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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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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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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선거운동원을 교육하다

DUMMY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

- 도산 안창호 -


선거운동원들은 딱딱한 김지혁의 태도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김지혁은 개의치 않고 기계적으로 말한다.


“선거법상 피켓이 바닥에 닿는 순간 설치물이 됩니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불법 설치물이 됩니다. 명심해 주세요.”

“몰랐는데···.”


법을 만드는 입법부의 일원이 되겠다고 하는 선거에 법을 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김지혁은 선거법상 위험한 요소들부터 설명하고 있다.


“후보들이 그래서 목에 걸고 다니는 겁니다.”

“잠깐은 문제 될 것이 없지 않나요?”

“상대방이 촬영해서 신고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아···.”


선거운동원들도 좋지 않은 일에 자신들이 촬영되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아! 그래서 목에 걸고 다니는 거였군요.”

“불편해도 이해해주세요.”

“크기를 줄이면 안 될까요?”

“그럴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선거운동원들이 탄식하면서도 이해한다.

여전히 김지혁의 딱딱한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옳은 얘기에는 수긍한다.


“교차로나 대로에서 잘 보여야 해서 그렇습니다.”

“그건 그렇죠.”

“그래서 작은 접이식 피켓을 드릴 겁니다.”

“정말요? 접이식이요?”


작은데다 접이식이라는 말을 듣고 선거운동원들이 떠들썩하게 반긴다.


“휴대하기 좋고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좋으니까요.”

“너무 좋은데요!”


그리고 김지혁은 언행에 대한 중요한 것을 말한다.

별별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서 정리해 주고 있다.

김지혁은 추가로 전략적인 선거 운동 가이드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한다.


“우선 두 가지 방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다른 후보나 선거운동원들에 대한 험담을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요?”


선거운동원들은 계속 놀라고 있다.

보편적인 선거 운동 전략이 아닌 것들만 듣고 있으니까 황당하다.


“예. 절대 안 됩니다.”

“왜요? 오히려 다른 데서는 권장하던데.”

“불법이기도 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가 될 수 있어서요?”


점점 선거운동원들의 이해도는 높아간다.


“예. 맞습니다.”

“우리 후보 칭찬도 하면 안 됩니다.”

“후보 칭찬도요?”

“이 모든 것을 하시면 안 됩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선거운동원이 묻는다.


“후보 칭찬은 더 도움 되지 않나요?”

“자화자찬은 스스로 디스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건 그렇죠.”

“이해하셨죠?”

“예.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김지혁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한다.


“후보가 칭찬 듣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할 계획입니다.”

“계획이 있으신 거죠?”

“예. 그렇습니다.”


김지혁은 짧게 끊어서 이야기하고 한다.

캠프에서 자화자찬하는 것이 얼마나 최악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감을 사는 경우도 다반사다.

유권자들이 칭찬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과 유권자들에게 칭찬을 강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덥죠?”

“예.”

“선거운동원들 더위를 피해서 옹기종기 앉아 있으면 보기 좋지 않죠?”

“그건 그런데. 너무 더워서요.”

“그에 따른 대안이 있습니다.”

“정말요?”


어떤 선거운동원은 울먹이는 표정을 짓는다.

대안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몇 가지 원칙을 세우겠습니다. 선거 운동 시간을 수정합니다.”


1. 오전에 집중적으로 선거 운동합니다.

2. 점심시간을 1시로 합니다.

3. 2시부터 3시까지는 선거사무실에서 휴식합니다.

4. 5시부터 6시까지는 사무실에서 휴식 겸 정보 공유를 합니다.

5. 주중은 이렇게 합니다. 주말은 변동합니다.


선거운동원들의 휴식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다.

점심시간을 빗겨서 선거 운동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장 반응 리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


‘정해진 대로하면 정해진 대로 된다.’


“대략 이해하셨죠?”


김지혁은 상세하게 하나하나 읽고 난 후에 음료수를 마신다.

운동원들은 이해야 하지만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해도 후보님이 된다고 하셨나요?”

“예.”

“보통 휴식 시간 이렇게 안 주는데.”


선거운동원들이 놀란 눈치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후보와 모두 합의된 내용입니다. 여러분은 제2의 후보입니다.”

“아까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래서 여러분의 건강에 무리가 가면 안 됩니다.”

“선거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여러분들이 아프지 않고 꾸준히 선거 운동해주시는 것입니다.”

“예···.”


운동원들은 후보의 건강만 챙기는 캠프는 많이 봤지만, 운동원들 건강을 챙기는 캠프는 처음이다.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운동원은 과도한 배려에 의심까지 하고 있다.

김지혁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것이 있다.

대부분 선거운동원이 조금만 강도를 높이면 바로 병이 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 하루를 비우면 캠프에 타격이 너무 크다.


그러니까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예 휴식 시간을 강화해서 핑계를 댈 수 있는 먹잇감을 없애려는 이유도 있다.


이런 점이 김지혁의 무서운 점이다.


“배려해주시면 정말 집중해서 할게요. 좋아요!”

“그렇게 해주시면 후보가 더 고마워할 겁니다.”


선거운동원들과는 무난하게 합의가 된 느낌이다.

첫 대화를 시작할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근보다 채찍을 먼저 드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다.’


한편 낮 2시에 거리를 나가 본 김지혁은 너무 뜨거운 날씨의 길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여기저기 질서 없이 쉬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이런 운영 방식을 고안해 냈다.


또 황당한 제안을 운동원들에게 김지혁은 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여러분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어떤 거요?”


결심한 듯 김지혁이 말한다.


“다른 후보들 선거운동원들에게 이 내용을 소문내주세요.”

“다른 캠프 운동원들에게요?”

“예.”

“왜요?”

“다른 캠프 선거운동원들도 이 지역 유권자니까요.”

“아. 좋은데요?”


선거운동원 중의 한 명이 큰 소리로 대답한다.

김지혁의 의도를 알아챘다.


다른 캠프의 선거운동원들이 우리 후보 캠프를 부러워하는 순간.

김지혁은 승기를 잡는다고 생각한다.


'선거의 1차 고객은 선거운동원이다.'


가까운 곳부터 공략하고 선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유권자라면 피아를 가리지 않고 공략하겠다는 김지혁의 세부적인 전략이다.


선거운동원 중에 하나만 이해해도 충분하다.


“2시부터 1시간 휴식한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지나가면서 쉰다고 얘기를 흘리시면 됩니다. 어차피 사실이니까요.”


한낮의 더운 시간대에 일부러 선거 운동을 하지 않고 쉬게 해주는 캠프가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의도다.


한 선거운동원이 묻는다.


“그게 어떤 효과가 있는데요?”

“여러분들이 후보를 자랑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후보 칭찬할 겁니다.”

“아하.”


지방선거는 대략 7명이나 8명을 지역별로 선출한다.

예를 들면 도지사,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너무 많다.


기초 후보에게는 다른 당의 광역의원 후보 캠프는 엄밀하게 말하면 경쟁 관계가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이들 캠프의 운동원도 우리 캠프의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투표율이 50%로 저조한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원들은 반드시 투표하게 되어 있다.


김지혁은 당을 뛰어넘어 좋은 이미지로 후보를 만들어 선거운동원들의 표를 싹쓸이하겠다는 전략을 실행하려는 것이다.


김지혁은 억지로 만드는 칭찬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칭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그 ‘상황’을 보이게 하는 전략을 실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프로 선거전략가의 면모를 보인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상황이 바뀔 뿐이다.’


“일부 원칙들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럼 다른 것들은요?”

“활동하시다가 어떤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주시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도 회의를 하나요?”


선거운동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주로 ‘지시’만 받고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라는 식의 알바경험만 있다.

그러니 회의를 참여하라는 이야기에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여러분들이 주시는 현장의 목소리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소한 일들도요?”

“사소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경험이 많은 선거운동원이 처음 겪는 일에 다소 놀란다.


“그 내용들은 실시간이면 더 좋습니다.”

“질문이 있어요.”

“말씀해보세요.”

“퇴근 후 동네에서 들은 소문이나 이런 것들은요?”

“다음날 바로바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할게요.”


선거운동원들은 대화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자신들이 후보와 동격화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점을 김지혁은 노리고 있었다.


휴식 시간 아이디어는 김지혁의 입장에서는 도박이다.

다른 캠프보다 선거 운동을 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효과적일 것이라고 확신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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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후보를 드러내는 전략 +28 23.06.02 2,823 61 9쪽
32 캠프와 운동원을 조율하다 +28 23.06.01 2,827 57 9쪽
31 판을 뒤집는 선거운동전략 +26 23.05.31 2,827 60 9쪽
» 선거운동원을 교육하다 +28 23.05.30 2,843 57 9쪽
29 천재 선거전략가의 귀환 +26 23.05.29 2,896 63 9쪽
28 길들일 수 없는 맹수는 필요 없다 +24 23.05.28 2,870 57 9쪽
27 예정된 패배와 암흑의 서막 +20 23.05.27 2,867 59 11쪽
26 네거티브 대응 전략을 수용할까 +28 23.05.26 2,861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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