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 음악
40화, 폭동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금화가 담긴 상자와 보물들은 박정기 개인 재산이기 때문에 별도로 관리를 해야 한다.
‘이 건물을 암스테르담 주재 대사관으로 써야하나?’
아깝기는 하지만 여기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 망설여지고 있었다.
‘관리 유지비가 많이 나갈 것 같은데, 그냥 나라에 기부해 버릴까?’
일단 화장실도 만들고, 여러 가지 현대적으로 고쳐야 하는 것도 많았다. 그게 다 큰돈이 들어가는 것들이었다.
정원관리와 경비원, 메이드 인건비, 시설 관리까지, 1년에 몇 번이나 이용한다고 그 많은 돈을 지불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팔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나라께 내꺼고, 내께 내꺼지. 일단 나라에서 관리하고 내가 쓰면 되는 거 아니야?’
박정기는 기장에게 SNS 문자를 보냈다.
-기장님! 제가 결투해서 받은 재산 중에 커다란 저택이 있거든요. 그걸 국가에 헌납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집? 거기가 어딘데?
-시내 중심가에 있어요.
-내가 바로 갈 테니까. 거기 가만히 있게.
뭐지? 또 급발진하는 기장님을 보면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사실은 여기에 제 누이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 팔려왔지요.”
“아니 회계사라고 하지 않았나?”
“네 맞습니다. 부친께서 큰 빚을 지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여기로 팔려온 것입니다.”
어쩐지 노예 같다 했더니 팔려온 것이었다.
“어허 그래서?”
“여기서 조리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기에 계속 있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거야 문제없지, 걱정하지 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네와 누이의 빚은 탕감된 거나 다름없으니 자유인일세. 내가 넉넉하게 임금을 지불해 주겠네.”
“크흑!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크윽~”
“......”
박정기는 톰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는가, 볼모로 잡혀있는 누이 때문에 도망도 못 갔으리라.
“자네 누이를 불러와보게.”
“네 알겠습니다.”
메이드 옷을 입고 2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인이 들어왔다. 마른 체격에 얼굴에 흉터가 있었다. 아마 맞아서 생긴 흉터 같았다.
톰의 여동생을 보니 가슴이 메어졌다.
차마 안녕하냐는 인사를 할 수가 없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소피아 호프만입니다. 주인님.”
“크흠! 앞으로 주인님이라고 하지 말게. 자네와 톰은 자유인이니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말게 알았나?”
감정이 복잡한지 말을 잇지 못하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크흑! 크흑! 감사합니다. 주인~ 사장님!”
“앞으로 있고 싶을 때까지 여기에 있어도 좋고, 신대륙으로 가고 싶으면 데려다 주겠네. 그리고 일할 때까지는 임금은 넉넉하게 지불하겠네, 알겠나?”
“흑~ 흑! 흑! 감사합니다. 주~ 사장님 감사합니다.”
눈물바다가 된 집무실에 있기가 힘들어 밖으로 나와 정원을 구경했다.
주변에 대 저택들의 정원도 함께 보여서, 마치 공원의 일부인 것처럼 보였다.
“부기장 여긴가? 오~ 좋구만, 좋아.”
기장님이 대문을 들어서며 들뜬 기분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집을 정말 나한테 주겠다는 말인가?”
“아니 그게 아니고, 분명히 나라에......”
“고맙네, 그렇지 않아도 집이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아주 딱 맞는 집이구먼. 들어가 보세.”
“네? 이게 아닌데.”
박정기는 끌려들어가면서 후회를 했다.
‘젠장! 멍청한 짓을 했네. 괜히 멀쩡한 집을 뺏기게 생겼어.’
기장님은 집안을 돌아다니며 연신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 보통집이 아니고 귀족이 살던 저택이다.
“연회장이구먼, 아주 좋아.”
“......”
“여기서 손님을 맞으면 되겠어. 올라가보세.”
“기장님 3층의 절반은 제가 써야합니다.”
“알았네, 알았어. 그 정도는 내어줄 수 있지.”
‘내어줘? 내가 얹혀사는 거라고?’
완전히 꼬여버린 상황에 박정기는 머리에서 지진이 났다.
“이방은.....”
“잠깐만요! 이방은 제방입니다.”
“구경만 하려고 그러네.”
“안됩니다. 절대로 여기는 안 됩니다.”
박정기는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만약 서재에 있는 금화를 본다면 모두 가져갈 것이 뻔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었다.
“이 사람이 왜? 이래, 방안에 금덩어리라도 있는 거야?”
“여기는 제 프라이버시가 있어가지고, 그러니까 저도 사생활이.....”
“알았어! 내방은 어딘가?”
“저기 저 방입니다. 기장님!”
“오! 마음에 드네, 침대도 넓고 푹신한 것이.”
기장님은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그 침대~ 아직 이불을~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한스 빌럼스 그놈이 여자와 뒹굴던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는 기장님께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불과 침구류는 모두 새것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아직 새것인데 뭐 하러 바꾸나? 그 돈 있으면 나나주게.”
“아니, 그 많은 돈을 갔다가 어디다 쓰시는 거예요?”
“뭐가 많은가? 맨 날 돈이 없어 죽겠는데.”
“제가 존나~”
열심히 벌어다 줬는데 그 돈이 적다고? 박정기는 욕이 나올 뻔했는데 꾸욱 참아 넘겼다.
‘그 돈이 적다고? 한 번에 몇 억씩 줬는데 적다니?’
아이고, 기장님!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라고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아버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박정기는 아버지가 어려웠다. 늘 자상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시지만 이상하게 어려웠다.
기장도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물건들이 헐값에 나오는데, 돈이 없어 그걸 못사니까 안타까워 죽을 지경이었다.
박정기가 준 돈이 수억이면 기장이 구매해서 소장한 물건은 수백억 원어치다.
백배의 이익을 거둔 거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물건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만약에 안목이 없는 사람이라면 겉으로만 멀쩡한 가짜를 사거나, 아니면 허름하지만 진품을 못 알아보는 경우가 생겼을 것이다.
기장은 수많은 물건 중에서 진품만 꼭꼭 집어냈다. 그것들은 문화재급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물건들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박정기는 기장님이 저택을 팔아먹을까, 그것이 걱정 되었다.
‘뭔가 수익성 있는 사업을 만들어야겠다. 아니면 이집이 1달도 못가서 없어지겠지.’
-박 대표님 어디 계신가? 큰일 났네, 빨리 모셔오게.
-왜 그러십니까?
-지금 극장에 폭동이 일어나려고 하네. 빨리 가셔야 되네.
밖이 소란스러웠다. 네덜란드 말이라 알아듣지 못했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극장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 같답니다.”
“극장? 아침 10시에 모이라고 했는데!”
박정기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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