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수우 족에게 총을 넘기다.
112화, 수우 족에게 총을 넘기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에 퍼커션 소총 500자루와 뇌관 미니에탄과 화약을 2만발 분량을 실었다.
미니에탄은 노력하면 만들 수 있지만 퍼커션 캡은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소총 1정에 40발 분량의 총알을 주는 것은 앞으로 계속 종속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박정기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소총 교육을 담당할 10명의 조교와 교관 1명도 동승했다.
그리고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될 수우족 전사들의 간편식을 위해 소시지 10톤도 실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테이블 위에 쌓여있던 금덩어리를 생각하며 박정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포를 줄까 생각했다가 백인들에게 빼앗기면 큰일이기 때문에 포기했다.
대신 바람 매에게 무전기를 딸려 보내 화력 지원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바람 매, 너는 추장을 따라다니다가 비행기로 공격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무전기로 연락해라!”
“넵! 알겠습니다.”
대답은 씩씩하게 했지만 왠지 아쉬워하는 눈치다.
‘이놈도 하와이에 애인 만들어 놨나?’
“한 달만 있다 오면 돼.”
“알겠습니다.”
비행기는 호수 위를 질주해 창공으로 날아올라 북으로 향했다.
1시간 반 아래로 보이는 인디언 마을 상공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마을 상공을 두 바퀴 선회한 후 지난번에 착륙했던 강에 착륙했다.
언제 만들었는지 강변에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이 설치되어있었다.
부유식 선착장을 만든 것이다.
“어제는 물로 뛰어들더니 이런 걸 만들어 놨네.”
“호호호 어제는 깜짝 놀랐어요.”
“맞아, 엄청 웃겼는데.”
여 승무원들의 말에 박정기도 피식 실소를 흘렸다.
비행기 기수를 임시 선착장에 붙이고 문을 열자 추장과 원주민들이 도착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먼 거리를 밤에 갔다가 아침에 다시 오시다니요?”
“장로님 말은 싣고 오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오셔서 가져 오시던가 해야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저희 전사들이 탈 겁니다.”
“그럼 되겠네요.”
장로와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추장이 다가왔다.
박정기와 승무원들은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한 절대로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는다.
언제나 출발할 수 있도록 시동도 끄지 않고 기다린다.
그래서 추장이 비행기로 올 수밖에 없었다.
“잘 쉬셨습니까?”
“네, 덕분에 개운하게 쉬었습니다. 하하하.”
“주변 요새는 어찌 됐습니까?”
“어제 바로 점령하고 주민들은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잘하셨네요. 주민들이 앞으로 큰 힘이 될 겁니다. 사이좋게 지내보십시오.”
“그리하지요.”
병사로 징집할 청년 100명이 강가에 도열해 있었다.
그중에는 리노에 왔던 전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 친구들은 리노에 왔던 자들이군요?”
“네, 저분이 추장님의 아들입니다.”
“아! 그렇군요. 몰라봤네요.”
왔던 청년 중에서 훤칠한 청년이 추장의 아들이었다.
박정기는 보급 식량부터 내리도록 했다.
그리고 훈제 소시지를 추장과 장로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이거 하나 드셔보십시오.”
“이건 뭡니까?”
“전투 식량으로 만든 소시지입니다. 짭짤하니 맛이 괜찮을 겁니다.”
추장과 장로가 한입씩 베어 물고는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오 맛있는데요?”
“그렇습니까? 기병대가 말 타고 이동하면서 간편하게 먹도록 만든 겁니다. 며칠 하는 행군은 식량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렇게 많은 걸 다 주시는 겁니까?”
“동맹을 맺었으니 드려야지요.”
“아 계산은 확실해야 하니까요?”
“네? 그게 무슨?”
“내어드리게.”
“네,”
장로가 가죽 가방에서 금덩어리 몇 개를 더 꺼내 주었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금을 마다할 박정기가 아니다.
“계산이 확실하시군요. 딱 우리 스타일입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소시지 양이 많다 보니 한참 내리고 있었다.
박정기는 퍼커션 캡 소총을 몇 자루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박정기가 눈치를 주자 큰 귀가 옆에서 장전을 해주었다.
“이 총은 퍼커션 캡 소총이라고 하는 겁니다. 500정을 가져왔으니 일단 아쉬운 대로 사용하십시오.”
“오~ 직접 보니 걸작이군요.”
“네, 명중률과 사거리가 길어서 백인들과 싸움에서 유리할 겁니다.”
“지난번에 봤습니다. 그 검은 아이가 멀리서 요새의 지휘관을 쏴서 죽이더군요.”
“맞습니다. 윌슨이라는 특공대 대위입니다.”
“나이는 어린데 덩치가 크더군요.”
박정기의 고개가 좌로 기울어 졌다.
‘무슨 말이지?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
“제가 시범을 보일 테니 잘 보십시오.”
큰 귀가 장전해 놓은 소총을 받아 들고 조그만 퍼커션 캡을 소총의 니플에 끼웠다.
“이게 발화 뇌관입니다.”
“으음~ 부싯돌을 쓰는 게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비가 와도 쏠 수가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박정기가 주변을 살펴보니 표적으로 쓸 만한 것이 없었다.
강물 쪽을 찾아보니 물오리 한 마리가 200m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야지. 움직이면 어떻게.’
지난번에 달리는 말의 속도와 총알의 속도를 계산해 본 적이 있는 박정기는 난감해졌다.
성능이 좋아졌다고 해도 200m면 총알이 날아가는데 0.5초 이상 걸린다.
물오리가 헤엄치는 속도가 초속 1m라면 약 50cm 이동한다.
박정기는 정신을 집중 시켰다.
물오리 길이가 25cm 정도 그렇다면 몸 길이의 1.5배 앞에 명중을 해야 몸통에 맞는다.
탕!
푸더덕
‘아싸! 맞았다.’
박정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맞는 건 기대 안 했다.
오리 근처에 물보라만 일어나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오리는 작고 사람은 크니까, 그 정도면 사람을 맞춘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대단하십니다.”
“우와! 엄청납니다.”
“세상에 저기까지 총알이 날아간다고?”
보통 프린트 락 소총도 200m 정도는 날아간다.
하지만 급격히 속도를 잃고 땅으로 떨어지거나 방향이 틀어진다.
동그란 총알이 회전하면서 커브를 그리며 휘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총을 쏘고도 총알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박정기가 쏜 총은 강선을 파고 앞이 뾰족한 미니에탄을 사용했기 때문에 명중률에 있어서는 현대의 소총과 비슷했다.
“큰 귀야 건져와!”
“넵!”
큰 귀가 고무보트를 타고 달려갔다.
“한번 쏴보시지요.”
“그럴까요?”
추장과 장로가 총을 잡고 장전하는 것을 박정기가 도와줬다.
“총알이 특이하군요.”
“그래서 멀리 나가고 명중률이 좋아지는 겁니다.”
“신기하군요. 총구에 줄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것도 명중률을 높이는 구조입니다.”
두 사람이 간탄하며 장전을 마쳤다.
박정기가 퍼커션 캡을 주자 신기한 듯이 바라보다가 니플에 끼워 넣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마땅한 표적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물오리를 건져서 돌아온 큰 귀에게 다시 가져다 놓으라고 말했다.
“큰 귀야 다시 가져다가 물 위에 띄워 놔라!”
“네?”
“얼른!”
“알겠습니다.”
큰 귀가 물오리를 조금 가까운 곳에 가져다 놓았다.
그래도 눈치는 있는 놈이었다.
탕!
첨벙
-아깝다.
-조금 빗나갔네.
“햐! 나뭇잎 한 장 차이네요.”
“하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한 뼘은 벗어났는데요.”
“사람이라면 죽었을 겁니다.”
“맞습니다. 추장님 대단하십니다.”
박정기의 칭찬에 추장의 어깨가 한껏 펴졌다.
탕!
퍼억!
‘에이고 눈치 없는 작자야, 고지식해 가지고 서는~’
장로가 쏜 총알이 물오리에 명중 됐다.
장로가 희죽 희죽 웃었다.
“내가 다시 한 번 쏴보겠네.”
“네 그러셔야죠.”
하지만 무심한 물오리는 자꾸만 떠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거리가 300m에 가까워졌다.
탕!
첨벙
1m 정도 전방에 물이 튕겼다.
“배에 맞았습니다. 저건 즉사입니다.”
“배에 맞았다고요?”
“사람으로 치면 얼굴을 조준했으니 배에 총알이 맞은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에~ 마 맞습니다. 가슴이나 배에 맞았을 겁니다.”
추장의 사격 솜씨를 박정기가 기를 쓰고 치켜세워주자 그제 서야 정신을 차린 장로가 장단을 맞춰주었다.
“300m에서 사람을 맞추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내가 왕년에 총은 좀 쏘았지. 그나저나 이 총은 정말 대단하군요. 이런 것만 있었더라면 백인들에게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동안 오대호에서 부터 서쪽으로 서쪽으로 쫓겨 다녔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우와~ 돌아간다.
-고향으로 가자.
-백인들을 죽이자.
-만세 만세
인디언 전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두 주먹을 흔들었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박정기가 말을 못하고 기다렸다.
주먹을 주고 흔들던 추장이 손을 내렸다.
그러자 환호성도 멈추었다.
“우리를 동맹으로 받아주어서 고맙소, 내가 앞으로 앞장서서 싸울 테니 도와주시오.”
“알겠습니다. 힘 닿는데 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힘차게 악수를 나누었다.
전사들이 또다시 우렁찬 환호성을 울렸다.
“교관! 인사 드리게!”
“넵! 전체~ 차렷! 추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충성! 쉬어.”
척척
우렁찬 교관의 명령과 조교들의 경례 소리에 주변이 조용해 졌다.
구호를 외치며 경례하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와 멋있다.
-우리도 해보자.
-소름 돋았어.
교관의 당당하고 절도 있는 모습과 조교들의 칼 같이 일치 된 동작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만들 정도로 멋지게 보였다.
“이 사람들이 추장님의 전사들을 훈련 시킬 조교들입니다.”
“하하하 대단하군요. 우리 전사들도 잘 훈련 시켜 주십시오.”
“넵! 알겠습니다!
큰소리로 대답하는 교관의 모습에 다시 한 번 환호성이 터졌다.
“교관, 특등사수 500명을 양성해야 한다. 그리고 적의 지휘부는 모조리 날려버려.”
“넵! 알겠습니다!”
교관과 조교들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절도 있게 행동했다.
특공대 복장과 똑같은 군복을 입고 챙이 좁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어서 더욱 멋져 보였다.
자랑스러운 모습에 박정기 어깨에도 힘이 들어갔다.
“추장님 앞으로 기병 1만 명 이상 만드셔야 합니다. 그래야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알겠소, 동맹 부족 회의를 소집해서 전사들을 모아보겠소.”
수우 족은 3개의 거대한 부족 아래 수십 개의 중소 부족이 소속되어있다.
인구가 15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어 그야말로 강력한 동맹군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바람 매!”
“넵, 대장님!”
“추장님, 이 친구에게 말을 하면 제가 바로 달려올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아무리 멀리 있어도 이 친구는 내게 말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옆에 두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이 친구에게 말하시면 됩니다.”
“세상에 그런 능력도 있습니까?”
“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과감하게 진행하십시오. 위험에 처하면 달려와서 모두 물리쳐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이제 걱정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장이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박정기도 인사를 공손히 받아주었다.
퍼커션 캡 소총이 든 50개의 나무 상자와 화약 그리고 총알들이 담긴 상자들이 내려졌다.
박정기가 그중에 한 상자를 열어 소총을 보여주었다.
-와 새총이다.
-저것만 있으면 백인들은 죽은 목숨이다.
-나도 갖고 싶다.
추장과 장로가 한 개씩 집어 들고 작동해 보았다.
박정기는 스마트 폰으로 이 장면을 녹화했다.
‘히히히 역사적인 장면이다.’
피라미드 호수로 가야할 100명의 전사들이 탑승을 시작했고, 박정기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가보겠습니다.”
“고맙소,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네, 알겠습니다. 말보다는 물질적으로 기대하겠습니다.”
“하하하하 당신들은 물질적인 것을 무척 좋아하는군요.”
“그럼요. 정말로 좋아합니다. 하하하”
“알겠소, 꼭 물질적으로 보답하겠소, 하하하.”
추장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풀뿌리에도 황금이 더덕더덕 붙어있다는 노다지가 그들의 영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박정기는 비행기로 돌아와 이륙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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