.


‘웅성웅성’


김지혁에게 반문하려 하자 김지혁이 딱 잘라 말한다.


“이것은 후보와 합의를 본 내용입니다. 저희에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

“예···.”


김지혁이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여러분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뭐라구요? 밥을 안 준다고요? 어떻게 일하라고요?”


선거운동원들이 이번에는 한결같이 모두가 큰 소리로 시끄러워진다.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지혁은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부연 설명한다.


“여러분이 어떤 선거운동원을 한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보다 우리가 더 경험이 많을걸요!”

“일단 더 들어보십시오.”


김지혁은 딱 잘라 질문을 누르고 말한다.


“캠프에서 선거운동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면 선거법 위반입니다.”

“선거법 위반이라고요? 이전에 다른 데서는 줬는데요?”

“그거 불법 선거입니다. 확인해 보세요.”

“선거법상 선거운동원들의 급여에 식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지혁은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그리고 다들 황당해한다.


“정말인가요?”

“제가 거짓말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식사를 제공받지 않는 것이 맞겠네요.”


선거법 위반은 중대한 범죄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선거판에서 엉망진창으로 선거법을 지키지 않고 선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위 입법기관에 진출하겠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거 캠프에서 법을 어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낙심한 표정이 역력한 선거운동원들에게 김지혁이 말한다.


“당부를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예···.”

“여러분이 받는 급여는 두 가지 운명이 있습니다.”

“운명이요?”


선거운동원들의 일당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야 한다고 김지혁은 생각한다.


“후보가 당선 또는 15% 이상 득표 시에 선거 비용 보전이 됩니다.”

“보전이요?”

“이 얘기는 이 지역 주민들의 혈세를 급여로 지급한다는 뜻입니다.”

“아. 예.”

“이해하시겠죠?”


선거운동원들의 급여는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주지시킨 셈이다.

김지혁은 8명을 두루 쳐다본다.


“낙선되었을 경우는 후보의 돈으로 지급되는 것입니다.”

“예.”


선거운동원들이 받는 급여를 누가 주는 것인지는 알고 선거 운동을 해야 한다고 김지혁은 생각한다.


“결국은 이웃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예.”

“자긍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예.”

“주민을 지키기 위한 선거 운동을 해주세요.”

“예.”

“그렇게 하면 후보도 승리할 것입니다.”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는 김지혁은 강진도 기정시 시의원 후보의 캠프에 있다.

이렇게 작은 캠프에 뛰어든 경우는 김지혁에게는 특별한 일이다.


그것도 기초의원 캠프.

대충 한 달을 백업해야 한다.


채 보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선거운동원들은 급여를 받고 선거 운동을 한다.

이 기간에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대해서 김지혁이 교육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새로운 전략들도 포함하고 있다.

후보는 없고 후보의 사무장만이 사무실에 있다.

이미 후보와는 합의가 다 되어 있는 내용들을 교육하고 있다.


“대형 피켓은 집중 유세에만 사용합니다.”

“정말이요?”

“예. 그렇습니다.”

“안 하는 캠프가 없는데 우리만 안 해요?”

“예. 그렇습니다.”


말하기 귀찮은 듯한 태도로 김지혁은 딱 끊어 말한다.


오히려 선거운동원들이 캠프를 걱정하듯이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원들이 걸어 다니는 ‘입간판’ 홍보는 하나의 정형화된 공식이고 상식이기 때문이다.


“출퇴근 인사에는 후보만 대형 피켓을 듭니다.”

“후보만요? 출퇴근 때에도?”


선거운동원들이 웅성웅성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선거 운동을 안 하겠다는 건지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집중 유세 때는 모두 사용할 예정입니다.”

“예···.”


김지혁의 얘기에도 선거운동원들은 맥이 빠진 대답을 억지로 한다.

왜냐하면 상식적인 선거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답답해하던 선거운동원 한 명이 묻는다.


“평소에 피켓을 들지 않으면 후보님 홍보가 덜 될 것 같은데요?”


쭈뼛하던 주변의 선거운동원들도 맞장구를 친다.


“맞아. 맞아.”


그리고 선거운동원들이 모두 시끌벅적하다.

김지혁의 시선이 선거운동원들에게 향한다.


“어려운 선거이기 때문에 후보와 합의된 전략입니다.”

“어려운 선거면 더욱더···. 아무리 합의가 되었다고 해도···.”


김지혁은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수긍할 텐데 또 반복 설명을 해야 하는구나.’


그리고 작심한 듯 또렷한 발음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여러분은 후보의 간판이 아닙니다.”

“예? 왜요?”


오히려 선거운동원들은 후보의 간판이 아니라고 하는 말에 의아해한다.

선거 기간 동안 후보의 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여러분은 간판이 아니라 제2의 후보입니다.”

“예? 뭐가 다른 거죠?”


다른 캠프와도 다르고 이전 캠프와도 다른 이야기를 듣고서 운동원들은 혼란스럽다.


“간판이 아닌 ‘제2의 후보’가 되십니다.”

“제대로 설명해 주세요.”

“이름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알려야 합니다.”

“그래서요?”

“교육을 다 받고 나시면 이해되실 것입니다.”


김지혁은 더 이상 중언부언하지 않는다. 할 말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피켓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광고효과는 없습니다.”

“그러면요?”

“우리는 광고가 아닌 공감을 끌어내야 합니다.”

“공감이요?”


손짓하면서 쉬지 않고 김지혁이 말을 이어간다.


“후보의 정책, 태도 등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야 합니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귀신같이 알아듣는 운동원도 있다.


“지금은 그렇게만 이해해도 충분합니다. 피켓은 주민들의 보행에 불편을 주고 후보 이미지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됩니다.”


김지혁은 선거법상 아주 중요한 점을 추가로 지적한다.


“피켓을 들 때 절대 세워두거나 바닥에 닿으면 안 됩니다.”

“무거워서 가끔 바닥에 대는데 그게 왜 안 되나요?”


당황한 모두에게 김지혁은 명쾌한 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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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천재 선거전략가의 귀환>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의 진면목과 캠프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드러납니다.

초반부를 읽지 않으셨다해도 무방합니다.

***

미드 체르노빌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5화까지 보고 1화를 다시 보면 6화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선호와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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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판을 뒤집는 선거운동전략 +26 23.05.31 2,827 60 9쪽
30 선거운동원을 교육하다 +28 23.05.30 2,843 57 9쪽
» 천재 선거전략가의 귀환 +26 23.05.29 2,897 63 9쪽
28 길들일 수 없는 맹수는 필요 없다 +24 23.05.28 2,871 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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