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뒤집는 선거운동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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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지성보다 이익에 호소해야 한다."
- 벤자민 프랭클린 -
이어서 유세차에 선거운동원들이 타는 부분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한다.
“유세차 탑승하실 때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크게 소리를 치거나 마이크 볼륨을 높게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소리가 작으면 안 들릴 수 있을 텐데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후보와 합의된 내용입니다.”
이제는 선거운동원들도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넘어간다.
김지혁에게 운동원들이 적응되어 간다.
“운행 중에는 손잡이를 잡고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예.”
“손이라도 흔들어야 하는데요?”
“정차 중에만 하시기 바랍니다.”
도저히 이것만은 이해가 안 된다고 선거운동원이 어이없어한다.
“예?”
“후보와 합의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러분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예···.”
본격적으로 유세차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유세차는 들리는 효과보다 보이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게요?”
“소리보다 보이는 위주로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리고요?”
“그래서 다른 캠프보다 이동하는 루트를 더 넓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구석에 있던 선거운동원 하나가 말한다.
“보이는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겠네요.”
선거운동원들은 이렇게 선거전략가와 깊이 얘기하는 경우가 드물다.
김지혁이 드문 스타일의 선거전략가기도 하지만 김지혁은 대화를 통해서 합의를 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마침내 김지혁은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주말 오후 4시까지는 무소음 선거 운동을 합니다.”
“무소음 선거 운동이요?”
“예.”
“공휴일은 종일 무소음 선거 운동을 합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그러면 정말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그런데요?”
“주민들은 좋아하긴 할 것 같네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걸 사람들이 알아야 할 텐데.”
초반과는 달리 운동원이 이 정도까지 의도를 알아채고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김지혁은 예상한 의견이었다는 듯이 답을 준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계획이 있나요?”
“SNS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입니다.”
“아. 이거 기막힌데요?”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선거운동원 하나가 손을 든다.
“하실 말씀 있으면 편히 하세요.”
“저희도 주민이거든요.”
“그래서요?”
“알바하면서 불편할 때가 많아요.”
알바라는 표현을 굳이 해가면서 선거운동원이 불편을 언급했다.
“어떤 것이 불편했습니까?”
“운동원들이 시끄럽다고 욕하거든요.”
“그러면 소극적으로 운동할 수밖에 없으셨죠?”
“그걸 어떻게···.”
김지혁이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저와 여러분은 같은 팀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김지혁이 너무 시시콜콜히 운동원들의 심정을 알고 있는 것에 운동원들은 내심 탄복한다.
“결국은 표를 얻기 위한 거잖아요.”
“그렇죠.”
이때 결정적인 말을 김지혁이 한다.
“길보다 삶에서 선거 운동 해주셔야 합니다.”
“후보와 주민이 한 팀이라고 알려주십시오.”
“후보와 주민이 한 팀?”
순간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선거운동원들이 박수친다. 한 선거운동원이 소리쳐서 말한다.
“우리가 마음껏 할 수 있겠는데?”
유세차에 대해서 마저 김지혁이 말한다.
“무소음 선거 운동 슬로건을 이미 만들었습니다.”
“무엇이죠?”
‘주민의 소리를 듣기 위해 스피커를 끕니다.’
“와. 좋다! 너무 좋다!”
선거운동원들은 아주 마음 들어 하고 있다.
유세차를 운영하면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선거운동원이 다치기라도 하면 선거는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지혁은 선거 운동 전략을 어렵게 만들지 않았다.
스스로가 유권자로서 거슬렸던 것들을 제거하고 좋았던 것들을 덧붙이는 구조로 계획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지방선거의 기초의원은 지역의 민생과 직결되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유권자인 주민에게 밀착하는 선거 운동을 넘어 ‘주민과 결합하는 선거 운동’을 해야 한다.
김지혁이 말한다.
“어르신은 몸이 안 좋으시면 바로 알려주세요.”
“선거가 중요한데 참아야죠.”
“참으시면 안 됩니다.”
“캠프에 피해가 가는데.”
김지혁은 ‘어르신이 캠프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는다.
“선거 운동하실 때 무리를 절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후보에게 미안해서.”
“후보와 합의된 내용입니다.”
“그래도 미안한데.”
“후보는 어르신이 함께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습니다.”
김지혁은 알고 있다.
이 노년의 운동원을 다른 운동원들이 좋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후보와 동의한 내용이다.
활동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도 선거 운동원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르신이 선거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후보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파급효과를 노리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간혹 동네 분들이 음료수나 먹을 간식을 주려고 하죠?”
“자주 있죠. 그런 일이.”
정말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선거법 위반이다.
선거 막판이 되면 이런 장면을 상대 캠프에서 사진을 촬영해서 낙선시킬 수 있다.
‘선거는 인생을 건 전쟁이니까.’
“일절 받으시면 안 됩니다.”
“안 받으면 오히려 더 기분 나빠하실 텐데. 어쩌죠?”
“그럴 때는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어떻게요?”
김지혁은 상세히 알려준다.
“우리나라 선거법이 상당히 엄중하다.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
“그리고요?”
“음료수를 주려는 마음으로 후보에게 표를 달라고 하십시오.”
“예. 그게 좋겠네요.”
오히려 자신들도 떳떳할 수 있다고 좋아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해 주세요.”
“그렇게만 말하면 될까요?”
“성함을 알려주시면 후보에게 선생님의 마음을 꼭 전하겠다. 이렇게 설명해 주세요.”
“아 좋네요. 표가 될 가능성이 크겠는데요?”
김지혁이 말한다.
“혹시 명함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선거법 위반이죠?”
“알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이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요?”
선거 운동 경험이 있는 운동원이 다행스럽게도 알고 있다.
“정말 선거법을 몰라서 무지에서 그럴 수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요?”
“상대 진영에서 의도적으로 선거법을 위반하게 만들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네요.”
“그래서 절대 주시면 안 됩니다.”
“예!”
선거운동원들은 거침없는 김지혁의 설명에 놀랐다.
세세하게 운동원들에게 대화로 지침을 풀어서 합의해가는 과정 자체가 놀랍다.
“오전 선거 운동 시작하기 전에는 몸을 풀 겁니다.”
“어떻게요?”
“쓰레기 줍기를 30분 동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좋네요. 어차피 동네에서 늘 하던 일인데.”
운동원 하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그러면 다른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자리를 먼저 잡고 인사하는데.”
“그렇게 될 겁니다.”
“저희는 그러면 좀 늦는데요.”
“오히려 좋습니다.”
“좋다구요?”
“지나가는 시민들이 전부 보면 더 좋습니다.”
“예?”
김지혁은 의도적으로 다른 캠프와 차별화를 가져가려고 한다.
어차피 유권자들은 수많은 후보가 난무하는 지방선거에서 어지간한 차별화로는 후보를 인식하지 못한다.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일단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주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락하고 있는데 운동원이 묻는다.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데.”
“그런데요?”
“선거에 대해서 경험이 많으신가 봐요?”
“하하. 아닙니다.”
“경험이 많은 것 같은데?”
“많은 고민도 하고 선거법에 대해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선거운동원이 또 묻는다.
봇물 터지듯이 운동원들의 입이 열린다.
김지혁은 이제야 소통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선거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경우는 저는 처음인데.”
“그런가요?”
이미 김지혁도 알고 있지만 반문한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규제도 심하고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지니 운동원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김지혁은 선출직 의원 선거의 본질을 얘기한다.
“여러분들이 하는 선거 운동은 이 지역의 시의원이죠?”
“예.”
“그러니까 지역의 입법을 하는 사람인 것은 아시죠?”
“아. 입법인 거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유권자도 상당히 많다.
시의원을 뽑지만 그 사람들이 주 업무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법을 만드는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렇네요.”
“법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사람이 법을 어기면 안 되지 않을까요?”
“아하. 그렇구나.”
선거운동원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진다.
운동원들은 재미있어하고 있다.
선거가 축제여야 한다는 것은 ‘먹고 놀라’는 의미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후보자와 유권자가 모두 축제처럼 즐겨야 한다.
그 중심에 선거캠프가 있는 것이다.
‘대리인을 선출하기 위한 과정이 즐거운 축제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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