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동인도 회사의 몰락
116화, 동인도 회사의 몰락
비행기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자 벌써 도망치는 범선들이 있었다.
따라가 보니 영국 국기가 걸려있는 상선이다.
[발사!]
쾅!
-어이쿠.
-으엑!
-으악!
청나라 대신들은 기관총과는 차원이 다른 소리에 기겁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저런 나약한 것들을 대신이라고... 자네 보기 민망하네.”
“옆에서 대포를 쏘는데 안 놀랄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박정기는 황제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대신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쾅!
성능이 좋아진 대포에 두 방 맞으니 배가 기동 불가에 빠졌다.
선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지 계단입구를 통해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
“저러다 폭발하겠는데요.”
“시원하게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군.”
쿠웅! 콰콰쾅~ 쩌저적!
말하기 무섭게 유폭을 일으킨 상선이 사방으로 갈라져 터져나갔다.
“그렇지, 후련하구나.”
“와! 굉장하군요.”
“흑흑흑 홍복이옵니다.”
임칙서가 감격해서 흐느꼈다.
‘이 양반 왜 이렇게 울어대는 거야?’
임칙서가 강단 있는 사람인 줄 알고 있었던 박정기는 동명이인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다음 목표를 찾아 날아가니 여러 나라 배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선원들이 보였다.
‘저런 바보들 너희는 안 건드릴 건데.’
지레 겁을 먹고 바다로 뛰어든 배를 지나쳐 영국 배에 대포를 꽂아 넣었다.
쾅!
우지직!
두꺼운 선체를 뚫고 들어간 포탄이 속에서 터지자 순간적으로 배가 부풀어 오르는 착각이 들었다.
아니 실제 그랬다.
갑판위에 서있던 선원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화약이 폭발한다.”
“바다로 뛰어들어라!”
하지만 그들의 선택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바다로 뛰어들면 더 치명적인 충격파를 받는다.
유체를 통한 충격파는 공기와 달리 그대로 몸에 전달된다.
강한 충격파에 뼈가 분쇄되고 뇌가 진탕되어 즉사하고 만다.
쿠앙! 쿠쿠쿠쾅!
하늘에서 바라보니 배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듯이 바다가 진동했다.
잠시 후 선원은 물론이고 생선까지 배를 하얗게 까뒤집고 물위로 떠올랐다.
“좋아. 아주 좋아.”
“그래도 사람이 죽는데 좋다고 하시는 건....”
“괜찮아, 죽어도 싼 놈들이야. 우리 백성이 당한 것에 비하면 이것도 자비로운 거라네.”
“네이, 맞사옵니다. 황상!”
비행기가 다음 목표를 찾아 이동하자 마카오 주변의 서양 상선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건 불가항력적인 학살이었다.
피할 수도 반격을 가할 수도 없었다.
죽이면 죽이는 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과 같았다.
마차 바퀴에 밟혀 죽는 개미처럼 어떤 저항도 노력도 무의미 했다.
“오~ 제발 살려주시오. 제발!”
“영국 상선만 공격하는 것 같은데.”
“그래? 오! 하나님.”
쾅!
쾅!
쾅!
네덜란드 상선의 옆에 있던 영국배가 포격에 적중 당했다.
“우리는 살았다.”
“영국 배만 공격당한다.”
쿠쾅앙!
짜짜자작!
팟파파팟 첨벙! 첨벙!
엽에 있던 영국 상선이 유폭을 일으키며 폭발하자 선체가 갈라지고 찢기며 사방으로 파편이 날아갔다.
큰 대포가 날아오다가 바다에 첨벙 빠졌다.
“어어어 피해라!”
“컥!”
쿵!
폭발한 배에서 날아온 오크통이 갑판에 떨어지면서 선원을 때렸다.
다행히 비켜 맞아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다시 저쪽으로 날아간다.”
“어디?”
“저기 영국 배다.”
안심한 선원들은 난간에 붙어서 영국 배가 포탄에 맞는 장면을 구경했다.
하늘에는 거대한 드레곤이 빙글빙글 영국 배 상공을 돌았다.
번쩍!
드레곤의 옆구리에서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자, 그와 동시에 영국배가 들썩였다.
잠시 후
쾅!
쿠웅!
뒤늦게 도착한 폭발음이 사람들을 움찔 놀라게 만들었다.
“봤어? 나는 포탄이 안 보이는데?”
“나도 못 봤어.”
“그런데 저 포탄 속에는 화약이 들어 있나봐.”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설마? 포탄 속에 화약이 들어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
그때 포탄이 돛대에 정확히 박혔다.
꽈앙!
아름드리 돛대가 산산조각 나며 터져나갔다.
“봤지? 포탄이 터졌잖아.”
“진짜네. 저런 것에 맞으면 바로 황천이다.”
“무섭다.”
네덜란드 선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영국 배 사냥하는 것을 구경했다.
쿠쿵!
쩌저적!
“와! 작살나네.”
“오! 또 한척이 가라앉는다.”
유폭을 일으키며 반으로 갈라지는 영국 배를 보면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비행기가 또 다른 배를 찾아 날아가자.
영국 배에서는 국기를 내리고, 화약통을 바다에 버리는데 사활을 걸고 있었다.
“아주 쇼를 해라! 쇼를 해!”
[국기가 없는 배를 쏴라!]
쾅!
쿠웅!
그러자 다른 나라 배에서는 국기가 잘 달려있나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껏 불과 3~4발만 명중되면 거의 침몰되었다.
그런데 화약통을 바다에 버린 영국 배는 맷집좋게 버텼다.
하지만 그게 더 최악의 결과를 만들었다.
10여발을 맞은 배는 너덜너덜해졌고, 선원들도 전원 파편에 맞아 신음하고 있었다.
어떤 자는 팔뚝만한 나무 조각이 날아와 배에 박혔고, 어떤 자는 다리가 절단돼 기어 다녔다.
배 밑바닥은 머리통만한 구멍이 뚫려서 바닷물이 샘 솟아올랐다.
시간은 늦췄지만 침몰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16척의 영국 배를 수장시키는데 2시간이 안 걸렸다.
마카오 주변 바다는 붉은 색 피로 물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박정기는 카메라로 이 비참한 장면을 찍었다.
‘비극도 역사지.’
판화로 그려진 아편전쟁 장면이 이제는 컬러 사진으로 기록되게 되었다.
그 사진에는 실제 바다가 붉게 찍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너무 많은 홍차가 바닷물에 풀려서 3일 동안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역사속의 아편전쟁은 영국이 청나라를 쳐들어가 항복시키는 내용이지만, 바뀐 역사에서는 아편을 싣고 오는 영국 배를 청나라, 미국 연합군이 무찔러 수장시킨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비행기는 주강 입구에 위치한 광주함대 본거지로 향했다.
가볍게 착륙하고 함대가 정박해 있는 수영으로 다가서는데 불현 듯 대포알이 날아왔다.
첨벙!
다행이 비행기에는 맞지 않고 앞에서 물기둥이 솟았다.
“어이쿠.”
“저런 쳐 죽일 놈들을 봤나.”
“일단 뒤로 물러나겠습니다.”
“짐에게 포를 쏘다니.”
비행기가 외항으로 빠져나가자 수군의 배가 따라 나왔다.
이곳 수영에서 마카오까지는 70km정도로 멀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광동수사가 비행기를 포획하라고 명한 것 같았다.
‘이거 곤란하네.’
반격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도망 다닐 수도 없으니 박정기는 황당했다.
“왜 그러나?”
“저들이 우리를 잡으려고 하는데요.”
“감히! 가까이 오도록 기다려보시게.”
“알겠습니다.”
비행기를 멈추고 가만히 기다렸더니 대포로 조준을 하고 다가오던 병선에서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들 당장 멈추고 문을 열어라!
지이잉!
비행기 문이 열리고 태감이 소리쳤다.
“무엄하다. 황제 폐하께 예를 갖춰라!”
“뭐라? 황제 폐하가 왜 여기에 있느냐?”
화려한 곤룡포를 입은 황제가 문으로 나서 호통을 쳤다.
“네놈이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헙! 황제 폐하.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모든 수병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황제에게 용서를 빌었다.
“당장 수영으로 안내하라!”
“예이~”
쫒아오던 병선을 길잡이 삼아 광동함대 수영으로 향했다.
병선이 비행기를 잡아오자 수영에 있던 수병들이 부두로 나와 구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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