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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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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268
추천수 :
7,890
글자수 :
584,708

작성
23.06.08 10:00
조회
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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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
9쪽

패자 부활이 판을 바꾼다

DUMMY

"여러분이 리무진을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정작 여러분이 원하는 사람은 리무진이 고장났을 때 같이 버스를 타 줄 사람입니다."

- 오프라 윈프리 -


선거철.

단체라는 단체는 모두 후보들을 불러댄다.


‘몇십 명이 있다. 내가 말 잘해뒀다. 와서 인사해라.’


그들이 하는 말이다.

표를 가진 그들은 당연히 선거의 ‘갑’이다.

선거가 끝나고도 ‘갑’이어야 한다.


그러나 광속으로 ‘을’로 변신하는 이들이 이 단체들이다.

축제, 행사, 공연, 지역경제 등으로 예산을 받아야 하니까?


‘우리가 표가 몇 갠데?’


이 후보 저 후보 연락 닿는 대로 불러대고 사진 찍어 댄다.

여기저기.

내가 얘를 당선시켰다면서 지껄인다.


당선이라도 되면

‘내가 얼마나 도왔는지 아냐?’

이러고 다닌다.


‘을의 행동에 갑의 사고’


김지혁이 웃으면서 말한다.


“재미있는 건 뭔지 아세요?”

“뭔데?”

“저런 단체는 심지어 투표도 안 하고 놀러 가요.”

“정말?”


최한숙은 놀란 듯이 묻는다.


“생각해보세요. 양쪽에 다 줄 대놓고. 누가 돼도 상관없잖아요. 하하.”

“그렇네. 투표할 필요가 없네.”

“필요로 하는 걸 보면 본질이 보입니다. 하하하.”

“투표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

“했다고 하면 그만이고. 찍었다면 그만이죠. 하하.”


‘공부 안 하는 애가 책꽂이에 문제집 놓는 것처럼. 엄마 보라고.’


이들은 ‘힘’이 있고 ‘끈’이 있다는 것을 과시한다.

그래서 병풍처럼 후보들을 세운다.


서로 이해가 일치하는 것이다.

후보들은 조직이 뒤에 있다고 과시한다.


김지혁은 늘 이런 생각이다.


유권자가.

쉬는 날 굳이 투표하러 간다.

여러 선거 중에 투표용지도 많다.

기초의원은 가장 끄트머리다.

당도 한두 개가 아니다.

그것도 가, 나, 다도 있다. 복잡하다.


이런 복잡하고 귀찮은 과정에서 후보를 선택한다.

각인이 얼마나 강하게 되어야 선택받는 것인가.


‘유권자에게 후보 이상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



‘병풍치기’는 단체의 술자리에서도 더 많다.

멍청한 후보는 술 한잔 받아먹고 사진 찍혀서 선거법 위반으로 망한다.

그냥 얻어먹으면 ‘역’ 향응접대가 될 수 있다.


단체에 대한 미련이 있는 최한숙이 말한다.


“그래도 표 동원력이 있지 않아?”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50% 근처죠?”

“대부분 그렇지.”

“투표율이 높지 않습니다.”

“그렇더라고.”

“대선보다 보통 20%는 낮아요. 통계를 보면요.”

“맞아.”


김지혁이 노트를 꺼낸다. 말레이시아에서 산 만년필로 적는다.


“제가 몇 가지 이유를 나열해 볼게요”


1. 그 단체가 지역에 이미지가 좋다는 것은 미지수다. 오히려 마이너스가 많다.

2. 투표율이 낮고 표가 분산되는 중선거구제는 진짜 투표하러 갈 동네 주민이 표다.

3. 단체들은 이해관계로 ‘문어발 지지’를 한다. 영양가가 없다.


노트를 보던 최한숙이 말한다.


“듣고 보니 그렇네.”

“유권자가 몰입하기 어려운 선거입니다. 지방선거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

“효율적으로 주민을 직접 공략해야죠.”


그리고 김지혁이 마저 말한다.


“지난 선거에서 단체에 집중했죠?”

“응. 어떻게 알았어?”

“뻔합니다. 그래서 낙선한 겁니다. 심지어 단체에는 주소가 다른 데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소름 돋는다···. 이런 경험은 어떻게 한 거야?”

“몇 번 어울려 봤죠. 선거와 관계없는 것처럼. 하하.”


김지혁은 단체라는 조직이 내세우는 허울을 안다.

선거판에서는 이 사람들은 부르는 말이 있다.


‘간잽이’


간만 보고 모든 곳에 줄 대는 게 목표다.

어차피 줄을 대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한다.


‘아무나 돼라. 당선되는 놈 내 편.’


김지혁이 말을 잇는다.


“당선되려면 효율적으로 해야죠.”

“어떻게?”

“골목을 잡아야죠.”

“기초의원 선거니까? 일리는 있다.”


김지혁은 찍는 사람이 유권자라고 생각한다.

안 찍을 사람은 필요가 없다.


“이권에 멀고 생활에 가까운 사람들. 확실히 표를 주기 때문이에요.”

“정말 맞는 말인데, 그것도 쉽지는 않은데?”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처음부터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보통 캠프가 우왕좌왕하니까. 이거 중요한 거 맞아.”


기초의원의 선거는 골목 민심이 크다.

동네 주민은 기초의원은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다.

시장 정도나 알까? 이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최근에는 SNS가 있다.

후보가 자신의 매체를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모바일 환경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더 많이 얻는다.

예전의 SNS가 아니다.


김지혁은 지켜봤던 일들이 있다.

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지역위원회나 각 단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당원들 간의 투표로 경선이 치러지니까.


‘일명 출마예정자 또는 예비후보.’


이 움직임을 그대로 살려서 선거하다가 낙선된 사람이 많다.

본선에서는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경선까지.

공천까지.

본선까지.

본선부터.


시기별로 선거 운동의 결이 다르다. 달라야 한다.


궁금해하는 최한숙에게 김지혁이 말한다.


“생활 자체를 선거 운동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생활을?”

“예.”

“잘 이해가 안 가.”


김지혁은 풀어서 설명한다.


“주민과 함께 생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야 해요.”

“그건 좋다.”

“실제로 이웃 주민이라는 느낌을 줘야 합니다.”


후보 이상의 의미로 각인 돼야 투표소에서 찍는다.

그래서 후보가 아닌 동료로 인식되는 패턴을 김지혁은 선호한다.


김지혁의 주장은 그냥 같이 생활하라는 거다.

주민들과 함께.

그것이 기초의원 출마자다운 선거 운동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당에도 기대지 말고. 단체에도 기대지 말고. 오로지 주민에게만 기대라.’


복잡하면 ‘속해 있는 느낌’이 오히려 후보를 숨긴다.


정당을 팔고.

고향을 팔고.

학교를 팔고.

직업을 팔고.


이렇게 해보면 바로 안다.

후보 당신은 ‘없다’.


‘팔려면 철저하게 후보를 팔아라.’


김지혁이 말한다.


“어차피 당에서 버린 카드잖아요?”

“그렇지. 죽이려고 했는데 살아났지. 호호.”

“어차피 미운털은 미운털이니 자기 정치 해야죠.”

“좋지.”

“후보가 동의하느냐가 문제죠.”

“동의 안 할 이유가 뭐가 있어. 할 거야.”


김지혁이 바로 말한다.


“바닥 민심부터 확인하는 일부터 해야 해요.”

“그게 맞는 것 같아.”

“생활 자체를 선거 운동으로 이어간다는 것이 궁금해.”

“그건 다음에 말씀을 드릴게요.”


김지혁이 덧붙여 말한다.


“후보랑 같이 얘기해야 봐야죠.”

“그때는 늦지 않아?”

“어차피 제 뜻대로 안 하면 저 안 할 건데요?”

“왜 그래? 겁나게. 그러지 마!”


대략 ‘본선거’ 13일을 포함해서 50일 정도면 판을 지배하기 충분하다.


단 계획대로 움직였을 때는 그렇다.

후보가 사고도 치면 안 된다.

치더라도 작은 사고를 쳐야 한다.


최한숙이 고마움을 표시한다.


“큰 결정을 해줘서 고맙다. 잊지 않을게.”

“아직 결정한 건 아닌데요?”

“또 그런다. 그러지 마.”

“후보한테 확약부터 받으세요.”

“벌써 문자로 받았어. 호호.”

“하아···.”


최한숙은 문자를 보여준다. 털털하게 웃는 김지혁.


버림받은 후보로 다른 당과도 싸우고 같은 당과도 싸우는 전쟁.

김지혁은 끝내 이 싸움을 선택할까?

이길 수 있을까?



***



생활 선거 운동은 어렵고 힘들다.

실천력과 의지가 강해야 한다.


후보와 함께 있을 때 이야기해야 한다.

후보에게 확약받아야 한다.


작은 선거 캠프일수록 후보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캠프는 그냥 무너진다.


김지혁은 두 가지를 핵심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캠프와 후보 간에 합의를 후보가 성실히 수행하는가?

둘째는 후보와 캠프가 강행군을 견뎌낼 수 있는가?


‘신뢰와 인내’


이 두 가지다.


선거뿐만이 아니라 사회라는 정글에서 대인관계로 생존하기 위한 ‘창’과 ‘방패’다.


‘신뢰로 공략하고 인내로 방어한다.’



***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김지혁.

김지혁은 카페라떼를 주문하고 한 테이블로 간다.

앉기 전에 인사부터 한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이 생겨서 늦었습니다.”

“차가 막히지?”

“길은 뚫렸는데 출발이 늦었네요. 하하.”

“일단 서로 인사부터 하자.”

“안녕하세요. 김지혁입니다.”


최한숙이 벌떡 일어나서 소개한다.


“이쪽은 이번에 출마하려는 내 친구 송선자.”


그러자 키가 크고 얼굴이 선해 보이는 여성이 일어나며 말한다.


“안녕하세요. 송선자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꼭 부탁드립니다.”

“아. 네. 저는 그냥 일반인이라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최한숙이 말한다.


“하여튼 인사부터 너스레는.”

“아이고 첫인사인데 면박만 주시고. 하하.”

“친해지라고 그러는 거지 뭐.”


최한숙은 기분이 좋았는지 깔깔 웃는다.


‘왜 떨어졌을까?’


아마도 ‘나’ 번의 저주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에서 버리다시피 사지로 떠밀려 ‘나’ 번조차 경선.

온갖 후보가 다 나오는 난장판 지방선거.

떨어질 가능성이 짙은 선거.


‘송선자의 캠프는 망하는 캠프가 될 것인가?’


이렇게 송선자와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2

  • 작성자
    Lv.12 진진79
    작성일
    23.09.26 15:13
    No. 31

    작가님 글은 읽을때마다 첫 서두에
    어떤 유명한분의 말을 인용하셨나 더 유심히
    보게되네요. 베르겐작가님 덕분에 좋은말들도
    많이 알고 선거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되고
    여러가지로 많이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9.26 15:24
    No. 32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늘 우리 삶의 소재를 글로 탄생시켜주셔서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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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조직화된 게릴라전 +30 23.06.12 2,679 5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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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프로세스 마스터 +24 23.06.10 2,698 5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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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소수가 판을 바꾸다 +28 23.06.09 2,717 61 9쪽
» 패자 부활이 판을 바꾼다 +32 23.06.08 2,756 61 9쪽
38 최악의 경선에서 살아난 후보 +26 23.06.07 2,757 57 9쪽
37 컷오프라는 단두대 +28 23.06.06 2,764 60 9쪽
36 불타는 집의 개떼들 +24 23.06.05 2,795 59 9쪽
35 해외연수 커넥션을 끊어라 +26 23.06.04 2,825 58 9쪽
34 캠프를 돕는 이유 +28 23.06.03 2,835 58 10쪽
33 후보를 드러내는 전략 +28 23.06.02 2,823 61 9쪽
32 캠프와 운동원을 조율하다 +28 23.06.01 2,827 57 9쪽
31 판을 뒤집는 선거운동전략 +26 23.05.31 2,827 60 9쪽
30 선거운동원을 교육하다 +28 23.05.30 2,842 57 9쪽
29 천재 선거전략가의 귀환 +26 23.05.29 2,896 63 9쪽
28 길들일 수 없는 맹수는 필요 없다 +24 23.05.28 2,870 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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