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 무기 개발
81화, 항공모함이 왜 여기에 있어
대포가 폭발한 건지 윌슨이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혀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끄응 끄응”
“얼굴을 대포에 가까이 대고 발사 했습니다.”
이 대포는 주퇴복좌기가 달려있어서 대포가 발사되는 순간 포신이 뒤로 밀리게 되어있다.
그런 원리를 모르고 총 쏘는 것처럼 눈을 가까이 대고 발사했으니 포가 뒤로 밀리면서 윌슨의 머리를 강하게 때린 것이다.
박정기가 달려가 윌슨의 얼굴을 살폈다.
풉!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낸 박정기가 물었다.
“괜찮아?”
“저 죽은 거 아니죠?”
“응 아직 살아있어.”
“제 눈 어떻게 됐어요?”
윌슨의 눈 주변으로 동그랗게 대포 자국이 남아있었다.
“빨개 아주 많이.”
“실명되는 거 아니죠?”
“글세 아직은 모르겠다.”
“아이고~ 죽을 것 같아요.”
“죽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좀 쉬면 될 거야.”
남자 승무원들을 시켜서 윌슨을 부축해서 숙소로 보냈다.
박정기는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천천히 돌려보았다.
화면에는 얼굴을 대포에 가까이 대고 조준하던 윌슨이 격발 줄을 당기는 모습이 나왔다.
그러자 대포가 발사되며 윌슨의 눈두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두개골이 뒤로 밀리면서 얼굴에 있는 모든 살들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것만 같더니 급히 뒤로 밀렸다.
머리부터 뒤로 날아가고 목 가슴 순서대로 뒤로 밀려서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슬로우모션으로 담겨있었다.
“와~ 엄청 아프겠다.”
“이렇게 맞고도 살아있다니.”
“두개골이 함몰되지 않은 게 이상하네?”
“아마 한 달은 치료를 받아야 할 게야.”
기술자들이 슬로우모션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실험을 다시 해야겠네요.”
“네, 준비하겠습니다.”
기술자들이 빠르게 실험 준비를 마쳤다.
꽝!
우와~
포탄이 멀리 날아가 호수에 떨어졌다.
연습용이라 폭발하지는 안았지만 물줄기가 솟아 올랐다.
박정기가 영상을 플레이시켜 보니 주퇴복좌기가 제대로 작동됐고, 포가도 안정적으로 잘 고정이 되어있었다.
“이상 없이 잘되는군요.”
“네 아주 좋은데요.”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대장님께서 다 알려주셨는데요.”
“알아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긴 하죠? 하하하”
“훌륭합니다.”
“말보다는 뭔가 다른 걸로....”
“네? 아! 알겠습니다. 일단 하늘에서 쏘는 것도 마저 실험해 보고요.”
“네 준비하죠.”
박정기는 비행기를 몰아 이륙 시켰다.
멀지 않은 사막에 집 채 만한 바위가 솟아있는 게 보였다.
비행기는 그 바위를 중심으로 빙빙 돌았다.
‘이 정도 고도와 속도면 안정적이고 좋네, 이 상태로 영점을 맞춰야겠다.’
박정기가 계속 돌면서 최적의 상태로 만들었다.
독수리가 먹이를 노리고 빙빙 도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웠다.
박정기가 기내 방송용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상태에서 저 바위를 맞춰보십시오.
“어서 쏴보게.”
“조금 아래로 향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리해보게.”
“네.”
조준을 맞춘 기술자가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발사!”
꽝!
펑~
포탄이 터지면서 흙먼지가 일었다.
“와~ 진짜 되네.”
“에이~ 너무 앞에 떨어졌다.”
“약간 뒤로해야 되겠는데.”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되네.”
“맞아! 나도 믿기지 않더라?”
‘비행기 속도를 계산하지 않았군.’
빗나간 포탄을 보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비행기가 속도가 있으니까, 조금 뒤쪽으로 쏴보세요.
“네, 다시 쏘겠습니다.”
“다시 장전해.”
“네.”
장전을 마치고 다시 조준을 했다.
비행기는 바위를 중심축으로 일정하게 돌고 있었다.
“발사!”
꽝!
펑~
“아이고~ 아깝다.”
“거의 맞을 뻔했는데.”
“다시 해보자!”
“네!”
꽝!
펑~
“와~~ 명중이닷!”
“만세!”
“진짜 대단하다.”
“이걸 왕궁에 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이고~ 대영제국도 벌벌 떨겠는 걸~”
“하하하 맞아! 이제 우리를 당할 자는 세상에 없을 거야.”
영점을 맞추려면 여러 번 쏴봐야 한다.
-몇 번 더 쏴보세요.
다섯 번을 쐈는데 다섯 번 모두 명중했다.
“장금아 반창고 줘봐.”
“네.”
장금이 미리 준비하고 있던 반창고를 내밀었다.
유리창에 바위가 가려지도록 반창고 조심스럽게 붙였다.
“됐다. 그리고 메모장 줘봐”
“여기요.”
박정기는 고도와 속도 기울기 등 세세한 기록들을 적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실험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와~ 만세다 만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다.”
“맞다. 맞아!”
뒤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정기 입가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저 대포가 그렇게 좋은 건가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청나라 황제도 무릎 꿇어야 할 걸?”
“정말이요? 진짜 황제가 무릎을 꿇을까요?”
“두고 보면 알겠지.”
박정기는 청나라가 조선으로 쳐들어올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이제야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다.
-카를로스 중위님 조종실로 와주세요.
잠시 기다리자 상기된 얼굴로 카를로스 중위가 들어섰다.
“대장님, 어떻게 이런 대포를 만든 겁니까?”
“하하하 제가 말했잖아요. 산타페 요새는 식은 죽 먹기라고.”
박정기는 한참을 웃다가 본론을 얘기했다.
“지금 세인트조지를 둘러보고 올까 합니다.”
“정말입니까? 아~ 하늘에서 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군요.”
“잠시만 거기 앉아서 구경하세요.”
비행기는 남동쪽으로 날았다.
세인트조지는 직전거리 600km, 라스베이거스의 북동쪽에 위치했다.
1시간이 안되어 도착한 세인트조지는 빨간색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온통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어머! 너무 예뻐요.”
“와~ 금강산이다.”
“바보야! 빨강산이다.”
“이런 건 처음 봐요.”
승무원들의 호들갑에 쓴 웃음을 짓는 박정기다.
‘그랜드케니언을 보면 기절하겠군.’
세인트조지에 점점 가까워지자 박정기가 기겁하고 놀랬다.
“어! 항공모함이 왜 여기에 있어?”
“항공모함이 뭐에요?”
“저기에 있잖아.”
“저게 항공모함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미역같이 생겼는데.”
“......”
절벽 위에는 항공모함을 닮은 널찍한 평지가 있었다.
측면에서 보면 비파검을 닮기도 했고, 미역을 닮기도 했지만 박정기 눈에는 항공모함으로 보였다.
‘와씨~ 대박이다! 완전히 우리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거잖아?’
박정기는 왠지 세인트조지와 천생연분 같은 인연이 느껴졌다.
“중위님 저게 뭐죠?”
“위에서 보니까 저렇게 생겼군요. 저는 그냥 산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올라가보지 않으면 잘 모르겠군요.”
“저런 데가 너무 많아서 관심이 없었죠.”
아닌 게 아니라, 그 옆에도 작은 항공모함이 있었다.
“저기에 착륙하면 되겠네요.”
“절벽 위인데 괜찮겠어요?”
“거리는 충분해, 지면 상태나 확인을 해보자.”
비행기가 낮게 날며 절벽 위를 살피니, 작은 관목들만 자라고 있을 뿐, 평평하고 너무 좋았다.
“딱 맞춤이네. 하나님이 어떻게 공항을 만들었지?”
“저게 하나님이 만든 거예요?”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에휴, 헷갈려 죽겠네.”
박정기는 비행기를 몰아 세인트조지를 살폈다.
붉은 절벽 아래 넓은 평지, 여기저기 농가들이 보였고 목장도 있다.
“저기 성당 옆에 있는 것이 저희 요새입니다.”
“아! 크지는 않네요.”
“네, 병사가 많지 않으니까요.”
“인구는 얼마나 됩니까?”
“1,000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에바에게 들은 것과 비슷했다.
“경치가 아주 좋군요.”
“살기에도 좋습니다.”
“산타페도 가볼까요?”
“네, 저쪽으로 가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비행기는 또다시 동쪽으로 날았다.
붉은 벌판이 나오고 드디어 모뉴먼트 밸리가 나왔다.
서부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하늘높이 솟아있는 절벽 기둥들.
“와! 환상적이예요.”
“너무 멋지다.”
“저 위에 집 짓고 살고 싶다.”
“굶어 죽겠다.”
“굶어 죽어도 좋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승무원들을 보면서 박정기도 기분이 좋아졌다.
미우나 고우나 해도 그녀들과 살을 맞대고 자다 보니 정이 드는 박정기다.
‘아주 좋아하네, 자주 보여줘야겠다.’
그동안 구경도 못 다니고 너무 빡세게 살아온 것 같았다.
고도를 낮춰서 모뉴먼트 밸리를 가까이서 날아다녔다.
박정기도 밑에서만 보았지, 이렇게 계곡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보기는 처음이다.
“마치 새가 된 기분입니다.”
“저도 그러네요.”
“저 좀 자주 태워주십시오.”
“처음 타보나요?”
“네, 그동안 너무 타보고 싶었습니다.”
“아~ 제가 무심했군요.”
박정기는 가까운 사람들을 더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수사원 포상 휴가로 비행기 타고 관광을 시켜줘야겠다.’
비행기는 한 시간 만에 산타페 상공에 도착했다.
“엄청 높네. 어디 보자! 고도계가 3,500m, 지표 고도 1,300m를 빼면 2100m 정도 되는데.”
비행기에는 여러 고도계가 있다.
비행 중에는 대기압 고도계를 사용하고, 착륙 시에는 전파 고도계를 사용한다.
전파 고도계는 전파를 지면에 발사해 돌아오는 시간으로 고도를 표시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지상접근 경보장치가 작동한다.
두 고도계의 차이를 계산하면 지표면의 고도를 알 수 있다.
“한라산보다 더 높다.”
“한라산이 뭔데요?”
“크음, 제주도에 있는 산이야.”
“다음에 구경시켜주세요.”
“그래요. 보고 싶어요.”
괜히 말을 꺼냈다고 후회하는 박정기다.
“저기가 산타페군요.”
“네 맞습니다. 저도 잘 알지는 못합니다.”
“인구가 꽤 많겠는데요?”
“3~4,000명 정도 될 겁니다.”
“오호~ 말 목장도 많이 있네요.”
“그러게요. 저게 요새입니다.”
“잘 짓기는 했네요. 부수기는 아까운데요.”
“어떻게 항복을 받아내 봐야죠.”
박정기는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작전 짜는데, 이 정도면 되겠지?’
“이제 돌아갑시다.”
“더 구경하러 다녀요.”
“좋은데 보여줄까?”
“네 좋아요!”
“야! 신난다.”
“거기가 어딘데요?”
“그랜드캐니언이라고 죽이는 데가 있지.”
박정기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서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한편,
드레곤의 출현으로 산타페에 주둔하고 있던 요새에는 요란한 종소리가 울리고 비상이 걸렸다.
“드레곤이다!”
“모두 집합하라!”
“여기를 노리고 있다! 모두 전투를 준비해라!”
주둔군의 병사들이 무장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드레곤이 하늘 높이 날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옆에 있는 부관에게 물었다.
“왜? 자꾸 돌고 있는 거지?”
“먹이를 찾아다니는 것 아닐까요?”
“그럼 숨으라고 해라!”
“넵! 모두 몸을 숨겨라!”
한참을 날아다니던 드레곤이 산타페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쪽으로 날아갔다.
“휴~ 살았군. 상부에 보고를 해야겠지?”
“보고를 했다가 진상을 파악하라고 명령이 내려오면 어떻게 하시게요?”
“아! 그 생각을 못했구나.”
산타페 주둔군 사령관인 페르난도 알렌드 대령이 부관의 말에 수긍했다.
드래곤을 추적하라든가, 서식지를 찾으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감당할 수 없다.
‘조금만 버티면 중앙으로 갈 텐데, 괜한 일을 만들면 안 되지.’
알렌드 대령은 상부로부터 발령 받을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드디어 비행기가 그랜드캐니언에 도착해 고도를 낮추며 계곡으로 들어섰다.
-비행기가 많이 흔들릴 수 있으니 모두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세계적으로 희귀한 절벽 위에 건설된 세인트조지 공항의 실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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